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1화(341/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1화
341화 카론산 (4)
광선이 발사되기 직전, 발하드가 용언을 발현했다.
입 밖으로 꺼낸 용언은 모두 3음절. 각각의 뜻은 직선, 가속, 폭발이었다.
공기가 폭발하며 발하드의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빠르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광선의 범위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 직후, 붉은 광선이 대지를 강타했다.
땅이 소멸하며 거대한 구덩이가 깊이 파였다. 발하드는 시선을 내려 구덩이를 들여다봤다. 바닥 대신 심연만 보였다.
-세, 세상에…….
가공할 파괴력에 발하드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한때 폭룡으로 불렸던 그의 아버지조차 이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온다. 피해라.”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데미안이 발하드에게 말했다. 어느새 발하드의 주변에 마법진이 떠올라 있었다.
마법진에서 수많은 흑마법이 쏟아졌다. 발하드는 재빨리 선회하며 흑마법들을 피해 냈다.
-이 많은 흑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발하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마법의 원류라 불리는 드래곤조차 이렇게 많은 흑마법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흑마법만 있는 게 아니다.”
-예?
“마법과 기적도 섞여 있어.”
데미안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마법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 말에 발하드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됩니다! 마력, 흑마력, 신성력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까! 그 많은 걸 어떻게 한 명이 다룬단 말입니까!
“저 녀석은 가능할 거다. 나랑 같은 권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데미안은 람다를 쳐다보며 말했다.
질투의 권능은 특정한 기운의 성질을 바꾸는 공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람다는 실시간으로 질투의 권능을 사용함으로써 마법과 흑마법, 기적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람다는 질투의 권능을 이용해서 분신까지 만들어 냈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기운을 만들어 낸 다음, 거기에 영혼을 담은 것이다.
“질투의 권능을 저렇게 활용할 줄이야…… 이건 좀 놀랍군.”
데미안조차 감탄할 정도로 대단한 활용법이었다. 한편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오는 걸 막는다?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지?”
데미안의 한쪽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대로 도르고의 의도대로 놀아 주자니 배알이 꼴려서 견딜 수 없었다.
-데미안 님! 이제 더 이상 못 피하겠습니다!
그때, 발하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느새 마법진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법진이 일제히 빛났다. 마법이 발동되기 직전, 데미안이 한 손을 뻗었다.
손목의 문양이 사라지며 한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에레보스가 아니었다.
신검.
루인이 초대 황제를 위해서 만들어 낸 검.
데미안이 실전에서 신검을 꺼낸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았다.
신검의 사용법이라면 이미 전생에 제국제일검이 지겹게 보여 줬으니까.
데미안은 신검을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쳐들었다. 신검이 눈부신 빛을 뿜어댔다.
그 순간, 주변을 에워싼 마법진이 모조리 지워졌다.
파괴된 것이 아니었다. 소멸한 것도 아니었다. 모조리 악마의 진력으로 되돌아갔다.
-데미안 학센. 이게 무슨 짓. 이해할 수 없음.
람다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 데미안은 지금 람다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반항하겠다는 뜻? 그렇다면 전력을 다할 뿐.
람다의 앞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원형 마법진이 겹겹이 쌓였다.
마법진들은 처음에는 작았으나 뒤로 갈수록 점점 커졌다.
-관통. 증폭. 파괴력 증가.
첫 번째 마법진에서 붉은 광선이 모여들었다.
-발사.
붉은 광선이 발사되었다. 마법진을 거치며 점점 더 증폭되었다.
-데미안 님! 옵니다! 와요!
발하드가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데미안은 주먹으로 발하드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조용히 해라. 집중이 안 되잖아.”
데미안은 냉정한 눈빛으로 람다를 노려봤다.
데미안이 굳이 발하드와 하늘을 날고 있는 이유는 차원문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람다는 분신에 불과하다. 본체는 카론산에 있다.
즉, 저 분신은 카론산에 있는 본체와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찾았다.”
그때, 붉은 광선이 마지막 마법진을 통과했다. 시야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그에 맞춰 데미안도 신검을 휘둘렀다. 신검의 칼날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빛과 붉은 광선이 충돌했다. 붉은 광선은 그 즉시, 진력으로 흩어졌다.
-……!
람다의 눈동자에 당혹감에 떠올랐다.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지금부터였다.
빛의 참격이 람다까지 베어 냈다. 람다의 분신을 구성하고 있는 먹구름이 눈동자와 함께 반으로 잘려 나갔다.
-아, 아아아…… 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람다의 분신이 소멸했다. 그 자리에는 차원의 균열만이 남아 있었다. 본체와 분신을 연결하고 있던 틈을 데미안이 억지로 베어 낸 것이다.
균열은 무척 작은데다 빠르게 매워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즉시 발하드에게 명령했다.
“빨리 가자!”
발하드는 재빨리 균열로 날아갔다. 균열로 들어가기 직전, 데미안은 발하드에게 말했다.
“넌 이제부터 제국으로 돌아가라. 가서 제국제일검에게 가족들을 부탁한다는 말을 전해라.”
-설마 데미안 님 혼자 가시려는 겁니까?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앞에는 도르고와 4대 마왕들이 있었다. 발하드의 목숨을 장담할 순 없는…….
-그거 다행이군요!
발하드가 반색하며 말했다. 데미안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발하드를 쳐다봤다.
“너 이 새끼. 돌아오면 보자.”
-예? 아니, 방금 전에는 말실수…….
데미안은 발하드의 말을 무시하고 균열로 몸을 던졌다.
* * *
데미안이 통과하자마자 균열은 완전히 닫혔다.
균열 너머에 도착한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봤다.
“……제대로 온 게 맞나?”
데미안은 균열을 통과하면 카론산에 도착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곳은 전쟁터였다.
제국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시체가 되어 죽어 있었다. 그들이 흘린 피가 들판을 완전히 물들이고 있었다.
데미안은 걸음을 옮기며 병사들을 살펴봤다. 그러다 문득 발견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들 위에 서 있는 무언가를 말이다.
기사는 인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두터운 갑옷을 입고 있어 마치 거인처럼 보였다.
데미안은 넋이 나간 얼굴로 기사를 바라봤다. 두 눈동자가 조금씩 떨려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건 자신이었으니까.
“……이제 기억났다.”
이곳은 데미안이 처음으로 출전한 전쟁터였다. 데스나이트로서 처음으로 도르고의 명령을 받은 곳이었다. 데미안이 처음으로 벌인 학살이었다.
위장이 비틀리는 것 같았다. 구역질이 밀려왔다.
그때, 갑자기 풍경이 바뀌었다.
이번에도 전쟁터였다. 똑같이 수많은 병사가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다만, 병사들이 입고 있는 갑옷이 달랐다.
제국이 아니라 애플 왕국.
모국의 병사들이었다.
“데미안!”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아버지가 보였다. 지금보다 훨씬 늙고, 연약해 보이는 아버지가 있었다.
“왜 네가 아크리치와 함께 있는 것이냐!”
아버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울부짖고 있었다.
“대체 그 모습은 뭐냐!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아버지는 검은 기사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외침은 기사에게 닿지 않았다.
“데미안…… 컥!”
대검이 아버지의 가슴에 박혔다. 갈비뼈를 부수며 등으로 튀어나왔다.
아버지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아버지가 피를 토하며 외쳤다.
“미안…… 하다…….”
검은 기사가 대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쓰레기라도 치우듯이 가벼운 동작이었다.
관성에 의해서 아버지의 시체가 빠져나왔다. 아버지는 땅 위를 굴렀다.
“…….”
손끝이 꿈틀거렸다. 목덜미와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데미안은 말없이 신검을 역수로 움켜잡았다. 신검의 칼끝을 땅에 박아넣었다.
주변이 풍경이 유리창처럼 깨졌다. 아버지도, 검은 기사도, 전쟁터도 모조리 사라졌다.
대신, 카론산의 풍경이 나타났다. 데미안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네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역겨운 짓만 벌이는구나.”
조금 떨어진 곳에 도르고가 서 있었다. 도르고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온다고 해서 급하게 준비했는데. 마음에 안 들었나 보지?”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네가 나한테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이 정도 화풀이는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데미안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당? 드디어 정신이 나간 거냐?”
“내 정신은 멀쩡해. 너에게 복수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미칠 수 없거든.”
데미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도르고가 내뱉고 있었다.
“내 목적이 뭐였는지 알고 있어?”
갑자기 도르고가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시간을 역행해서 루인과 재회하는 게 목적이었겠지.”
“역시 알고 있었네. 밀레느한테 들은 거야? 그 빌어먹을 배신자라면 모든 걸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엘프 따위를 구원단에 받는 게 아니었는데.”
도르고의 목소리가 험악해졌다. 하지만 도르고는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래, 내 목적은 루인을 다시 만나는 거였다. 그걸 위해서 악마왕의 권능을 연구했지. 악마왕들의 권능이라면 시간을 역행할 수 있으니까.”
도르고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쉽지 않은 연구였지. 몇 번을 시도해도 실패했어. 연구해야 할 건 많은데 인간의 수명은 너무 짧았어. 결국 나는 내 육체를 버릴 수밖에 없었지.”
도르고는 대악마의 육체를 버리고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리치가 되었다.
“리치의 몸으로 다시 연구에 매달렸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별다른 성과는 나오지 않았어. 연구를 통해서 내가 깨달은 건 시간 역행이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뿐이었지.”
도르고의 목소리에서 짙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의미 없는 연구에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달리는 것은 대악마에게도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 이유가 뭔지 알아? 악마왕들의 권능을 동시에 다룰 만큼 강대한 영혼이 없었거든. 어렵게 드래곤과 공작급 악마의 영혼을 구해서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어. 모두 악마왕의 권능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었지.”
도르고의 눈빛에 생기가 사라졌다.
“결국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사실 포기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지. 그리고 목표를 바꿨어. 그이를 죽인 제국을 멸망시키는 것으로 말이야.”
도르고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제국에 대한 증오심이 짙게 묻어 나왔다.
“그것도 쉬운 길은 아니었지. 제국은 너무 강했고 내게는 아무 힘도 없었거든. 카론산에 악마왕의 육체가 있었지만 그걸 열 방법이 없었어. 루인이 습격당할 때, 열쇠도 파괴되었으니까.”
데미안은 바헬이 가지고 있었던 열쇠를 떠올렸다.
루인의 몸이 난도질당할 때, 그 열쇠도 파괴된 것이리라.
“제국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흑마법을 퍼트리고, 흑마법사를 양성하고, 판데모니엄을 만들었지. 그래도 턱없이 부족했어. 이대로는 영원히 제국을 무너트리지 못할 줄 알았지.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나타난 거야.”
전생의 데미안은 가문에서 쫓겨난 이후, 용병단에 입단했다.
그리고 용병단과 맡았던 임무에서 도르고와 마주치고 말았다.
“널 처음 봤을 때, 난 제국을 무너트릴 희망을 봤지. 네 재능은 정말 엄청났거든. 데스나이트로 개조해서 단련시키면 제국을 무너트릴 비수가 될 게 분명했지.”
그 이후로 데미안은 도르고의 손에 의해 데스나이트로 개조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도르고는 깨닫고야 말았다.
“널 개조하다가 뒤늦게 알게 됐지. 네가 루인의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걸 말이야.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 루인의 재능이 되물림 된다는 건 몰랐거든.”
도르고의 목소리가 조금씩 밝아졌다. 열기마저 감돌았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를 거야. 시간 역행에 필요한 마지막 한 조각이 내 손에 들어왔으니까! 진짜 루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도르고가 시선을 내려 데미안을 쳐다봤다. 두 눈동자에 광기가 맴돌았다.
“나는 그동안 모아놨던 흑마력을 모두 네 몸에 저장시켰어! 제국을 무너트려서 복수를 완수하는 그 날! 그 힘을 모두 사용해서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 말이야!”
도르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올랐다.
“내 계획은 완벽했어! 제국제일검도 죽이고, 제국도 무너뜨렸지! 루인을 잊어버린 현시대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서 대가도 치르게 했어! 이제 남은 건 과거로 돌아가기면 하면 됐어! 루인을 다시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단 말이야!”
도르고의 목소리에 차츰 분노가 담겼다.
“그런데 그 계획을 누가 망쳤지? 내 기다림을! 내 증오에 대한 보답을! 누가 망쳤냔 말이야!”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냐?”
“당연하지!”
도르고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수백 년 동안 모아놓은 막대한 힘을 네놈은 겨우 몇십 년을 되돌리는데 사용했어! 너 때문에 내 모든 계획은 망가졌단 말이야! 그게 어째서 네놈이 잘못이 아니라는 거냐!”
도르고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데미안은 싸늘한 조소를 머금었다.
“병신 같은 새끼. 더 들어주기 힘들군.”
데미안이 신검을 들어 올렸다. 도르고의 눈동자가 게슴츠레해졌다.
“그래, 수다가 너무 길었어. 빨리 널 제압하고 루인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말이야.”
별안간 도르고가 멀어졌다.
도르고가 이동한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공간이 멀어진 것이다.
데미안은 도르고를 뒤쫓으려 했다. 그때, 강대한 기운들이 폭발했다.
“데미안 님, 더 이상은 못 갑니다.”
“갈 수 없음. 우리부터 상대.”
“카하핫! 드디어 네놈한테 복수하는구나”
“…….”
4대 마왕.
도르고의 자식들이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래, 너희들을 잊고 있었군.”
데미안은 헤메이라를 꺼냈다.
허공에서 나타난 검은 갑옷이 데미안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에레보스를 꺼냈다. 신검과 에레보스를 양손에 쥐며 말했다.
“아무리 급해도 너희 같은 오물들을 외면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