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3화(343/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3화
343화 결전 (2)
해가 저물고 있는 시간.
하늘은 붉게 물들고, 어둠은 조금씩 땅 위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씩 영역을 넓히던 어둠은 단숨에 소멸되었다.
갑자기 터져 나온 빛이 어둠을 모조리 지워 버린 것이다.
빛은 하늘이 아니라 데미안 학센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데미안 학센이 발산하는 압도적인 기운에 도르고는 기시감을 느꼈다.
아주 먼 과거.
괴물들로 가득한 대륙.
그곳에서 홀연히 나타났던 루인이 바로 이러했다.
온 세상을 격동시킬 기세를 내뿜으며 적들과 맞섰다.
“감히……!”
도르고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운 좋게 루인의 재능을 물려받은 주제에!”
소중한 것이 더럽혀진 것 같은 불쾌감에 도르고의 두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도르고의 몸에서 어둠이 폭발했다. 어둠은 질척질척한 늪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둠 속에서 끔찍한 거구의 생명체가 몸을 일으켰다. 역관절로 꺾인 두 다리와 네 개의 팔이 보였다.
털에 뒤덮인 하체와 달리 상체는 맨들맨들했다. 그리고 가슴과 복부에 미라처럼 바짝 말라비틀어진 머리 두 개가 달려 있었다.
목 위에 달린 얼굴은 촛농처럼 녹아내려 있어서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었다.
-끄어어억!
-으어어억!
몸통에 달린 머리가 끔찍한 소리를 토해 냈다. 듣기 싫다는 듯 도르고가 소리쳤다.
“닥쳐!”
도르고의 외침에 두 머리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계속 볼멘소리를 중얼거렸다.
도르고는 다시 데미안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너만 성장한 게 아니야!”
도르고는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이 카론산으로 오는 동안 도르고는 악마왕들의 육체를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죽이지는 않겠다! 넌 아직 쓸모가 많으니까!”
역관절의 다리가 땅을 박차자 단단한 땅이 살얼음처럼 박살 났다.
도르고는 순식간에 독수리처럼 높은 창공에 도달했다.
네 개의 팔을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갑자기 밤이 찾아온 게 아니었다. 도르고가 방출한 진력이 하늘을 뒤덮은 것이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진력이 한 점에 모여들었다. 하늘에 검은 태양이 떠올랐다.
도르고는 그것을 움켜쥐고 낙하했다. 막대한 진력의 덩어리가 데미안의 위에 떨어졌다.
그 직전, 빛이 번쩍였다. 땅에서 솟아오른 붉은 참격이 검은 태양을 반으로 가른 것이다.
검은 태양은 중심을 잃고 흩어졌다. 붉은 참격은 꽃잎으로 변해 흩어졌다.
“…….”
도르고는 황망한 얼굴로 그 광경을 쳐다봤다.
시체라고는 하지만 악마왕을 세 체나 흡수하고 얻은 진력이었다.
질도, 양도 차원이 다른 영역에 있었다. 그것을 한 점에 응축시켜서 파괴력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그것을 저렇게 쉽게 베어 낸단 말인가? 마치 루인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벽이 느껴졌…….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 모를 말을 토해 내며 도르고는 네 개의 팔을 데미안에게 내밀었다.
데미안이 서 있던 땅에 어둠이 새어 나왔다. 어둠은 곧이어 눈두덩이처럼 불어났다.
도르고가 팔을 위로 쳐들었다. 바닥을 뒤덮고 있던 어둠이 해일처럼 치솟아 올랐다.
도르고는 쳐들었던 팔을 아래로 내렸다. 솟아올랐던 어둠이 쏟아지며 데미안을 짓눌렀다.
그때, 공기를 베어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청량해질 정도로 깔끔한 소리였다. 곧이어 초원을 뒤덮고 있던 어둠에 선이 번졌다.
무수히 많은 선이 어둠을 뒤덮었고, 이내 조각조각 나뉘며 소멸했다.
그리고 멀쩡한 상태의 데미안 학센이 모습을 드러냈다.
“…….”
진력을 이렇게 퍼부었음에도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었다. 끔찍한 현실에 도르고는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더 보여 줄 것도 없는 것 같군.”
데미안 학센의 무릎이 살짝 굽혀졌다. 머리가 낮아졌다.
온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시작됐다.
막아야 한다.
그렇게 판단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붉은 꽃잎이 시야를 뒤덮었다. 곧이어 도르고의 한쪽 팔이 사라졌다.
도르고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데미안 학센이 뒤에 서 있었다. 피로 물든 칼을 든 채.
“크아아악!”
도르고는 진력으로 검을 만들어 냈다. 세 개의 팔로 그것들을 움켜잡고 데미안을 향해 내질렀다.
세 개의 칼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이미 없었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팔 하나가 더 날아갔다. 도르고는 고통을 억누르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라졌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세 번째 팔이 데미안 학센의 존재를 증명해줬으니까.
“데미안…… 데미안 학센!”
도르고는 두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며 데미안 학센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의 모습은커녕 그 잔상을 쫓는 것도 불가능했다.
“칵!”
곧이어 마지막 팔까지 잘려 나갔다. 이제 도르고는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면……!”
도르고는 진력을 일으켰다. 강대한 진력을 연료로 삼아서 나태의 권능을 발현시켰다.
대상을 굳이 정할 필요도 없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대상이었으니까.
“멈춰라!”
도르고의 외침과 함께 온 세상이 정지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는 허공에서 멈췄고, 바람에 쓸려나가던 나뭇잎은 그 자리에서 고정되었다.
“헉, 허억, 헉.”
도르고는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목 밑까지 들어온 칼날이 보였다.
칼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자 데미안 학센이 보였다. 도르고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권능의 발현이 조금만 늦었다면 목이 잘릴 뻔했다.
“이 미친…… 새끼가…….”
도르고는 상처에 진력을 집중시켰다. 잘려나간 팔이 순식간에 다시 재생되었다.
-으어어어…….
그때, 몸통이 달린 머리 중 하나가 신음소리를 흘렸다. 도르고는 머리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닥치라고 했지.”
그리 말하며 도르고는 다시 진력을 이용해서 무기를 만들어 냈다.
그것들을 하나씩 손에 쥐고, 데미안의 팔다리에 가져다 댔다.
“아무리 너라도 나태의 권능 앞에서는 별 수 없구나.”
도르고는 이대로 데미안의 사지를 자를 생각이었다. 아무리 데미안 학센이라 해도 몸통만 남으면 어쩔 도리가 없을…….
순간, 도르고는 보았다.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도르고는 본능적으로 뒤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멈춰 있던 데미안 학센이 움직였다. 도르고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미리 도망친 덕분에 도르고는 가까스로 참격을 피할 수 있었다.
거리를 벌린 도르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데미안을 쳐다봤다.
분명 시간은 멈췄다. 세상은 그대로 고정되었다.
그러나 데미안 학센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 어떻게…….”
“잘.”
짧게 말하며 데미안 학센이 다시 돌진하려 했다.
도르고는 다시 나태의 권능을 발현했다. 데미안을 멈추려 했다.
그러자 데미안 학센은 두 손에 잡힌 검으로 허공을 베었다. 도르고가 발현한 권능이 순식간에 소멸해 버렸다.
그 광경에 도르고의 두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악마왕의 권능을 베어 냈…….”
도르고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데미안 학센이 다시 돌진했기 때문이다.
나태는 통하지 않는다. 색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르고는 오만의 권능을 발현했다. 주위의 공간을 모조리 비틀어 놓았다.
도르고를 향해 돌진한 데미안이 엉뚱한 장소에 나타났다. 비틀린 공간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시간을 번 도르고는 다시 진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데미안 주변의 공간을 비틀었다.
데미안 학센이 어디로 달려도 원래 위치로 돌아오도록.
지금 자리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도록.
공간으로 만든 감옥에 데미안을 가둬놓았다.
“이것만큼은 사용하기 싫었는데!”
도르고의 목적은 데미안 학센을 죽이는 게 아니었다. 생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단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그러다 도르고가 먼저 죽을 판이었다.
“부탁이니 숨만 붙어 있어라!”
데미안 학센의 중심으로 공간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압축된 공간은 빛조차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사방에서 데미안 학센을 짓눌렀다.
* * *
공간이 압축되며 만들어진 심연이 데미안 학센을 으스러트리려 했다.
하지만 심연은 데미안 학센의 영역을 감히 침범하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이 손에 쥐고 있는 하얀 검 때문이었다.
신검에 담겨 있는 무효의 권능이 심연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 덕에 데미안의 주변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신검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몰랐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반대쪽 손에 있는 검을 들어 올렸다.
“에레보스.”
에레보스가 울음을 토해 냈다.
하지만 에레보스의 울음은 심연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비틀린 공간이 에레보스의 권능을 막고 있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권능을 압축시켰다. 칼날에 휘감았다.
베어 낸다.
자신을 짓누르는 심연을, 악마왕의 권능을, 도르고의 악의를.
데미안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갔다. 신검과 에레보스가 번쩍였다.
그 순간, 심연이 찢겨나가며 폭발이 일어났다. 어둠에 가로막혀 있던 시야가 다시 훤해졌다.
저 멀리 경악하고 있는 도르고가 보였다. 데미안은 곧바로 땅을 박찼다.
“젠장!”
도르고는 다시 오만의 권능을 이용해서 공간을 비틀었다.
하지만 같은 수법에 당할 만큼 데미안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에레보스, 울어라.”
칼날에 압축되어 있던 권능이 해방되었다. 온 세상을 뒤덮으며 도르고까지 집어삼켰다.
오만과 에레보스의 권능이 서로 충돌했다. 서로 상쇄되며 사라졌다.
더 이상 도르고를 지켜 줄 보호막은 없었다. 데미안은 도르고의 가슴을 노려봤다.
저곳이 바로 도르고의 중심이었다. 저기에 도르고의 영혼이 있다.
데미안은 두 다리에 힘을 줬다.
붉은 꽃잎이 흩날렸다. 데미안은 붉은 섬광이 되어 질주했다.
에레보스의 칼끝이 도르고의 중심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