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4화(344/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4화
344화 결전 (3)
에레보스의 칼날이 도르고의 가슴을 뚫고 등으로 튀어나왔다.
도르고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도르고는 고통으로 가득찬 눈동자로 데미안을 응시했다. 데미안은 도르고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
극히 짧은 순간, 데미안의 마음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 감정들을 모조리 억눌렀다. 복수의 희열은 도르고를 확실하게 죽이고 누려도 충분했다.
“잘 가라.”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권능을 발현했다. 소멸의 힘이 도르고의 영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
도르고의 턱이 빠질 듯이 커졌다. 하지만 비명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고통이 너무 컸던 것이다.
도르고는 네 개의 팔로 에레보스를 움켜 잡았다. 어떻게든 뽑아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런 노력을 비웃든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조금 더 깊이 찔러 넣었다.
“으아아악!”
그제야 비로소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아아악! 아아아악!”
이윽고 에레보스의 권능이 도르고의 영혼을 완전히 소멸시켰다.
영혼이 소멸하자 도르고는 고개를 떨궜다. 네 개의 팔도 축 늘어졌다.
거구의 몸이 천천히 허물어졌다. 역관절의 다리가 접히며 땅에 닿았다.
그렇게 도르고는 온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
데미안은 말없이 도르고의 시체를 바라봤다.
길고 긴 악연을 마침내 끊어 냈다. 비로소 데미안이 원하는 평화를 손에 넣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후련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을 조이는 듯한 압박감만 느껴졌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내 기대랑은 전혀 다르군.”
아무래도 도르고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리라.
데미안은 도르고의 몸에서 에레보스를 뽑아내려 했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갑자기 겨울 호수에 빠진 것처럼 전신의 근육이 바짝 오그라들었다.
데미안은 재빨리 에레보스를 뽑아냈다. 그리고 도르고의 시체에서 최대한 멀어졌다.
데미안은 마른침을 삼키며 도르고의 시체를 노려봤다.
“……카핫.”
그때, 도르고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카하하…… 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도르고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두 눈동자에서 희열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사라졌다.”
도르고의 몸통에 달려 있던 두 개의 머리가 먼지가 되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그놈들의 사념체가…… 그 지긋지긋한 것들이 떨어져 나갔단 말이야!”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도르고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느껴진다! 그 녀석들의 힘이! 권능이!”
거구의 신체가 녹아내린다. 하지만 땅바닥으로 흘러내리지는 않는다. 중심을 향해 모여들었다.
질척질척한 액체 속에서 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근육이 도드라진 팔다리. 남자를 뛰어넘는 장신.
사람의 욕망을 자극할 만큼 매력적인 육체를 가진 여인이 어둠을 두른 채 나타났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에레보스라면 가능할 줄 알았지.”
여인, 도르고가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 협력해 줘서 고맙다.”
* * *
완전히 달라진 도르고의 모습에 데미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도르고를 죽였음에도 기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도르고는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했다.
도르고가 드러냈던 것은 자신의 영혼이 아니었다. 악마왕들이 남긴 사념체였다.
오만과 나태는 악마왕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이들이었다.
그들이 남긴 사념체가 평범할 리 없다. 도르고가 자신들의 힘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었으리라.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구나.”
도르고가 그런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붉은 입술이 농염하게 빛났다.
“그런데 날 앞에 두고 그러면 안 되지. 게다가 난 너한테 받아야 할 빚이 아주 많잖아?”
어둠은 천으로 변해 도르고의 육체를 휘감았다. 도르고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시간 정지가 안 통했지? 그럼 나한테 걸어야겠는데.”
갑자기 데미안의 시야가 마구 흔들렸다. 위아래는 고사하고 하늘과 땅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데미안은 하늘 높이 떠 있었다.
“……쿨럭!”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복부에서 격통이 몰려왔다.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제야 데미안은 깨달았다.
도르고가 걷어찬 것이다. 데미안이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 만정심화가 충격을 버텨 냈…….
“내가 생각이 너무 많다고 말하지 않았어?”
데미안은 위를 쳐다봤다. 자신보다 높은 곳에 도르고가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몇 대 더 때려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르고의 모습이 분열했다. 마치 수많은 거울이 도르고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분신이 아니었다. 모두 본체였다. 공간을 왜곡시켜서 형체를 늘린 것뿐이었다.
“이 악물어.”
수많은 도르고가 동시에 움직였다. 사방에서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졌다. 데미안의 몸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휘날렸다.
한참 동안 이어지던 공격이 갑자기 뚝 멎었다. 너덜너덜해진 데미안의 몸이 땅으로 추락했다.
“아하핫.”
도르고는 등을 뒤로 젖히며 웃었다.
절세미녀라 할 수 있는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음에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봤어? 이게 내 힘이야! 이제 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벌레만도 못한 놈이란 뜻이지!”
바닥에 쓰러져 있던 데미안이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도르고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공간을 왜곡시켜서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지는 공격은 데미안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전신의 뼈가 박살 나고, 내장은 모조리 터져서 흘러내렸어야 했다.
그런데 데미안은 기절하지 않은 데다 몸까지 일으키고 있었다.
도르고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데미안을 노려봤다. 그러다 깨달았다는 듯이 탄성을 토해 냈다.
“알았다. 탐식의 권능으로 내 공격을 흡수한 것이군.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앱실론의 기술을 완전히 체득할 줄은 몰랐어.”
그 말대로였다. 데미안은 도르고의 공격을 탐식으로 흡수하고, 다시 방출하며 공격을 막아 냈다.
“근데 다 막아 내지는 못한 모양이지?”
그것도 도르고의 말이 맞았다. 모든 공격을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다.
미처 막지 못한 공격이 데미안의 몸 곳곳을 파괴하는 바람에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퉷.”
데미안은 침을 뱉어내며 두 손을 펼쳤다. 땅에 떨어트렸던 에레보스와 신검이 날아와서 손에 잡혔다.
“설마 아직도 해 볼 생각이냐?”
도르고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방금 전, 도르고가 보여 줬던 기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주먹질이요, 단순한 발길질에 불과했다.
도르고가 마음만 먹는다면 데미안 정도는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헛된 저항은 하지 말고 얌전히 잡혀라. 굳이 말해 줄 필요도 없겠지만 자살해도 소용없다. 네 영혼을 육체에 잡아두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니까.”
“더럽게…… 시끄럽군.”
처음으로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입안에 끈적한 피가 가득해서 발음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개소리 그만하고 덤벼라.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죽여 줄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거냐? 정말 짜증 날 정도로 오만하구나.”
도르고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자 데미안이 재차 말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덤벼.”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에서 시퍼런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눈빛을 본 순간, 도르고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의 말은 허세도, 도발도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도르고를 죽일 생각이었다.
도르고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태도였다. 그러나 도르고는 데미안을 비웃을 수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도 데미안과 똑같이 행동했으니까.
어떤 불합리한 전투에서도 결코 도망치지 않았으니까. 끝내 승리를 쟁취했으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도르고는 자신의 감상을 한 마디로 일축했다.
“네놈은 루인이 아니야. 루인의 재능만 물려받은 범인에 불과하지.”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있었다.
데미안 학센은 꺾이지 않았다.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 줬음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심지어 진심으로 자신과 맞서 싸우려 하고 있었다.
도르고의 입장에서는 용서하기 힘들 정도로 건방진 태도였다.
“네가 그렇게 나오겠다면…… 철저하게 망가트려 주지. 네 자존심도, 네 긍지도 전부 말이야.”
도르고가 허공에 손을 휘두르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4대 마왕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오만의 권능을 사용해서 다른 장소로 보낸 것이다.
다음으로 도르고는 자신의 등 뒤에 커다란 차원문을 만들었다.
도르고 한 명이 통과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컸다. 마치 데미안에게 보여 주려는 듯했다.
차원문이 열리며 다른 세상을 비추었다. 그것을 본 순간, 데미안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문 너머의 세상은 학센 백작가였다.
가족들이 기거하는 스프링성과 바쁘게 움직이는 하인들이 보였다.
정원에서 산책 중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난 이제부터 이곳으로 갈 거다.”
도르고가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가서 네 가족들을 모독해 주마. 전생에 당했던 일은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지도록 말이야.”
“멈춰…….”
“모든 일이 끝나면 그때 차원문을 열어 주마. 네가 두 눈으로 가족들의 최후를 똑똑히 지켜볼 수 있게 말이야.”
“멈추라고…… 말했다……!”
데미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의 분노는 도르고에게 닿지 않았다.
“그때까지 넌 이곳에 남아서 기다려라.”
“멈추라고 했지!”
데미안은 만정심화를 극한까지 운용했다. 도르고를 죽이기 위해서 질주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도르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도르고가 둘 사이의 공간을 엿가락처럼 늘려 버린 것이다.
아무리 달려도 도르고에게 닿을 수 없었다.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사이 도르고는 차원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르고가 통과하자 차원문은 곧바로 닫혔다.
도르고가 사라지자 공간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차원문은 이미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