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5화(345/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5화
345화 학센 가문 (1)
데미안은 도르고가 사라진 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봤다.
도르고가 떠나기 직전 했던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안 돼…….”
가족들이 위험하다. 단순히 목숨이 위험한 정도가 아니었다.
데미안의 머릿속에 도르고가 즐겨 사용하던 고문법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아니, 지금 도르고는 가족들을 망칠 생각으로 가득했다. 데미안이 떠올린 것들보다 더 끔찍한 고문을 가할 것이다.
“안 돼…… 가족만큼은 안 돼…….”
하지만 지금 데미안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데미안은 스스로는 차원문을 열 수 없었다. 설사 여는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카론산의 주변은 차원의 흐름이 완전히 비틀려 있어 불가능했다.
차원을 베어 내서 차원문을 억지로 여는 것도 불가능했다. 도르고는 데미안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자신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웠다.
도르고의 말대로 데미안은 이곳에 남겨진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도르고가 가족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돌아올 때까지 말이다.
“아아…….”
데미안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안 된다고…… 안 된단 말이야…….”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았다.
젊은 시절에는 망나니처럼 생활하며 가족들의 살과 피를 빨아먹으며 살았다.
데스나이트가 된 이후에는 자기 손으로 직접 가족들을 죽였다.
살해당한 뒤에도 가족들은 평온을 얻지 못했다. 쓰레기 같은 흑마법사들에게 붙잡혀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어떻게…… 어떻게 돌려받았는데…….”
천운이 닿아서 속죄할 기회를 얻었기에 이번 생에는 가족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자신은 결국 가족들을 지키지 못했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가족들은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가족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전생에 데미안이 기억하는 가족들은 언제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이 떠올리는 가족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 곧 그 미소가 망가진다. 울음과 절규로 물들 것이다. 다름 아닌 데미안이 막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들뿐만이 아니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누님의 아이.
데미안의 조카마저 도르고에게 농락을 당할 것이다. 그 순수한 영혼이 철저하게 더럽혀질 것이다.
다름 아닌 데미안의 조카라는 이유 단 하나 만으로.
“……안 돼.”
까드득.
저절로 이가 갈렸다. 잇몸이 찢어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그 아이만큼은…… 안 돼.”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다시 살아났다.
책임감이 절망을 밀어냈다. 그제야 분노가 차올랐다. 데미안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자신은 이제 데스나이트가 아니다.
육체에 갇혀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머저리가 아니다.
“생각해라! 생각해!”
루인은 무엇이든 가능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루인과 같은 재능을 얻었다.
그러니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설사 루인 같은 재능이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찾아내야 했다.
데미안은 자신이 습득한 기술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되짚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았다.
정보량이 너무 많았다.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그래도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코피가 흘러서 주르륵 흘러 내렸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찾았다.”
그러다 불쑥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찾았어.”
데미안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했다.
* * *
“날씨 한번 좋네.”
첨탑 지붕 위에 한 여인이 누워 있었다.
지붕은 좁고, 꽤나 가파랐다. 이대로 떨어지면 죽을 텐데도 여인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언제까지 쉬고 있을 셈이냐.
그런 여인의 귓가에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여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었으나 여인은 귀찮다는 듯이 인상만 찌푸릴 뿐이었다.
“훈련이라면 어제 많이 했잖아요. 너무 움직여서 마지막에 피까지 토했는데.”
-아직 네 육체가 약하다는 증거다. 신체 단련에 더욱 시간을 쏟아야…….
“아, 또 잔소리네. 꼰대 같으니.”
-꼬, 꼰대? 내, 내가 살아 있을 때는 너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났어!
도미니코가 울컥하며 소리쳤다. 베로니카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말했다.
“10살 차이였다면서요. 그 정도면 많이 나는 거지.”
-이, 이 녀석이…….
“그리고 아저씨 이제 나보다 약하잖아요.”
-약하다니! 이제 겨우 나랑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면서!
“어제 전적이 어땠죠?”
베로니카의 물음에 도미니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왜 갑자기 말이 없어요? 전적이 어땠냐고요.”
-10전…… 6승…… 4패…….
“내가 6승, 아저씨가 4승. 거 봐요. 이제 내가 더 강하잖아.”
-전투 결과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법이다! 오늘은 또 다를 거다!
“나 말고 가서 드워프들한테 뭐라고 하세요. 걔들이 성을 제대로 개조하는지 한 번도 확인 안 했잖아요!”
-그 고지식한 놈들이 일을 허투루 할 것 같으냐! 너만 똑바로 하면 된다!
“아, 몰라. 오늘은 쉴 거야.”
베로니카는 몸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도미니코가 버럭버럭 화를 냈지만 베로니카는 무시했다.
잔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이제 도미니코의 고함은 귀를 막지 않고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 베로니카 아가씨! 여기 계셨습니까요?”
그때, 아래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로니카는 지붕 아래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그러자 스프링 성의 시종장을 맡고 있는 빅터가 보였다.
“무슨 일이야?”
“마님께서 부르십니다요. 도시로 마실을 나가셨다가 귀한 간식을 구해 오셨다던데요.”
빅터의 말에 베로니카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학센 백작가의 안주인은 종종 베로니카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구해 오곤 했다.
그걸 맛보면서 학센 부인과 수다를 떠는 게 베로니카에게는 큰 낙이었다.
“지금 당장 갈게!”
-훈련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오늘은 쉰다니까!”
베로니카는 그리 말하며 아래로 훌쩍 뛰어 내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을 만한 높이였지만 베로니카에게는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그녀는 마스터클래스의 기사였으니까.
* * *
“저 왔어요!”
베로니카는 응접실의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그러자 탁자 앞에 앉아 있는 학센 부인이 보였다.
“베로니카, 빨리 왔구나.”
“어머님께서 오셨다는데 어떻게 지체할 수 있겠어요?”
“언제 봐도 말을 참 예쁘게 하는구나.”
학센 부인의 말에 베로니카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지금까지 살면서 저런 말을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직 학센 부인만이 베로니카의 말투를 칭찬해 줬다.
“어서 앉으렴.”
탁자 위에는 거무튀튀한 덩어리들이 놓여 있었다. 베로니카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그것을 들여다봤다.
“이건 뭔가요?”
“먼 곳에서 온 상인이 판매하던 음식이란다. 이름이…… 초콜릿이라고 했을 거야.”
“먹어 봐도 되나요?”
“당연하지.”
베로니카는 손가락으로 초콜릿을 집어 들려 했다. 그러자 학센 부인이 베로니카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베로니카, 내가 음식을 먹을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식기를 사용하라고 하셨죠.”
베로니카는 손등을 쓰다듬으며 포크를 집어 들었다.
대뜸 손가락으로 집어먹으려고 한 것치고는 베로니카의 예법은 나쁘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다소곳하게 초콜릿을 찍어서 입에 넣었다.
씁쓸하고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베로니카의 눈동자가 커졌다.
“와,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그렇지? 나도 먹고 깜짝 놀랐단다. 어서 너한테 주고 싶어서 서둘러서 달려왔어.”
백작 부인처럼 고귀한 사람이 진짜 달려왔을 리가 없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그런 과장된 말조차도 좋았다.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감사해요.”
베로니카는 허겁지겁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학센 부인은 그런 베로니카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데미안도 이걸 맛봤으면 좋았을 텐데…….”
학센 부인의 중얼거림에 베로니카의 손이 멈칫했다.
베로니카는 학센 부인은 쳐다봤다. 학센 부인은 음울한 눈동자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학센 부인이 누굴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게말이에요. 그 새…… 아니, 데미안 학센도 가만 보면 먹을 복이 없어요. 밖을 싸돌아다니느라 이런 것도 못 먹고 말이에요.”
베로니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학센 부인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 말이야.”
“다음에 돌아오면 제가 두들겨 패서라도 집에 머무르게 할게요!”
“그래, 너만 믿고 있으마.”
베로니카는 포크로 남은 초콜릿을 찍었다. 그걸 입에 넣으려던 찰나였다.
베로니카의 감각에 무언가 감지되었다.
베로니카는 포크를 내려놓고 창밖으로 달려갔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느낄 수 있었다.
섬뜩하고 불길한 기운이 스프링 성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마스터클래스임에도 베로니카는 자신이 하찮은 개미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베로니카? 왜 그러니?”
학센 부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베로니카는 이를 악물었다. 학센 부인을 위해서 용기를 쥐어 짜냈다.
“어머님, 도망치세요.”
“베로니카? 그게 무슨 소리니?”
“긴말할 시간 없어요! 당장 성을…….”
하늘이 일그러지더니 검은 구멍이 뚫렸다. 그 안에서 세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만 보면 세 명 모두 평범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베로니카의 본능이, 경험이 말해 줬다. 저건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이라고 말이다.
세 명 중에서 한 여인이 조용히 스프링 성을 내려다봤다.
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누구부터 망가트려 볼까.
여인의 얼굴에 검은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