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6화(346/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6화
346화 학센 가문 (2)
도르고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옛날 생각이 나는군.”
엄밀히 말하면 옛날이 아니었다. 도르고가 떠올리고 있는 사건의 시간대는 먼 미래였으니까.
“데미안 학센에게 이 왕국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지. 그 녀석이 자기 손으로 가족을 죽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도르고는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왔다. 그 오랜 세월을 버티기 위해서는 약간의 조미료가 필요한 법이었다.
죽음의 순간, 데미안의 얼굴을 확인하고 울부짖는 가족들의 얼굴은 꽤 자극적인 조미료였다.
“그나저나 전생보다 많이 성공했구나. 그 별 볼 일 없던 저택이 이렇게 거대한 성으로 변하다니.”
도르고는 스프링성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평했다.
“시타, 데미안 학센의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했니?”
“…….”
“시타?”
도르고는 시타를 돌아보며 다시 물었다. 시타는 어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예, 어머니. 스프링성의 2층과 4층에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성에 모여 있다니. 수고를 덜 수 있게 되었구나.”
도르고의 눈동자가 잔악하게 빛났다. 지금부터 벌어질 일이 기대돼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말이다.
“어머니, 제게 맡겨 주십시오. 데미안 학센의 가족들을 모두 어머니 앞에 무릎 꿇리겠습니다.”
“아니, 날 시켜 줘! 내가 하고 싶어!”
앱실론과 이오타가 앞다투어 도르고에게 말했다.
데미안에게 목이 잘렸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도르고에게 수리를 받았다.
덕분에 절단되었던 머리는 목 위에 말끔하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아니, 이 일은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하고 싶구나.”
그리 말하며 도르고가 손바닥을 아래로 향했다. 그러자 땅이 들썩이더니 해골들이 몸을 일으켰다.
평범한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뼈가 칠흑처럼 검은색이었다.
스켈레톤들이 내뿜는 사기에 의해서 잡초와 나무가 말라비틀어졌다. 보통 스켈레톤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원래 이 정도로 강력한 스켈레톤은 시체가 즐비한 전쟁터에서나 소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도르고완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이보다 더 강력한 언데드들도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었다.
“가서 데미안 학센의 가족들을 잡아 와라. 나머지는 죽여도 상관없다.”
도르고의 명령에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죽은 자가 산 자를 탐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스켈레톤들이 탐욕스러운 안광을 빛내며 스프링성으로 몰려들었다.
검은 물결이 스프링성을 둘러쌌다.
* * *
성이 포위되었다.
베로니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성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몰려드는 것을 말이다.
밖으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수단은 하나뿐이었다.
“야, 거기 있지? 빨리 나와.”
“베로니카? 무슨 소리를 하는…….”
-안 그래도 나오려고 했다.
“꺄악!”
학센 부인은 기겁을 하며 옆으로 물러났다.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땅딸막한 남성이 나타나 있었다.
“드, 드워프?”
학센 부인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드워프를 바라봤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나 워낙 개성적이었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부인은 내가 모시겠다. 다만 저들은 차원문을 사용할 줄 안다. 우리가 준비한 탈출 수단을 금방 따라잡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드워프가 말끝을 흐렸다. 베로니카는 드워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금방 눈치챘다.
“저놈들은 내가 붙잡아 놓을 테니까. 넌 부인이나 신경 써. 조금이라도 다치셨다가는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걱정 마라.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부인을 대피시킬 테니까.
베로니카는 학센 부인에게 다가갔다. 학센 부인은 떨리는 눈동자로 베로니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로니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어머님,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 주세요.”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베로니카는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저 녀석의 말을 따라 주세요. 지금쯤 다른 분들도 드워프의 안내를 받고 있을 거예요.”
드워프들은 저택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유사시에 바로 가족들을 도울 수 있도록 말이다.
“……네 말대로 하마. 대신 너도 꼭 무사해야 한다.”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얼마나 강한데요.”
베로니카가 웃으며 말했다.
학센 부인은 드워프와 함께 저택 밖으로 나갔다.
베로니카는 학센 부인이 나갈 때까지 계속 문을 바라봤다.
-인사는 끝난 거냐?
등 뒤에서 도미니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베로니카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움직이자. 놈들이 성벽을 부수고 있다.
“알겠어.”
베로니카는 벽에 세워 놓았던 쌍검을 집어 들었다.
드워프가 만들어 준 물건으로 오직 베로니카에게 맞춰진 물건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물건을 손에 쥐었음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근데 데미안 이 녀석은 어디서 뭘 하는 거야.”
두려움을 잊으려는 듯, 베로니카는 애써 쾌활한 어조로 불평했다.
* * *
“해, 해골들이 몰려온다!”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스프링성을 지키고 있는 병사는 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서 몰려드는 스켈레톤의 숫자는 수천은 거뜬히 넘어 보였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스켈레톤들에게 느껴지는 불길함과 위압감은 도를 넘어섰다.
평범한 병사들이 견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병사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 덜덜 떨었다.
“……제, 젠장! 다들 활 들어!”
“노, 놈들이 오지 못하게 막아!”
그나마 이성을 유지한 병사 몇 명이 스켈레톤들을 향해서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화살 몇 발 가지고 스켈레톤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노, 놈들이 성문을 부수려고 한다!”
스프링성을 포위한 스켈레톤들이 무기로 성벽과 성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진을 만난 것처럼 스프링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성벽을 붙잡은 채 비명을 질러댔다.
“으, 으아악!”
“무, 무너진다!”
가장 먼저 부서진 곳은 성문이었다.
우지끈, 힘없는 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스켈레톤들이 괴성을 지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죽음의 공포가 병사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때였다.
스켈레톤들이 성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철문이 떨어졌다.
철문의 무게에 의해서 스켈레톤들이 박살이 났다. 뒤에 있던 스켈레톤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성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키에엑?
-크에에엑?
스켈레톤들이 철문도 부수려 했다. 하지만 스켈레톤들이 아무리 두드려도 철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뭐, 뭐야?”
“서, 성문이 두 개였어?”
어리둥절하기는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철문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그때였다.
별안간 성벽 전체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충격파에 의해서 스켈레톤들이 모조리 박살 났다. 검은 뼈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병사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으하하하하하핫!
별안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병사들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자신들의 사이에 땅딸막한 드워프들이 서 있었다.
-어떠냐! 우리 빗살망치 일족의 비전이!
-이른바 뿡뿡이 성벽이라는 거다!
-킬로 대장…… 진짜 그 이름 좀 바꾸면 안 되오?
병사들은 멍한 얼굴로 시끄럽게 떠드는 드워프들을 바라봤다.
“너, 너희들은 뭐냐?”
-우리? 너희들의 아군이지!
“아, 아군?”
-그래! 너희 백작가의 장남한테 부탁받았거든.
드워프들의 우두머리, 킬로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 웃을 때가 아니지.
킬로는 무척 진지한 얼굴로 도르고를 올려다봤다.
언데드였기에 알 수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존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괴물인지 말이다.
개미가 되어서 인간과 맞서면 이런 기분일까.
극심한 긴장감에 킬로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드워프라면 한 번 한 약속은 지켜야 했다. 특히 은인과 한 약속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했다.
그리고 킬로는 데미안 학센에게 약속했다. 그의 가족들을 지키겠다고 말이다.
-얘들아!
킬로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소리쳤다.
-드디어 우리가 만든 병기들을 마음껏 써 볼 수 있는 날이 왔다!
-예, 대장!
수하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들이라고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킬로와 같은 이유로 도망치지 않고 있었다.
-좋다! 그럼 장치를 작동시켜라! 저놈들에게 우리 빗살망치 일족의 비전을 모두 보여 주는…….
그때, 하늘에 떠 있던 괴물이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손가락 위에 구슬만 한 구체가 떠올랐다. 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였으나 킬로는 느낄 수 있었다.
땅 밑에서 꿈틀거리는 화산조차 저 구슬에 담겨 있는 힘에 비하면 촛불에 불과했다.
-바, 방어를…… 아, 아니 도망…… 도망쳐라!
손톱만 한 크기의 구슬이 킬로를 향해서 날아왔다.
다음 순간, 성문과 성벽이 통째로 박살이 났다.
* * *
“드워프라? 특이한 놈들을 사역하고 있었구나.”
박살이 난 스프링성을 내려다보며 도르고가 중얼거렸다.
“괜찮은 패긴 하다만 이딴 걸로 날 막을 수는 없지.”
도르고는 4대 마왕들과 함께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박살 난 잔해를 밟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하늘을 날아서 성벽을 넘어도 되겠지만 직접 자신의 발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게 승자의 권리이니 말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병사들의 시체가 보였다. 물론 드워프들도 보였다.
-으윽…….
-으어억…….
언데드였기에 죽지는 않았지만 충격을 심하게 받은 것 같았다.
도르고는 드워프들을 무시했다. 마무리 지을 가치도 없는 놈들이었다.
“나와라.”
도르고의 명령에 다시 스켈레톤들이 만들어졌다. 도르고는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서 데미안 학센의 가족들을 잡아 와라.”
도르고가 남아 있는 스켈레톤들에게 명령했다. 스켈레톤들은 내성을 향해서 달려갔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참격이 스켈레톤들을 모조리 베어 낸 것이다.
“응?”
도르고가 의아한 얼굴로 스켈레톤들을 베어 낸 이들을 바라봤다.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와 가벼운 차림의 여성이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감히 주군의 성을 침범하다니.
“해골 새끼들이 뭐가 이렇게 단단해?”
둘을 바라보는 도르고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평범한 검사들이 아니었다. 마스터클래스의 강자들이었다.
“야! 이 새끼야! 어디서 튀어나온 놈인지 모르겠지만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뼈와 살을 분리시킬 거니까!”
여인, 베로니카가 도르고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자신의 기운을 느꼈음에도 주눅 들지 않은 베로니카의 모습에 도르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자기 집이라고 제법 사나운 개들을 데려다 놨구나.”
데미안 학센이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따로 준비를 했으리라 생각했지만 설마 마스터클래스를 두 명이나 준비할 줄은 몰랐다.
“어디 실력이나 구경해 볼까?”
도르고가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백 체의 스켈레톤들이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켈레톤들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별안간 땅에서 무기들이 솟아난 것이다.
“응?”
하얀 스켈레톤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모두 무기에 오러가 맺혀 있었다.
“……미들클래스급 스켈레톤이 수십 체라고?”
놀라기에는 일렀다.
검은 스켈레톤들의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수십 마리의 늑대들이 튀어나왔다.
늑대들은 검은 스켈레톤들을 물어뜯으며 박살 냈다. 그리고 한 개체로 뭉쳤다.
건물 지붕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중성적인 외모의 소녀가 스켈레톤들을 모조리 불태웠다.
-워어어!
“캥!”
뭉치와 미야가 도미니코와 베로니카 앞에 섰다.
“이것 참…….”
도르고는 놀랍다는 얼굴로 언데드들을 바라봤다.
마스터클래스가 두 명에, 그에 못지않은 언데드가 두 체.
그리고 미들클래스에 도달한 스켈레톤이 수십.
판데모니엄의 거악들 중에도 이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이는 없었다.
“날 증오하는 것치고는 흑마법을 제법 잘 써먹고 다녔구나.”
도르고가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어머니! 나! 나한테 맡겨! 내가 다 부술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도르고는 이오타의 부탁을 한마디로 거절한 뒤 앞으로 나섰다.
“데미안 학센의 노력이 가상하기는 하다만…… 이런 벌레들한테 발목이 잡힐 수는 없지.”
도르고는 언데드 군단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저건 또 왜 저래?”
베로니카가 멍청이를 보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조롱에 도르고는 한쪽 입가를 비틀었다.
저들은 상상조차 못 하고 있으리라.
주위의 공간이 칼날이 되어 자신들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벌레들은 한 번에 쓸어버려야지.”
도르고가 펼쳤던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보이지 않는 이빨들이 언데드 군단을 갈기갈기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