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7화(347/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7화
347화 학센 가문 (3)
드워프가 학센 부인을 데리고 향한 곳은 내성의 지하에 위치한 식량 창고였다.
“부인!”
“어머니!”
식량 창고 앞에는 이미 다른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옆에는 다른 드워프들도 보였다.
학센 백작은 아내를 보자마자 양팔로 끌어안으며 물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갑자기 드워프들이 나타나더니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밖에 무슨 괴물들이 막 나타나서는…… 올리비에랑 발라드는요?”
“저희는 여기 있어요.”
며느리와 사위의 무사한 모습을 보자 학센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크흠.
드워프 중 한 명이 큰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그 드워프를 향해 시선이 모여들었다.
-심정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 도망친단 말이오?”
학센 백작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곳은 사방이 막힌 지하였다. 드워프의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잠깐 거기서 비켜라.
드워프들은 백작가 사람들을 뒤로 물린 다음, 식량 창고의 바닥을 뜯기 시작했다.
“아, 아니……?”
“대, 대체 무슨 짓을…….”
바닥을 모두 뜯어내자 토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토굴은 서쪽을 향해서 길게 뻗어 있었다. 성인 남성이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특이하게도 토굴 바닥에는 굵은 철 막대기 두 개가 길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여섯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길쭉한 수레가 놓여 있었다.
“이게 무엇이오?”
-우리 빗살망치 일족의 기술로 만든 이동수단이다. 우리는 지하철이라고 부르고 있지.
“지하…… 철?”
-아직 시험 운행 중이라 불안한 점이 많지만…… 뭐, 타고 죽은 놈은 없다. 목이 부러진 놈은 있어도.
태연하게 말하는 드워프와 달리 백작가 사람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이 지하철은 왕궁의 수도 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그곳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라.
“우리가 가면…… 그대들은 어떻게 되는 거요? 또 도망칠 수단이 있는 거요?”
학센 백작의 물음에 드워프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이곳에 남아야 한다.
“같이 도망치면 되잖소.”
-저 괴물들은 차원문을 타고 이곳으로 왔다. 그걸로 지하철을 따라잡지 말라는 법도 없지. 누군가는 남아서 저들을 막아야 한다.
학센 백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드워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 우리는 그리 약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데미안 학센에게 은혜를 입었다. 너희들을 무사히 탈출시켜야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다.
그렇게 말하니 학센 백작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학센 백작도 수레에 앉았다.
-그럼 작동시켜라!
드워프 한 명이 벽에 있는 장치를 잡아당겼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수레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 * *
뭐지?
바닥에 엎어진 채로 베로니카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적이 주먹을 쥐자마자 모든 게 찢겨 졌다. 스켈레톤도, 미야도, 뭉치도, 그리고 도미니코와 자신도.
아, 베인 거구나.
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괴로웠다. 전신이 난도질 당하면서 생긴 상처들 때문이었다.
역시 안 되는구나.
사실 베로니카는 자신 따위로는 저 괴물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모르겠는가. 그녀는 이제 마스터클래스인데.
근데 왜 싸우기로 했지?
짐승도 상황을 가릴 줄 알았다. 평소의 베로니카였으면 싸우지 않고 도망쳤으리라.
그럼에도 베로니카는 저 괴물과 맞서기로 결정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맞다. 학센 부인 때문이었지.
비로소 떠올랐다. 베로니카가 왜 싸우기로 했는지.
학센 부인이, 더 나아가 학센 백작가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웃긴 일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서 쾌감을 얻던 그녀가 남을 위해서 목숨을 걸다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후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다급해졌다. 저 괴물은 베로니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저 괴물에게서 백작 부인을 무사히 탈출시키라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야 했다.
“끄으…….”
베로니카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전신의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살아 있었나?”
괴물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베로니카는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왜? 꼽냐?”
어차피 죽음을 각오한 몸이다. 그러니 끝까지 불태울 생각이었다.
“꼬우면 죽여 보던가.”
이 짧은 한마디를 위해서 베로니카는 온 힘을 쥐어 짜내야 했다.
“…….”
그런데 괴물은 베로니카를 곧바로 죽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여다볼 뿐이었다.
“어쩐지 익숙한 얼굴인데…….”
또 다시 도발하기 위해서 베로니카가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응?”
도르고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시타, 학센 백작가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다시 확인해 봐라.”
“…….”
“왜 대답이 없는 거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수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이동하고 있다고? 스켈레톤들이 성을 포위하고 있는데? 감각을 빌려다오.”
도르고가 시타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지 시타가 느끼고 보는 모든 것이 도르고에게 전달되었다.
“아하.”
도르고는 애플 왕국의 수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하로 이동하고 있었군. 드워프들이 수작을 부린 모양이야.”
도르고는 미소를 지으며 베로니카를 돌아봤다.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나 했더니…… 저놈들을 대피시킬 시간을 벌 생각이었군. 소용없는 짓을 했어.”
도르고가 수도를 향해 손짓하자, 갑자기 허공에서 대여섯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본 순간 베로니카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학센 백작가.
지금쯤 드워프들의 도움으로 스프링성을 벗어났어야 했을 이들이 이곳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저희는 방금 전까지 지하에 있었잖아요.”
학센 백작가의 사람들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학센 부인의 시야에 베로니카가 들어왔다.
피투성이가 된 베로니카의 모습을 보자마자 학센 부인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베로니카!”
학센 부인이 베로니카를 부축하며 말했다. 베로니카는 떨리는 눈동자로 학센 부인을 바라봤다.
“베로니카?”
그때, 괴물이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이제야 기억이 나는군. 살망귀 베로니카 산체. 내 동맹 제안을 거절했던 녀석이었지.”
도르고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살인에서 쾌감을 얻는 살인귀가 어째서 학센 백작가를 지키고 있지?”
베로니카는 도르고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대꾸를 하려는 찰나, 학센 백작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대는 대체 누구인데 우리 성을 공격하는 거요?”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으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의외라는 듯 도르고가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보니 그릇이 꽤 큰 인물이었군. 알려 주지 못할 것도 없지. 네 자식 때문이야.”
“자식? 설마 데미안을 말하는 거요?”
학센 백작의 물음에 도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에게……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오!”
학센 백작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도르고는 유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쪽 아들이 도통 말을 듣질 않아서 말이야. 좀 혼내 줄 생각이거든.”
“이 쓰레기 같은 놈이!”
분노를 이기지 못한 학센 백작이 도르고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학센 백작은 도르고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머리를 찍은 것이다.
얼마나 세게 찍혔는지 이마가 찢어져서 피가 흘렀다. 그럼에도 학센 백작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않았다.
“이놈! 우리를 이용해서 데미안을 협박할 생각이냐? 어림도 없다!”
“협박? 그런 미적지근한 행동으로 데미안 학센이 반성할 리 없지.”
도르고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냈다.
“난 지금부터 너희들을 지옥의 밑바닥에 빠트릴 생각이다. 인간의 육체로 맛볼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느끼게 해 주지.”
도르고의 목소리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묻어 나왔다.
“죽은 다음에도 평온을 얻지 못할 거야. 너희들의 영혼을 붙잡아 놓을 거거든. 그때부터가 진짜지. 영혼을 괴롭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거든.”
도르고가 검게 웃으며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학센 백작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겁먹은 것도 잠시, 학센 백작은 이를 갈며 말했다.
“어디 한번 해 봐라! 절대로 네놈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다!”
“멋지네. 아주 멋있어. 내가 또 너 같은 녀석을 굴복시키는 걸 좋아하지.”
도르고가 손짓했다. 땅에서 솟아난 검은 스켈레톤이 장녀 루이즈의 양팔을 움켜잡았다.
“루이즈!”
“여보!”
발라드가 루이즈를 구하기 위해서 스켈레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켈레톤이 발로 걷어차자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내 경험상 부모는 자식의 고통에 약하더군. 자식의 비명 소리가 들리면 대쪽 같은 인물이라도 금방 굴복했어.”
도르고는 루이즈의 배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게다가 네 딸은 임신까지 하고 있군. 이렇게 재미있는 장난감은 오랜만이야.”
도르고의 말에 학센 백작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이, 이 쓰레기 같은 놈이! 루이즈를 놔주지 못하겠느냐!”
도르고는 손을 뻗어 루이즈의 뺨을 매만졌다. 루이즈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도르고의 손을 움켜잡았다. 도르고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도르고의 손을 잡은 장본인.
시타가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어머니, 여기서 멈추시는 게 어떠세요.
* * *
“지금 내가 뭘 잘못 들은 것 같구나.”
도르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머니처럼 인자한 미소였다.
“방금 뭐라고 한 거니?”
“이들을 가만히 놔두시는 게 어떠시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시타의 부탁에 도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타, 설마 정신이 나간 거니?”
“제정신으로 드리는 말씀이에요.”
“제정신?”
도르고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타는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다.
“전 어머니가 소중해요. 만약 어머니께서 돌아가신다고 생각하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요.”
“고마운 말이구나. 나도 그렇단다.”
“그러니 이 사람들이 죽으면 데미안 학센도 그만큼 괴로울 거예요. 그러니 멈춰 주셨으면 해요.”
시타의 말에 도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인데?”
“알고 있어요. 어머니께서는 데미안 학센이 고통받고, 굴복하길 바라시죠.”
시타의 말이 담담히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데미안 학센은 어머니의 상대가 아니에요. 어머니께서 바라신다면 얼마든지 굴복시킬 수 있을 테죠.”
“그러니까 가족들은 내버려 두라는 거니?”
시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 도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도르고의 웃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웃음이 길어질수록 불쾌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닥치고 비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