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8화(348/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8화
348화 학센 가문 (4)
도르고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시타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정녕…… 내가 매를 들어야 정신을 차릴 생각이냐?”
“어머니께서 계속하실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죠.”
대답을 들은 도르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동시에 도르고의 몸에서 진력이 터져 나왔다. 거대한 기운이 폭풍을 일으켰다.
시타도 본체를 드러냈다. 덩치가 훨씬 커지고, 푸른 비늘이 전신을 뒤덮었다. 귀는 지느러미처럼 변했다.
두 사람의 진력이 서로 충돌했다. 소름 끼치는 소리가 세상을 울렸다.
“잠깐만!”
그때였다. 이오타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시타! 어머니께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진력을 거두지 못해? 어머니도 진정해. 시타가 좀 사고방식이 특이하잖아. 그래서 잠깐 이상한 생각을 한 거야!”
이오타의 만류에도 두 사람은 진력을 거두지 않았다.
“이오타, 비켜라.”
도르고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래도 조정에 실패한 모양이다. 저런 걸 가만히 놔둘 수 없지. 재조정을 해야겠다.”
“하, 하지만 어머니…… 재, 재조정을 하면…… 시타가 사라지잖아……?”
“그게 어쨌다는 거냐?”
도르고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창조물은 창조자의 명령에 따라야지. 그렇지 않은 창조물은 모두 실패작이야.”
자신들을 물건처럼 여기는 듯한 말에 이오타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머니…… 그, 그래도…… 재, 재조정만은…….”
“너도 내게 반항할 생각이냐?”
도르고가 이오타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 소름끼치는 눈동자에 이오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잔말하지 말고 비켜라.”
도르고는 이오타를 밀치려 했다.
그런데 이오타는 좀처럼 밀려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버텼다.
“이게 무슨 짓이지?”
도르고가 이오타를 향해 묻자, 이오타 역시 본체를 드러냈다.
터질듯한 근육질 신체 위로 용의 비늘이 내려앉았다.
이오타는 도르고를 향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산도 가볍게 무너트리는 강권이 도르고의 얼굴을 강타했다.
“이오타!”
“이게 무슨 짓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앱실론과 람다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오타의 주먹은 도르고에게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도르고는 멀쩡한 얼굴로 이오타에게 물었다. 이오타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무슨 짓은! 어머니한테 반항하려는 거지!”
“너도 시타처럼 미친 거냐?”
“시타는 몰라도 나는 멀쩡해!”
금방이라도 다시 주먹을 휘두를 것처럼 두 주먹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어머니가 재조정해 버리면…… 시타를 다시 만날 수 없잖아! 기껏 친해졌는데 그럴 수는 없지!”
이오타는 고개를 돌려서 시타를 쳐다봤다. 시타는 평소와 달리 놀란 얼굴로 이오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하하핫! 너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알았구나!”
맨날 자신을 차갑게 대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오타, 이 멍청아. 이게 무슨 짓이야.”
“지금 그딴 걸 따질 때냐? 어머니한테서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해야지!”
이오타는 시타의 옆에 섰다. 떨어져 있는 것보다 붙어 있어야 도르고와 싸울 때 유리할 테니 말이다.
“……너희 둘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도르고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방금 화를 냈던 게 거짓말인 것 같았다.
“어머니…… 저희가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해 보겟음. 어머니는 화를 가라앉히길 바람.”
하지만 앱실론과 람다는 방금 전보다 더욱 겁에 질려 있었다.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 저 두 놈들과 똑같이 되고 싶지 않으면.”
도르고가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앱실론과 람다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끝까지 내게 반항하겠다면…… 어쩔 수 없구나. 둘 다 분해한 다음에 다시 조립하는 수밖에.”
시타와 이오타는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때, 도르고의 모습이 사라졌다. 시타가 재빨리 외쳤다.
“어머니께서 오신다! 왼쪽이야!”
통찰의 권능을 발휘한 덕분에 도르고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측하는 것과 대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왼쪽에서 나타난 도르고가 이오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이오타의 복부가 터지면서 척추가 박살났다. 도르고의 주먹이 이오타의 등으로 튀어나왔다.
“컥!”
이오타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도르고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도르고는 이미 이오타를 뿌리치고 시타에게 접근한 뒤였다.
시타는 도르고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도르고는 두 손가락으로 장검을 간단하게 붙잡았다.
“아직도 이딴 걸 쓰는 거냐? 내가 버리라고 그렇게 말했을 텐데.”
도르고가 두 손가락에 힘을 주자 검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시타의 허리를 향해서 손날을 휘둘렀다.
시타의 허리가 썩둑 잘려 나갔다. 시타는 몸이 분리된 채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앱실론, 람다. 이 두 놈을 잡아 둬라. 나중에 분해할 생각이니까.”
그리 말하며 도르고는 몸을 돌렸다.
그때, 무언가 발목에 걸렸다. 시선을 내리자 시타가 도르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놔…… 주세요…… 가족들…… 만큼은…….”
도르고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시타를 내려다봤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시타도 그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시타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아무리 그녀가 데미안 학센을 동경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시타는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도르고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데미안, 제가 당신과 말을 섞을 수 있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예요.
문득, 제국에 붙잡혀 있을 때가 떠올랐다.
시타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그녀는 데미안 학센을 동경했다.
데미안 학센이 싸우는 모습에 심취해서 검을 들었다. 그를 따라 하고 싶어서 검술을 배웠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올라요. 적들을 도륙하던 당신의 압도적인 모습이요.
하지만 시타는 데미안 학센과 가까워질 수 없었다. 그는 데스나이트였으니까. 자아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전장에서 당신은 절대적인 존재였어요. 당신에게 도전한 이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죠.
그렇기에 현생에서 기억을 되찾았을 때, 환호했다. 그토록 원하던 데미안 학센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
-데미안, 당신은 제 우상이었어요.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시타와 달랐다.
진솔하게 존경을 표했음에도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분노를 내보였다. 시타를 죽이려 했다.
시타는 그 일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상처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계속 생각이 났으니까.
“……모르겠어요.”
모르겠다.
어째서 데미안 학센은 내게 화를 냈을까.
“그래도 이건…… 알겠어요.”
가족들이 죽으면 데미안 학센은 자신을 더욱 증오하겠지.
“그건…… 좀…… 싫을 것 같아요…….”
시타는 도르고의 발목을 더욱 강하게 움켜잡았다. 조금이라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서였다.
“헛소리를 내뱉는 걸 보니 정말 재조정이 필요하구나.”
하지만 도르고는 시타의 손길을 매정하게 쳐 냈다. 그리고 다시 루이즈에게 다가갔다.
“왜 이렇게 날 방해하는 놈들이 많은 거지? 슬슬 짜증이 날 정도인데.”
도르고의 목덜미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미처 삭히지 못한 분노가 겉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너한테는 나쁜 상황이구나. 내가 화나면 적당히를 모르거든.”
도르고는 루이즈를 내려다봤다. 루이즈는 눈물이 맺힌 얼굴로 도르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일단 애 얼굴이나 구경해 볼까?”
도르고가 루이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감각에 무언가 느껴졌다.
오만의 권능을 손에 넣은 도르고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이건……?”
무언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비틀고, 부수면서 억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주변의 공간은 도르고가 완전히 비틀어놓은 상태였다.
어느 누구도 그 비틀림을 극복하고 차원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도르고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불가능을 극복한 인물을 한 명 알고 있었다.
“설마……?”
도르고가 한 남성의 이름을 떠올린 순간, 하늘에 선이 그어졌다.
선을 중심으로 공간이 유리처럼 깨졌다. 그 틈으로 누군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도르고를 향해서 검을 내리쳤다. 검격에 담긴 섬뜩한 기운에 도르고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도르고!”
공간을 뚫고 튀어나온 남성.
데미안 학센이 도르고를 향해서 칼을 겨누며 소리쳤다.
“내가 가족들은 손대지 말라고 했지!”
* * *
“……진짜 믿을 수가 없군.”
도르고는 눈앞에 있는 데미안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공간을 모두 비틀어 놨는데…… 그걸 뚫고 내 앞에 나타나?”
도르고는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이 남자는 대체 몇 번이나 자신의 계획을 방해해야 만족할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 마음이 급해서 너무 심하게 무리를 한 모양이구나.”
지금 데미안의 몸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전신은 갈려 나간 것처럼 찢겨나가 있었다. 붉은 피가 전신을 물들이고 있었다. 전투는커녕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에게는 자체적으로 차원문을 열 기술이 없었다.
게다가 카론산 주변의 공간은 도르고에 의해서 비틀려서 차원문을 여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자신의 모든 기술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4대 마왕과 싸웠을 때처럼 도르고의 권능 사용법을 모방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차원문을 완벽하게 열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했다.
경지 ‘검신’으로 차원을 베어 냈다. 에레보스의 권능으로 비틀린 좌표를 부수며 앞으로 나아갔다.
말과 달리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비틀린 차원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칼날이 가득 쌓인 산을 뚫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 결과가 데미안의 몸은 베이고, 뜯기고, 깎여 나갈 수밖에 없었다.
겉만 망가진 게 아니었다. 만정심화를 운용한 탓에 데미안은 극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쿨럭.”
데미안은 피를 토해 내며 휘청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루이즈가 당황해하며 데미안을 부축했다.
“데미안!”
루이즈가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루이즈의 옷도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그 광경에 루이즈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왜…… 왜 이렇게 다친 거니?”
데미안은 애써 웃으며 누님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저 멀리 달려오는 가족들이 보였다.
“데미안!”
가장 먼저 도착한 아버지가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데미안의 다친 몸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이 못된 놈…… 내가…… 내가 다치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거늘……!”
“데미안! 이, 이 상처들은 대체 뭐니? 정신 좀 차려 보렴!”
“형님!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데미안은 씁쓸한 눈동자로 가족들을 바라봤다. 모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왔던 날, 데미안은 다짐했다. 가족들을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만 결국 데미안은 실패하고 말았다. 가족들을 이토록 괴롭게 만들었으니까.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나쁠 거 없지.”
그때, 도르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도르고가 조소를 머금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네 앞에서 직접 보여 주마. 네가 그토록 아끼는 가족들이 어떤 지옥을 겪게 되는지 말이야.”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도르고를 막아야 했다.
데미안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아버지가 데미안을 붙잡았다.
“데미안! 무슨 생각이냐! 설마 그 몸으로 싸우려는 거냐? 안 된다!”
아버지가 단호하게 소리쳤다.
“도망…… 도망쳐라! 우리를 버리고 너라도 도망치란 말이다!”
“그렇게는 안 되죠.”
데미안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아버지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제발 한 번이라도 내 말을 들어라!”
아버지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데미안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제발…… 도망치란 말이다. 너라도, 너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
데미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뭐, 뭐?”
“저 녀석이 절 놔줄 것 같으세요? 절대 안 놔줄 거예요.”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데미안이 가문에서 쫓겨나던 날도 이렇게 밝았었다.
“아버지, 그거 아세요? 저는 엄청 나쁜 놈이에요.”
학센 백작의 얼굴이 멍해졌다. 대체 무슨 소리냐는 얼굴이었다.
“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거든요.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이…… 아주 많이 죽었어요.”
전생에 데미안은 홀로 왕국들을 무너트리고, 제국을 짓밟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인 인간만 수십만 명이 넘었다.
그리고 무너진 왕국을 차지한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죽은 사람들의 숫자는 그보다 더 많았다.
“정말 끔찍한 나날이었어요.”
육체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데미안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사람의 살갗이 얼마나 힘없이 잘려 나가는지. 뼈가 얼마나 요란하게 부서지는지. 머리가 얼마나 쉽게 터지는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죽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데미안의 정신은 육체에 갇혀 있었으니까.
“그래서 망설였던 걸지도 몰라요.”
데미안이 자신의 재능을 버틸 만큼 강인한 육체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그 육체를 얻을 방법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실행하기를 계속 망설였다.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섭고,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역겨워서.
“미안해요. 내가 망설여서 이 상황까지 왔어요.”
데미안은 소매를 걷어 올렸다. 손등에 새겨진 일곱 개의 문양이 빛났다.
그것을 본 순간, 도르고의 눈동자가 커졌다.
“설마…….”
도르고의 여유에 균열이 생겼다.
“그것만큼은 안 돼!”
도르고가 땅을 박찼다. 데미안을 막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그 직전, 데미안이 보는 풍경이 달라졌다.
어두운 공간.
눈앞에 나무뿌리 같은 것이 뻗어 나와 있었다.
나무뿌리처럼 보이는 것은 데미안의 인생이었다.
갓난아기부터 시작한 인생은 소년기, 청년기를 거쳐서 두 개로 나뉘었다.
하나는 현재였다.
대악마로 돌아온 도르고에게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는 지금 말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데스나이트.
도르고의 노예가 되어 죄를 짓던 시절의 운명이었다.
“결국 이 순간이 오는구나.”
데미안은 짧게 한탄한 뒤, 데스나이트의 운명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