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9화(349/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9화
349화 데스나이트 (1)
도르고는 데미안 학센의 의도를 깨닫자마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목을 꺾어서라도 행위를 멈추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이 목에 닿기 직전, 데미안 학센을 중심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막대한 기운이 도르고를 밀어냈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도르고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착지한 도르고는 정면을 노려봤다. 폭발과 함께 생겨난 회색 연기가 데미안 학센을 가리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 기어코 그걸…… 과거를 불러낼 생각이냐!”
회색 연기가 서서히 걷혀 나갔다. 그러자 사람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으로 물든 피부와 장신의 육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꼭 오래된 고목을 보는 듯했다.
강철처럼 두꺼운 근육 위로 흉터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전투로 인해 생겨난 흉터라고 하기에는 너무 깔끔했다. 꼭 수술로 인해서 생긴 듯했다.
“데미안……?”
학센 백작이 조심스럽게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에 확신이 담겨 있지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학센 백작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의 달라진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데미안 학센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학센 백작은 보았다. 아들의 눈동자가 자신이 알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늘을 담은 것처럼 푸른 빛을 띠던 눈동자가 붉은 안광을 토해 내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눈동자 속에 작은 톱니바퀴들이 무수히 돌아가고 있었다. 꼭 마도구를 보는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의 상체에는 정체 모를 도구들이 박혀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학센 백작은 아들을 붙잡고 물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몸을 돌릴 뿐이었다.
허공에서 튀어나온 검은 갑옷이 데미안 학센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몸에 빼곡했던 흉터도, 몸에 박혀 있던 마도구들도 모조리 철갑에 가려졌다.
얼굴을 가로막고 있는 투구 사이로 붉은 안광이 흘러나왔다.
데스나이트.
멸망한 세계의 괴물이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 * *
“정신 나간 놈.”
도르고는 변이한 데미안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 몸으로 돌아갈 줄이야. 살면서 너처럼 독한 놈은 처음 본다.”
처음 시간역행을 고안한 사람은 도르고였다.
그렇기에 잘 알고 있었다. 시간역행은 마법처럼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편리한 기법이 아니었다.
시간역행을 통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해진 과정을 밟아야 했다.
데스나이트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데미안 학센은 시술을 다시 경험해야 했으리라.
“하지만 이제 와서 그 몸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예상 밖의 행동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도르고가 위협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었다.
현생의 데미안 학센은 전생을 능가하는 실력자가 되었다.
그리고 도르고는 현생의 데미안 학센을 간단하게 패배시켰다.
그런 마당에 데미안 학센이 데스나이트의 육체로 되돌아갔다고 해서 두려울 게 있겠는가?
“뭐, 됐다.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널 다시 개조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어차피 도르고는 데미안 학센을 생포한 다음, 한 번 더 데스나이트로 개조하려고 했다.
도르고가 원하는 대로 천 년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시간역행을 견딜 만큼 강인한 육체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죽이지는 않겠다. 팔다리만 부숴 주지.”
도르고가 거만한 어조로 말했다.
“전생과 같은 실수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 이번에야말로 네놈을 충직한 노예로 만들어 주마.”
도르고는 오만의 권능을 발현했다.
도르고의 시간만이 빠르게 흘러가며 육체가 급격하게 가속되기 시작했다.
도르고는 데미안을 향해서 돌진했다. 움직임 너무 빠른 탓에 반대로 세상이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도르고는 데미안의 어깨를 향해서 관수를 내질렀다. 어깨를 꿰뚫어서 절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끝이 어깨 갑옷에 닿기 직전, 복부에 충격이 가해졌다.
허리가 꺾이며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제야 강렬한 고통이 뇌를 꿰뚫었다.
도르고는 복부를 움켜쥔 채 바닥에 착지했다. 놀란 얼굴로 정면을 쳐다봤다.
그러자 주먹을 내지른 채 서 있는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보였다.
어?
도르고는 당황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얼굴을 얻어맞은 것보다 데미안 학센이 움직였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내 속도에 반응한…… 쿨럭.”
내장이 다쳤는지 입에서 피까지 터져 나왔다.
다행히 부상은 심하지 않았다. 도르고는 진력을 발휘해서 내상을 치유했다.
“그래, 벌도 침이 있는 법이지. 내가 널 너무 쉽게 봤어.”
도르고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내며 데미안을 노려봤다.
충격적인 상황이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데미안 학센의 전투적인 기량은 도르고보다 훨씬 위에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움직임을 예상해서 미리 움직이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두 번은 없다.”
도르고가 다시 움직였다. 나태의 권능으로 몸을 더욱 가속시켰다.
이번에는 직선이 돌진하지 않았다. 오만의 권능을 이용해서 데미안의 등 뒤에 나타났다.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린 뒤, 그대로 내리쳤다. 발꿈치가 데미안의 어깨에 내리꽂혔다.
그 직전, 데미안이 허리를 틀었다. 동시에 주먹으로 도르고의 얼굴을 강타했다.
철갑으로 뒤덮인 주먹이 도르고의 얼굴을 꿰뚫었다.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동시에 몸도 뒤로 날아갔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착지할 수 없었다. 도르고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아악!”
도르고는 고통을 토해 내며 몸을 일으켰다. 두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안면의 뼈가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 밀려왔다.
“데미안! 네놈이 어떻게…… 어떻게 내 속도를……!”
한 번이면 몰라도 두 번이나 당하고 나니 확실해졌다.
데미안은 자신의 움직임을 읽고, 미리 움직인 게 아니었다. 도르고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도르고가 고함을 내지르며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러자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보였다.
데미안 학센의 주먹 위로 검은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도르고는 전신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능이 경고해 왔다. 피하던가 막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감히 네놈 따위가……!”
피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도르고도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주먹을 움켜쥐고 진력을 끌어모았다. 방대한 기운이 주먹에 모여들었다.
데미안 학센이 주먹을 내질렀다. 도르고도 똑같이 움직였다.
검은 기운과 지력이 동시에 방출되었다. 적을 향해서 뻗어나가다가 충돌했다. 거대한 폭발이 두 사람을 동시에 집어삼켰다.
잠시 후, 폭발이 가라앉으며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미안 학센은 주먹을 뻗은 그대로 서 있었다. 하지만 도르고는 달랐다.
주먹을 내질렀던 팔이 보이지 않았다.
팔뿐만이 아니었다. 어깨를 포함한 상체의 일부분이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끄, 끄으으윽!”
도르고는 상처를 움켜잡으면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 냈다.
말도 안 된다.
도르고는 자신의 본체를 포함해서 악마왕 세 명을 흡수했다.
그 덕분에 막강한 육체와 상식을 초월하는 진력을 손에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이 정면에서 밀리고 말았다. 팔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부상까지 입었다.
-기분 나쁘군.
붉은 안광이 불쾌하다는 듯이 번쩍였다.
-이 육체에 돌아온 것도, 이 몸을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것도…… 전부 역겨워서 견딜 수 없다.
데미안 학센이 뻗은 주먹을 거두며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분 나쁜 건…… 이 몸이 너무 편안하다는 거다.
데미안 학센이 방금 내질렀던 주먹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시 돌아오니 확실하게 느껴진다.
데미안 학센이 내뿜고 있는 기운이 급격하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 육체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불이 기름을 만나서 번지듯이 데미안 학센의 기운은 순식간에 온 세상을 집어삼켰다.
-네가 날 얼마나 공들여서 개조했는지.
얼마나 강렬하던지 똑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마치 태양이 땅에 내려앉은 것 같았다.
자신이 뭘 잘못 봤나 싶어서 도르고는 두 눈을 연신 깜빡였다. 하지만 아무리 다시 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네놈…… 설마?”
문득, 한 가지 가설이 도르고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전생의 데미안 학센은 자아가 봉인된 상태였다. 그 탓에 정신과 육체가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정신과 육체가 온전한 합일을 이루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전생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공작급 악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악마왕을 흡수한 4대 마왕을 가볍게 상대할 정도로 말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그렇다면…….”
본래 데스나이트의 육체는 시간역행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저 육체를 만들기 위해서 도르고는 지금까지 수집했던 최고의 재료들을 모조리 투입해야 했다.
지고의 영역에 도달한 영혼이 데스나이트의 육체를 얻었다.
모든 조건을 완벽히 갖춘 데미안 학센이 어떤 경지에 도달할 것인가.
악마왕의 힘을 얻은 도르고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이 육체라면 무리하게 다뤄도 문제없겠군.
데미안 학센이 서 있는 땅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진홍색 불길은 순식간에 지면을 뒤덮었다. 온 세상이 불길로 휩싸였다.
멀리서 불어온 바람에 불길이 흔들렸다. 불똥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도르고.
데미안 학센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에레보스가 데미안의 손아귀에서 구현되었다.
에레보스를 움켜잡자 데미안 학센의 기세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 섬뜩한 기운에 도르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결판을 내도록 하자.
검은 갑옷 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