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5화
35화 귀향 (1)
잔치는 밤새도록 지속되었다.
병사들은 술에 잔뜩 취한 채 평원 곳곳에 널브러졌다. 다행히 날씨가 더워서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날이 밝자 양쪽 가문에서는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형님, 언제 한번 저희 가문에 들려주세요.”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데미안의 손을 붙잡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
“꼭 들려주셔야 해요. 아시겠죠? 꼭이에요.”
“알겠으니까 이제 좀 놔라…….”
데미안은 방문하겠다고 확답을 주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공작가로 돌아가는 행렬이 출발했다.
* * *
공작가로 돌아오자마자 데미안은 공작에게 떠날 의사를 밝혔다.
“벌써 돌아간다고?”
공작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겠다니…… 축제를 준비 중이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면 안 되겠나?”
공작은 평원에서 잔치를 벌인 것으로 축하를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예 축제를 벌여서 온 세상에 알릴 생각이었다. 골드픽시 공작가가 후작가를 이겼다고 말이다.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습니다.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을 테니 빨리 돌아가고자 합니다.”
공작이 아쉽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대신 오늘 하루만 기다려 주게나. 자네를 호위할 기사를 골라야 하니 말일세.”
“호위라고 하셨습니까?”
데미안이 그런 쓸데없는 걸 왜 준비하냐는 얼굴로 물었다.
“자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상황이 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어. 에른스트 호위츠 경이 사라졌다네.”
공작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대체 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에른스트 호위츠 경은 첼시 골드픽시와 유독 친하지 않았나.”
공작의 말대로 에른스트 호위츠는 첼시 골드픽시의 편이었다.
첼시 골드픽시가 흑마법사와 협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징계를 받지 않았을 뿐, 가문 내부에서는 그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쩌면 에른스트 호위츠가 가문을 공격할지도 모르네. 나야 가올 하임리히 경이 지켜 주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지.”
미들클래스는 전략병기로 분류될 정도로 강력한 존재다.
그런 존재가 가문을 노린다니? 그야말로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자네를 습격할지도 모르네. 첼시 골드픽시의 몰락은 자네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그래서 제게 호위를 붙이시려는 겁니까?”
“그렇다네.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고향까지 가는 동안은 호위를 받도록 하게.”
사실 호위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에른스트 호위츠 정도라면 혼자서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대외적으로 로우클래스로 알려져 있었다. 실력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각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데미안은 공작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 *
이튿날, 데미안은 내성문으로 나왔다.
“오, 자네 왔는가.”
내성문에는 공작이 가올 하임리히와 함께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하게. 자네를 호위할 이들일세.”
공작이 대기하고 있던 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사가 세 명, 병사 열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데미안은 기사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음? 이게 누구십니까. 세바스찬 빈센조 경이 아니십니까.”
데미안이 자신을 알아보자 세바스찬 빈센조의 얼굴이 구겨졌다.
두 사람은 그리 우호적인 사이라고 할 수 없었다.
결투 날, 세바스찬 빈센조는 데미안을 견제한답시고 자신의 자식을 결투에 참가시켰다가 개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다른 미들클래스들은 모두 임무를 수행 중이라 말이야. 세바스찬 경이 유일하게 손이 남더군.”
둘 사이의 알력을 공작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위급하게 돌아가는 만큼 세바스찬 빈센조에게 호위를 맡긴 듯했다.
“세바스찬 경, 데미안 경을 잘 부탁하네.”
“예, 각하.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겠습니다.”
세바스찬 빈센조가 가슴에 주먹을 얹으며 말했다.
“가는 길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데미안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세바스찬 빈센조는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의 손을 맞잡았다.
* * *
공작은 외성의 성문까지 나와서 데미안 학센를 배웅했다.
“각하, 어째서 데미안 경을 보내신 겁니까.”
옆에 서 있던 가올 하임리히가 물었다.
“데미안 경 같은 기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가문에 묶어 두시는 편이…….”
“안 그래도 고민해 봤네. 데미안 경을 가문의 기사로 만들 방법이 없을까 하고 말이야.”
후작가와의 결투에서 공작은 달갑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공작가의 기사들이 후작가의 기사들에 비해서 너무 수준이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결투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그건 데미안 학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데미안 학센이라는 인물에 절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학센도 내 속내를 모르지는 않았을 거야. 만약 내 밑에서 일할 생각이 있었다면 계속 남아 있었겠지.”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귀향 의사를 밝혔다.
공작가에 조금도 미련이 없다는 뜻이었다.
“무엇보다 데미안 학센은 다른 사람의 밑에 있을 사람이 아닐세.”
공작가의 기사들과 달리 데미안 학센은 단 한 번도 공작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저 형식적으로 경어를 사용하고 예의를 갖추었을 뿐이다.
“딱 한 번, 데미안 학센 경과 같은 눈빛을 본 적이 있었다네.”
소드마스터.
필멸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불멸자의 영역에 한 발을 걸친 절대자.
그 눈빛과 비슷했다.
“그런 남자를 잡는다고 잡아지겠나? 그래서 보낸 것이라네.”
공작이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만 들어가세나. 할 일이 많으니.”
* * *
학센 자작가로 돌아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기사가 세 명에 무장한 병사가 열 명이었다. 도적들은 감히 근처에 다가올 생각조차 못 했다.
게다가 전원이 말을 타고 이동했기에 속도도 무척 빨랐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해야겠군.”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일행을 숲에 멈춰 세웠다.
병사들이 야영 준비를 하는 동안 기사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모닥불을 피우고 휴식을 취했다.
데미안 학센도 모닥불 근처에 있는 그루터기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데미안 경.”
그때, 갑자기 세바스찬 빈센조가 데미안 학센을 불렀다.
“결투에서 이겨 줘서 고맙네.”
뜬금없는 말에 데미안 학센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말이지…… 내 아들이 결투에서 패배하지 않았나.”
세바스찬 빈센조가 멋쩍은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만약 그대로 결투에서 패배했다면 나는 각하께 얼굴을 들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자네가 훈련시킨 기사와 자네 덕분에 결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
세바스찬 빈센조는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공작가에게 첫 패배를 안겼다.
만약 결투에서 완전히 패배했다면 세바스찬 빈센조는 온갖 비난을 들었으리라.
“굳이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바스찬 경을 도와드리려는 의도는 없었던지라.”
“……자네는 말을 참 곱게 하는 재주가 있구먼.”
세바스찬 빈센조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세바스찬 빈센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공작가의 기사들은 깜짝 놀라서 세바스찬 빈센조를 쳐다봤다.
“숨어 봤자 소용없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세바스찬 빈센조가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평범한 체격에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남자였다.
괴한의 얼굴을 보자마자 세바스찬 빈센조의 얼굴이 멍해졌다.
“……에른스트 호위츠.”
에른스트 호위츠가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세바스찬 경.”
* * *
“……어째서 자네가 이곳에 있는 것인가.”
첼시 골드픽시의 죽음 이후, 사라졌던 기사가 이 자리에 나타났다.
세바스찬 빈센조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찢어 죽여야 할 놈이 있어서요.”
그리 말하며 에른스트 호위츠는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데미안 학센, 저 빌어먹을 놈 말입니다.”
“……데미안 경은 각하의 손님이다.”
“그리고 첼시 대공녀님을 죽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죠.”
에른스트 호위츠의 눈동자에 살의가 흘러나왔다.
“세바스찬 경, 저는 첼시 대공녀님의 죽음에 연관된 자들은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첼시 골드픽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데미안 경의 잘못이 아닌…….”
“개소리하지 마!”
에른스트 호위츠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대공녀님이 얼마나 강건한 분인데!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실 분이야! 절대로 자살하실 분이 아니라고!”
에른스트 호위츠가 씩씩 숨을 골랐다.
“……첼시 대공녀님은 공작이 죽인 게 분명합니다. 분명 가혹한 심문을 받다가 죽으셨겠죠.”
에른스트 호위츠가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말했다.
“저는 첼시 대공녀님의 죽음을 절대로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데미안 학센을 죽이고, 첼시 대공녀님을 심문한 자들을 죽이고, 마지막에는 공작을 죽일 겁니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에른스트 호위츠를 쳐다봤다.
“각하를 살해하겠다고?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예, 제정신이 아닙니다. 첼시 대공녀님께서 잔인하게 살해당하신 그날부터 저는 제정신으로 있는 걸 그만뒀어요.”
에른스트 호위츠가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세바스찬 경,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데미안 학센을 놓고 가세요. 그럼 살려 드리겠습니다.”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네놈 따위가 감히 누굴 살려주겠다고?”
세바스찬 빈센조가 마력을 일으켰다.
엄청난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숲에서 들려오던 짐승과 곤충의 울음소리가 순식간에 멈췄다.
“건방진 소리라…… 맞습니다. 세바스찬 경은 저보다 강하셨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에른스트 호위츠가 망토를 벗었다. 그러자 기괴한 장면이 드러났다.
에른스트 호위츠의 전신에 검은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마법진의 곳곳에는 새까만 마정석이 박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문신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뿐, 신체 곳곳에 수술을 받은 흔적이 가득했다.
그것을 본 세바스찬 빈센조가 경악하며 말했다.
“설마 흑마법에 손을 댔나?”
“예, 혼자 공작가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에른스트 호위츠의 입가가 비틀렸다.
“기욤 블랙윙. 그자가 받은 것과 똑같은 시술을 받았습니다. 제 생명력을 소모하는 대가로 방대한 마력과 신체능력을 얻었죠.”
에른스트 호위츠가 마력을 일으켰다.
간헐천이 분출되듯 검은색 마력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엄청난 양의 마력에 주변의 나무가 마구 흔들렸다.
“두 눈 뜨고 잘 보십시오. 제가 어떤 힘을 손에 넣었는지!”
에른스트 호위츠가 땅을 박찼다. 동시에 창을 내질렀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재빨리 칼을 들어서 창을 막았다.
창과 칼이 부딪히는 순간, 세바스찬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우읏?”
세바스찬 빈센조는 두 다리에 힘을 넣었다. 밀려나던 몸이 가까스로 멈춰 섰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손을 내려다봤다.
단 한 번 충돌했을 뿐인데 손바닥이 찢어져 있었다.
경악스러운 속도와 힘이었다.
“왜? 놀랐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에른스트 호위츠가 희열에 가득 찬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게 내 경고를 들었어야지! 데미안 학센만 놓고 가면 죽이지 않겠다고 했잖아!”
에른스트 호위츠가 큰소리로 외치며 창을 내질렀다.
창날에서 생혈처럼 새빨간 오러가 방출되었다. 오러는 폭풍이 되어 세바스찬 빈센조를 덮쳤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의 뒤에 있던 나무와 바위들이 모조리 갈려 나갔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오러가 훑고 지나간 자리를 쳐다봤다.
숲의 일부분이 평야로 변해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세바스찬 호위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뭘 보고 있나! 다들 도망쳐라!”
세바스찬의 말에 공작가의 기사들은 망설였다. 명령에 따라야 할지 세바스찬을 도와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멍청한 자식들! 너희들이 있어 봤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공작가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란 말이다!”
세바스찬 빈센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기사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도와줄 사람을 불러올 테니 조금만 버티십시오!”
그때, 데미안 학센이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제야 다른 기사들도 데미안 학센처럼 자리를 벗어났다.
데미안 학센과 기사들이 멀어졌다. 그 모습에 에른스트 호위츠가 조소하며 말했다.
“정말로 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세바스찬 빈센조가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
“누가 막는다고 했나? 나는 이 자리에서 자네를 죽여 버릴 생각일세.”
“오, 놀라운 자신감이시군요. 그게 가능할지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설마 제가 이곳에 혼자 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세바스찬 빈센조의 눈동자가 커졌다.
“네놈…… 설마…….”
“흑마법사들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데미안 학센은 멀리 가지 못할 겁니다.”
세바스찬 빈센조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네 이놈!”
세바스찬 빈센조가 에른스트 호위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숲속에서 두 미들클래스가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