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5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50화(350/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50화
350화 데스나이트 (2)
“결판?”
도르고는 나태의 권능으로 시간을 빨리 감았다.
폭발로 인해서 소실되었던 부위가 순식간에 재생이 되었다.
“내가 만든 언데드 주제에…… 감히 내게 그딴 건방진 말을 해?”
도르고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네놈은 날 만나기 전에는 별 볼 일 없는 삼류 용병에 불과했어!”
도르고의 말은 사실이었다.
도르고에게 납치될 당시, 데미안은 이름 없는 용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네놈의 재능을 키워 준 것도! 그 육체를 만들어 준 것도! 전부 나야! 내가 널 키워 준 거나 다름없다고! 그런데 감히…… 감히 내 은혜를 이딴 식으로 갚아?”
-할 말은 다 끝났나?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데미안 학센의 살의가 더욱 강해졌다.
움직일 생각이다.
도르고는 살의 속에서 데미안 학센의 행동을 읽을 수 있었다.
도르고는 공간을 끌어와서 전신에 휘감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갑옷을 두른 셈이었다.
동시에 나태의 권능을 발현했다. 자신의 시간을 가속 시켰다.
어떻게 공격할 생각이냐.
가속하는 세계 속에서 도르고는 데미안 학센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때, 데미안 학센이 코앞에 나타났다.
뭐?
그렇게 경계했음에도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근접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이 에레보스를 내리그었다. 도르고는 피할 틈도 없이 두 팔뚝으로 에레보스를 막았다.
팔뚝을 두른 공간과 에레보스가 부딪혔다. 묵직한 충격과 함께 도르고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언데드 따위가!”
도르고의 얼굴에 굴욕이 떠올랐다.
도르고는 밀려나는 몸을 다시 앞으로 밀며 반격을 가하려 했다.
하지만 움직이기도 전에 에레보스가 얼굴을 노리며 날아왔다.
도르고는 다시 팔뚝으로 에레보스를 막았다. 이번에도 강렬한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었지만 버텨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반격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도르고가 막기 무섭게 세 번째 공격이 가해졌다.
“큭!”
세 번째 공격은 완전히 버틸 수 없었다. 몸이 살짝 뒤로 밀려 나갔다.
곧이어 참격이 쏟아졌다. 도르고는 정신없이 공격을 막아 댔다.
반격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어야 했다.
도르고의 얼굴에 떠오른 굴욕이 점점 더 짙어졌다.
그때, 데미안 학센이 나지막이 말했다.
-생각보다 단단하군. 좀 더 날카로워야겠어.
말이 끝나기가 어깨가 가벼워졌다. 도르고는 멍한 얼굴로 어깨 쪽을 바라봤다.
어느새 팔이 절단되어 있었다.
“……!”
불에 데인 것 같은 고통이 뒤따랐다. 도르고는 고통을 억누르며 나태의 권능을 발현했다.
육체를 가속시키며 뒤로 물러났다. 상처를 재생시킬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어딜 도망치려는 거냐.
그때, 바로 앞에서 데미안 학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나태의 권능으로 가속한 도르고를 뒤쫓아 온 것이다.
-한쪽도 마저 놓고 가라.
데미안 학센이 에레보스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도르고가 오만의 권능으로 자신의 몸을 이동시킨 것이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 나타난 도르고는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이, 이 미친놈이……!”
아까부터 줄곧 데미안 학센은 아무렇지도 않게 도르고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었다.
“내게는…… 시간을 다루는 권능이 있단 말이다!”
도르고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도르고의 외침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겠어.
무감정한 목소리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할 뿐이었다. 그 기계적인 모습이 도르고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건방지게 굴지 마라!”
도르고는 재생이 끝난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바닥을 펼치며 오만의 권능을 발현했다.
데미안의 주변 공간이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보이지 않는 칼날들이 데미안을 둘러쌌다.
“두 번 다시 내게 반항 못하도록 사지를 찢어 주지!”
도르고가 펼쳤던 손을 움켜쥐었다.
맹수가 벌렸던 아가리를 닫듯이 공간이 데미안을 짓눌렀다. 예리한 칼날들이 데미안의 육체를 부수려 했다.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라!”
흥분해서 소리치던 도르고는 덜컥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데미안 학센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던 것이다.
진홍색 불길이 데미안 학센을 둘러싸더니 도르고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낸 것이다.
도르고가 공간을 깎아서 만든 칼날은 불길을 뚫지 못한 채 멈춰 섰다.
데미안 학센이 발을 내딛었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공간을 부수면서 전진했다. 그 무식한 광경에 도르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뚫는다고?”
도르고가 황급히 오만의 권능을 끌어올렸다. 두 손으로 데미안 학센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움켜잡았다.
도르고가 두 손을 비틀자 데미안 학센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 맷돌처럼 맞물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라도 공간의 짓눌림을 피할 순 없을 터였다. 이대로 데미안 학센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키려 했다.
그때, 도르고의 손이 덜컥 멈췄다.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도르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데미안 학센이 본신의 힘만으로 공간의 비틀림을 버티고 있었다.
“이…… 괴물 같은 놈이!”
도르고는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만큼 상식을 초월하는 상황이었다.
-좀 무겁군.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이 발을 들어 올렸다. 바닥에 깔린 진홍색 불길이 발밑에 모여들었다.
그대로 힘껏 땅을 내려찍었다.
진홍색 불길이 폭발하며 오만의 권능을 날려 버렸다. 데미안 학센을 짓누르던 공간이 모조리 분쇄되었다.
권능에서 해방되자 데미안 학센이 에레보스를 들어 올렸다.
불길이 에레보스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도르고는 직감했다. 이번 공격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순순히 당해 줄 수는 없었다. 도르고는 한 번 더 오만의 권능을 발현했다.
갑자기 도르고의 몸이 수백,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공간을 왜곡시켜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수천 명의 도르고는 모두 허상이자 진짜였다.
도르고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났음에도 데미안 학센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많기도 하군.
대신 에레보스로 허공을 내리그을 뿐이었다. 벌레라도 내쫓는 것처럼 무성의한 동작이었다.
다음 순간, 도르고의 목이 갈라졌다.
아니, 목뿐만이 아니었다. 전신에 자상이 생겨났다.
“컥!”
수천 명의 도르고가 동시에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다.
검을 휘두른 횟수는 한 번인데 수천 명의 도르고가 동시에 난도질당했다.
오만의 권능이 해제되며 도르고가 한 명으로 돌아왔다. 도르고는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경지…… 경지였어!”
마스터클래스는 마법을 배우지 않고서도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여 준다.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을 베어 내거나, 신체를 연기로 바꿀 수도 있다.
데미안 학센이 한 것도 다르지 않았다.
한 번의 칼질로 수천 개의 도르고를 동시에 베어 낸 것이다.
자신의 속도를 따라잡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경지를 이용해서 오만의 권능을 능가한 것이다.
“상처를…… 빨리…… 재생해야……!”
도르고는 나태의 권능으로 시간을 빨리 감았다. 하지만 전신에 새겨진 상처는 좀처럼 재생되지 않았다.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도르고는 데미안을 향해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은 도르고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에레보스를 늘어트린 채 다가올 뿐이었다.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불길을 두른 채 걸어온다.
사신과도 같은 모습에 도르고는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데미안 학센의 손에 목숨을 잃고, 루인을 만날 수 없게 된다.
“그것만큼은…… 절대…… 절대 안 돼……!”
그때였다. 데미안 학센의 등 뒤에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
“어머니! 도망치십시오!”
“이곳은 우리가 막겠음!”
앱실론과 람다였다.
두 사람은 죽음을 각오한 채 데미안 학센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도르고는 살아남을 방법을 떠올렸다.
“앱실론! 람다!”
“어머니! 저희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둘 다 자폭해라!”
그 말에 앱실론과 람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매정한 명령을 따질 시간도 없었다.
갑자기 두 사람의 심장 부근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
앱실론이 애타게 소리친 순간, 두 사람의 육체가 폭발했다. 거대한 폭발이 데미안 학센을 뒤덮었다.
“역시 다…… 쓸모가 있어!”
혹시 4대 마왕들이 반항할 때를 대비해서 심어놓은 기능을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도르고는 오만의 권능을 사용해서 공간의 틈새로 숨었다.
어차피 저걸로는 데미안 학센을 죽일 수 없었다. 이건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도르고는 상처에 진력을 집중시켰다. 그럼에도 상처는 느리게 재생되었다.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다행히 이곳은 어느 누구도 찾아낼 수 없는 장소였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이곳에서 회복한 뒤, 다시 데미안 학센을…….
오싹.
갑자기 오한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도르고는 떨리는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설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간이 찢어졌다.
그 틈으로 튀어나온 에레보스가 도르고의 심장을 꿰뚫었다.
“……!”
에레보스가 밖으로 당겨지며 도르고도 그대로 끌려 나갔다.
밖으로 튀어나온 도르고는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쿨럭, 쿨럭.”
피를 토하는 도르고의 근처로 데미안 학센이 다가왔다.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
데미안 학센이 도르고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도르고는 자신의 가슴을 바라봤다. 큼직한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도르고는 상처를 막지 않았다. 그래 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을 찔리면서 영혼까지 동시에 관통당했다.
영혼이 파괴되면서 생명력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건 절대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였다.
“이…… 개 같은 놈이…….”
도르고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너 따위…… 하찮은 놈한테…… 내가…… 이렇게…….”
억울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난 그저 루인을…… 그이를 다시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 네놈이 다 망쳤어!”
데미안 학센은 도르고의 절규에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행동이 도르고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 은혜도 모르는…… 망나니 자식이……!”
도르고가 고함을 지르려는 찰나, 영혼에서 생명력이 모두 빠져나갔다.
영혼이 텅 비는 것과 함께 죽음이 찾아왔다.
* * *
죽음을 맞이한 순간, 도르고의 눈앞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어디가 왼쪽이고 오른쪽인지.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게 죽음이라고?
흑마법사로서 많은 사람을 죽여 봤지만 도르고 자신이 죽음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르고가 맞이한 죽음은 생각보다 평온하고, 심심했다.
설마 이대로 계속 있는 거야?
도르고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릴리.”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지만 오랫 동안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릴리라니?
이 세상에서 도르고를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리워했던 그녀의 연인…….
“어딜 보는 거야? 난 여기에 있어.”
도르고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 아래에 루인이 서 있었다.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어.”
루인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도르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꿈…… 꿈인 거지? 아니…… 넌 꿈속에서도 나온 적이 없는데…….”
“섭섭하네. 이제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아보지 못하는 거야?”
루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제야 도르고는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루인이 진짜라는 걸 말이다.
“루인……!”
도르고는 루인을 향해 달려갔다. 루인을 끌어안기 위해서 두 팔을 벌렸다.
-그건 안 되지.
그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도르고의 몸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