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5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51화(351/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51화
351화 데스나이트 (3)
“쿨럭!”
도르고는 피를 토해 내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익숙한 형태의 칼날이 밖으로 튀어나와서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도르고는 이를 갈며 뒤를 돌아봤다. 데미안 학센, 그 빌어먹을 놈의 얼굴이 보였다.
“데미안 학센……!”
도르고는 증오를 담아서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의 두 눈동자는 도르고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루인, 네 부탁대로 도르고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데미안 학센이 싸늘한 어조로 덧붙였다.
“더 이상의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이 이상 접촉하는 것도 전부 허락할 수 없다.”
도르고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도르고는 애타게 소리치며 칼날을 움켜잡았다.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도르고는 칼날을 붙잡고 밀어내며 어떻게든 몸에서 뽑아내려 했다.
손가락이 베여서 피가 흘러 내렸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루인……! 난 여기 있어! 루인!”
칼날에서 몸이 조금씩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데미안 학센이 칼날을 비틀었다. 도르고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허튼짓하지 마라.”
데미안이 도르고의 머리를 움켜잡으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이대로 널 소멸시킬 거다. 루인과 재회도, 윤회의 흐름으로 돌아가는 것도 모두 허락하지 않겠다.”
진홍색 불길이 도르고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도르고는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 안 돼!”
하지만 도르고에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그토록 그리워하던 정인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간신히 루인을 만났단 말이야! 1분이라도 좋아! 제발 루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안 돼.”
그러나 데미안 학센은 도르고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잠자코 네놈의 죗값을 치러라.”
불길이 도르고를 완전히 불태웠다.
도르고가 있던 자리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 * *
도르고가 완전히 소멸하자 데미안은 칼을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 루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사념체가 아니라 본인이었나?”
진짜 사념체였다면 도르고가 알아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흑마법사로서의 소양만 따지자면 도르고가 데미안보다 한참 위였으니 말이다.
“왜 내게 그 사실을 숨겼지?”
“별로 다를 것도 없었거든.”
루인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동료들에게 살해당했을 때, 나는 산산이 쪼개졌어. 루인이라는 존재를 담고 있는 조각은 에레보스로 스며들었지만 대부분은 뿔뿔이 흩어졌지.”
루인이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다.
“그중 일부는 신성력이라고 불리면서 인간들에게 깃들었지. 그리고 나머지 조각들은 오랜 시간 동안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났어.”
다시 태어난 인간이 누구인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바로 루인의 앞에 서 있었으니까.
“너는 대체 정체가 뭐지?”
“글쎄.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루인은 대답을 얼버무리며 도르고가 사라진 자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내가 원망스럽나?”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지.”
말과 달리 루인의 눈동자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래도 고마워. 내 부탁을 잊지 않고 들어줘서.”
마지막으로 도르고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게 루인이 데미안에게 했던 부탁이었다.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데미안은 굳이 에레보스를 도르고의 몸속에 박아 넣었다.
그래야 루인과 도르고가 서로 접촉할 수 있을 테니까.
“어째서 도르고가 아니라 내 편을 든 거지?”
루인은 도르고의 연인이었다. 그럼에도 루인은 한 번도 도르고를 편든 적이 없었다.
“네가 왜 분노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루인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릴리는 흑마법을 만들어서 많은 인간을 죽였어.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을 멸종시키려고 했지. 그런데 어떻게 릴리의 편을 들 수 있겠어.”
루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설사 날 다시 만나기 위해서 저지른 짓이라 해도 말이야.
대답을 들은 데미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릴리가 떠났으니 나도 이제 가야겠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루인의 몸이 불타올랐다.
동시에 루인의 존재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루인이라는 인물이 소멸하고 있었다.
“무섭지는 않나? 이대로 사라지면 너도 윤회할 수 없게 된다.”
죽은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시 태어난다. 그게 인간일지 동물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영혼이 소멸하거나 망가지면 다시 되살아날 수 없게 된다.
흑마법사들이 두려움이 대상이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전혀. 내 유일한 미련은 방금 사라졌거든.”
루인은 양팔을 천천히 벌렸다. 화염이 루인의 전신을 뒤덮었다.
“데미안, 긴 여정을 끝낸 것을 축하해.”
그 말을 끝으로 루인은 완전히 사라졌다.
연인이었던 도르고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 * *
루인과 이별한 뒤, 데미안은 현실에서 눈을 떴다.
발밑에는 잿더미로 변한 도르고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영혼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지만 육체는 그렇지 않았다.
-네놈이 저지른 악행에 비하면 호상이로군.
데미안은 역겹다는 얼굴로 도르고의 시체를 짓밟았다. 간신히 형체를 이루고 있던 육체가 완전히 박살 났다.
도르고는 죽었지만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데미안은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다름 아닌 시타와 이오타가 있는 장소였다.
둘 다 육체가 심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대악마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 덕분에 살아 있기는 했지만 자력으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한 가지 의문인 점은 어째서 두 명이 이렇게 파괴된 채 있냐는 것이었다.
데미안이 스프링성에 배치시켜 놓은 전력으로는 둘 중 한 명도 상대할 수 없었을 텐데 말이다.
“데, 데미안 학센…… 이 개자식이…….”
그때, 이오타가 데미안을 향해서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고함을 내질렀다.
“감히…… 어머니를 죽여……? 너는…… 너만큼은 반드시…… 컥!”
데미안은 망설임 없이 이오타의 몸에 에레보스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 진홍색 불길로 불태워 버렸다.
4대 마왕은 대악마라는 막강한 존재의 힘을 흡수했다.
살려 두면 분명히 나중에 큰 후환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죽여야 했다.
목숨을 거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육체까지 모조리 소멸시켜야 했다.
만약 이들의 육체가 흑마법사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분명 세상에 커다란 재앙이 될 테니까.
다음으로 데미안은 시타에게 다가갔다. 시타는 생기 없는 눈동자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미안 님…… 성공…… 하셨네요…….”
시타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시타의 말을 들어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에레보스로 시타의 목을 베려 했다. 그때, 시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행히…… 도움이…… 됐네요…….”
그 말에 데미안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에레보스를 휘두르다 말고 시타에게 물었다.
-설마 도르고와 맞서 싸운 거냐?
시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짓을 했지?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랬어요…….”
데미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타를 내려다봤다.
4대 마왕인 그녀가 데미안을 어째서 도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도움이 됐나요……?”
시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두 눈동자가 불안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데미안은 고민에 빠졌다. 잠시 갈등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고맙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시타는 환하게 웃었다.
“이제…… 됐어요…… 끝내 주세요…….”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휘둘러서 시타의 목을 베었다.
머리를 잃은 시타의 몸이 축 처졌다. 곧이어 진홍색 불길이 시타의 머리와 육체를 불태웠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늘어트린 채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갑자기 짙은 피로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아직 데미안이 해야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데미안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한참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님도, 동생도.
모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스나이트 시절, 인간들은 모두 데미안을 저런 얼굴로 바라보고는 했다.
낯섬, 두려움, 공포.
그 외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인 눈빛.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지금은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그랬다.
그때, 아버지가 데미안을 향해 다가왔다. 다른 가족들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가까이 다가올 동안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버지가 손을 뻗어서 투구를 벗겼다.
회색으로 물든 피부와 마도구로 치환된 눈동자가 다시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데미안의 뺨을 쓰다듬었다. 두 손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길은 데미안의 목덜미에서 멈췄다. 목덜미에는 큼직한 바늘에 뚫린 것 같은 자국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도르고가 데미안의 육체를 급격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약물을 주입할 때 생긴 흉터였다.
“대체…….”
아버지는 제대로 말을 잇질 못했다. 울음을 한 번 삼킨 뒤에야 말을 꺼냈다.
“대체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이냐.”
그 말에 데미안도 무언가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데스나이트 시절, 자신을 위로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데미안의 괴로움을 이해해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실상, 지금이 처음이었다. 누군가 처음으로 자신의 상처를 알아준 것이다.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데스나이트로 개조된 육체는 인간 시절의 생리현상이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전 괜찮습니다.
그 말에 결국 아버지는 울음을 터트렸다.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괜찮습니다.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지금 데미안은 괜찮다 못해서 행복했다. 너무나도 기뻤다.
전생과 달리 가족들을 지켜냈으니까.
그것만으로 데미안은 그간의 고생을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데미안!”
“형님!”
가족들이 모두 데미안에게 달라붙었다.
데미안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양팔을 벌려서 가족들을 안았다.
워낙 덩치가 컸기에 가족들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