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52화(352/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52화
352화 에필로그
도르고라는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제국의 수도를 덮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황제는 관료들과 함께 폐허가 된 수도를 재건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쏟아부어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제국이 입은 피해가 막대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건만 황제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일이 또 생기고 말았다.
바로 데미안 학센에 관한 것이었다.
“폐하, 데미안 학센의 존재를 용납하셔서는 안 됩니다!”
황제는 느닷없이 자신을 찾아온 귀족들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오늘은 부상을 당한 제국민들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불청객들이 난입한 것이다.
불쾌한 일이었으나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모두 제국을 대표하는 고위 귀족들이었기 때문이다.
“알데이르 경, 그게 무슨 소리인가.”
특히 이들을 이끌고 온 사내가 문제였다.
알데이르 보날.
이 남자는 제국에 몇 안 되는 공작이었다.
“폐하,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데미안 학센은 데스나이트로 변질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그 과정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확실한 정보입니다.”
알데이르 공작이 강건한 어조로 말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데미안 학센이 머무르고 있는 스프링성에는 다수의 언데드가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알데이르 공작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데미안 학센의 변절을 뜻합니다! 이런 위험한 인물을 어떻게 내버려둘 수 있겠습니까?”
알데이르 공작의 말에 다른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데미안 학센은 우리 제국을 도와서 몇 번이고 판데모니엄의 흑마법사들을 처단했네. 게다가 제국제일검과 함께 엘프들을 돕기까지 했지.”
엘프헤임을 도우러 간 것은 제국제일검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제국제일검은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모두 황제에게 보고했다.
물론 데미안 학센에 대한 것까지 말이다.
“데미안 학센이 데스나이트로 변질되고, 언데드를 부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수상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데미안 학센이 적대할 수는 없네.”
“폐하께서는 속고 계신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참신한 말이란 말인가. 황제의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흑마법사들은 간교한 자들입니다! 데미안 학센의 행동도 모두 제국을 속이기 위한 수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황제는 잠시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두통을 꾹 참으며 알데이르 공작에게 말했다.
“알데이르 경, 저들은 제국제일검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제국의 수도를 박살 내 버렸네. 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제국을 무너트릴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런 귀찮은 짓을 벌이겠는가?”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이번에 수도를 공격한 적들은 제국의 전력을 한참 뛰어넘는 괴물들이었다.
황제를 비롯한 많은 귀족과 기사들이 제국의 멸망을 각오했을 정도였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모른다?”
“흑마법사들의 속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분명히 상상도 못 할 끔찍할 꿍꿍이가 도사리고 있을 겁니다!”
황제는 두통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폐하! 알데이르 경의 말이 맞습니다! 데미안 학센이 정말 흑마법사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면 어째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었던 인물이 데스나이트가 된단 말입니까!”
“데스나이트의 육체를 가지고 있고, 언데드를 부린다…… 이런 위험 분자를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처럼 또 제국이 공격당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또 수도가 피해를 보기 전에 우리가 공격해야 합니다!”
알데이르 공작가 함께 온 귀족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들의 꽉 막힌 태도에 황제는 슬슬 귀찮음을 느꼈다.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그들에게 물었다.
“그럼, 데미안 학센을 어떻게 상대할 생각인가?”
황제의 물음에 알데이르 공작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게 제국제일검과 검성, 그리고 황실기사단을 맡겨주십시오.”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나?”
“신성교단에 공문을 보내 협력을 요청하겠습니다.”
신성교단은 제국과 버금가는 세력을 자랑하는 집단이었다.
두 세력의 주요 전력이 연합한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터.
“반드시 데미안 학센의 목을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알데이르 공작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황제는 그를 흘겨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예, 예? 폐하 방금 뭐라고 하신…….”
“아무것도 아닐세. 그나저나 자네는 외부 정보에는 밝지만 내부 정보에는 어두운 모양이로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국제일검과 검성은 데미안 학센을 지지하기로 했다네.”
황제의 말에 공작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그, 그 두 사람이 대체 왜……?”
“그 둘은 데미안 학센이 제국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더군.”
황제의 대답에 알데이르 공작은 망연자실했다.
“폐하! 그 둘은 속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부디 설득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성교단 역시 데미안 학센과 동맹을 맺기로 결정했네.”
“마, 말도 안 됩니다! 신성교단은 이단자들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데…… 대, 대체 언제 그런 결정을 내린 겁니까?”
“오늘 아침에 내게 서신이 도착했다네.”
황제의 말에 알데이르 공작은 몸을 비틀거렸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 같은 반응이었다.
“……폐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알데이르 공작은 생각보다 금방 이성을 되찾았다. 굳건한 눈동자로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께서 힘을 써서 제국제일검과 검성을 설득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제가 신성교단의 결정을 바꾸겠습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군. 나도 데미안 학센을 지지하는 쪽이라네.”
“……예?”
알데이르 공작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반대로 황제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개소리하지 말고…… 당장 나가! 안 그래도 바빠죽겠는데 시간 뺏지 말고!”
황제의 호통에 알데이르 공작과 귀족들은 허겁지겁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한심한 작자들 같으니.”
황제는 혀를 차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책장 뒤에서 한 남성이 걸어 나오며 말했다.
“본래 공포란 이성을 마비시키는 법이지 않습니까. 폐하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지요.”
제국의 기둥 중 하나라 불리는 검성이었다.
저들은 원래 이렇게 아둔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능한 편이었지.
다만, 수도가 붕괴했다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탓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참, 신성교단에서 이미 데미안 학센과 접촉을 했다고?”
“예, 평소 데미안 학센과 친분이 두터웠던 성기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성기사? 설마 여자는 아니겠지?”
“맞습니다.”
검성의 대답에 황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음흉한 놈들이야. 신의 이름을 내걸고 못 하는 짓이 없어.”
데미안 학센과 동맹을 맺겠다고 선언한 것만 해도 그렇다.
평소에는 이단자와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떠들고 다녔으면서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꿨다.
“성황과 청염이 데미안 학센과의 동맹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교단 내부의 반대파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검성의 말에 황제는 더더욱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만, 파프니르 용병대에서 학센 백작가에 사람을 보냈다고 합니다.”
“뭐라? 그 야만스러운 놈들은 대체 왜?”
“용병왕에게 여식이 한 명 있는데. 데미안 학센과 접점이 좀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황제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때렸다.
“여자만 밝히는 주제에 이런 기회는 놓치지 않는단 말이지.”
“그리고…….”
“……또 뭔가 있나?”
“리히테아워 공작가에서도 사람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작자들은 또 왜?”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장녀인 레이첼과 데미안 학센이 인연이 깊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간교한……! 감히 내가 의견도 구하지 않고!”
황제는 노기를 터트렸다.
자신이 수도를 재건하느라 데미안 학센에게 신경을 못 쓰는 동안 다른 녀석들이 도둑고양이마냥 데미안 학센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으으윽…… 내게 딸만 있었다면……!”
황제는 주먹을 움켜쥔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들만 낳은 게 이토록 후회되기는 처음이었다.
“나도 뭐라도 해야겠군!”
“학센 백작가의 여식이 임신 중이라 합니다. 그에 맞는 선물을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주 좋은 생각이군! 비고를 개방할 테니 자네가 골라서 방문해 주게!”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었지만, 수도를 재건하는 일이 급했다.
“그리고 만약 그 집에 가거든…….”
황제가 손짓했다. 검성은 황제에게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가계도를 좀 자세하게 알아 오도록 하게.”
“……가계도요?”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검성은 어이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알아 오라면 잠자코 알아 올 것이지 뭘 또 묻는 겐가!”
느닷없이 황제가 호통을 쳤다. 마치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이 말이다.
* * *
“어머나.”
학센 부인은 두 얼굴을 붉히며 기뻐했다.
다름 아닌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세 명의 소녀 때문이었다.
세 명 모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왔으나 모두 빼어난 미모와 매력을 품고 있었다.
“성기사님은 구면이었던 것 같은데 성함이 뭐였죠?”
“아그네스라고 합니다.”
“어머, 그 이름이 참 예쁘네요.”
“과, 과찬이십니다.”
아그네스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학센 부인은 그런 아그네스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학센 부인은 다음으로 옆에 있는 소녀에게 물었다.
“이쪽 분은 어디서 오셨죠?”
“파프니르 용병대에서 왔습니다! 아테나 호퍼라고 합니다!”
아테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 우렁찬 목소리에 학센 부인은 잠시 당황했다.
“파프니르 용병대라면…… 용병왕이 있는?”
“그렇습니다! 용병왕께서는 제 부친이 되십니다!”
학센 부인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소녀에게 물었다.
“평소에는 용병으로 일하시는 건가요?”
“그 그렇습니다!”
“우리 데미안이랑 잘어울리겠네요.”
“저, 정말이십니까?”
쑥쓰러운지 아테나는 머리를 푹 숙였다. 학센 부인은 그런 아테나를 귀엽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때, 마지막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센 부인의 앞에 서서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레이첼 리히테아워라고 합니다. 갑자기 방문한 것을 용서해 주세요.”
“아니에요. 데미안의 손님이라면 다 환영이에요. 그런데 리히테아워라면 설마…… 리히테아워 공작가?”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센 부인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가문이랑 우리 아들이 아는 사이였다니…… 데미안은 이런 이야기를 저한테 절대 안 하는 거 있죠.”
“데미안 경이 무뚝뚝한 면이 좀 있죠.”
“그러게 말이에요. 이렇게 예쁜 사람들이랑 친분을 맺고 있으면 그렇다고 말을 해 주지.”
학센 부인은 좀처럼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다 옆에 있는 소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베로니카, 어떻게 하니. 연적이 늘어났구나.”
베로니카는 사과를 씹어 먹다 말고 못마땅한 얼굴로 대꾸했다.
“……어머님, 소름 끼치는 소리 하지 마세요.”
* * *
학센 부인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그때, 루이즈는 드레스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디 보자,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루이즈는 드레스룸의 안쪽을 살피다가 무언가를 꺼냈다. 프릴이 가득 달린 하얀 드레스였다.
“찾았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네.”
루이즈는 드레스를 쥔 채 뒤를 돌아봤다. 드레스룸의 구석에서 미야가 털을 세우고 있었다.
“캥!”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입어 보자.”
“캐앵!”
“딱 한 번이면 돼.”
루이즈가 드레스를 쥔 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미야의 눈동자에 절망이 떠올랐다.
“잡았다!”
결국 루이즈에게 잡힌 미야는 탈의실로 끌려갔다. 잠시 후, 미야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고 끌려 나왔다.
“꺄악,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여보, 봐 봐. 엄청 예쁘지 않아?”
가만히 앉아 있던 발라드는 미야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연 루이즈의 말대로 잘 어울리긴 했다. 문제는 퀭하다 못해서 움푹 들어간 미야의 눈동자였다.
최근 미야는 루이즈에게 시달리는 중이었다. 그 피로감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어때? 어떻게 생각해?”
미야가 애타는 얼굴로 발라드를 쳐다봤다. 제발 멈춰달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발라드는 미야의 시선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잘 어울리네.”
“그렇지? 다음은 뭘 입혀 볼까.”
루이즈는 다시 드레스룸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미야는 원망스러운 얼굴로 발라드를 노려봤다.
하지만 발라드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임산부의 적은 스트레스.
안 그래도 요즘 힘들어하는 루이즈에게 미야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조금만 더 고생해 주렴…….”
발라드의 부탁에 미야는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 * *
-캥!
아벨은 드레스룸에서 들려오는 미야의 울음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누님께서 오늘도 시작하셨군.”
아벨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크릉.
아벨의 옆에서 걷고 있던 뭉치가 울음소리를 냈다. 마치 아벨의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인 모양이구나.”
아벨은 손을 뻗어 뭉치를 쓰다듬었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언데드였지만 만질 때 감촉은 여느 동물 못지않았다.
“오늘은 어디로 나가볼까…… 올리비에랑 같이 소풍이나 갈까.”
-크릉!
“좋다고? 하긴 너는 넓은 장소를 좋아했지.”
아벨은 뭉치와 함께 사라졌다.
* * *
가족들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때, 데미안은 스프링성의 지붕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 여기에 있었구나.”
학센 백작이 지붕 위로 올라오며 말했다. 데미안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버지, 자꾸 올라오시면 위험하다니까요.
“날 늙은이 취급하지 마라. 이 정도는 거뜬하다.”
데미안은 영 못 미덥다는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가 아는 한 학센 백작가의 사람들은 모두 운동에 소질이 없었다. 데미안이 특이한 경우일 뿐이었다.
“경치 한번 좋구나.”
학센 백작은 아들의 옆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 몸은 되돌릴 수 있는 게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요.
데미안은 자신의 운명을 비틀어서 데스나이트의 육체를 구현했다.
지금 데미안의 운명은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와 같았다. 이걸 풀기 전까지는 원래 육체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그러냐……”
아버지는 말없이 데미안을 바라봤다. 두 눈동자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데미안, 네 심정은 이해를 한다.”
학센 백작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섭겠지. 다들 널 괴물처럼 여길 테니까. 그래서 맨날 이곳에서 사람들을 피하는 거고.”
데스나이트의 육체는 평범한 인간보다 두세 배는 더 컸다.
그뿐만 아니라 몸에는 마도구가 박혀 있었고, 흉터가 가득했다.
“하지만 너는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칭찬을 들을 만한 일을 했지. 그러니까 사람들의 시선을 무서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해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데미안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 물음에 학센 백작은 되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
-제가 왜 남들을 무서워해요? 다른 인간들이 날 무서워해야지. 날 보고 욕하는 새끼가 있으면 박살을 내 버릴 겁니다.
데미안이 살기가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아들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저 눈빛은 진짜였다.
“그럼, 왜 맨날 여기 있는 거냐?”
-잘 보이거든요.
데미안은 들판으로 나가는 아벨과 올리비에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어요.
데미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푸근한 미소에 학센 백작도 덩달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만족하면 됐다.”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