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6화
36화 귀향 (2)
데미안은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짐을 버리고 말 위에 타라! 이곳을 벗어난다!”
안 그래도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놀랐던 병사들은 황급히 데미안의 명령에 따랐다.
“경들도 어서 말 위에 오르십시오.”
데미안이 두 기사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기사 한 명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데미안 경, 지금이라도 세바스찬 경을 도우러 가는 게…….”
데미안이 기사의 뺨을 후려쳤다. 기사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미들클래스끼리의 결투에 로우클래스 따위가 끼어든다고 도움이 될 것 같아? 오히려 방해만 될 거다.”
“하, 하지만…….”
“개소리하지 말고 말에 타기나 해. 여기 있는 병사들까지 모두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이야?”
병사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본 기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어서 출발합시다.”
“어딜 가려시나?”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들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중년의 남성과 여인이 서 있었다.
남성은 평범했으나 여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여인의 외모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두 사람에게 느껴지는 정체 모를 불길함 때문이었다.
“뭐 하는 놈들이냐.”
데미안이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남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별로 말해 주고 싶지 않은 질문이군. 우리가 좀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중년 남성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데미안 학센이다. 데미안 학센만 놓고 간다면 나머지는 죽이지 않겠다.”
그 말에 기사들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소리쳤다.
“개소리하지 마라! 우리가 네놈들 따위의 말을 들을 것 같으냐!”
“데미안 경은 공작가의 은인이다! 우리가 은인을 버릴 것 같으냐!”
기사들의 대답에 중년 남성이 쯧쯧 혀를 찼다.
“이래서 기사란 것들은…… 꼭 격차를 보여 줘야 정신을 차리지.”
중년 남성이 양손을 펼쳤다. 손바닥에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흑마력은 남자의 팔뚝을 타고 전신을 뒤덮었다.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에 검은색 마법진이 그려졌다.
우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남성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뼈와 근육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평범한 체격이 순식간에 3미터가 넘어가는 거인으로 변했다.
피부는 온통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사람의 피부가 아니라 몬스터의 가죽을 보는 듯했다.
무엇보다 기괴한 것은 남자의 등에 솟아난 네 개의 촉수였다. 나무 기둥처럼 굵었으며 비늘에 뒤덮여 있었다.
변형이 끝난 남성의 모습은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처럼 끔찍했다.
“……광분학파.”
기사 중 한 명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광분학파란 자신의 신체를 매개체로 흑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을 칭했다.
광분학파가 사용하는 흑마법은 단순히 신체를 강화하는 정도를 넘어서 변형을 시켰다.
변형된 신체는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전투력은 몬스터에 비견될 정도였다.
광분학파가 흑마법 계파 중에서도 최고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였다.
-이제 나와 너희들의 격차가 느껴지나?
실력이 뛰어난 광분술사일수록 변형의 정도가 심했다.
중년 남성은 사람에게 없는 부위를 새로 만들어 냈다. 고위 광분술사라는 증거였다.
고위 흑마법사는 기사로 따지자면 미들클래스 급의 실력자였다.
로우클래스 세 명으로는 승산이 없는 강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겠다. 데미안 학센을 버리고 가라. 도망치는 자는 살려 주도록 하겠다.
두 기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검을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
“……데미안 경, 돕겠습니다.”
“명령을 내려 주시면 저희가 맞추겠습니다.”
그럼에도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투지를 불태웠다.
그런 둘에게 데미안 학센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보면 모르겠냐? 싸우면 다 죽는다. 너희들이라도 도망치도록 해라.”
“상관없습니다. 죽는 것보다 명예를 잃는 게 더 두렵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두 사람의 말에 중년 남성은 큭큭 웃음소리를 흘렸다.
-미련하군. 뭐, 어차피 도망쳐도 다 죽일 생각이었으니 상관없다.
중년 남성이 뒤를 가리켰다. 어느새 여인이 검은색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지팡이를 중심으로 흑마력이 맴돌고 있었다. 그것을 본 기사들이 증오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도망치면 흑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구나.”
“이 비열하고 추잡한 종자들이……!”
기사들의 매도에 중년 남성은 웃기만 했다.
-세 명 다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제발 죽여 달라고 울부짖게 만들어 주지.
중년 남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사들도 무기를 빼들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데미안 학센이 손날로 두 기사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불시에 들어온 공격에 두 기사는 순식간에 혼절했다.
중년 남성은 물론이고 뒤에서 떨고 있던 병사들까지 깜짝 놀라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이 자들을 태우고 공작가까지 도망치도록 해라.”
데미안은 병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병사들이 머뭇거리자 데미안 학센이 호통을 쳤다.
“어서!”
그제야 병사들은 기사들을 말에 태우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탄 말들이 숲길을 따라서 멀리 사라졌다.
-설마 자신을 희생할 줄은 몰랐군.
중년 남성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소용없다고 말했을 텐데. 내 뒤에 있는 수하가 저들에게 저주를 내릴 거다. 숲을 벗어나기도 전에 모조리 죽을…….
“희생?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대뜸 데미안이 그렇게 말했다.
“쟤들이 있으면 거치적거려서 미리 치운 것뿐이야.”
-거치적거려?
“그래, 보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제대로 싸울 수가 없거든.”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은 몸을 이리저리 풀기 시작했다.
그 여유로운 모습에 중년 남성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만한 놈인 줄은 알았지만 멍청한 놈일 줄은 몰랐군. 내가 누군지 아느냐? 너 따위가 감히 대항할 수 있는 존재 아니다.
“알고 있어. 유란의 흑마법사잖아.”
그 말에 중년 남성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너…… 그걸 어떻게…….
“너희들의 목적도 대충 짐작하고 있다. 원래는 첼시 골드픽시를 이용해서 공작가를 집어삼키려고 했지? 나 때문에 실패했지만.”
중년 남성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정체가 들킨 것도 그렇지만 구체적인 목적까지 들통이 났다는 것이 그를 동요하게 만들었다.
“에른스트 호위츠는 공작을 죽이느니 뭐니 했지만 사실은 거짓말일 게 뻔해. 너희들은 공작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어.”
데미안이 깍지 낀 손을 위로 쭉 뻗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왜냐하면 공작가는 너무 거대하거든. 공작가를 지배하기 위해서 암약하는 거라면 모를까. 공작 암살을 시도했다가는 뒷감당이 어려워. 그럼 왜 이곳에 왔느냐. 너희들의 진짜 목표는 바로 나야.”
데미안은 머리를 좌우로 당기며 목을 늘렸다.
“난 너희 간부를 죽였고, 너희들의 계획을 망쳤어.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는 날 너희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지.”
그래서 데미안 학센을 죽이기 위해서 에른스트 호위츠를 끌어들인 것이다.
유란의 입장에서 에른스트 호위츠는 쓸 만한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 증거가 바로 에른스트 호위츠의 몸에서 작동하고 있는 흑마법이었다.
에른스트 호위츠는 기욤 블랙윙처럼 생명력을 대가로 강력한 힘을 얻었다.
하지만 에른스트 호위츠는 기욤 블랙윙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명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오늘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게 분명했다.
-……우리의 정체를 알면서 왜 숨긴 것이냐.
“괜히 말했다가는 너희들이 다 도망칠 거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숨겼지. 그래야 너희들이 날 죽이러 올 테니까.”
중년 남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덧붙였다.
-왜 우리를 끌어내려고 한 거지? 대체 무슨 속셈이냐.
“속셈이랄 건 없고, 내 손으로 직접 죽이고 싶어서.”
데미안 학센은 흑마법사가 증오스러웠다.
눈에 보일 때마다 치워 버리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물며 유란은 학센 자작가를 건드린 흑마법사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었다.
“궁금한 게 다 풀렸으면 이제 그만 시작하자. 빨리 네놈들을 죽이고 세바스찬을 구하러 가야 하거든.”
데미안의 계산에 의하면 세바스찬 빈센조는 쉽게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었다. 전투 도중에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르니 말이다.
-……네놈이 미친놈이라는 사실은 아주 잘 알겠다.
중년 남성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어쨌거나 널 죽이기로 한 내 결정은 틀리지 않았구나. 우리의 정체를 알고 있는 놈을 살려 둘 수는 없으니까.
중년 남성의 입가에 잔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정식으로 소개하마. 유란의 단장 머스탱 퓨리라고 한다. 저쪽은 부단장인 레베카라고 한다.
데미안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유란이라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 단장과 부단장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골드픽시 공작가를 먹어 치우는 위험한 계획이니만큼 우두머리가 나서는 게 당연했다.
-위험 요소를 이렇게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위대하신 아크리치의 은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데미안 학센의 몸이 굳었다. 데미안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아크리치? 도르고?
그 이름에 이번에는 머스탱 퓨리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떻게 네가 그분의 이름을 알고 있는…….”
덜컥, 입이 닫혔다.
누가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근육이 수축되며 입이 다물어졌다.
-……?
입을 열려고 했으나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머스탱 퓨리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몸이 주인의 의지를 거스르고 스스로 움직인 것이다.
“아, 뭐야.”
들려오는 목소리에 머스탱 퓨리가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제야 머스탱 퓨리는 자신의 입이 닫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데미안 학센은 시종일관 여유롭고 느긋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머스탱 퓨리를 응시하고 있는 눈동자 너머에서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농도가 얼마나 짙던지 똑바로 직시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거대한 불구덩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머스탱 퓨리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신체의 모든 근육이 빳빳하게 굳었다. 숨 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그대로 호흡이 멈출 것 같았다.
“너, 도르고의 부하였냐?”
데미안 학센의 입가가 휘었다.
거대한 살기 속에서 희열이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