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7화
37화 귀향 (3)
‘말도 안 된다.’
머스탱 퓨리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부정했다.
‘나는 7위계의 흑마법사다. 로우클래스 따위와는 격이 달라!’
마법사와 흑마법사의 경지는 위계로 나뉜다.
위계는 모두 12개.
고위 마법사라 불리기 위해서는 7위계 이상에 올라야 했다.
마법사의 전투력은 학파에 따라 달라지기에 딱 잘라 평가할 수는 없었다.
머스탱 퓨리는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광분학파의 고위 흑마법사였다.
미들클래스조차 경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로우클래스인 데미안 학센에게 이토록 겁에 질린 자신을 말이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하지만 계속 부정하기에는 데미안 학센이 내뿜고 있는 살기가 심상치 않았다.
저런 것을 보고도 방심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머스탱 퓨리는 흑마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기사들은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시켜서 초인적인 힘과 속도를 얻는다. 광분학파도 비슷한 방법으로 흑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3미터가 넘는 거구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난 곳은 데미안 학센의 등 뒤.
머스탱 퓨리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철퇴처럼 커다란 주먹에 흑마력이 단단하게 응어리졌다.
‘일격에 죽인다.’
머스탱 퓨리가 주먹을 내리쳤다.
굉음이 터져 나오며 지면이 박살 났다. 그 여파만으로 주변의 나무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이만한 파괴력을 발휘하고도 머스탱 퓨리의 인상은 펴지지 않았다.
파괴된 것은 주변 땅일 뿐, 데미안 학센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네놈…… 방금 무슨 수작질을 부린 것이냐.
방금 전, 머스탱 퓨리는 똑똑히 보았다.
데미안 학센을 주먹으로 강타하려는 찰나, 갑자기 궤도가 틀어졌다.
그 바람에 머스탱 퓨리의 주먹은 데미안 학센이 아니라 땅에 내리꽂혔다.
“인내심을 발휘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미리 말해 두지.”
데미안 학센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뜻 모를 소리를 읊조리기만 했다.
“도르고에 대해서 말해라. 그놈이 어디 있는지 실토하면 살려 주마.”
-개소리…….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데미안 학센이 천리검을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진 칼날이 머스탱 퓨리의 목을 갈랐다.
목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크아아악!
잘려 나간 목에서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머스탱 퓨리는 목을 붙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내 경고가 진지하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지?”
데미안 학센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머스탱 퓨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마.”
* * *
머스탱 퓨리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눌렀다. 그러자 기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근육이 젤리처럼 녹아내리더니 잘려 나간 부위가 다시 붙기 시작한 것이다.
광분학파는 신체를 변이시켜서 싸운다. 그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점은 괴력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재생력이었다.
광분학파의 흑마법사들은 신체가 베이고, 찢기고, 으스러져도 말끔하게 복원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크으으…….
가까스로 목을 붙인 머스탱 퓨리가 데미안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죽여…… 죽여 버리겠다. 찢어 죽여 버리겠어!
“네가 해야 할 소리는 그게 아닐 텐데?”
-닥치지 못해!
머스탱 퓨리가 돌진했다.
거구의 몸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데미안의 코앞에서 나타났다. 그대로 데미안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데미안은 무심한 눈빛으로 머스탱 퓨리의 움직임을 모조리 읽어 냈다.
‘한 번만 때리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지금 머스탱 퓨리는 방어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광분학파 특유의 전투법이었다. 재생력을 믿고 공격에만 치중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 틀려먹었다는 걸 지금 알려 주마.’
날아오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는 동시에 옆으로 밀었다.
주먹의 궤도가 틀어져 데미안이 아니라 지면을 강타했다.
-뭣?
머스탱 퓨리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방금 전과 같은 현상이 또 일어났기 때문이다.
-또 그 수작질이냐!
머스탱 퓨리가 재차 주먹을 내질렀다.
변이된 신체, 방대한 흑마력.
두 가지가 더해진 머스탱 퓨리의 공격은 섬광과도 같았다.
그러나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머스탱 퓨리의 공격을 모조리 쳐 냈다.
그의 주먹은 단 한 번도 데미안에게 닿지 못했다.
‘비약을 먹은 덕을 톡톡히 보는군.’
검성의 경지인 만류통찰은 공격의 흐름을 잃고 궤적을 바꿀 수 있는 경지다.
다만 상대방의 공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마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지금까지 만류통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마력량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마력 결정의 비약을 섭취하면서 이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이냐!
“왜? 심심하냐? 그럼 어울려 주마.”
데미안은 더 이상 공격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몸을 움직여서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천리검을 뽑아 팔뚝을 베었다. 머스탱 퓨리의 팔뚝에 길고 깊은 상처가 생겨났다.
-소용없다!
머스탱 퓨리가 흑마력을 끌어올리자 팔뚝의 상처는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그 광경을 본 데미안 학센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마음껏 썰어도 문제없겠어.”
-뭐?
데미안 학센이 머스탱 퓨리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옆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옆구리를 베었다.
복부가 쩍 갈라졌다. 내장은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피가 쏟아졌다.
-크아아악!
머스탱 퓨리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그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팔뚝의 관절을 썩둑 베어 냈다. 팔뚝이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덜렁거렸다.
-데미안 학센!
머스탱 퓨리의 목소리에 분노가 담겼다. 등에 달려 있는 네 개의 촉수가 데미안을 향해 쏟아졌다.
데미안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촉수들이 수십 토막으로 잘려 나갔다.
-이놈!
머스탱 퓨리의 등에서 새로운 촉수들이 돋아났다. 곧바로 데미안 학센을 향해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머스탱 퓨리는 촉수를 휘두를 수 없었다.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틈엔가 사라진 것이다.
-어디로 사라진…….
“여기다.”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는 순간, 허벅지가 갈라졌다. 근육의 다발이 한꺼번에 끊어졌다.
머스탱 퓨리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직후,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여기다.”
돌아보기도 전에 무릎이 갈라졌다.
근육과 인대는 물론이고 관절뼈까지 절단되었다. 머스탱 퓨리의 거구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크아악!
머스탱 퓨리는 곧바로 촉수를 땅에 박아 넣으며 몸을 지탱했다.
머스탱 퓨리는 재빨리 무릎의 상처를 재생시켰다.
하지만 무릎이 완전히 붙기도 전에 데미안 학센이 다시 베었다.
-아아악!
같은 곳이 또 베이자 고통이 배가 되었다. 머스탱 퓨리는 비명을 질렀다.
“둔하고, 느리군.”
데미안 학센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머스탱 퓨리의 몸을 난도질했다.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피가 튀고 살이 갈라졌다. 결국 머스탱 퓨리는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쓰러졌다.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
데미안은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머스탱 퓨리의 정면에 나타났다.
목을 향해 칼을 휘두르려던 찰나, 머스탱 퓨리의 눈빛이 번뜩였다.
데미안 학센을 향해 입을 쩍 벌렸다. 목구멍 속에서 흑마력이 응어리지기 시작했다.
-이것도 피해 봐라!
머스탱 퓨리가 흑마력을 토해 냈다. 흑마력이 방사형으로 방출되었다.
방출된 흑마력이 데미안을 증발시키려던 찰나, 데미안이 천리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천리검과 흑마력이 맞닿았다. 천리검이 무섭게 진동하며 검명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방출된 검명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냈다.
흑마력이 쉴 새 없이 벽을 두들겼다. 하지만 벽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지기만 했다.
-……!
비장의 수단조차 막히자 머스탱 퓨리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악검 – 파공성.
전생에 검악가가 사용했던 기술 중 하나로 상대방의 공격을 흡수하여 보호막을 형성하는 기술이었다.
본래는 방어 기술이었으나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반격기로 쓸 수도 있었다.
“도르고에 대해서 들어야 하니 죽이지는 않으마.”
흑마력을 막아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검명도 커졌다.
데미안이 손끝으로 칼날을 튕겼다.
검명이 몇 배로 커졌다. 소리의 해일이 머스탱 퓨리를 집어삼켰다.
* * *
머스탱 퓨리는 검명에 휩쓸려 멀리 날아갔다. 몇 번이고 바닥을 굴렀다.
-쿨럭…… 쿨럭…….
머스탱 퓨리는 바닥에 엎드린 채 피를 토해 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극심한 내상을 입었다. 내장이 모조리 터지고, 혈도는 모두 찢어졌다.
-빠, 빨리…… 재, 재생을…….
머스탱 퓨리는 흑마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몸을 재생시키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흑마력을 끌어올려도 몸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광분학파라고 해서 무한정 상처를 재생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처를 재생시킬 때마다 체력과 흑마력이 소모되기에 한계가 있었다.
-제…… 젠장…….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머스탱 퓨리가 힘겹게 고개를 들자, 데미안 학센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과 똑같이 멀쩡한 상태였다. 땀조차 흘리지 않았다.
-데, 데미안 학센…….
머스탱 퓨리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넌…… 누구냐……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내가 그딴 소리를 들으려고 네놈을 살려 둔 것 같나?”
데미안이 머스탱 퓨리의 어깨에 천리검을 올려놓았다.
“말해라. 도르고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그걸 말할 것 같으냐?
“그럼 죽어야지.”
데미안이 칼을 높이 쳐들었다. 그때, 머스탱 퓨리가 소리쳤다.
-레베카! 지금이다!
머스탱 퓨리가 고함을 질렀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레베카가 흑마법을 발현했다.
그녀는 계속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흑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의 등 뒤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해골이 데미안의 목덜미에 낫을 들이밀었다.
-7위계에 도달한 저주술사의 즉살 저주다!
머스탱 퓨리가 환희에 가득 차서 소리쳤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 저주에 당하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데미안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저 여자가 뭘 준비하나 했더니 겨우 이딴 거였나.”
데미안이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머스탱 퓨리가 이를 갈았다.
-죽은 다음에도 그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보자! 레베카! 놈을 죽여라!
레바카가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해골이 데미안의 목을 향해 낫을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데미안이 손등에 문양이 떠올랐다.
문양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해골은 끔찍한 것이라도 봤다는 듯 뼈만 남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윽고 기괴한 비명소리를 토해 내며 산산이 흩어졌다.
-……어?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에 머스탱 퓨리는 얼이 빠지고 말았다.
아마 그들의 지식으로는 방금 본 광경을 이해하지 못 하리라.
탐식.
전생에 도르고가 데미안의 몸에 심어뒀던 일곱 개의 권능 중 하나.
마법, 흑마법, 그 모든 힘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권능이었다.
이 권능이 있는 한 데미안이 흑마법사에게 패배할 일은 없었다.
-마, 말도 안 된다…… 이건 유란에서 평생 동안 연구해 온 흑마법이야……! 조건만 갖춰지면 하이클래스라 할지라도 죽일 수 있단 말이다!
“뭐야, 이 조잡한 흑마법이 너희들의 비전 마법이었냐?”
기사에게 비전이 있는 것처럼 마법사들에게도 비전이 있었다.
기사의 것과는 약간 의미가 달랐다. 마법사가 평생 동안 연구하고 완성시키는 마법을 말했다.
마법사들의 비전 중에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서 연구하고 완성시키는 것도 있었다.
“겨우 이딴 실력으로 거들먹거리면서 다녔단 말이지?”
데미안은 흑마법사가 증오스러웠다. 역겨워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이번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알량한 자신감이 데미안의 성질을 제대로 건드렸다.
짓밟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저승으로 보내기 전에 선물이라도 하나 주마.”
데미안 학센이 팔찌를 풀었다.
예전에 유란의 간부 아기토를 죽이고 손에 넣은 팔찌였다.
어떤 기운이든 저장할 수 있으며 완벽하게 은폐가 가능한 고대의 유물.
데미안은 이 팔찌에 흑마력을 저장하고 다녔다.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진짜 흑마법이 무엇인지 보여 주지.”
데미안이 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마법진도, 주문도 필요 없다. 그저 흑마력을 움직이는 것으로 흑마법을 발현했다.
밤하늘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다.
반짝이는 별, 달, 지평선으로 가까워질수록 밝아지는 하늘.
그 모든 것이 검게 변했다.
-이건…….
머스탱 퓨리는 데미안이 사용하고 있는 흑마법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도르고가 자신의 비기로만 간직하고 있던 흑마법이니까.
칠흑(漆黑).
범위에 들어오는 모든 걸 으스러트리는 물리력을 발휘하는 흑마법.
무려 9위계에 해당하는 최고위 흑마법이었다.
전생에 데미안은 이 흑마법으로 보호마법이 수십 겹이나 중첩되어 있는 왕성을 통째로 박살 내 버린 적도 있었다.
데미안은 높이 올렸던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보이지 않는 힘이 머스탱 퓨리의 레베카를 짓눌렀다.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으스러졌다.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는 핏물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