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8화
38화 뒷정리 (1)
데미안은 칠흑을 거둬들였다.
하늘을 뒤덮었던 어둠이 순식간에 걷혔다. 밤하늘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데미안은 바닥에 남아 있는 거무죽죽한 웅덩이로 다가갔다.
칠흑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명색이 7위계의 흑마법사들이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육체는 물론이고 입고 있던 옷과 지니고 있던 물건들까지 모두 바스라졌다.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서 허공을 바라봤다.
소유자의 죽음 때문에 갈 곳을 잃은 흑마력이 허공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둘 다 7위계의 고위 흑마법사라 그런지 흑마력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데미안은 흑마력을 모조리 흡수해서 팔찌에 집어넣었다. 엄청난 양의 흑마력이 팔찌에 저장되었다.
가늠해 보니 아기토를 죽이고 얻었던 흑마력의 다섯 배쯤 되는 듯했다.
“아, 도르고에 대해서 듣는 걸 깜빡했네.”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저질러 버렸다.
사실 죽었다고 해서 도르고에 대해서 알아낼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죽은 다음에 캐낼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되도록이면 그 방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은 웅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두 웅덩이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빨려 나왔다.
회색 연기가 응어리진 것 같은 구체 두 개가 데미안의 손바닥 위에서 천천히 유형했다.
-끄아악!
-꺄아악!
두 구체가 끔찍한 비명소리를 토해 냈다.
이 두 개의 덩어리는 다름 아닌 머스탱 퓨리와 레베카의 영혼이었다.
영혼을 조종하는 것은 흑마법사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악행 중 하나였다.
흑마법사들은 생물의 영혼을 이용해서 각종 흑마법에 이용하고는 했다.
본래 영혼은 삶과 죽음을 오고 가며 윤회를 한다.
하지만 흑마법에 이용당한 영혼은 모든 힘을 소모한 뒤에 소멸당했다.
한 명의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데미안도 이 방법을 꺼렸다.
하지만 막상 영혼을 끄집어 내고 나니 별다른 죄악감이 들지 않았다.
아마 추악하기 짝이 없는 흑마법사의 영혼이기 때문인 듯했다.
“너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모조리 토해 내야 할 거다.”
데미안은 흑마력을 이용해서 두 영혼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억지로 추출해 냈다.
-아악! 으아아악!
-끄아아악! 까아아악!
두 영혼이 괴로움으로 몸부림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두 영혼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나는 아크리치 도르고라고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데미안 학센은 그토록 증오하던 얼굴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 번쯤 들어봤겠지. 너희들이 익히고 있는 대다수의 흑마법은 다 내 손을 거쳐 갔으니 말이다.
도르고의 얼굴을 보자 다시금 살의가 솟구쳤다. 데미안은 애써 살의를 억눌렀다.
지금은 분노를 표출할 때가 아니었다. 도르고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했다.
-너희들의 활약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실력이 제법 괜찮더구나. 그런 너희들을 믿고 맡길 일이 있다.
-나는 흑마법사들을 위한 제국을 건설하고자 한다. 핍박받는 흑마법사들에게 안식처와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데미안 학센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사를 위한 제국? 개소리 하나는 일품이군.’
아크리치 도르고의 목표는 인간의 절멸이었다. 흑마법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르고는 흑마법사를 이용하다가 전쟁 막바지에 모조리 죽여 버렸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국의 국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니 너희들은 애플 왕국으로 가서 혼란을 일으키도록 해라.
유란의 흑마법사들과 도르고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단 한 번뿐인 만남이었으나 머스탱 퓨리와 레베카는 도르고의 명령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충실하게 움직였다.
골드픽시 공작가를 노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다른 정보는…… 없군.’
아쉽게도 이 두 명이 알고 있는 정보는 이게 끝이었다.
데미안이 절실하게 알고 싶었던 도르고를 만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없었다.
‘하긴 이런 잔챙이들한테 약간이라도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도르고는 수천 년 동안 그 흔적조차 드러나지 않았을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였다.
이렇게 쉽게 꼬리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최대한 빨리 그놈을 찾아서 죽여야 하는데.’
도르고는 세상을 멸망시킬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전생에 데미안이 도르고와 마주친 것도 우연일 뿐이었다.
그 장소에 다시 간다고 해도 도르고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다른 정보는 없나?’
그래도 데미안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조금 더 영혼을 뒤적거렸다.
흑마력이 영혼을 헤집을 때마다 비명소리가 울렸다.
‘이건 뭐지?’
그러던 도중 묘한 기억 하나가 들어왔다.
유란의 간부들이 동굴에 모여서 무언가를 옮기고 있는 기억이었다.
‘아하, 비밀 창고로군.’
유란은 애플 왕국에서 암약하며 많은 재물을 모았다.
하지만 교단에 쫓기는 신분이니 그 재물들을 함부로 가지고 다닐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란에서는 깊은 산속에 던전을 만들어놓고 그곳에 물건들을 보관했다.
‘여긴 나중에 한번 들려 봐야겠어.’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었기에 데미안은 영혼을 헤집는 행위를 멈췄다.
고통에서 해방되자 두 영혼이 안도하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짙은 회색을 띄고 있던 영혼들이 지금은 눈에 띄게 희미해져 있었다.
흑마력에 의해서 혹사를 당하는 동안 영혼이 크게 약해진 것이다.
“세바스찬 경은 아직 살아 있나?”
데미안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저 멀리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직 세바스찬 빈센조가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오, 아직 살아 있군.”
데미안이 반색을 하며 두 영혼에 흑마력을 주입했다.
두 영혼이 다시 절규를 내뱉었다.
“에른스트 호위츠에게 시술을 할 때, 복종의 각인을 새겨 뒀지? 에른스트 호위츠에게 신호를 보내서 흑마법을 폭주시켜라.”
두 영혼은 곧바로 데미안의 명령에 복종했다.
데미안이 주입한 흑마력을 이용해서 에른스트 호위츠에게 신호를 보냈다.
멀리서 들려오던 폭음이 잠잠해졌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됐다는 증거였다.
“수고했다. 보답으로 해방시켜 주마.”
데미안은 두 영혼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두 영혼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소멸했다.
데미안은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처럼 두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전투는 마무리되었으나 데미안이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헉, 허억, 헉.”
세바스찬 빈센조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전신에 상처가 가득했다. 흘러내린 피가 옷을 붉게 물들었다.
“세바스찬 경,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에른스트 호위츠가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여유로운 태도와 달리 그의 몸에도 상처가 나 있었다.
세바스찬 빈센조가 이따금씩 날린 반격이 몸 곳곳에 상처를 낸 것이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세바스찬보다는 훨씬 멀쩡했다.
“절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티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로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이라…… 난 수치스럽군.”
“자신감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지금 저는 스스로가 두려울 정도로 강하니까요.”
그 말에 세바스찬 호위츠가 조소했다.
“힘과 마력만 무식하게 높인 놈에게 이렇게 밀리고 있으니 수치스럽게 짝이 없단 말일세.”
기사가 강한 이유는 단순히 빠르고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다.
기술을 익히기 때문이다.
검, 창, 도끼 등등.
무기를 극한까지 익히고, 그 너머에 있는 진리를 깨닫는다.
진리를 깨달은 기사의 검은 바다를 가르고, 산을 쪼갤 수 있다.
그렇기에 기사가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반면에 에른스트 호위츠는 어떤가?
기술적인 향상은 전혀 없다. 단순히 신체능력을 높이고, 마력량만 늘렸을 뿐이다.
그렇기에 여태까지 세바스찬 빈센조를 죽이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지?”
에른스트 호위츠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에른스트 호위츠가 자세를 잡았다. 붉은 오러가 창끝에 모여들었다.
그 오러를 본 세바스찬 빈센조가 결심을 굳혔다.
자신은 여기서 죽어도 좋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에른스트 호위츠를 같이 끌고 갈 생각이었다.
세바스찬 빈센조가 오러를 끌어모았다.
칼 한 자루에 자신의 모든 심득과 기술을 담았다.
어둠 속에서 세바스찬 빈센조의 오러가 선명하게 빛났다.
“애쓰는군. 그래 봤자 소용없어.”
에른스트 호위츠가 입가를 씰룩이며 말했다.
그때였다.
“……컥!”
별안간 에른스트 호위츠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커억! 컥! 커어억!”
그것도 모자라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에른스트 호위츠는 창을 내버리고 손가락으로 몸을 마구 쥐어뜯었다.
“으아아악!”
얼굴에 뚫려 있는 구멍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그 정체를 곧바로 알아봤다.
바로 흑마력이었다.
“안 돼……! 안 돼!”
흑마력이 빠져나갈수록 에른스트 호위츠의 근육이 바짝 마르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했다.
에른스트 호위츠는 순식간에 노인이 되어서 바닥에 엎어졌다.
“허어어억, 흐어어어억.”
힘겹게 숨을 내쉬는 에른스트 호위츠를 바라보며 세바스찬 빈센조는 두 눈을 연신 꿈뻑였다.
“……사, 살았나?”
* * *
날이 밝아올 때쯤, 공작가에서 보낸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무려 미들클래스가 두 명에 로우클래스가 다섯 명이나 되었다.
도착한 이들은 완전히 파괴되어 있는 숲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 습격으로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세바스찬 빈센조는 부상이 심하기는 하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은 부상은커녕 멀쩡했다. 심지어 흑마법사 두 명을 죽이기까지 했다.
“대체 어떻게 그 둘을 죽인 겐가? 기사들의 말을 들어보니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던데.”
쉬고 있는 데미안에게 미들클래스 두 명이 와서 물었다.
데미안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냥 적당히 피하다가 목을 베어서 죽였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기사들은 박살이 난 숲을 쳐다봤다.
이런 강대한 흑마법을 적당히 피했다고?
“파괴력이 강하기는 했는데. 쓰는 실력이 형편없었습니다. 아마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서 위력을 높인 것 같았습니다.”
미들클래스 두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사들은 수상쩍은 방법을 통해서 흑마법의 위력을 높이고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힘이 제대로 된 것일 리가 없었다.
영창 속도가 느리다거나 발동 확률이 낮아진다거나 하는 문제점을 동반했다.
“흑마법사들의 시체가 안 보이는군.”
“저기 웅덩이 두 개 보이시죠? 저게 시체입니다. 목을 베고 나니까 갑자기 시체가 녹아내리더라고요.”
흑마법사들은 비밀이 많기에 이런 식으로 은폐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도 미들클래스 한 명은 영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자네가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대형 흑마법을 어떻게 피했는지 모르겠군.”
“아, 진짜 꼭 눈으로 봐야 믿으시나.”
데미안은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기사의 뒤에 나타났다.
미들클래스조차 집중해야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기사는 데미안의 설명을 납득했다.
“정말 대단하군. 대체 그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기사의 물음에 데미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천재라서 그렇습니다.”
기사는 재수 없다는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