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9화
39화 뒷정리 (2)
데미안은 기사들과 함께 공작가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데미안은 세바스찬 빈센조와 함께 공작을 대면했다.
두 사람은 공작에게 자신들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감히 흑마법사 따위가 그런 짓을 벌였단 말인가?”
공작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세바스찬 경, 목숨을 아끼지 않고 기사들을 보호해 줘서 정말 고맙네.”
공작은 세바스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세바스찬은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당연한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공작은 연신 세바스찬을 칭찬했다. 후작가와의 결투 때 저질렀던 잘못을 이번 한 번으로 모조리 만회한 듯했다.
“데미안 경에게도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군. 그대 덕분에 내 체면이 바로 섰어.”
흑마법사에게 공격당한 것도 모자라서 기사들까지 죽었으면 공작가의 위신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 덕분에 기사들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흉수들까지 처단할 수 있었다.
공작으로서는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데미안 경, 그대에게는 당분간만 공작가에 머물러 줄 수 있겠는가? 교단에서 이번 사태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르네.”
공작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교단을 상대하는 일은 공작으로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공작가는 이미 첼시 골드픽시 때문에 흑마법과 깊이 연관되었다.
피해자라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재수 없으면 이단혐의로 가문 전체가 심문을 받을지도 몰랐다.
“흑마법사를 직접 상대한 사람은 자네뿐이지 않나. 귀찮더라도 교단을 상대해 주게.”
“뭐, 그렇게 하도록 하죠.”
사실 데미안은 지금이라도 당장 본가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공작에게 또 빚을 지울 수 있다. 시간을 소모할 가치가 있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그렇게 데미안은 또다시 공작가의 빈객이 되었다.
교단에서는 데미안 학센을 바로 찾아오지 않았다.
조사관들을 파견해서 전투 현장을 꼼꼼하게 조사한 다음에 데미안 학센을 만나러 왔다.
데미안 학센이 이단심문관을 직접 본 것은 이틀 뒤의 일이었다.
“……엇?”
그리고 이단심문관의 얼굴을 보자마자 크게 놀랐다.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데미안 학센 님, 오랜만입니다.”
아그네스.
청염의 일대제자이자 검은뱀 사건 때문에 안면을 텄던 성기사가 눈앞에 있었다.
“아그네스 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교단 본부로 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데미안 님과 공작가 이야기를 듣고 자원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그네스의 표정은 무척 딱딱했다.
하지만 두 눈동자에는 반가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아그네스는 데미안에게 의자를 권했다. 직접 차를 따라주기까지 했다.
잔악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이단심문관을 독대하는 것치고는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데미안 학센 님께서는 흑마법사와 굉장히 인연이 깊으신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의 농담에 데미안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이지 질긴 인연이었다. 아주 지긋지긋했다.
“혹시 흑마법사들을 죽이기 전에 어디 소속인지 알아내셨습니까?”
“그것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서 무소속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데미안은 자신이 죽인 흑마법사들이 유란이라는 것을 숨겼다.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가 그 두 사람이 유란의 단장과 부단장이라는 사실까지 들통이 나면 곤란했다.
세간에 알려진 데미안의 실력으로는 그 두 사람을 이길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아그네스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실망하신 것 같습니다.”
“아, 티가 많이 났나요?”
아그네스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저는 유란을 뒤쫓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유란에 소속되어 있는 어떤 흑마법사를 쫓고 있죠.”
“그게 누군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아그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놀음이라는 흑마법사입니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아그네스는 데미안의 표정 변화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하긴, 모를 수가 없죠. 수천 명을 학살한 끔찍한 살인마니까요.”
시체놀음.
정확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시체놀음이라는 이상한 호칭은 어떤 사건을 통해서 알려졌다.
어느 날, 귀족의 영지가 하룻밤 사이에 언데드 소굴로 변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사들은 마을의 언데드들을 소탕하다가 마을 중앙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
마을 중앙에 마을 사람들의 시체와 내장으로 ‘시체놀음’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영지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이 놀란 이유는 시체놀음의 과거 때문이 아니었다.
시체놀음 델란트.
먼 미래에 도르고의 신임을 받으며 군단장의 위치에 오르는 인물.
델란트는 도르고의 지원을 받으며 대흑마법사로 성장하여 수십만 명이 넘는 언데드 군단을 부렸다.
그리고 언데드 군단의 열 배가 넘는 인간들을 잔악하게 학살했다.
“혹시 시체놀음에 대해서 알게 되신다면…… 꼭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아그네스의 눈빛은 증오로 불타고 있었다.
* * *
조사 시간은 짧았다.
아그네스는 조사를 끝마친 뒤, 데미안을 돌려보냈다.
데미안이 떠난 뒤, 성기사 한 명이 취조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그네스 님, 정말 저 남자의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이상한 질문을 하시는군요.”
아그네스의 말에 성기사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남자의 말을 마냥 믿기에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성기사는 아직도 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 받았던 충격이 생생했다.
숲이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하위 흑마법사는 꿈도 꿀 수 없는 고등한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증거였다.
그런 흑마법을 사용하는 흑마법사를 로우클래스가 죽였다?
그것도 상처 하나 없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흑마법사들은 원래 악마의 사생아 같은 자들이라 괴상망측한 방법으로 본인의 실력 이상의 흑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그래도 정도가 있습니다. 하위 흑마법사가 저만한 위력의 흑마법을 발휘한 사례는 한 번도 없습니다.”
“우리가 발전하는 것처럼 저들도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교단이 흑마법사들을 경계하는 것이고요.”
아그네스의 말에 성기사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남자가 유란의 간부를 죽였다는 건 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그네스 님, 이단심문관의 좌우명을 잊으셨습니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속 확인하라.
미혹은 잡초와 같아서 갑자기 싹트기 마련이니.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 남자의 말을 그토록 쉽게 믿으시는 겁니까?”
“역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숲에서 흑마력을 느끼셨습니까?”
강력한 흑마법사가 죽으면 그 지역에 흑마력이 고이게 된다.
이 흑마력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화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흑마법사들이 죽은 숲에는 흑마력이 조금도 고여 있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이 말한 대로 그가 상대한 흑마법사들의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데미안 님의 말을 믿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있는 성기사는 일반 기사로 따지면 이제 막 로우클래스의 경지에 오른 정도였다.
그렇기에 데미안 학센의 강함을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달랐다. 데미안 학센을 보자마자 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근처에 있어도 느껴지는 순도 높은 마력.
잘 정련된 채 전신에 흐르고 있는 투기.
겨우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데미안 학센은 몰라 볼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데미안 학센의 결백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아그네스가 그렇게 말하자 성기사 역시 더 이상 우길 수가 없었다.
* * *
아그네스를 독대한 이후, 데미안은 다시 본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공작이 직접 나서서 데미안을 도왔다.
“정말 이거면 되겠는가?”
공작이 영 못 믿겠다는 얼굴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지금 외성에는 다섯 대나 되는 수레가 줄지어 서 있었다.
수레 위에는 온갖 물건이 가득 실려 있었다.
모두 데미안이 가족들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공작은 선물들을 구입해 줬을 뿐만 아니라, 결투 보상금까지 넉넉하게 지불해 줬다.
이제 데미안에게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저 하루 빨리 돌아가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자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공작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진짜 이별이로군. 그동안 즐거웠네.”
“저도 똑같은 심정입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구먼.”
공작이 주먹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내밀었다.
공작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반지였다.
“골드픽시 공작가가 운영하는 사업체로 가서 이 반지를 보여 주면 공짜로 이용할 수 있을 걸세.”
그 말에 데미안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과장 조금 보태서 애플 왕국에서 골드픽시 공작가의 힘이 통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정도로 골드픽시 공작가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숫자는 막대했다.
“자네가 해 준 일에 비하면 조촐한 선물이지. 혹시 내 힘이 필요한 일이 있거든 언제든지 와서 말하게나.”
공작은 몇 번이고 당부했다.
* * *
“누님, 또 밖에 나와 계셨어요?”
학센 자작가의 막내, 아벨 학센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택의 입구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던 루이즈는 아벨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머, 아벨. 무슨 일이니?”
“무슨 일은요. 갑자기 누님이 없어져서 찾으러 온 거잖아요.”
아벨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다고 형님이 올 것 같아요? 그냥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조금만 더 있다가 들어갈게.”
루이즈의 대답에 아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루이즈 학센의 고집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형님이 걱정되세요?”
“응, 그렇게 여린 아이가 공작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
순간, 아벨 학센은 사레가 들릴 뻔했다.
뭐? 여리다고? 혼자서 도시로 쳐들어가서 조직 하나를 박살 낸 인간이 여려?
“공작가에는 기사들이 엄청 많은 거 아니야. 기사들이 텃세도 엄청 부릴 텐데 얼마나 무섭겠어…….”
아벨은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기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패 버리던 데미안 학센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텃세를 당할 인간이 아니었다.
“무사히 돌아와 줬으면 좋을 텐데…….”
그때, 루이즈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는 먼 곳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데미안!”
그 말에 아벨도 길 쪽을 바라봤다. 지평선 끝에서 데미안이 말을 타고 걸어오고 있었다.
데미안도 두 사람을 알아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무사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루이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데미안의 뒤로 이상한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와 병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을 본 루이즈와 아벨의 얼굴이 확 굳었다.
“아, 아벨 저게 뭐니?”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무언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수레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루이즈와 아벨은 자신들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누님, 돌아왔습니다. 아벨, 잘 있었냐?”
데미안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데, 데미안 이분들은 다 뭐니?”
“아, 절 공작 각하의 명령으로 절 호위하는 이들입니다.”
“호, 호위?”
루이즈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님…… 이 수레는 다 뭡니까?”
“여행을 갔다 오는데 빈손으로 올 수는 없지 않냐. 선물을 좀 사 왔다.”
아벨은 입을 쩍 벌렸다. 선물치고는 그 양이 너무 과했던 것이다.
“가서 아버님이랑 어머님을 모시고 와라. 선물을 보여 드려야지.”
데미안의 말에 아벨이 황급히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 * *
“…….”
“…….”
밖으로 나온 학센 자작과 부인은 데미안이 사 온 선물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저, 정말 이걸 전부 공작님께서 사 주셨다고……?”
“예, 그렇게 됐습니다.”
“도둑질을 한 게 아니라 진짜로?”
“아, 진짜라니까요.”
학센 자작은 손가락으로 볼을 힘껏 꼬집었다. 두 눈을 연신 비볐다.
“이상한 짓은 그쯤하고 와서 좀 보세요. 공작성의 서점에 들려 책을 모두 긁어 왔어요. 수도에서 유행하는 최신 서적도 있어요.”
“뭐, 뭣?”
학센 자작은 황급히 수레로 달려갔다. 수레 안에 쌓인 책들을 몇 권 살피다 환호성을 질렀다.
“이, 이건 델피넬 부인의 신작 시집이잖아! 이건 다락 자작의 신작 소설이고! 세상에!”
아버지는 정신없이 책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그런 아버지를 내버려 두고 어머니께 말했다.
“어머니 선물은 여기 있습니다. 집에 있는 가구들이 낡았다고 아쉬워하셨죠? 어떤 가구를 좋아하실지 몰라서 비싼 건 다 사 왔습니다.”
수레에 가까이 다가간 어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머, 어머 이건 백향목으로 만든 가구잖아? 이건 장미목으로 만든 탁자고. 어머어머, 이게 웬일이니.”
어머니는 가구들을 살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누님은 이쪽입니다.”
“내 선물도 사 온 거니?”
“당연하죠.”
전생에 데미안 학센을 마지막까지 챙겨줬던 사람이 누나인 루이즈였다.
그렇기에 루이즈의 선물은 각별히 신경을 썼다.
“장인 버클리가 손수 제작한 그랜드 피아노입니다. 공작 각하께서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물건을 내주셨습니다.”
루이즈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연주회를 찾아갈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기에 버클리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10년치 악기 제작 예약이 꽉 차 있다는 전설적인 장인이었다.
“꺄아아악! 우리 동생!”
루이즈가 데미안의 목을 끌어안으며 방방 뛰었다.
“옮기는 건 여기 있는 병사들이 도와줄 겁니다.”
이런 용도로 쓰려고 일부러 병사들을 넉넉하게 받아왔다.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물건들을 저택 안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그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막냇동생, 아벨 학센이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벨이 뚱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아닌 얼굴이 아니었다.
“어서 들어가서 짐 옮기는 거나 도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아벨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런 아벨의 행동에 데미안은 폭소를 터트렸다.
“인마, 내가 네 선물을 안 챙겼을 것 같냐.”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고 그 안에 손을 넣었다.
그 모습에 아벨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혀, 형님 그, 그건…….”
“아공간이라는 거다. 옛다, 이거나 받아라.”
데미안이 활을 하나 꺼내서 던졌다. 아벨은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었다.
“코퍼헤드 영애가 활을 좋아하지 않냐. 그래서 특별히 구해 왔다.”
데미안이 건네준 활은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라이언블룸 후작에게 직접 부탁해서 받은 물건으로 무려 미노타우르스의 뿔을 이용해 제작한 활이었다.
“혀, 형님 설마 떠나기 전에 하셨던 말씀이…… 진심이었습니까?”
“그럼 거짓말이었겠냐?”
데미안이 아벨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동생이 장가를 가고 싶다는데. 형이 좀 도와줘야지.”
“누, 누가 장가를 가고 싶다는 겁니까!”
아벨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데미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야, 설마 코퍼헤드 영애랑 즐기다 끝낼 생각이었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벨이 손사레를 쳤다.
“그, 그보다 어떻게 선물을 주란 말입니까! 올리비아 영애는 저를 전혀 모른단 말이에요!”
“그건 걱정 마라. 이 형님한테 다 계획이 있으니까.”
“예?”
아벨의 물음에 데미안이 설명했다.
“공작가에 있을 때, 소식을 들었는데. 조만간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올리비아 영애의 생일을 기념해서 마상시합을 열 예정이라 하더구나.”
마상시합은 여러 가지 종목을 정해 놓고 기사들의 기량을 겨루는 행사를 말했다.
굉장히 큰 행사기 때문에 열렸다 하면 지역의 귀족들이 모두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도 회자될 정도였다.
“그 시합에 가서 올리비아 영애에게 활을 선물하고 덤으로 마음도 쟁취하는 거지.”
“예? 하, 하지만…….”
“설마 거절할 생각은 아니겠지? 동생을 위해서 이렇게 귀한 선물까지 마련해 왔는데?”
데미안의 협박 아닌 협박에 아벨은 입을 다물었다.
“데미안, 그게 정말이냐?”
둘의 대화를 들었는지. 아버지가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마상시합이라니. 과연 코퍼헤드 백작가로구나.”
마상시합은 규모가 큰 만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코퍼헤드 백작가는 골드픽시 공작가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대귀족에 속했다.
그러니 이런 큰 행사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아버지!”
아벨이 아버지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제발 데미안을 말려 달라는 속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거 좋은 소식이로구나!”
하지만 아버지는 데미안의 의견에 한없이 긍정적이었다. 아벨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너도 마상시합에 참가할 생각이냐?”
“예, 참가하고, 덤으로 우승까지 할 생각입니다.”
사실 데미안은 명성 따위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겨우 서부지역만을 위해 열리는 마상시합이다. 데미안이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다.
그럼에도 데미안이 참가를 결심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전생에서 마상시합의 우승자는 코퍼헤드 백작가의 사위가 되었지.’
아벨을 위해서 반드시 막아야 할 미래였다.
‘그리고 그 사위는 우승 상품 덕분에 꽤 강력한 기사가 되었고.’
코퍼헤드 백작가의 사위는 훗날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른다.
거기에는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지급한 우승 상품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데미안은 이번 기회에 소문의 실체를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흠…….”
그런데 아버지는 뭔가 걱정된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주최하면 소피아도 올 텐데…… 괜찮겠느냐?”
아버지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피아가 누굽니까?”
“네 전 약혼녀 말이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