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4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41화
41화 동상이몽 (2)
잭슨 커터가 결의를 다지고 있는 동안 기사는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젠장…… 이 자리만 벗어나면 가만 놔두지 않겠어.’
분하지만 현재 기사의 실력으로는 잭슨 커터를 이길 수 없었다.
똑같은 로우클래스였으나 잭슨 커터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돌핀 자작가는 인근의 기사가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문의 인맥을 동원하면…… 로우클래스를 두 명은 더 불러올 수 있다.’
잭슨 커터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로우클래스 세 명을 한 번에 상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
기사가 그런 생각을 품었을 때, 주점의 문이 열렸다.
주점 안으로 중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얼굴 표정이 딱딱한 남성이었다.
“허, 헙! 스승님! 아,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남성의 등장에 잭슨 커터와 소피아 러셀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방금 전, 기사들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잭슨, 또 쓰레기들에게 화풀이하고 있었더냐.”
중년 남성이 무감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습니다.”
“네가 유도를 했겠지. 내가 사고를 치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하지 않았더냐.”
“그렇다고 저런 놈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중년 남성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무기질적인 회색 눈동자가 잭슨 커터를 빤히 응시했다.
무형의 압박에 잭슨 커터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리 말한 뒤, 중년 남성은 바닥에 쓰러진 기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대뜸 기사의 턱을 걷어찼다.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부딪히며 으스러졌다.
기사는 입을 움켜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내 이름은 자크 누아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기사는 고통을 잊었다. 놀란 얼굴로 자크 누아레를 쳐다봤다.
자크 누아레.
어느 날 갑자기 애플 왕국에 나타난 미들클래스 기사였다.
출신이 불분명한데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기사로 활동 중이지만 실력만큼은 대단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블루그린 후작가 정예기사와의 결투였다.
블루그린 후작가는 애플 왕국을 대표하는 명문 기사가문이었다.
특히 현 블루그린 후작은 애플 왕국에 단 세 명밖에 없는 하이클래스 중 한 명이었다.
그곳에서 영향을 받은 정예기사는 미들클래스 중에서도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자크 누아레는 그런 대단한 가문의 정예기사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상위 레벨의 미들클래스가 분명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보복을 하려거든 날 찾아와라. 하지만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그, 그런 불순한 생각은 푸, 품은 적은 어, 없습니다!”
로우클래스가 몇 명이 있든 간에 미들클래스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하물며 자크 누아레 같이 뛰어난 미들클래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주 현명하군. 그럼 이만 쓰레기들을 가지고 꺼져라.”
기사는 일행을 깨운 뒤, 황급히 주점 밖으로 도망쳤다.
상황이 정리되자 자크 누아레는 잭슨 커터를 돌아봤다.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다.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마상시합을 개최한다더구나.”
“예, 스승님. 저도 들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그 마상시합에 출전해서 우승하도록 해라.”
갑작스러운 명령에 잭슨 커터는 당황했다.
“어…… 이렇게 갑자기요?”
“왜? 자신 없나?”
“아, 아닙니다! 이, 있습니다!”
잭슨 커터는 황급히 말했다. 경험상, 자신의 스승은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혹시 우승을 못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너는 내 밑에서 직접 검술을 배웠다. 그깟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못 할 리가 없다.”
이번 마상시합은 서부의 대귀족이라는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주최하는 행사였다.
이미 서부의 모든 기사가 마상시합에 참가하기 위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작다고 폄하할 수 있는 시합이 아니었으나 잭슨 커터는 지적하지 않았다.
그랬다가 스승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제가 우승을 못 했다가 스승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컥!”
자크 누아레가 잭슨 커터의 명치를 걷어찼다.
“커헉! 크허억!”
잭슨 커터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극심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로우클래스의 경지에 오르더니 말이 많아졌구나. 내가 시킨 일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느냐?”
“그, 그게 아닙…….”
“널 제자로 들일 때, 내가 뭐라고 했지?”
“스, 스승님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잘 기억하고 있구나.”
자크 누아레는 잭슨 커터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명심해라.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내가 가르쳤던 것을 다시 거둬 가겠다.”
잭슨 커터는 마른침을 삼켰다.
가르침을 거둬 가겠다는 소리가 무엇인가.
잭슨 커터의 팔다리를 자르거나 혈도를 파괴해서 두 번 다시 검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두려운 것은 자크 누아레에게 파문을 당하는 것이었다.
잭슨 커터는 자크 누아레가 애플 왕국에 나타나나자마자 들인 제자였다.
잭슨 커터는 원래 도시의 양아치에 불과했던 인물이었다.
그랬던 잭슨 커터가 로우클래스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크 누아레의 가르침 덕분이었으니, 그에게 대들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바, 반드시 우승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나는 여행에 쓸 마차를 구해오겠다.”
그리 말하며 자크 누아레는 주점 밖으로 나갔다.
“잭슨!”
소피아 러셀이 잭슨 커터를 부축했다. 잭슨 커터는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멀쩡해.”
잭슨 커터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소피아 러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당신을 발로 차다뇨! 스승님께서도 정말 너무하세요!”
“역시 날 걱정해 주는 건 소피아, 너밖에 없어.”
“잭슨…….”
두 연인은 잠시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마침 잘됐어. 어차피 마상시합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잭슨 커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스승님의 명령도 지키고, 겸사겸사 데미안 학센도 손봐 주고 오자고.”
“예, 정말 좋은 계획이에요.”
술집 안에서 두 연인은 서로 의기투합했다.
* * *
며칠 뒤, 데미안은 아벨과 함께 코퍼헤드 백작가로 떠나게 되었다.
“둘 다 조심해서 다녀오거라.”
아버지와 어머니, 누님은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마상시합은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젊은 귀족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나이가 많은 귀족이 참석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나도 그냥 저택에 남아 있으려고. 그이가 오기로 했거든.”
루이즈는 곧 방문할 정혼자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그 자식이 찾아온단 말이지.’
전생에도 그랬지만 데미안은 루이즈의 정혼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경을 쓰고, 행색은 꾀죄죄한 전형적인 책상물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루이즈가 너무 아까웠다.
이런 이유로 코퍼헤드 백작가는 데미안과 아벨 둘이서 떠나게 되었다.
“도련님! 이렇게 다시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요!”
마부는 빅터가 맡기로 했다. 데미안은 빅터의 몸을 살피며 말했다.
“상처는 다 나았냐?”
“예! 이제 멀쩡합니다!”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기사들이 찾아왔을 때, 빅터는 괜히 그들과 맞섰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교단의 성직자들에게 치료를 받은 덕분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도련님은 못 보던 사이에 더 헌앙해지신 것 같습니다!”
“낯부끄럽게 뭔 아부냐.”
“으하하핫, 티가 났습니까요?”
빅터가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도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어쨌거나 무사한 모습을 보니 퍽 반가웠다.
“이제 출발하자.”
마차 한 대가 코퍼헤드 백작가로 출발했다.
* * *
마차의 내부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형제이기는 했으나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이야깃거리가 나올 리는 없었다.
“아벨 도련님, 하나만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요?”
그때, 마부석에 앉아 있던 빅터가 입을 열었다.
창문을 모두 열어 놓아서 대화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뭐가 궁금한데?”
“어쩌다 코퍼헤드 영애님께 반하게 되신 겁니까요?”
빅터의 물음에 아벨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벨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뛰쳐나갈 것처럼 소리쳤다.
“그, 그런 게 왜 궁금한데!”
“가는 길에 심심하잖습니까요.”
아벨이 다시 소리를 치려던 찰나, 데미안이 끼어들었다.
“그래, 나도 마침 궁금했는데 잘됐다. 한번 들어보자.”
“혀, 형님!”
“인마, 널 위해서 선물도 준비해 주고, 도와주러 가고 있는데. 그 정도도 말 못 해 주냐.”
“아, 아니 그건 형님이 먼저……!”
아벨은 뭐라고 항의하려다가 멈추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4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데미안은 호기심을 안고 아벨의 말에 집중했다.
“아버지를 따라서 서부 귀족들이 모이는 사교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벨은 이제 막 성인이 되었으니 4년 전이면 한창 어린 나이였다.
“그곳에는 올리비아 영애님도 참석을 하셨죠.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으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보다 훨씬 어른스러우셨습니다.”
아벨의 눈빛이 차츰 흐려졌다.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보고 있는 듯했다.
“고동색 머리카락을 땋아 올리시고,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머리빗을 꽂고 계셨죠. 알리제풍 드레스를 입고 계셨는데. 영애님의 고동색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는 주홍색이었습니다.”
아벨이 꿈꾸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정말로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아벨의 얼굴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한 마디로 예뻐서 반했다는 소리로군.’
자기 동생이 이렇게 쉬운 남자였을 줄이야.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벨이랑 영애를 어떻게 이어 줘야 한담.’
데미안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용병으로 일할 시절, 데미안은 일부러 돈을 들여서 가족들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는 했다.
‘두 사람이 서로 연인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벨의 청혼을 백작이 거절했지.’
단순히 거절당한 수준이 아니었다.
-학센 자작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미천한 가문 따위가 내 딸을 넘봐?
-네놈은 누구냐! 아벨 학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구나!
-난 너 같이 주제 파악 못 하는 놈이 딱 질색이다! 당장 꺼지지 못하겠느냐!
결국 아벨은 영애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영애는 다른 가문에 시집을 가게 되었다.
반면 아벨은 평생 동안 혼자 살았다. 데미안에게 목숨을 잃을 때까지 말이다.
‘둘이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했는지는 모르는데.’
전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만히 내버려 둬도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항상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일이 전생과 똑같이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 세상에는 우연이 겹쳐서 벌어진 사건 사고도 많지 않은가?
하물며 지금은 데미안이라는 가장 큰 변수가 옆에 붙어 있었다.
‘확실한 건 백작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로군.’
아쉽게도 코퍼헤드 백작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동생의 일화를 생각해 보면 굉장히 권위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 주마.’
데미안이 동생을 바라보며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