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4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42화
42화 동상이몽 (3)
3일 뒤, 데미안을 태운 마차가 코퍼헤드 백작령에 도착했다.
마상시합이 열리는 장소는 코퍼헤드 백작성의 근처에 있는 넓은 평야였다.
그곳에는 마상시합을 위한 임시 경기장과 손님들이 묵을 천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돈 꽤나 썼겠는걸.’
목재 울타리로 지어진 임시경기장은 규모가 굉장히 컸다.
손님용 숙소로 쓰기 위해 세워진 천막은 수십 개가 넘어갔다.
“멈추십시오.”
마차가 입구에 도착하자 중년 남성이 마차를 막아섰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학센 자작가에서 왔습니다요.”
빅터가 냉큼 대답했다.
중년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명단을 살피기 시작했다.
갑자기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설마 데미안 학센 경이 타고 계십니까?”
“예, 그렇습니다요.”
“결례가 많았습니다. 저는 코퍼헤드 백작가의 집사장을 맡고 있는 코너라고 합니다.”
중년 남성은 황급히 자세를 바로 잡았다.
“마차는 저희가 맡아 놓겠습니다.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하인은 세 사람을 안쪽에 있는 천막으로 안내했다.
“두 분께서는 이곳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하인이 안내한 천막은 굉장히 넓었다.
바닥에는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침대도 두 개나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천막은 사용인용입니다.”
심지어 하인이 사용할 숙소까지 붙어 있었다.
이 정도면 굉장한 호사라고 할 수 있었다.
“저녁에 연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때까지 푹 쉬시면 됩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절 불러 주십시오.”
하인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밖으로 나갔다.
“굉장히 좋은 숙소네요. 이런 곳을 내주시다니. 코퍼헤드 백작 각하께서는 씀씀이가 후하신 분이신 것 같습니다.”
아벨은 천막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그와 달리 데미안은 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전생에 코퍼헤드 백작은 아벨을 모독하고 학센 자작가를 비웃었다.
‘내가 유명하니까 잘 대해 주는 것뿐이지.’
백작이 이렇게 좋은 숙소를 내준 이유는 순전히 데미안의 명성 때문이었다.
전생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데미안이 몸을 담고 있던 용병단은 본래 이름이 없는 약소한 용병단이었던 탓에 어디를 가도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의뢰를 끝내도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활약으로 유명해진 이후에는 모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그때, 데미안은 깨달았다. 명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말이다.
“빅터, 너도 숙소를 좀 둘러보고 와라. 문제 있으면 말하고.”
“옙! 알겠습니다.”
빅터는 크게 대답한 뒤, 천막을 나갔다.
아벨은 침대에 털썩 누웠다. 장시간 마차를 타느라 피로가 쌓인 모양이었다.
“쉬고 있어라. 난 밖을 좀 둘러보고 오마.”
“예, 알겠습…….”
별안간 아벨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뭐? 왜? 그냥 쉬고 있어.”
“안 됩니다. 아버지랑 약속한 게 있어요.”
“약속?”
“형님께서 사고를 칠 것 같으면 반드시 말리라고 하셨거든요.”
아벨의 말에 데미안은 큰소리로 웃었다.
“사고?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사고를 치겠냐? 걱정 말고 쉬고 있어.”
“아닙니다. 동행하겠습니다.”
아벨이 물러나지 않자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쳇, 아버지께서 이미 눈치를 채셨군.’
데미안이 밖에 나가는 이유는 시합장과 기사들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도중에 소피아 러셀과 그녀의 애인을 만난다면 지체 없이 밟아 버릴 생각이었다.
“형님. 어서 나가시죠.”
“……그래.”
데미안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 * *
데미안은 아벨과 함께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사들을 살펴봤다.
‘대부분 준기사들이로군.’
코퍼헤드 백작은 이번 마상시합의 참가자들을 청장년들로 한정 지어 놨다.
그 때문에 참가자들 대부분은 준기사 수준에 불과했다.
‘드물지만 로우클래스도 있고.’
다섯 명에 한 명꼴로 로우클래스도 보였다.
이런 젊은 나이에 로우클래스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다는 소리였다.
“형님, 보십시오. 시합장입니다.”
아벨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제작한 간이 시합장이 있었다.
간이시합장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넓고, 땅바닥도 고르게 다져져 있었다.
“이번 마상시합의 종목은 단체전일까요?”
마상시합에는 여러 종목이 존재했다.
일대일로 승부를 겨루는 종목도 있고, 집단으로 싸워서 승자를 뽑는 종목도 있었다.
어쨌거나 기사들이 말에 탑승한 상태로 진행하기만 하면 마상시합으로 인정을 받았다.
“어쩌면 몬스터 사냥일지도 모르지.”
데미안이 시합장을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잠깐, 저기 보이는 저 남자, 혹시 데미안 학센이 아닌가?”
“으음? 저번에 봤던 초상화랑 비슷한 것 같은데.”
대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데미안 학센을 향해 다가왔다.
다부진 체격과 허리춤의 검.
마상시합에 참가하러 온 기사들이 분명했다.
“데미안 학센이지?”
기사 중 한 명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이들 중에서 유일한 로우클래스였다.
“그렇다면?”
데미안의 대답에 기사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꿍꿍이로 가득한 미소였다.
“그 유명한 데미안 학센을 직접 보게 되어 영광이군.”
“흑마법사를 처단하고,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대공자를 상대로 승리했다지?”
“그것 참 놀라운 소문들이로군.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기사들은 데미안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자네의 과거에 대해서 들었는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명한 망나니였다면서?”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쫓겨나거나 가문의 재산을 담보로 잡고 거금을 빌렸다던데.”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아닌가? 그 대단한 데미안 경이 그런 쓰레기일 리가 없으니 말이야.”
기사들의 말투와 표정에서 조롱이 듬뿍 묻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소문들이 너무 많이 들려와서 말이야. 이번 기회에 확인을 해 보고 싶은데.”
맨 처음에 말을 걸었던 기사가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유일한 로우클래스답게 무력이 필요한 일이라면 먼저 나서는 듯했다.
‘역시 이런 녀석들이 나오는군.’
소문이란 굉장히 빨리 퍼지는 반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데미안은 짧은 시간 안에 어마어마한 명성을 쌓았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이번 마상시합에서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려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마차에 오래 앉아 있어서 몸이 찌뿌둥했는데.”
데미안 학센의 팔을 늘리며 말했다.
“형님, 안 됩니다.”
“뭐가 말이야.”
“아버지랑 약속하셨잖습니까…… 사고 안 치시겠다고요.”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잖냐. 이걸 참으라고?”
“그건…… 그렇지만…….”
아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되도록 얌전하게 끝내 주셔야 합니다…….”
“오냐. 죽이지는 않으마.”
“그게 아니라…….”
두 사람의 대화에 기사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뭔 건방진 소리를 하고 있…….”
“진짜 데미안 학센이잖아?”
그때, 또 다시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워서 와 봤더니 진짜였어.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저 멀리서 한 청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청년의 옆에는 젊은 여인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더럽게 반갑다.”
청년이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
데미안은 청년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뭐 하는 놈인데 나한테 친한 척을 하는 거지?”
“뭐 하는 놈이냐고? 나한테 얻어맞아 놓고 이렇게 나오면 섭섭한데.”
“얻어맞아?”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남자의 옆에 있던 여자가 말했다.
“흥, 꼴에 남자라고 그때 있었던 일이 부끄러웠나 보죠? 그래 봤자 소용없어요. 모른 척해 봤자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넌 또 누군데 끼어드는 거냐.”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기사들한테 무시를 받아서 불쾌했는데. 처음 보는 여자까지 자신을 깔보고 있었다.
“형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뭐가 말이냐.”
“저 여자는 소피아 러셀이잖습니까. 옆에 있는 남자가 연인이라는 잭슨 커터구요.”
그 말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소피아 러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기는 했지만 설마 바로 앞에 있는데 알아보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저게 잭슨 커터란 말이지.’
데미안이 잭슨 커터를 살펴봤다.
콧날이 날카롭고, 눈빛이 또렷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한 미남이었다.
‘이래서 소피아 러셀이 푹 빠졌던 것이군.’
잘생긴 외모에 로우클래스라는 실력까지.
러셀 자작가에서 데미안과의 파혼을 선언한 것도 이해가 갔다.
“뭘 봐? 옛날 일이 떠올라서 오금이 저려오나 보지?”
잭슨 커터가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도 똑같이 웃어 주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이봐. 우리를 놔두고 뭐 하는 거냐.”
그때, 먼저 도착했던 기사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는 잭슨 커터를 노려보며 말했다.
“거기 너, 누군지 모르겠지만 데미안 학센은 우리가 먼저 발견했다. 그러니 얌전히 꺼져라.”
“내가 할 소리를 자기가 하고 있네? 나도 데미안 학센한테 볼일이 있으니까. 그쪽이나 꺼지시지.”
“이거 아주 웃긴 놈이군.”
기사가 살기를 흩뿌리며 잭슨 커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꼭 너처럼 피를 봐야지 정신을 차리는 놈들이 있지.”
“예, 예 알겠으니까 빨리 덤비기나 하세요.”
“이 자식이!”
기사가 분노를 터트리며 잭슨 커터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 순간, 잭슨 커터가 기사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커헉!”
기사의 허리가 앞으로 숙여졌다. 기사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것도 모자라서 구역질을 하기까지 했다.
“베리 경?”
뒤에 있던 기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베리 경은 로우클래스라는 높은 경지에 있는 기사였다.
그런 경지에 있는 기사가 겨우 주먹 한 번에 저렇게 괴로워한다니?
‘타격 하는 순간, 마력을 방출했군.’
데미안은 베리 경이 왜 저렇게 괴로워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꿰뚫어 봤다.
복부로 주먹을 타격하는 순간, 마력을 방출해서 내상을 입힌 것이다.
‘저런 고등한 기법을 쓸 줄이야.’
기사들은 오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기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마력이란 무궁무진한 활용법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상당히 뛰어난 놈이군.’
저런 기술을 알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능숙하게 사용할 줄이야.
잭슨 커터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이놈! 감히 베리 경을!”
일행 한 명이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그 순간, 잭슨 커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뽑는 건 네 자유지만…… 그러다 죽는다?”
잭슨 커터의 살기에 기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기사의 실력은 기껏해야 준기사 정도에 불과했다.
겨우 그 정도 수준으로 잭슨 커터의 살기를 견뎌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 나중에 보자!”
기사들은 베리 경을 데리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귀찮게 하는 것들도 치웠고…… 이제 우리끼리 볼일을 해결해 볼…… 뭐야.”
잭슨 커터가 데미안을 돌아봤다. 그리고 당혹감에 몸을 움찔 떨었다.
데미안 학센이 너무나도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동생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형님…….”
“야, 내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급적이면…… 조용히 해결해 주십시오.”
“여부가 있겠냐.”
데미안은 잭슨 커터에게 다가가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게 무슨 개수작이냐.”
“왜? 악수나 좀 하자는 거지.”
잭슨 커터의 눈동자가 게슴츠레해졌다.
“좋아. 못 해 줄 것도 없지.”
잭슨 커터가 데미안의 손을 맞잡았다.
그 직후, 잭슨 커터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어?”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머리부터 땅으로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