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4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43화
43화 잭슨 커터 (1)
잭슨 커터는 데미안 학센보다 한 발 늦게 코퍼헤드 백작가에 도착했었다.
“이딴 곳을 사용하라고?”
잭슨 커터는 하인이 안내해 준 천막을 둘러보며 화를 냈다.
비좁은데다 바닥에는 낡은 가죽만 몇 장 깔려 있었다.
가구라고는 침대랑 책상 하나가 고작이었다.
“내가 누군지 몰라? 오우거 참살자 잭슨 커터야!”
잭슨 커터가 하인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하인은 덜덜 떨며 말했다.
“지, 집사장님께서도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이딴 곳을 배정해 줬다고? 지금 제정신이야?”
“저, 저한테 말씀하셔도…….”
하인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잭슨 커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인의 말대로 아랫것에게 화를 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당장 꺼져.”
하인은 도망치다시피 천막을 빠져나왔다.
하인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자크 누아레가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부터 시끄럽더구나.”
자크 누아레가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 그게 말입니다. 저놈들이 제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이딴 볼품없는 천막을 배정해 줬단 말입니다. 이걸 어떻게 참으란 말입니까. 당연히 항의를 해야…….”
잭슨 커터가 볼멘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자크 누아레가 잭슨 커터의 목을 움켜잡았다.
“컥!”
“한동안 풀어줬더니 내가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구나. 내가 네 불평이나 들어주는 사람으로 보이느냐?”
“죄, 죄송합…… 죄송합니다!”
잭슨 커터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제야 자크 누아레는 잭슨 커터의 목을 손에서 놓았다.
“이곳에서는 가급적 조용히 지내라. 난리를 피웠다가 시합장에서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알, 알겠습니다.”
“명심해라. 네 목표는 마상시합의 우승이다.”
잭슨 커터는 자크 누아레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런데 스승님, 어째서 마상시합에서 우승하라는 겁니까? 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려 주실 수는 없으신지…….”
“내 비원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스승님의 비원이라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마스터.
진정한 초인이라 불리는 지고의 경지.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말했으리라. 그만큼 마스터라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자크 누아레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러니까 제가 마상시합에서 우승하는 게 스승님의 비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크 누아레가 잭슨 커터를 노려봤다.
잭슨 커터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더 캐물었다가는 험한 꼴을 당할 게 분명했다.
“난 코퍼헤드 백작과 참가자들에 대해서 조사하고 오겠다. 넌 얌전히 마상시합에 준비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만약 데미안 학센을 만나더라도 무시하도록 해라.”
“예?”
잭슨 커터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자크 누아레를 쳐다봤다.
잭슨 커터가 이번 마상시합에 참가한 이유는 데미안 학센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함이었다.
데미안 학센 같은 쓰레기가 자신보다 훨씬 더 유명한 것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시하라니?
“데미안 학센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너무 많다. 이번 마상시합의 참가자 중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자크 누아레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내가 소문의 진상을 확인할 때까지 건드리지 말도록 해라.”
“하지만…… 스승님께서도 보셨잖습니까. 그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말입니다.”
잭슨 커터가 데미안 학센을 폭행하던 날, 자크 누아레도 근처에 있었다.
심지어 잭슨 커터가 데미안 학센을 폭행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지켜봤다.
그런데도 저런 명령을 내리다니?
“내 명령이 불만이라는 것이냐?”
자크 누아레의 목소리에 불쾌감이 담겼다.
잭슨 커터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알면 됐다.”
자크 누아레는 한 번 더 자신의 얘기를 주지시키곤 천막 밖으로 나갔다.
자크 누아레의 기척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잭슨 커터는 경멸스럽게 말했다.
“겁쟁이 같으니라고.”
자크 누아레는 항상 저렇게 행동했다.
무언가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몸을 사렸다.
이번에도 데미안 학센의 소문을 듣고 겁을 먹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릴 거면 좀 자세히 설명해 주던가. 내가 마상시합에서 우승하는 거랑 마스터가 되는 게 무슨 상관인데.”
두 사람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라기보다는 주인과 노예에 가까웠다.
애초에 자크 누아레가 잭슨 커터를 가르친 이유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해 먹으려 함이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두고 보라지. 내가 미들클래스에 오르면 댁부터 죽여 버릴 거니까.”
그러나 자크 누아레를 경멸하는 것과 별개로 그의 가르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크 누아레는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많은 검술과 마나연공법을 연구해 왔다.
그렇게 얻은 지식은 양아치에 불과했던 잭슨 커터를 순식간에 로우클래스의 경지에 올려놓을 정도였다.
잭슨 커터는 자크 누아레에게 더 많은 지식을 배워서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오르는 게 목표였다.
“계속 앉아 있으니까 기분만 더럽네.”
잭슨 커터는 짜증을 내며 천막 밖으로 나왔다.
그때, 맞은편 천막을 나오던 소피아 러셀과 마주쳤다.
“오, 소피아. 너도 갑갑해서 나온 거야?”
“잭슨!”
소피아가 큰소리로 외치며 잭슨에게 안겼다. 잭슨은 소피아를 품에 안았다.
“천막 안에만 있으려니 심심해서요.”
“역시 우리 둘은 잘 통한다니까. 나도 갑갑해서 나왔어.”
“잘됐네요! 같이 산책이라도 해요!”
잭슨 커터가 소피아 러셀의 허리를 팔로 감쌌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합장 내부를 돌아다닐 때였다.
“진짜 데미안 학센이잖아?”
잭슨 커터는 데미안 학센과 마주치게 되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더럽게 반갑다.”
* * *
얼굴이 땅에 닿았을 때, 잭슨 커터는 속으로 의문을 떠올렸다.
어째서 내가 당한 거지?
손을 맞잡는 순간, 잭슨 커터는 모든 힘을 끌어냈다.
데미안 학센의 팔을 꺾어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당한 것은 잭슨 커터였다. 심지어 어떻게 당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재, 잭슨!”
바로 옆에서 소피아 러셀이 비명을 질렀다. 잭슨 커터는 바닥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괜찮아. 난 멀쩡…….”
일어나려던 몸이 휘청거렸다.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구역질이 자꾸 올라왔다.
“오, 튼튼한데?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는데 벌써 일어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잭슨 커터는 깨달았다.
데미안 학센은 무턱대고 자신을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친 것이 아니었다.
턱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한 것이다.
“이 개같은 새끼가……!”
잭슨 커터가 기억하는 데미안 학센은 한심한 짓거리만 일삼는 얼간이었다.
자신의 주먹에 얻어터지고 살려 달라며 빌던 한심한 남자였다.
그딴 놈한테 한 방 먹다니?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었다.
“소문이 완전히 가짜가 아니었나 본데.”
잭슨 커터가 까득 이를 갈았다. 극심한 분노에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겨우 이딴 장난질로 끝낼 생각은 아니겠지?”
잭슨 커터가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데미안 학센은 동생을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벨, 봤지? 쟤가 먼저 칼을 뽑으려고 했다?”
“형님…….”
아벨 학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데미안 학센을 말리지 않았다.
“기왕 하실 거면 본때를 보여 주십시오.”
“당연하지.”
데미안 하센이 아벨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
“준비 다 됐냐?”
“오냐, 다 됐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와중에도 잭슨 커터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학센의 손에 어떤 무기도 쥐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검을 뽑지 않고 뭘 하는 거지?”
“너 같은 놈은 이걸로 충분하다.”
데미안 학센이 검지를 삐죽 세웠다. 잭슨 커터는 잠시 동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날 손가락 하나로 상대하겠다는 거냐?”
“부담스러우면 나뭇가지로 바꿔 줄까?”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잭슨 커터의 얼굴에 혈관들이 돋아났다.
“……열 손가락을 모두 잘라서 씹어 먹어 주마!”
잭슨 커터가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잭슨 커터가 달려들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잭슨 커터는 멍한 얼굴로 옆을 돌아봤다.
자크 누아레.
자신의 스승이 서 있었다.
* * *
“……스, 스승님.”
자크 누아레는 잭슨 커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데미안 학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미안 역시 자크 누아레를 응시했다.
굳이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데미안은 적잖게 감탄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경지가 높아질수록 벽이 높아진다.
준기사가 로우클래스가 되는 것보다 로우클래스가 미들클래스가 되는 것이 백배는 더 어렵다.
그렇기에 높은 경지일수록 기사들의 실력 차이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최상위권의 미들클래스는 하위권의 미들클래스를 단칼에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대단하군. 저번에 봤던 흑마법사 따위는 상대가 안 되겠어.’
데미안은 유란의 수장을 떠올렸다.
유란의 수장은 7위계에 도달한 흑마법사였다. 게다가 전투에 특화된 광분학파였다.
눈앞에 있는 남자라면 유란의 수장 따위는 가볍게 죽일 수 있는 실력자였다.
“놀랍군.”
자크 누아레가 침묵을 깼다.
“그 한심하던 망나니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강해지다니. 믿기 힘들 정도야.”
자크 누아레가 흥미롭다는 눈동자로 데미안을 훑어봤다.
“제자의 무례한 행동은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자크 누아레는 잭슨 커터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소피아 러셀은 황급히 그 둘을 따라갔다.
“아벨, 저놈이 누군지 알고 있냐?”
“자크 누아레라는 미들클래스 기사에요.”
데미안은 속으로 자크 누아레의 이름을 곱씹었다.
데미안이 이곳에 온 이유는 아벨 때문이기도 했지만 잭슨 커터와 소피아 러셀에게 복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크 누아레와 충돌할 수밖에 없을 터.
‘이거 오랜만에 검다운 검을 구경할 수 있겠는걸?’
데미안의 입가가 살짝 휘었다.
아무래도 이번 마상시합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