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4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45화
45화 연회 (1)
저녁 시간.
소피아 러셀은 잭슨 커터와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
코퍼헤드 백작가에서는 거대한 천막들을 이어붙여서 연회장을 마련했다.
임시로 마련된 연회장이었기에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한 점은 없었다.
한쪽에서는 악단들이 악기를 연주했다.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갓 만들어진 음식을 운반했다.
“잭슨, 아~ 하세요.”
소피아 러셀은 하인이 방금 내온 카나페를 내밀며 말했다.
잭슨 커터는 소피아 러셀이 내민 음식을 입으로 받아먹었다.
“으음, 맛있군. 소피아, 네가 직접 먹여 주니 더욱 맛있는 것 같아.”
“그런 말을 한다고 제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에요.”
두 사람은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지나가던 귀족들이 닭살이 돋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아…….”
소피아 러셀이 건네준 음식을 먹다 말고 잭슨 커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피아 러셀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잭슨, 갑자기 왜 그래요?”
“소피아…… 봐봐. 느껴지는 거 없어?”
잭슨 커터가 연회장의 귀족들을 곁눈질했다. 소피아 러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잭슨 커터가 힘없이 말했다. 그제야 소피아 러셀은 연인의 말을 알아들었다.
“저번에 버러지들은 그렇다 쳐도, 연회장에는 모든 귀족이 다 모이니까. 날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잭슨, 신경 쓰지 말아요. 아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라고 바빠서 그래요. 조금 있으면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소피아 러셀이 잭슨 커터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그녀의 위로에 잭슨 커터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소피아 러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학센이라면 다 알아봤겠지?’
문득, 소피아 러셀은 데미안 학센을 떠올렸다.
낮에 증명되었다시피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소문과 함께 초상화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데미안 학센이라면…… 말을 붙이려는 사람들로 넘쳐났을 거야.’
소피아 러셀은 그런 데미안 학센의 옆에 있는 자신을 떠올렸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상황이었다.
“소피아?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잭슨 커터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제야 소피아 러셀은 현실로 되돌아왔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피아가 황급히 대답할 때였다.
연회장의 입구에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데미안 학센이란 말이지?”
“옆에 있는 청년은 누구죠?”
“얼굴이 묘하게 닮은 것이…… 동생이 아닐까요?”
데미안 학센이라는 이름에 두 사람은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귀족들이 입구로 몰려들고 있었다.
“어머, 생각보다 잘생겼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되게 험악하고, 신경질적인 얼굴이라고 들었는데. 소문이랑 다르군요.”
“데미안 학센도 그렇지만 옆에 있는 동생도 굉장한 미남이군요.”
소피아 러셀은 가슴이 콩콩 뛰는 것을 느꼈다.
낮에 봤던 데미안 학센은 그녀의 마음을 잠시 사로잡을 정도로 멋있었다.
평소의 모습도 그렇게 멋있는데. 제대로 꾸미면 대체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과 기대감이 동시에 차올랐다.
‘아니야. 이러지 말자. 나한테는 잭슨이 있잖아.’
소피아는 고개를 붕붕 흔들었다. 하지만 마음이 계속 입구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잠깐…… 데미안 학센도 사실 내가 와주길 바라고 있지 않을까?’
갈등하던 소피아 러셀은 이상한 방향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맞아. 날 모른 척하면서까지 질투심을 이끌어 내려고 했잖아. 지금도 내가 볼 걸 기대하고 열심히 차려입었을 게 분명해.’
소피아 러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성을 봐서라도 한번 보러 가 줄까?’
하지만 무턱대고 갈 수는 없었다. 바로 옆에 잭슨 커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데미안 학센…….”
잭슨 커터는 입구 쪽을 노려보며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었다.
자신과 달리 주목을 받는 데미안 학센이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잭슨,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예요?”
잭슨 커터가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소피아 러셀을 쳐다봤다.
“저한테 말했잖아요. 데미안 학센을 마상시합에서 반드시 쓰러트릴 거라고요. 그럼 이럴 게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서 데미안 학센을 관찰해야죠.”
소피아 러셀의 말에 잭슨 커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나보고 데미안 학센을 관찰하라고?”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방심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데미안 학센을 상대로 완벽하게 승리를 해야 당신의 명성이 더욱 높아지지 않겠어요?”
설득이 먹혔는지. 잭슨 커터의 눈빛이 달라졌다.
“……당신 말이 맞아. 이럴 게 아니라 가서 데미안 학센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야지.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
소피아 러셀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다행히 그녀가 바라는 대로 되었다.
두 사람은 입구 쪽으로 향했다.
“잠깐 지나가도록 하겠다.”
잭슨 커터는 귀족들을 헤치며 길을 열었다. 덕분에 소피아 러셀은 편하게 앞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데미안 학센을 본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와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연미복.
그 모습에 소피아 러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데, 데미안 학센이 저렇게 잘생겼나?’
생각해 보면 데미안 학센은 미남 축에 속하는 남자였다.
다만, 지저분한 행실과 불규칙적인 생활이 그 장점을 모두 잡아먹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 학센은 옛날과 달랐다.
기사로서 단련된 신체가 외모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데미안.’
소피아 러셀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한테 보여 주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다니.’
데미안 학센이 들었다면 쌍욕을 내뱉었으리라.
* * *
연회장에 들어오자마자 데미안 학센이 느낀 감정은 한 가지뿐이었다.
‘귀찮네.’
연회장에 있던 귀족들이 데미안 학센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얼굴 표정에서 어떻게 해서든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로 접근하는 귀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데미안 학센이 일부러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귀족들은 섣불리 접근하지 못했다.
“형님, 보세요. 우클레 열매로 만든 디저트예요! 애플 왕국에서 재배하기 힘든 열매라서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데미안과 달리 아벨은 연회장의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데미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벨을 지켜봤다.
“동생 분도 미남이시네요.”
“외모만 따지면 데미안 학센 경보다 잘생기셨는 걸요.”
“그래도 전 데미안 경이 좋아요. 저 팔뚝을 보세요!”
아벨 역시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여자 귀족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데미안은 괜히 여자 귀족들이 다가올까 싶어서 살기의 양을 조금 더 늘렸다.
그때였다.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이 창끝으로 땅을 찍었다.
쾅쾅, 거친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코퍼헤드 백작 각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병사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악단의 연주가 멈췄다.
병사들은 입구를 가리고 있던 천을 좌우로 당겼다. 벌어진 틈으로 노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은 염소처럼 얇은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눈썹은 얇고, 눈동자는 움푹 파여 있었다.
코퍼헤드 백작의 등장이었다.
코퍼헤드 백작 옆에는 젊은 여인이 함께 걷고 있었다.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여인의 외모에 넋이 나갔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은 얼굴이었다.
장녀 올리비아 코퍼헤드였다.
코퍼헤드 백작과 올리비아 영애는 연회장의 중앙을 가로질렀다.
누가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좌우로 흩어지며 길을 만들었다.
코퍼헤드 백작은 연회장 중앙에 마련된 상석에 앉았다.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그 옆자리에 앉았다.
“나 때문에 흥이 깨진 듯하군. 이제 난 신경 쓰지 말고 다들 연회를 즐기게나.”
그 말에 악단이 다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의 대화 소리도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백작 각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네이션 남작가의 프렌츠라고 합니다.”
별안간 귀족 중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코퍼헤드 백작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네이션 남작가! 알고 있지. 맛 좋은 사과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족 남성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올리비아 영애의 생일을 기념하여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받아 주신다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겠나이다.”
프렌츠 네이션이 내민 물건은 보석으로 장식이 되어 있는 작은 상자였다.
“미추학파의 연금술사들이 제작한 화장품입니다. 정령의 가루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프렌츠 네이션의 설명에 여자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미추학파라면 화장품 제작으로 가장 유명한 연금술사 학파잖아요?”
“방금 정령의 가루라고 했죠? 바르기만 하면 피부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물건이잖아요?”
“새끼손톱만 한 분량이 황금 한 덩어리에 거래된다던데…… 그럼 저 화장품은 얼마나 비싼 걸까요?”
여자라면 탐을 내지 않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코퍼헤드 백작 역시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코퍼헤드 백작가의 재력이라면 이 정도 물건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구하느라 힘들었겠군. 고맙네.”
백작의 반응에 프렌츠 네이션은 기가 죽은 채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마자 또 다른 귀족 남성이 앞으로 나섰다.
“백작 각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자이온 자작가의 찰리라고 합니다! 저는 올리비아 영애께 이 목걸이를 바치고자 합니다!”
찰리 자이온이 유리관을 들어 올렸다.
유리관 안에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보석이 달려 있는 목걸이가 담겨 있었다.
보석의 빛을 본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저건 칠색석이 아닙니까?”
“암석 지대에 서식하는 골렘을 백 마리를 잡아야 겨우 하나가 나올까 말까 한 희귀 보석인데.”
칠색석이 딱히 어떤 대단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굉장히 얻기 힘든데다 희귀하고 아름답기까지 하기에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보석이었다.
“이렇게 귀한 것을 가져오다니.”
코퍼헤드 백작조차 흡족해할 정도로 값비싼 물건이었다.
“올리비아, 어떻느냐. 참으로 아름답지 않느냐?”
그러나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이번에도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눈동자로 목걸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물건을 잘 받도록 하지.”
“예! 감사합니다!”
찰리 자이온은 고개를 숙인 뒤, 돌아갔다.
그 이후로도 많은 귀족이 선물을 바쳤다.
하지만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그 어떤 선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까다로운 여자로군.’
데미안은 그리 생각하며 아공간을 열어서 활을 꺼냈다.
“야, 받아라.”
그리고 아벨에게 활을 던졌다. 아벨은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뭘 놀라냐. 선물을 가져왔으니 우리도 줘야 할 거 아니야.”
“저, 정말 이 활을 주실 생각이십니까?”
“야 인마, 이거 후작이 준 거야. 엄청 귀한 거라고.”
아벨은 영 자신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미안 꺼낸 활은 굉장히 볼품이 없었던 것이다.
활대는 단검으로 대충 깎아놓은 것처럼 생겼고 색은 거무튀튀했다.
다른 귀족들이 바치고 있는 물건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했다.
“아, 내가 너한테 이 활에 대해서 설명 안 해 줬냐?”
“그냥 후작 각하께서 주셨다고만 말씀하셨습니다.”
“그랬나? 그럼 일단 나가자. 나가보면 알 거다.”
데미안이 백작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벨도 하는 수 없이 형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