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4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46화
46화 연회 (2)
“어머, 잭슨 저것 좀 봐요. 미추학파의 화장품이래요.”
소피아 러셀은 귀족들이 백작에게 건네는 물건들을 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러셀 자작가처럼 작은 가문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보물들이었다.
“소피아, 부러워 할 거 하나도 없어. 내가 나중에 더 좋은 걸 사 줄 테니까 말이야.”
“정말요? 잭슨만 믿고 있을 게요.”
소피아 러셀이 잭슨 커터의 목을 꼭 끌어안을 때였다.
“여기 있었군.”
뒤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스, 스승님!”
잭슨 커터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연회가 시작되고 계속 보이지 않았던 스승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놀랄 만도 했다.
“어딜 갔다 오신 겁니까?”
“참가자들을 조사하고 왔다. 데미안 학센을 상대할 대책이 필요해서 말이다.”
자크 누아레의 말에 잭슨 커터의 표정이 보일 듯 말 듯 구겨졌다.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가서 백작에게 이 선물을 건네고 와라.”
자크 누아레가 유리병을 내밀며 말했다.
유리병 안에는 형광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게 뭡니까?”
“올리비아 영애의 생일 선물이다.”
“그러니까 이걸 왜 제가 영애에게 바쳐야 하는지…….”
자크 누아레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잭슨 커터는 스승이 화를 낼까 싶어서 냉큼 비약을 받았다.
“스승님, 그래도 이 비약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백작에게 건넬 때, 설명을 할 거 아닙니까.”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볼 테니 말이다.”
자크 누아레의 설명에 잭슨 커터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나갔다 와라.”
자크 누아레가 잭슨 커터의 등을 떠밀었다. 잭슨은 하는 수 없이 백작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잭슨, 같이…….”
“넌 여기 남아 있어라.”
자크 누아레가 소피아 러셀을 막아섰다.
“예? 대체 왜…….”
자크 누아레가 말없이 그녀를 노려봤다.
이유를 물으려던 소피아 러셀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 * *
잭슨 커터는 스승님이 내준 선물을 들고 코퍼헤드 백작 앞으로 나섰다.
“백작 각하, 저는 잭슨 커터라고 합니다.”
잭슨 커터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잭슨 커터? 누구인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
“글쎄요.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잭슨 커터의 이름을 알아보는 귀족은 한 사람도 없었다.
잭슨 커터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잭슨 커터? 잭슨 커터라…….”
백작 역시 잭슨 커터를 알아보지 못했다. 잭슨 커터의 얼굴이 더욱더 붉어졌다.
“각하, 잠시만…….”
그때, 집사장이 다가와서 백작에게 속삭였다. 백작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그대가 바로 오우거 참살자 잭슨 커터로군.”
“알아봐 주셔서 영광입니다!”
백작의 입에서 자신의 칭호가 나오자 잭슨 커터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오우거 참살자? 처음 듣는 칭호인데.”
“아, 들어본 적 있네. 혼자서 오우거를 사냥했다는 젊은 기사가 있다던데. 그게 바로 저 기사인 모양이군.”
“그 괴물을 혼자 잡았단 말입니까? 실력이 대단하군요.”
귀족들은 잭슨 커터를 놓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귀족들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오르고 내리자 잭슨 커터의 미소가 더더욱 밝아졌다.
“각하, 영애를 위해서 이 물건을 바치겠습니다.”
잭슨 커터는 비약을 꺼내서 두 손으로 내밀었다.
“저게 뭐죠? 무슨 물약이죠?”
“저 붉은 형광색…… 설마 활력농축의 비약은 아니겠죠?”
“한 모금만 마셔도 하루 동안 지치지 않는다는 비약이 아닙니까.”
“연단학파에서 특정 고객들에게만 판매한다는 물건인데 저걸 어떻게…….”
귀족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저 비약이 활력농축의 비약이 맞다면 지금까지 나온 선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다.
“활력농축의 비약이라니! 이 귀한 것을 어떻게 구한 것인가?”
특히 백작의 반응이 격했다.
이제 노년의 나이였기에 건강에 관심이 많아질 수박에 없었다.
“올리비아, 보거라! 정말 대단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그렇네요.”
올리비아가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이번에도 선물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좋군. 아주 좋아.”
백작은 하인을 시켜서 활력농축의 비약을 전달받았다.
비약을 손에 쥔 백작은 흡족한 눈빛으로 그것을 살펴봤다.
엄밀히 말해서 이 비약은 올리비아 코퍼헤드의 생일 선물이었지만 그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미 귀족들이 바치는 선물의 대다수가 백작의 위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잭슨 커터, 그대의 이름은 기억해 놓겠네.”
“예, 각하.”
잭슨 커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려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멈칫했다.
데미안 학센이 걸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데미안 학…….”
데미안 학센은 그대로 잭슨 커터를 지나쳤다.
완전한 무시에 잭슨 커터는 주먹을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 * *
데미안은 코퍼헤드 백작 앞에 섰다.
“그대가 데미안 학센이로군.”
이름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코퍼헤드 백작은 데미안을 알아봤다.
“요즘 자네에 대한 소문으로 떠들썩하던데.”
“보잘것없는 명성일 뿐입니다.”
데미안 학센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보잘것없다니!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대공자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 어찌 보잘것없단 말인가!”
코퍼헤드 백작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칼 한번 뽑지 않고 대공자를 굴복시켰다는 건 너무 과장된 소문이지만 말이야. 으하하핫.”
백작의 말에 다른 귀족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속에서 데미안 학센만이 말없이 웃었다.
“저 역시 영애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은 올리비아 코퍼헤드를 바라봤다.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 열린 연회임에도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까다로운 여자로군.’
심지어 데미안이 나타났음에도 그러했다.
이런 여자와 아벨을 어떻게 이어 줘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 왔다.
“여기는 제 동생인 아벨입니다.”
데미안은 우선 아벨을 소개했다.
그러나 올리비아 영애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아벨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벨, 영애께 활을 드리거라.”
아벨은 마른침을 삼키며 올리비아 코퍼헤드를 향해 걸어갔다.
“어머, 저게 뭐래요? 활?”
“올리비아 영애께서 사냥을 좋아한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생긴 활이군요.”
연회장에 있는 귀족들이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아벨이 들고 있는 활의 생김새가 별로였던 것이다.
“……활?”
활이라는 말에 올리비아 영애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아벨이 들고 있는 활을 보자마자 두 눈동자가 확 커졌다.
올리비아 영애는 조심스럽게 활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귀신에 홀린 듯한 눈동자로 활대를 어루만졌다.
“……미노타우르스의 뿔로 만든 활이군요?”
그리고 처음으로 선물을 보고 입을 열었다.
“예, 제대로 알아보셨습니다. 미노타우르스, 그중에서도 우두머리였던 놈의 뿔로 만들어진 활입니다.”
“대단하네요…… 미노타우르스는 미들클래스도 버거워하는 몬스터라고 들었는데……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고요.”
데미안은 설명을 덧붙였다.
“영애께서도 아시겠지만 미노타우르스의 뿔은 무기를 제작하기에 무척 훌륭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 알고 있어요. 강철처럼 단단하지만 대나무처럼 탄성이 뛰어나죠.”
“정확하십니다.”
과연 사냥을 좋아한다는 소문은 가짜가 아니었다.
“활대를 한번 자세히 보시겠습니까? 그 활을 제작한 장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영애는 활대를 살펴봤다. 데미안의 말대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오귀스트? 설마 대장인 오귀스트가 제작한 건가요?”
“맞습니다.”
오귀스트.
애플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장인이었다.
야금술 실력이 얼마나 뛰어나던지 난쟁이에게 야금술을 사사받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물론 난쟁이가 인간에게 야금술을 알려줄 리는 없으니 어디까지나 뜬소문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올리비아 영애는 좀처럼 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누가 봐도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었다.
“오귀스트가 제작한 장비라니…… 내 생전 이런 귀물을 보게 될 줄이야.”
활을 보고 감탄한 것은 코퍼헤드 백작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백작은 활이 아니라 활의 가치를 보고 감탄했다.
“예전 오귀스트가 만든 방패가 경매장에 올라왔다가 수십 배로 가격이 뛰어오른 적이 있었지.”
백작은 탐욕스러운 눈동자로 활을 바라봤다. 속으로 이 활의 가치를 셈하고 있는 듯했다.
“제 동생인 아벨이 오늘을 위해서 어렵사리 구한 물건입니다.”
사실은 데미안 학센이 후작과의 거래를 통해서 구한 물건이지만 진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인가요? 절 위해서 구해오셨다고요?”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크게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드디어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아벨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아벨의 얼굴을 본 순간, 올리비아 영애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양쪽 볼에는 홍조가 올라왔다.
‘뭐야…….’
데미안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올리비아 영애가 느끼는 감정은 하나밖에 없었다.
‘얘도 얼굴을 밝히는 애였어?’
* * *
“이렇게 귀한 선물을 가져온 손님을 세워둘 수는 없지. 여봐라 의자를 더 가져오거라.”
백작의 명령에 하인들이 의자를 두 개 더 가져와서 놓았다.
“두 사람 다 어서 앉게.”
데미안은 백작의 옆자리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올리비아 영애의 옆자리는 아벨의 차이가 되었다.
“데미안 경, 안 그래도 그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네.”
코퍼헤드 백작은 직접 술을 따르며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라이언블룸 후작가와의 결투 때 있었던 일을 직접 듣고 싶네만.”
“아마 들으셔도 재미없으실 겁니다.”
“그래도 궁금하니 한번 들어보고 싶네.”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원래 데미안은 이런 일을 떠들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벨을 위해서 감내할 때였다.
아벨과 올리비아 영애가 친해질 기회가 왔는데. 그걸 놓칠 수는 없었다.
“굳이 듣고 싶으시다면야…….”
데미안은 결투 때 겪었던 일들을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코퍼헤드 백작은 데미안의 이야기를 굉장히 흥미롭다는 얼굴로 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데미안은 아벨과 올리비아 영애를 곁눈질했다.
“학센 자작가의 옆에 숲이 있다고요? 어머, 정말 아름답겠어요.”
“그, 그렇게 대단한 곳은 아닙니다. 조, 좁고 짐승도 얼마 없고…….”
“위험한 짐승이 없는 모양이군요. 정말 평화롭겠어요.”
상황은 상당히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아벨에게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둘이 전생에 어떻게 연인이 됐나 했더니…….’
데미안은 그 비밀의 해답을 얻었다.
‘사실 활이 필요 없었던 거 아닌가?’
라이언블룸 후작에게 활을 받아온 게 헛수고가 아니었을까.
데미안은 잠시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