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4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48화
48화 마상시합 (1)
이튿날, 마상시합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데미안은 이른 아침부터 마상시합장의 뒤편에 마련된 대기소로 향했다.
대기소에는 미리 도착한 기사들이 시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련님, 정말 이런 갑옷으로 되겠습니까요?”
시종 빅터가 데미안에게 가죽 갑옷을 내밀며 물었다.
데미안이 가져온 가죽 갑옷은 몸통만 가릴 정도로 면적이 작았다.
어깨와 팔뚝은 보호해 주지 않아서 칼이라도 스쳤다가는 곧바로 상처가 날 것 같았다.
“이거면 충분하지.”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갑옷을 입었다.
마상시합의 참가자들은 모두 준기사나 로우클래스였다.
그 정도 실력으로는 데미안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무거운 철제 갑옷을 입는 것보다 가벼운 가죽 갑옷이 나았다.
“그래도 사슬 갑옷이라도 구해 오시지…….”
빅터가 영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할 때였다.
둥- 둥-
웃옷을 벗은 병사가 시합장 한쪽에 마련된 커다란 북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기사들의 시선이 시합장에 집중되었다.
코퍼헤드 백작이 시합장 중앙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크흠, 다들 이렇게 모여 줘서 정말 고맙소. 본인은 체스터 코퍼헤드라고 하오.”
코퍼헤드 백작은 자신의 소개와 함께 개최식을 시작했다.
“오늘 이곳에는 서부의 용맹한 기사들이 모두 모여 있소. 우승자는 서부는 물론이고 다른 지방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질 것이오.”
이만한 규모의 마상시합은 자주 열리지 않았다.
분명히 서부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터.
우승자는 백작의 말대로 대단한 명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명성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오. 우승자에게 걸맞은 상품도 준비해 놓았소.”
코퍼헤드 백작이 손짓했다. 하인 몇 명이 천에 뒤덮인 물건을 들고 왔다.
백작이 천을 걷었다. 그러자 어린애 주먹만 한 크기의 수정이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수정의 내부에는 촛불처럼 작은 불이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게 뭐죠? 마도구인가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마도구라면 표면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어야 하거든요.”
귀족들은 의아함과 호기심이 뒤섞인 얼굴로 수정을 바라봤다.
백작이 손짓을 하자, 또 다른 하인 한 명이 커다란 은쟁반을 들고 왔다.
은쟁반의 위에는 새빨간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백작은 수정을 움켜쥔 채 그 손을 불길 속으로 집어넣었다.
“꺄아악!”
“으아악! 저게 뭐야!”
귀족들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대기소에 있는 기사들도 똑같았다.
하지만 정작 백작은 조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이건 내 조부께서 수집한 보물이오. 보다시피 소유주를 불길에서 보호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소. 그뿐만 아니라 체온을 유지해 주는 효과도 있지.”
백작의 말에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저 수정처럼 무언가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주는 마도구는 가치가 매우 높았다.
5위계 이상의 중위 마법사들이나 만들 수 있었던 것이 보통이었고 그마저도 횟수에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저 수정은 횟수의 제약 따위는 없어 보였다.
여기에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부가효과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연원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오. 마법사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더군.”
정체가 불분명한 것이 조금 아쉬웠으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수정이 지니고 있는 효능이 워낙에 뛰어났다.
“우승자에게는 상품으로 이 물건이 지급될 것이오.”
백작이 수정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대기소의 기사들 역시 수정을 바라보며 의욕을 다졌다.
‘뭐야.’
그 속에서 유일하게 데미안만이 경악하고 있었다.
‘정령의 심장이 왜 여기에 있어?’
* * *
정령.
자연의 힘을 품고 태어난다는 신비로운 생명체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지능은 어린아이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니고 있는 힘은 무시무시했다.
가장 약한 정령이 가진 힘이 로우클래스급이라고 평가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굉장히 희귀한 걸 보상으로 내걸었군.’
백작과 달리 데미안은 저 물건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정령의 심장.
상급 정령이 소멸할 때, 극히 낮은 확률로 생겨나는 힘의 덩어리였다.
상급 정령은 굉장히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하이클래스에 준하는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전생에 들었던 소문이 진짜였군.’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데미안이 아는 바에 의하면 마상시합의 우승자가 상품을 이용해서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
상급 정령이 남긴 심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저 심장을 녹여서 흡수할 수 있다면 막대한 마력과 정령의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령의 힘이라…….’
데미안은 전생에 싸웠던 엘프들을 떠올렸다.
도르고의 명령으로 제국을 멸망시킬 당시, 엘프라는 종족이 데미안을 막으러 왔다.
전원이 정령과 계약을 했으며 그중에는 정령왕과 계약한 엘프도 있었다.
‘무시무시한 놈들이었지. 자연 그 자체랑 싸우는 줄 알았어.’
데미안은 수십 명이 넘는 정령술사들과 세 달이 넘게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정령왕을 찢어발기는 것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저런 보물을 보상으로 내걸다니…… 정체를 모른다더니 진짜였나보군.’
인간들은 정령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저것이 정령의 심장이라는 걸 알아본 마법사도 없었을 것이다.
데미안은 도르고에게 얻은 지식과 엘프와 벌인 사투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상품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저건 좀 탐이 나는 걸.’
정령의 심장을 흡수할 수 있다면 전생의 경지를 되찾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근데 아벨 이 녀석은 어디에 있는 거야.’
데미안은 관중석을 살펴봤다. 그러자 귀족들 사이에 꼽사리 껴 앉아 있는 아벨의 모습이 보였다.
아벨은 부럽다는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보고 있는…… 아하.’
귀빈석에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앉아 있었다. 코퍼헤드 영애의 주변에는 다른 귀족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말을 걸고 싶지만 저 귀족들 사이를 뚫고 갈 자신이 없어서 포기 중인 듯했다.
‘이런 어리숙한 녀석 같으니.’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못마땅했지만 반쯤 예상한 일이기도 했다. 아벨은 저런 쪽으로는 쑥맥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빅터, 따라와라.”
“예! ……예?”
데미안은 기사들 사이를 헤치고 마상시합장으로 나갔다.
“도, 도련님? 아직 시합은 시작 안 했습니다만요.”
“나도 알고 있다.”
데미안은 빅터의 불만을 일축한 뒤, 귀빈석에 앉아 있는 백작의 앞에 섰다.
“백작 각하, 좋은 아침입니다.”
“오, 데미안 경. 좋은 아침일세.”
“각하께서 좋은 숙소를 내어 주신 덕분에 편하게 쉬었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백작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나온 것인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가?”
“시합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우려되는 점이라니?”
백작이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채 물었다.
“마상시합은 굉장히 거칠고 때때로 잔인한 장면도 나옵니다.”
데미안은 백작의 옆에 앉아 있는 올리비아 영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올리비아 영애처럼 여린 분께서 마상시합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까 우려됩니다.”
데미안은 최대한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 영애께서 마상시합을 즐기실 수 있도록 해설해 줄 사람을 옆에 두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마침 제 동생인 아벨이 종자로서 제게 훈련을 받은 덕분에 검술과 마상술에 조예가 깊습니다.”
데미안이 관중석에 있는 아벨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벨은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해 줘서 고맙네만 올리비아는 마상시합에 겁먹을 만큼 여린 아이가 아니네. 평소에도 사냥을 취미로 즐기는…….”
“좋은 의견이네요! 데미안 경의 말씀대로 할게요.”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냉큼 말했다. 코퍼헤드 백작은 당황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돌아봤다.
“올리비아?”
“저 혼자 지켜보는 것보다 옆에서 설명해 주시는 분이 있으면 좋죠.”
데미안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올리비아 영애를 바라봤다.
‘눈치가 굉장히 빠른 여자로군.’
데미안이 아벨을 거론하자마자 옹호를 할 줄이야.
더 기쁜 것은 올리비아 영애의 적극적인 자세였다. 아벨에게 마음이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흠…… 올리비아가 이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지. 아벨 공은 이곳으로 나오도록 하게.”
백작이 명령을 내렸을 때였다. 대기소에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백작 각하! 너무 성급한 결정이십니다!”
덩치가 큰 기사가 시합장 위로 걸어 나왔다.
“제 종자 역시 제 밑에서 오랫동안 수행을 쌓았습니다. 아벨 공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 뒤, 기사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데미안을 노려봤다.
“각하! 제 종자도 굉장히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각하 제 종자는…….”
다른 기사들도 대기소에서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다들 애가 타는 모양이군.’
마상시합에 참가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올리비아 영애에게 구혼하기 위해서 왔다.
올리비아 코퍼헤드의 옆에 자신의 종자를 둘 수 있다면 마상시합 동안 스승인 자신을 칭찬시킴으로써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니 이 기회를 데미안에게 홀랑 넘기기 아까웠던 것이다.
“으음,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백작은 곤란하다는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아무리 백작이라 해도 기사들이 이렇게 나오면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각하,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데미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백작이 시선이 데미안에게 향했다.
“가장 뛰어난 이를 뽑아서 영애의 옆에 앉히면 되지 않겠습니까.”
“허, 가장 뛰어난 이라고? 어떻게 뽑을 생각이지?”
“맞다. 종자들끼리 전투라도 벌일 생각이냐?”
몇몇 기사들이 데미안을 향해 소리쳤다.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장 뛰어난 기사의 종자야말로 제일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그럼 지금 우리들끼리 결투라도 벌이자는 거냐?”
“마상시합을 앞두고 그럴 수는 없지. 결투가 아니라 다른 기예로 실력을 겨루자.”
데미안이 백작을 향해 말했다.
“각하, 마침 영애께서 사냥을 좋아한다고 하시니 가장 활을 잘 쏘는 기사의 종자를 옆자리에 앉히는 게 어떻겠습니까?”
데미안의 제안에 몇몇 기사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딴 걸로 어떻게 기사의 우열을 가를 수 있단 말이야!”
“나도 동감하오. 좀 더 공정한 방법이 있을 것이오!”
모든 기사가 반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활 시합 좋군. 난 마음에 드는 걸.”
“옥타비아 숲의 명사수라 불렸던 내 실력을 보여 줄 수 있겠군.”
무엇보다 쐐기를 박은 건 올리비아 영애의 한마디였다.
“전 마음에 들어요. 안 그래도 다른 분들은 활을 어떻게 쏘시는지 궁금했거든요.”
“올리비아까지 동의했으니 궁술 시합으로 결정해야겠군.”
올리비아까지 지지하자 반대파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럼 누가 먼저 하겠나?”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데미안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데미안은 빅터를 향해 말했다.
“뭐 하냐. 가서 활을 얻어와라.”
“예, 옙!”
빅터는 냉큼 달려가서 병사 한 명에게 활과 화살을 얻어서 왔다.
“여기 있습니다요!”
“수고했다.”
“그, 그런데 도련님, 활도 쏘실 줄 아셨습니까?”
“아니.”
데미안의 대답에 빅터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아니, 그럼 대체 왜 이런 제안을 하신 겁니까요.”
“자신 있으니까.”
데미안은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방금 말했다시피 데미안은 활을 쏠 줄 몰랐다. 하지만 지식적으로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어디 보자…… 그 녀석은 어떻게 했더라.’
데미안이 과거에 싸웠던 마스터 중에서 궁귀라는 인물이 있었다.
놀랍게도 궁귀는 인간이 아니라 하프엘프였다.
궁귀는 데미안이 상대해 본 마스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대였다.
까마득한 거리에서 난사하는 화살은 하나하나가 고위계의 마법과 맞먹었다.
데미안은 일주일을 꼬박 싸운 끝에 궁귀의 목을 베었다.
물론 전투 도중에 궁귀가 가진 모든 기술과 경지를 흡수했다.
“병사들은 들으라. 가서 훈련에 쓰이는 과녁을 가져오도록 해라.”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과녁이라면 저기 있지 않습니까.”
데미안이 화살 끝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새 한 마리가 푸드득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데미안 경, 설마 날아가는 새를 맞추겠다는…….”
데미안이 새를 향해서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데미안이 날린 화살은 새를 한참 지나쳤다.
“으하핫. 잘난 듯이 말하더니.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군.”
“데미안 경, 활은 잘 못 쓰시나 봅니다.”
기사 몇 명이 큰소리로 비웃었다. 데미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충 어떻게 날아가는지 알겠군.’
첫 번째 화살은 궤적을 보기 위함이었다.
단 한 번 날렸을 뿐이지만 데미안은 이 활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했다.
“각하, 저는 저 새의 왼쪽 눈을 맞추겠습니다.”
데미안이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겨누지도 않은 채 곧바로 시위를 놓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화살이 새의 얼굴을 꿰뚫었다.
새가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대기하고 있던 병사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새를 들어 올렸다.
“외, 왼쪽 눈을 맞췄습니다!”
병사의 외침에 시합장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
데미안이 기사들에게 활을 건네며 물었다.
“다음?”
기사들은 떨떠름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볼 뿐, 활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올리비아 영애의 옆자리는 누구도 반대하는 이 없이 아벨의 차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