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4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49화
49화 마상시합 (2)
아벨 학센은 올리비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또 만나게 되네요.”
옆에 앉자마자 올리비아가 웃으며 말했다. 아벨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형님, 감사합니다.’
데미안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를 또 잡지 못했을 것이다.
아벨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데미안에 대한 감사 인사가 우러나왔다.
“영애께서 시합을 즐기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긴장감에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아벨은 걱정이 많았다.
그는 형과 달리 검술에 소양이 없었다. 올리비아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괜찮아요.”
“예? 하지만…….”
“그런 건 됐고, 학센 자작령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 주세요.”
올리비아가 아벨을 보챘다.
아벨은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학센 자작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 * *
데미안은 대기소로 돌아왔다.
대기소 안으로 들어오자 기사들이 거리를 벌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데미안이 보여 줬던 궁술이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증거였다.
경계심을 산다는 것은 그만큼 견제도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 있는 기사들과 모두 싸워야 한다 해도 무섭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아벨의 행복이었다.
“참가자들은 들으시오.”
대기소에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들어왔다. 기사의 망토에는 코퍼헤드 백작가의 인장이 그려져 있었다.
백작가에 충성을 바치는 기사였다.
“앞으로 3일 동안 각기 다른 종목으로 마상시합이 진행될 예정이오.”
기사는 참가자들에게 자세한 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에게 점수가 부여될 것이오. 마지막 날에 점수들을 종합하여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참가자가 우승자가 되오.”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종목은 모두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소. 그럼 귀공들의 분투를 기대하겠소.”
이어지는 말에 참가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합장이 굉장히 넓어서 단체전이 열릴 것까지는 예상했다.
하지만 몬스터 사냥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부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소. 만일을 대비하여 치유 마법을 익힌 마법사가 대기 중이오. 그럼 30분 뒤에 시합이 시작되니 준비를 마저 끝내시오.”
그 말을 남기고 기사는 대기소를 나갔다.
“도, 도련님! 큰일났습니다요!”
기사가 나가자마자 빅터가 소리를 쳤다.
“무슨 일인데?”
“마, 마상시합이라면 말을 타야 하지 않습니까요!”
“그렇지.”
“그, 그런데 저희는 말이 없잖습니까요! 이, 이를 어쩌면 좋을지…… 지금이라도 제가 후딱 달려가서 한 마리를 사 올깝쇼?”
“우리가 말이 없기는 왜 없어.”
데미안의 말에 빅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도련님이십니다요. 이미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
“마차를 이끌던 말 있잖아.”
빅터는 순간 혼절할 뻔했다.
“도련님, 그 녀석들은 짐말이라서 몸도 무겁고, 빨리 달릴 수도 없습니다요…….”
마상시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었다.
빨리 달릴 수 있고, 잘 지치지 않으며, 쉽게 겁먹지 않는 말.
그런 우수한 품종의 말이 아니면 전투에 참여시킬 수가 없었다.
“이 자식 좀 봐라. 감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네. 그렇게 잘 알면 네가 기사하던가.”
“예, 에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가서 말이나 데려와라.”
“옙…….”
빅터는 걱정되는 마음을 안은 채 마구간으로 향했다.
* * *
“도련님, 데려왔습니다요.”
빅터가 데미안에게 말의 고삐를 건넸다. 데미안은 말을 갈기를 쓰다듬었다.
학센 자작가에서 키우는 말은 덩치가 너무 커서 다리도 무척 굵고, 굉장히 둔해 보였다.
빅터가 걱정한 대로 전투용으로는 알맞지 않은 말이었다.
“데미안 경, 설마 그 말을 타고 시합에 참가할 생각이오?”
지나가던 기사가 데미안의 옆에 있는 말을 보며 비웃었다.
“데미안 경이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그 말은 짐말이라 전투에는 알맞지 않소.”
“발터 경, 그만하시오. 사정이 여의치 않는 모양이지.”
기사들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데미안은 기사들의 말을 무시했다. 비웃는 놈들은 시합장에서 밟아버려도 늦지 않았다.
지금은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데미안이 과거에 싸웠던 마스터 중에 징나이칸이란 인물이 있었다.
초원에서 살아가는 유목민 출신으로 특이하게도 검이나 창 같은 무기가 아니라 승마술로 마스터가 된 인물이었다.
그가 이룬 경지는 인마일체.
말과 소통해서 온갖 복잡한 기교를 부릴 수 있었다.
심지어 말의 신체를 마력으로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오러블레이드까지 형상시킬 수 있었다.
이 괴상망측한 경지 덕분에 징나이칸이 탑승한 말은 전신에 오러블레이드를 두른 채 음속을 돌파하여 돌진하고는 했다.
데미안은 그와 반나절 동안 겨룬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날 봐라.”
데미안은 말의 머리를 잡고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오늘 하루 동안 네 힘을 빌려야겠다. 힘들겠지만 버텨다오.”
데미안은 말의 몸에 마력을 주입했다.
말의 눈동자가 커졌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다행히 말은 날뛰지 않았다. 데미안이 주입하는 마력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데미안의 마력이 말의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이제 곧 마상시합이 시작됩니다!”
병사들이 외침에 기사들이 말에 탑승했다. 데미안도 말 위에 올랐다.
“오늘 하루 동안 잘 부탁한다.”
알겠다는 듯 말이 푸르릉 소리를 냈다.
* * *
몬스터 사냥.
종목의 이름을 들었을 때, 잭슨 커터는 속으로 환호했다.
‘드디어 내 진짜 실력을 보여 줄 수 있겠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과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사람을 죽이는데 이골이 난 기사들도 몬스터와 싸우다가 허무하게 죽는 게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과 경험이 필요했다.
‘이번 경기로 내 이름을 알린다!’
몬스터 참살자라는 칭호를 사람들에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시키기로 했다.
“그럼…… 개문하겠습니다!”
병사의 외침과 함께 대기소의 문이 열렸다. 기사들은 문을 통과하여 시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앤드류 그라단! 앤드류 그라단!”
“게르다 본! 게르다 본!”
귀족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기사의 이름을 외쳤다. 기사들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잭슨! 잭슨 커터!”
그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잭슨 커터가 고개를 돌리자 소피아 러셀이 양팔을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잭슨 커터는 미소를 지으며 소피아 러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둥- 둥-
그때, 병사가 북을 울렸다. 이제 곧 몬스터들을 풀어놓겠다는 뜻이었다.
기사들은 반대쪽의 벽에 있는 철제문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몬스터를 준비해 놓은 것인지 몰라도 벌써부터 둔탁하고 거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기사들은 긴장한 얼굴로 철문을 바라봤다.
집단으로 상대시키는 만큼 보통 위험한 몬스터가 아닐 게 분명했다.
그리고 기사들의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우워어어어!”
철창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집채만 한 몬스터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몬스터를 본 순간, 기사들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트롤이잖아!”
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만큼 질긴 피부와 사람을 가볍게 찢어발기는 괴력.
아무리 베어도 죽지 않는 질긴 생명력으로 유명한 몬스터였다.
로우클래스조차 버거워하는 몬스터가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나 나타났다.
“워어어!”
트롤들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산개해라! 정면에서 싸우지 마!”
누군가의 외침에 기사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트롤들은 기사들을 뒤쫓았다.
‘미쳤군. 트롤을 풀어놓다니.’
말을 몰면서 잭슨 커터는 혀를 내둘렀다.
오러를 사용하면 트롤의 가죽 정도는 가볍게 벨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트롤도 마찬가지였다. 트롤 정도의 괴력이라면 기사를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
로우클래스라면 한 번 정도는 버틸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준기사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 이 정도는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이거지?’
기사들이 트롤을 피해서 도망치기 급급할 때, 잭슨 커터는 오히려 공격을 시도했다.
잭슨 커터는 트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트롤의 눈동자가 팽팽 돌았다.
-우워어어!
트롤이 잭슨 커터를 잡기 위해서 손바닥을 휘둘렀다. 하지만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하압!”
잭슨 커터는 칼을 뽑아서 트롤의 허벅지를 베었다. 트롤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재생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몬스터답게 검상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역시 이 정도로는 부족하구나!”
잭슨 커터는 다시 말을 몰아서 트롤의 주변을 돌았다.
그러다 트롤이 빈틈을 보일 때마다 칼로 다리를 베었다.
“저 기사는 대체 누구입니까?”
“용맹할 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뛰어나군요.”
관중석에 앉아 있던 귀족들이 잭슨 커터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귀족들의 웅성거림이 커질수록 잭슨 커터는 진한 만족감을 느꼈다.
‘봤냐? 이게 나다! 잭슨 커터다! 몬스터 참살자 잭슨 커터!’
잭슨 커터가 다시 칼을 휘둘렀다. 허벅지에 길쭉한 자상이 생겨났다.
그때였다.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잭슨 커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데미안 학센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우워어!”
트롤이 데미안 학센을 발견했다. 데미안 학센은 말을 채찍질했다. 말이 더욱 빠르게 달렸다.
‘멍청한 놈!’
잭슨 커터는 데미안의 행동을 비웃었다.
트롤은 아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빠르고 위험한 몬스터다.
방심했다가는 저 손바닥에 몸이 터질 수 있었다.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잭슨 커터는 트롤의 주변을 계속 돌면서 빈틈을 살핀 것이다.
‘정면에서 달려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걸 모르는 거냐!’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였다. 데미안 학센은 그리 뛰어난 기사가 아니었다.
‘나한테는 기회로군.’
잭슨 커터는 트롤이 데미안 학센을 공격하는 찰나, 복부를 노릴 생각이었다.
배를 갈라 내장이 모두 쏟아져 내리면 트롤조차 타격을 입을 테니 말이다.
“우워어어!”
트롤이 손을 내리쳤다. 잭슨 커터가 복부를 노리고 돌진하려던 찰나였다.
데미안 학센이 타고 있던 말이 높이 도약했다.
트롤의 손바닥이 땅바닥을 찍었다. 데미안을 태운 말은 트롤의 팔뚝을 발판 삼아서 달렸다.
데미안과 트롤의 눈높이가 똑같아졌다. 데미안이 칼을 휘둘러서 트롤의 목을 쳤다.
뜨거운 피가 땅에 흩뿌려졌다.
동시에 트롤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 * *
‘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군.’
무기와 달리 말은 자아와 감정이 존재하기에 다루기 까다로웠다.
하지만 데미안의 재능은 경험 부족 따위는 간단히 메꿀 정도였다.
데미안은 곧바로 감을 잡고 말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자!’
따로 고삐를 휘두르지도, 발꿈치로 말의 옆구리를 때리지 않았음에도 말이 움직였다.
말이 지면을 박찰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말의 근육이 얼마나 힘이 넘치는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말이다.
‘이렇게 움직이는 거지?’
데미안은 말의 움직임에 맞춰서 마력을 운용했다. 주입된 마력이 말의 움직임을 강화시켰다.
땅을 박찰 때마다 말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처음에는 둔중했던 움직임이 서서히 가볍게 변했다. 급기야 바람처럼 질주했다.
-우워어어!
트롤이 데미안을 보고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광경에 말의 공포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겁먹지 마라!’
데미안은 말을 다독였다.
‘내가 있지 않느냐!’
데미안의 강한 의지가 말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말은 공포를 잊은 채 트롤에게 달려들었다.
‘뛰어라!’
말이 도약했다. 트롤의 손바닥이 그 밑을 강타했다.
트롤의 팔뚝 위를 말이 질주했다. 폭 그리 넓지 않음에도 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말이 어깨에 도달했다. 딱 트롤의 목을 베기 좋은 위치였다.
데미안은 칼을 휘둘러 트롤을 참수했다.
말이 한 번 더 도약했다. 땅 위에 사뿐하게 착지했다. 말의 뒤로 머리를 잃은 트롤이 쓰러졌다.
“……와아아!”
“내,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귀족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데미안이 보여 준 승마술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아니, 앞으로도 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했다.
“수고했다.”
데미안이 말의 목을 두드렸다. 기분이 좋은지 말이 푸르릉 소리를 냈다.
데미안은 옆을 돌아봤다. 잭슨 커터가 귀신에 홀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선을 끄느라 수고했다.”
데미안의 한 마디에 잭슨 커터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 자식……!”
데미안은 뒷말을 듣지도 않은 채 다시 말을 움직였다.
아직 트롤이 두 마리나 더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