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5화
5화. 훈련 (1)
“빅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학센 자작가의 가주 폴 학센은 빅터를 붙잡고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빅터는 영 자신 없는 목소리로 도시에서 있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털어 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폴 학센은 빅터의 믿지 않았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
“지, 진짜입니다!”
“데미안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칼을 잡아 본 적이 없다! 그런 녀석이 수십 명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견습기사까지 죽였다고?”
빅터는 억울해 죽을 것 같았다.
더 억울한 것은 자기 자신이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는 점이었다.
“안 되겠다! 내 직접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 봐야겠다!”
폴 학센은 곧바로 랜드워크 도시로 집사를 보냈다.
해질녘에 떠난 집사는 이튿날 점심에 돌아왔다.
“어떻더냐.”
집사는 대답을 망설였다. 폴 학센이 재촉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빅터의 말이 맞았습니다. 검은뱀에서 관리하는 술집에서 학살이 벌어졌는데. 범인이 귀족 남성 한 명이었다는 소문이 성 곳곳에 쫙 퍼져 있습니다.”
폴 학센은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수고했네. 이만 나가 보도록 하게.”
집사는 허리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집사가 사라지자 폴 학센은 아내를 돌아봤다.
“여보 들었소? 그 아이가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친 모양이오.”
검은뱀이라면 폴 학센도 잘 알고 있었다.
귀족들의 모임에서 자주 화젯거리로 올랐기 때문이다.
“큰일이오. 검은뱀을 건드렸으니 저쪽에서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오.”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였으나 학센 자작가는 무척이나 약소한 가문이었다.
검은뱀 같은 거대 조직의 보복을 견뎌낼 힘이 없었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구려. 내가 아는 한 데미안은 검술을 배운 적이 없소. 그런데 어떻게……”
아내는 슬며시 다가와서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여보,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행이지 않나요?”
“다행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그래도 데미안이 맞고 오지는 않았잖아요?”
폴 학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농담이 나오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데미안이 맞고 오는 것보다는 때리고 오는 편이 낫죠.”
“이번에는 때린 정도가 아니오만…….”
폴 학센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검은뱀에 대한 건 걱정 마세요. 그깟 건달들이 귀족들을 어떻게 손대겠어요.”
반박할 말이 계속 떠올랐으나 폴 학센은 꾹 참았다.
지금은 아내에게 공감해 주는 게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에 대한 건 나중에 한번 천천히 물어보기로 해요.”
“……알겠소.”
폴 학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지금 뭘 하고 있소?”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달린다고?”
폴 학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내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체력이 너무 약하다면서 새벽부터 영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 * *
랜드워크 도시에 다녀온 다음 날 아침.
데미안 학센은 새벽부터 침대에서 일어났다.
게으름에 익숙한 육신은 늦잠을 원했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데미안 학센은 움직이기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 공기를 느껴본 게 얼마만이더라.”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 학센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자신의 몸에 갇혀 있었다.
그 때문에 새벽공기의 서늘함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아침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데미안 학센은 미리 챙겨온 유리병을 꺼냈다.
안데르센 홈에게 강탈해 온 비약이었다.
유리병을 입에 대고 비약을 들이켰다.
비약은 그 즉시 생명력으로 바뀌어 신체 곳곳에 퍼졌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군.”
지금부터 데미안 학센이 할 일은 비약으로 얻은 생명력을 모두 흡수하는 일이다.
생명력을 흡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신체를 혹사시킬수록 생명력은 신체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빠르게 흡수되었다.
“헛둘, 헛둘.”
데미안 학센은 영지의 경계선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훈련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 본 몸이라 달리는 속도는 형편없었다.
느려터진 데다 얼마 뛰지 않아서 숨이 가빠졌다.
“헉, 허억.”
그래도 데미안 학센은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정말 괴로웠지만 그만큼 비약의 생명력이 빠르게 흡수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데미안 학센은 인간의 몸을 단련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건 용병 시절에 단장에게 배운 훈련법을 재현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기사 가문의 훈련법이었지.’
전생에 몸을 담았던 용병단의 단장은 놀랍게도 견습기사 출신이었다.
그가 배운 모든 것은 전부 기사가문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기사가문은 대를 이어서 기사를 육성시키는 만큼 효율적인 훈련법들이 많기로 유명했다.
‘단장이 말하기를 모든 훈련의 기초는 달리기라고 했지.’
기초체력과 심폐지구력을 키우는 데는 달리기만 한 것이 없다며 매일 새벽마다 단원들을 뛰도록 시켰다.
당시에는 불만이 많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단장이 옳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체력이다.’
검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최우선은 체력이었다.
과도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저질 체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체력을 키우고 나면 검술에 매달려야겠다.’
전생의 데미안 학센은 무수히 많은 강자를 쓰러트리고 그들의 기술과 경지를 흡수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역사상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말이다.
데미안 학센은 그 경지에 ‘신검(神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누가 들으면 오만하다고 욕할지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데미안 학센이 도달한 경지에는 그만한 이름이 붙을 자격이 있었다.
아크리치라는 강대한 존재를 단칼에 소멸시킨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신검’의 경지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선 체력이 너무 약하다.’
높은 경지일수록 구현할 때, 신체에 부담이 컸다.
칼을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몸으로는 신검을 구현할 수 없다.
‘그리고 검술도 새로 만들어야 해.’
전생에 데미안 학센은 데스나이트 신체를 기반으로 검술을 갈고닦았다.
그렇기에 인간으로 돌아온 지금은 당시에 만든 검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인간의 몸에 맞는 새로운 검술을 만들어 내야 ‘신검’을 구현할 수 있었다.
‘쓸 만한 검술이라면 지금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딴 걸로 만족할 수는 없지.’
전생의 힘을 되찾는 정도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데스나이트 시절을 뛰어넘는 절대적인 검술을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신검’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싶었다.
‘마나연공법도 새로 익혀야겠어.’
마나연공법이란 외부의 마력을 흡수해서 체내에 저장하는 방법을 말했다.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마나연공법을 반드시 익혀야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마나연공법은 전부 흑마력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흑마력과 마력은 완전히 다른 힘이다.
그렇기에 마력을 사용하는 마나연공법을 새로 익혀야 했다.
용병시절에 단장에게 배운 마나연공법이 있기는 했지만 수준이 낮았다.
견습기사 출신이라고 하지만 훈련생 시절에 퇴출당했기 때문에 대단한 연공법을 전수받지 못한 탓이었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데미안 학센이 이렇게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에게는 가족의 행복 외에 이루어야 할 목표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도르고.’
과거로 돌아왔으니 도르고도 살아 있을 것이다.
도르고의 목표는 인류멸망과 죽은 자들의 제국을 건설하는 것.
도르고를 처단하지 않고서는 가족들의 행복을 논할 수 없었다.
‘하루빨리 신검에 도달해야지 그놈을 다시 죽일 수 있다.“
도르고는 인간을 멸망시키기 위해서 몇백 년 동안 많은 준비를 해 왔다.
다만 이번 생에는 데미안이 없을 테니 궁극적인 목표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세상에 해악을 끼칠 게 분명했다.
‘그놈을 죽이지 않고서는 평화를 논할 수가 없다.’
도르고는 모든 흑마법을 마스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분야가 언데드 제조였다.
도르고가 제작한 언데드는 강력할뿐만 아니라 기이한 능력과 지성까지 갖추고 있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으며 특별한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언데드.
그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도르고가 제작한 삼대마왕들은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지.’
도르고는 자신이 제작한 세 개의 걸작에 감히 마왕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하지만 막상 그들을 생각해 보면 아무도 그 이름이 과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삼대마왕은 한 명 한 명이 국가급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래 봤자 나보다는 약했지만.’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 학센은 그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했다.
삼대마왕 전원이 덤벼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데스나이트 시절 이야기였다. 이제는 방심할 수 없었다.
‘조만간 도르고가 꼬리를 드러낼 거다.’
데미안 학센의 기억이 맞다면 앞으로 몇 년 뒤 도르고가 제작한 언데드들이 세상에 나타난다.
전쟁에 필요한 물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언데드들을 온 세상에 파견해서 온갖 물자를 끌어모았다.
용병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언데드를 처치해 달라는 임무를 맡았다가 도르고를 만나게 되었다.
‘그전에 도르고를 죽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회귀를 했다고 해서 감정까지 옛날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데미안 학센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도르고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고 있었다.
‘반드시 죽여 주마.’
그리 생각하며 데미안 학센은 조용히 이를 갈았다.
* * *
데미안 학센이 훈련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데미안 학센은 정말 놀랍도록 달라져 있었다.
“헛둘, 헛둘.”
처음에는 걷는 것인지 달리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느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리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헛둘, 헛둘.”
이제는 체력이 크게 좋아져서 1시간을 넘게 달려도 크게 지치지 않았다.
그만큼 성실하게 훈련에 집중했다는 증거였다. 물론 비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비약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체력이 좋아지지 못했을 것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달리기는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끝났다.
“이제 좀 달릴 맛이 나네.”
데미안 학센은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숨을 골랐다. 미리 챙겨온 수통의 뚜껑을 열어 물을 들이켰다.
“크하, 시원하다.”
2시간을 넘게 달렸지만 아직 데미안 학센의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달리기 외에 체력을 키울 수 있는 훈련을 몇 가지 더 추가할 생각이었다.
전부 용병단장에게 직접 배운 운동법이었다.
“그나저나 검은뱀에서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날 이후, 검은뱀은 한 번도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라도 있나?”
어차피 체력만 좀 붙으면 검은뱀을 완전히 청소해 버릴 생각이었다.
이제 비약도 다 떨어졌으니 보충도 할 겸. 조만간 랜드워크 도시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충분히 쉬었으니 시작해 보자.”
데미안 학센은 몸을 일으켜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 * *
데미안 학센의 훈련은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끝났다.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저택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저택 앞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차 몇 대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온 마차지?’
얼핏 봐도 평범한 신분이 탈 수 있는 마차가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이 인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까이 갔을 때였다.
“도련님! 도련니이임!”
다급한 외침과 함께 빅터가 달려왔다.
빅터는 데미안 학센의 앞에 멈춰서서 숨을 헐떡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지금 당장 응접실로 가 보셔야 합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냐.”
“라, 라이언블룸 후작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라이언블룸.
그 말을 듣자마자 데미안 학센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라이언블룸 이공자가 찾아온 건 아니겠지?”
“그,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요? 이공자랑 호위기사들이 저희 영지를 찾아왔습니다!”
젠장.
데미안 학센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머릿속이 지끈지끈 아파 왔다.
‘혹시나 했는데 이미 이공자를 건드렸구나.’
전생에 데미안 학센이 저질렀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가 이미 벌어졌을 줄이야.
“알려 줘서 고맙다.”
데미안 학센은 빅터에게 감사를 표한 뒤, 저택으로 달려갔다.
곧바로 응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가족들의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님과 동생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데미안?”
가족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은 대답할 겨를도 없이 시선을 옮겼다.
“오, 왔어?”
가족들이 앉아 있는 자리의 맞은편.
그곳에 달갑지 않은 얼굴이 앉아 있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게 됐어. 근데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서 말이야.”
장난기 가득한 얼굴.
데미안 학센보다 작은 체격.
그에 비해서 놀랍도록 다부진 근육.
이 남자의 이름만큼은 굳이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금방 떠올랐다.
“데미안 학센, 그래서 내 얼굴을 때린 대가는 어떻게 치를 생각이지?”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이공자.
어윈 라이언블룸이 데미안 학센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