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5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50화
50화 마상시합 (3)
데미안이 트롤의 목을 베어 낸 순간, 아벨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언제나 차분하던 아벨조차 흥분할 정도로 호쾌한 장면이었다.
트롤은 로우클래스라 해도 상대하기 쉬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몬스터 특유의 야성, 끝없는 재생력, 여기에 괴력까지.
자칫 잘못하면 로우클래스라 해도 역으로 당할 정도였다.
그런 몬스터를 단칼에 처단할 줄이야.
“아벨, 당신의 형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올리비아 영애조차 경악에 찬 얼굴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이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자 아벨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세상에! 내 평생 저런 기술은 처음일세!”
코퍼헤드 백작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아벨 공! 대체 저 말의 품종은 무엇이지? 대체 무슨 말이기에 저렇게 가볍게 움직이는 겐가?”
코퍼헤드 백작이 아벨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벨은 말문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저거 짐말 아닌가?’
아벨의 기억이 맞다면 학센 자작가에서 키우는 짐말이 분명했다.
원래는 밭을 갈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나 쓰던 말이었다.
‘근데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아벨은 혼란함에 말을 잇질 못했다. 그때, 코퍼헤드 백작이 아벨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대답하기 곤란한 모양이군! 그래도 부디 데미안 경에게 이 말을 꼭 전해 주게! 저 말을 내게 팔아 달라고 말이야! 억만금을 줘서라도 구입하겠네!”
“아니…… 그게…….”
“아니면 종마로 빌려줄 수는 없는가? 이렇게 부탁하겠네!”
코퍼헤드 백작의 부탁에 아벨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사이, 데미안은 남은 두 마리의 트롤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데미안은 압도적인 점수를 따내며 첫 번째 마상시합을 끝마쳤다.
* * *
“형님! 오늘 정말 대단했습니다!”
처소로 돌아오자마자 아벨이 데미안에게 외쳤다.
항상 차분하던 아벨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검술 실력이 뛰어나신 것은 알았지만 말까지 잘 다루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이쿠, 잘 다루시는 수준이 아니던데요. 트롤의 팔을 타고 달려가서 단칼에 쓱! 제가 장담컨데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라는 아종족들도 그렇게는 못 할 겁니다요.”
아벨뿐만 아니라 빅터까지 신이 나서 말했다.
데미안은 그런 둘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그보다 올리비아 영애랑은 좀 친해졌냐?”
아벨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의 활약에 시선을 다 뺏겨서 올리비아 영애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이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아벨은 낮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보다 형님, 백작 각하께서 형님이 타고 있던 말을 구매하고 싶다던데요. 안 되면 종마로 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뭐? 그런 짐말을 왜 사겠다는 거야?”
“예? 혹시나 했는데 진짜 짐말이었습니까?”
아벨이 놀랐다는 얼굴로 말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날렵하게 움직인 겁니까? 그거 때문에 다들 엄청나게 좋은 품종의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던데요.”
“그거야 이 형님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지.”
데미안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벨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경기장에서 보여 줬던 말의 움직임은 기수의 실력으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 세상 어느 짐말이 몬스터의 팔뚝을 타고 달릴 수 있단 말인가.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벨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데미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백작 각하께도 그렇게 설명을 할까요?”
“아니, 그건 곤란하지.”
데미안의 말을 들어보면 백작은 말 때문에 애가 타는 중인 듯했다.
한창 백작과 사이가 좋은데. 이런 간절한 부탁을 거절해서 좋을 건 없었다.
“말을 팔 수는 없지만 종마로 빌려줄 의향은 있다고 전해라.”
말이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데미안 덕분이었다.
말을 함부로 팔았다가는 바로 들통이 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종마로 빌려주는 건 문제가 없었다.
평범한 말이 태어나도 데미안의 잘못이 아니라 말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코퍼헤드 백작가의 잘못이었으니 말이다.
“대신 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꼭 전하고.”
겸사겸사 가문 재정도 채우고 말이다.
* * *
이튿날 두 번째 마상시합이 진행되었다.
-크르르륵!
-크르르르.
오늘 준비된 몬스터는 오크였다.
수십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철창에 갇힌 채 이를 갈고 있었다.
기사들은 긴장한 얼굴로 오크들을 쳐다봤다.
트롤에 비하면 오크는 그리 대단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크의 두려운 점은 집단전에서 드러났다.
전장의 열기, 동족의 죽음, 적들의 살기.
그런 것들이 모였을 때, 오크는 야성을 드러내고 폭주했다.
폭주한 오크는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들을 죽였다.
오죽하면 광전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럼 시작하라!”
백작의 외침과 함께 철창이 열렸다. 오크들이 기사들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기사들도 오크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그때, 누군가 기사들보다 먼저 달려 나갔다.
“데미안 경이다!”
“데미안! 데미안!”
데미안 학센을 알아본 귀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데미안은 기사들을 내버려 둔 채 오크 무리로 뛰어들었다.
오크 사이를 지나갈 때, 섬광이 번쩍였다. 서너 마리의 오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이 베였다.
-크르륵!
오크들이 데미안을 붙잡기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데미안이 예상했다는 듯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말이 옆으로 달리며 오크의 공격을 피했다.
“저, 저저…….”
“말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고?”
보통 말은 앞으로 달리는 동작밖에 할 수 없었다.
네 다리를 교차해서 움직이며 옆으로 걷는 것은 자질이 뛰어난 말밖에 할 수 없는 동작이었다. 이는 훈련으로도 습득시킬 수 없었다.
말은 데미안의 명령에 따라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몽둥이를 피했다.
데미안은 말의 움직임에 맞춰서 칼을 휘둘렀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오크 한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크르르륵!
데미안의 뒤에서 오크가 뛰어들었다. 목숨을 내버려서라도 데미안을 죽이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데미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에게 명령을 내렸다.
말이 몸을 꺾으며 뒷발을 뻗었다. 말발굽이 오크의 턱을 강타했다.
턱뼈가 으스러지며 오크의 몸이 멀리 날아갔다.
-크르륵!
-크르르…….
눈 깜짝할 사이에 스무 마리 가까운 동족들이 살해당하자 오크들은 더 이상 데미안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가자! 오크 놈들을 섬멸하자!”
그때, 뒤늦게 도착한 기사들이 오크들을 공격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오크들은 너무나도 쉽게 목숨을 잃었다.
데미안은 칼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미 충분할 정도로 많은 오크를 죽였다.
그렇게 두 번째 시합도 데미안 학센의 압도적인 우위로 끝났다.
* * *
“데미안! 데미안!”
두 번째 시합이 끝났을 때, 귀족들은 모두 데미안의 이름만을 연호했다.
남은 기사들은 분통한 얼굴로 시합장에서 물러났다.
‘젠장.’
그 속에는 잭슨 커터도 있었다.
‘나한테 얻어맞고 질질 짜던 망나니 주제에…….’
잭슨 커터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이렇게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었다.
분했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잭슨 커터를 자극한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패배감이었다.
어제와 오늘, 데미안 학센이 보여 줬던 기술들은 굉장했다.
잭슨 커터조차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데미한 학센을 따라할 엄두조차 못 낼 것 같다는 게 잭슨 커터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말도 안 돼. 그 버러지가 나보다 강하다고?’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소피아는 어디 간 거야.”
잭슨 커터는 괜히 소피아를 언급하며 화를 냈다.
어제는 마상시합이 끝나자마자 자신을 마중 나왔는데. 오늘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잭슨 커터는 소피아 러셀을 찾기 위해서 관중석으로 향했다.
“와아아! 데미안! 데미안 학센!”
그러자 곧바로 볼 수 있었다. 데미안 학센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고 있는 소피아 러셀을 말이다.
“…….”
그 순간, 잭슨 커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 * *
소피아 러셀은 데미안 학센에게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첫날에도 트롤을 단칼에 벨 때도 멋있었지만 오늘은 더 대단했다.
수십 마리가 넘는 오크 무리를 혼자서 학살하는 것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데미안 경! 이쪽을 좀 봐 주세요!”
“데미안 경! 데미안 경!”
주변에 앉아 있는 다른 귀족들도 데미안 학센의 이름을 부르며 열광했다.
그런 관중들을 보고 있자니 소피아 러셀은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과연 짐작이나 할까?
데미안 학센이 자신에게 그렇게 매달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아…… 데미안 경…… 어디서 저런 분이 나타나셨을까요.”
“결심했어요. 아버지께 부탁드려서 학센 자작가에 중매를 넣을 거예요.”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중매를 넣겠다고? 어이가 없네. 너 같이 못생긴 년이 누구를 넘보는 거야.’
어제부터 데미안 학센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곳에 있는 여자들 중에서 소피아 러셀만큼 아름다운 여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현재 소피아 러셀과 데미안 학센은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이 자신을 포기하고 다른 여자를 선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소피아 러셀은 데미안 학센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몸이 떨려왔다.
‘……안 돼. 용납할 수 없어.’
옛날의 데미안 학센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데미안 학센은 남에게 넘겨주기에 너무 아까운 남자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데미안 학센이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잭슨이 있는데…….’
소피아 러셀이 두 사람을 놓고 갈등할 때였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시선을 돌렸다. 관중석에 서 있는 잭슨 커터가 보였다.
그제야 소피아 러셀은 자신이 데미안 학센에게 정신이 팔려서 잭슨 커터를 마중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재, 잭슨!”
소피아 러셀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잭슨 커터는 몸을 돌려서 관중석 아래로 내려갔다. 소피아는 황급히 그를 뒤쫓았다.
“잭슨, 잠깐만 기다려 봐요. 잭슨!”
소피아 러셀이 잭슨의 손을 붙잡았다. 잭슨 커터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소피아,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뭐, 뭐가요.”
“내가 있는데 데미안 학센을 응원해? 지금 제정신이야?”
잭슨 커터의 비난에 소피아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때문에 얼굴이 따가웠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요? 시합에서 큰 활약을 한 기사를 응원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하지만 소피아 러셀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잭슨, 속 좁게 굴지 마세요. 지금 데미안 학센이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질투하는 거잖아요.”
그 말에 잭슨 커터의 얼굴에 힘줄이 돋아났다.
“소피아……!”
“그리고 당신이 지금 데미안을 질투할 상황이에요? 마상시합에서 한 번도 활약하지 못했잖아요.”
소피아 러셀은 이쯤에서 말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번 터진 말문은 닫히지 않았다. 소피아 러셀도 지금까지 쌓인 게 많았기 때문이다.
“잭슨, 당신이 평소에 저한테 뭐라고 말했어요? 자기가 최고라면서요. 비슷한 나이대에서는 자기를 이길 사람이 없다면서요. 그런데 이게 뭐예요?”
잭슨 커터가 마상시합에 참가하자고 했을 때, 소피아 러셀은 기대했었다.
마상시합에서 크게 활약하는 잭슨 커터를.
그리고 그의 옆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를 같이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저한테 화를 낼 시간에 내일 시합에서는 어떻게 할지를 먼저 고민하세요.”
소피아는 잭슨 커터를 지나쳐서 사라졌다.
잭슨 커터는 멍한 얼굴로 소피아 러셀의 등을 쫓았다.
“이…… 이이…….”
곧이어 분노가 들끓어 순식간에 임계점까지 차올랐다.
분노가 이성을 날려 버리려던 찰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합이 끝났군.”
놀랍게도 자크 누아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분노가 가라앉았다.
잭슨 커터는 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잭슨 커터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크 누아레는 마상시합에서 우승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자신은 명령을 완수하기는커녕 마상시합에서 아무 활약도 못 하고 있었다.
“형편없는 경기였다. 어제도, 오늘도.”
자크 누아레는 위로의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역시 내 안목은 정확했군. 네 실력으로는 데미안 학센을 이길 수 없다.”
스승의 말에 잭슨 커터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사실이었기에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대계를 망칠 뻔했다.”
자크 누아레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따라와라.”
“예? 어디를 가시려는 겁니까?”
잭슨 커터의 물음에 자크 누아레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너와 올리비아 코퍼헤드의 혼담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