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5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51화
51화 계략 (1)
“……지금 혼담이라고 하셨습니까?”
당황한 잭슨 커터는 곧바로 되물었다.
하지만 자크 누아레는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그렇듯 자크 누아레는 아무 설명도 해 주지 않았다. 잭슨 커터는 한숨을 내쉬며 스승의 뒤를 따라갔다.
스승을 따라서 도착한 곳은 코퍼헤드 백작이 사용하는 천막이었다.
백작이 사용하는 곳답게 천막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물론이고 정예 기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들어가자.”
자크 누아레가 천막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기사들은 자크 누아레를 출입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미 자크 누아레가 여러 번 이곳을 드나들었다는 뜻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자크 누아레는 손님용 의자에 앉았다.
“……스승님, 대체 언제부터 백작과 접촉하신 겁니까?”
잭슨 커터가 의혹을 참지 못하고 재차 물었다.
“이틀 전부터.”
자크 누아레가 짧게 대답했다. 그 말에 잭슨 커터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틀 전이면 연회 날이었다. 즉, 마상시합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정말로 날 믿지 않았구나……!’
잭슨 커터는 자크 누아레의 속셈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 속셈을 위해서는 자신이 마상시합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자크 누아레는 잭슨 커터가 우승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다른 방식으로 속셈을 이루기 위해서 백작과 접촉한 것이다.
“스승님,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제가 왜 올리비아 영애와 혼담을 맺어야 하는 겁니까? 조금이라도 설명을…….”
잭슨 커터가 따지듯이 물을 때였다.
천막 안으로 코퍼헤드 백작이 들어왔다. 곁에는 올리비아 코퍼헤드도 함께하고 있었다.
“자크 경,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시합의 뒷정리를 하고 오느라 늦었소.”
“신경 쓸 필요 없다. 우리도 방금 왔으니.”
놀랍게도 자크 누아레는 백작의 앞에서도 말을 낮추고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백작이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버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올리비아 영애가 경계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올리비아, 너한테는 아직 말하지 않았지. 인사하거라 이쪽은 자크 누아레 경이다. 저쪽은…… 너도 본 적이 있겠지. 자크 경의 제자인 잭슨 커터다.”
백작이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우리는 오늘 두 사람의 혼담을 협의하기 위해서 모였단다.”
* * *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올리비아 영애는 소리를 지르며 곧바로 반발했다.
“저는 저 사람과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눠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혼담이라고요?”
잭슨 커터처럼 올리비아 영애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실 수 있어요!”
올리비아의 외침에 백작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올리비아, 착각하지 말거라. 너는 우리 가문의 장녀다. 너의 혼인은 네 의사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주인 내가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다.”
“아버지게서 뭘 판단하시겠다는 건데요!”
“당연히 이 혼담을 통해서 가문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말하는 것이지.”
올리비아는 가만히 서서 백작을 노려봤다.
“……데미안 학센 경은요? 데미안 경을 들이시겠다고 마음을 먹고 계셨잖아요!”
“그랬지. 하지만 자크 경이 훨씬 좋은 조건을 제안해 줘서 말이다.”
코퍼헤드 백작이 자크 누아레를 돌아봤다. 딸을 대할 때와 달리 굉장히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자크 경은 이 혼담이 맺어지면 미들클래스로서 우리 가문에 도움을 주기로 하셨단다. 올리비아, 내 말을 이해했느냐? 미들클래스란 말이다.”
코퍼헤드 백작가 두 눈을 빛냈다.
“서부의 대귀족들 중에서 미들클래스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골드픽시 공작가와 라이언블룸 후작가뿐이야. 이번 혼담을 통해서 우리 가문은 미들클래스라는 강대한 전력을 얻을 수 있는 거지.”
미들클래스.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략병기.
백작의 말대로 미들클래스를 얻을 수 있다면 데미안 학센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데미안 경이 뛰어난 기사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로우클래스다. 향후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지.”
미들클래스의 벽은 무척 높았다.
대다수의 로우클래스가 미들클래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중에는 천재라 불리던 이들도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우리 가문의 기사들이 사용할 무기술과 마나연공법을 제공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셨지. 그것도 마스터 클래스가 사용한 것을 주겠다고 했다.”
이 말에는 잭슨 커터가 놀랐다.
자크 누아레는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수많은 지식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그중에서 가장 아끼는 것이 바로 마스터 클래스가 사용했거나 직접 창안한 것들이었다.
제자인 잭슨 커터에게도 알려 준 적이 없는 것들을 이렇게 선선히 내놓겠다고 말하다니.
“이제 내가 이번 혼담을 받아들인 이유를 알겠느냐?”
올리비아 영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파격적인 조건들이었다.
“그럼 이만 앉거라. 아직 자크 누아레 경과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올리비아 영애는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혼담을 받아들일 생각인가?”
부녀의 대화가 일단락되자 자크 누아레가 물었다.
그 말에 코퍼헤드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말이오. 약간 곤란한 점이 있소.”
백작의 말에 자크 누아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뭐지?”
“그대가 건 조건들은 만족스럽소. 하지만 기껏 마상시합을 열어 놓고 이름 한번 날리지 못한 기사를 사위로 들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소?”
한 마디로 잭슨 커터의 명성이 보잘것없으니 가문의 사위로 받아들이기에 격이 맞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내일 마상시합에서 내 제자가 우승할 테니까.”
“겨우 한 경기에서 활약하는 정도로는 부족하오만.”
“우승뿐만 아니라 데미안 학센까지 쓰러트리겠다면?”
그 말에 백작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 경을 쓰러트린다면…… 우리 백작가의 이름에 걸맞은 명성을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가능하겠소?”
백작도 눈이 있었다.
마상시합에서 데미안 학센이 보여 줬던 기술들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같은 로우클래스 중에서 데미안 학센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가능하다. 만약 실패한다면 조건 없이 검술과 마나연공법을 제공하도록 하겠다.”
“뭐, 그럴 것까지야…… 그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이겠소.”
“대신 그쪽에서 도와줄 게 있다.”
백작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오. 무리한 부탁은 들어줄 수 없소.”
“대단한 건 아니다. 만약 데미안 학센이 죽더라도 백작가에서는 개입하지 말아 줬으면 싶군.”
코퍼헤드 백작은 고민에 잠겼다.
“그 정도 부탁은 들어드릴 수 있소.”
“한 가지 더, 놈의 시체를 내가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어렵지 않지. 근데 왜 데미안 학센의 시체를 확인하려는 거요?”
백작의 물음에 자크 누아레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놈이 가진 물건 중에 필요한 게 있어서.”
* * *
“스승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밖으로 나오자마자 잭슨 커터는 자크 누아레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혼담이라니요. 왜 제 의사는 묻지도 않고…… 컥!”
자크 누아레가 잭슨 커터의 복부를 걷어찼다.
잭슨 커터는 바닥을 나뒹굴며 헛구역질을 했다.
“잠시 닥치고 있어라. 나는 지금 기분이 무척 안 좋다.”
자크 누아레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잭슨 커터를 내려다봤다.
“네놈에게 우승을 거머쥘 실력만 있었어도 백작에게 이딴 제안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 인력과 지식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단 말이다.”
숨이 막힐 듯한 살기에 잭슨 커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잭슨 커터는 자크 누아레가 자신에게 왜 마상시합의 우승을 요구했는지 깨달았다.
원래 마상시합의 우승자로서 혼담을 넣으려 했던 게 틀림없었다.
“알아들었으면 닥치고 내 말에 따르기나 해라.”
자크 누아레가 살기를 거둬들였다. 그제야 잭슨 커터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스, 스승님…… 제, 제게는 소피아가 있습니다…….”
잭슨 커터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 여자는 이제 쓸모가 없으니 버려라.”
자크 누아레가 딱 잘라 말했다. 잭슨 커터는 놀란 얼굴로 자크 누아레를 올려다봤다.
“내가 너와 소피아 러셀의 교제를 허락한 이유는 러셀 자작가의 지원을 받기 위함이었다.”
자크 누아레가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러셀 자작가 덕분에 나는 필요하던 검술 서적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네가 로우클래스에 오를 때 필요한 영약도 얻을 수 있었지.”
러셀 자작가에서는 빚까지 져 가면서 두 사제를 지원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각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러셀 자작가는 그 이상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가문을 구하려는 거다.”
“새, 새로운 가문이 코퍼헤드 백작가입니까? 러셀 가문처럼 지원을 받으려고요?”
“지원을 받으려는 게 아니다. 혼담을 이용해서 이 가문을 지배할 생각이다.”
“대, 대체 왜…… 왜 그렇게까지…….”
“비원을 위해서.”
자크 누아레의 비원이란 마스터 클래스가 되는 것이었다.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약과 마스터들이 남긴 지식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물건들은 값이 비쌌다. 그냥 비싼 정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내게는 가능한 한 많은 돈이 필요하다. 코퍼헤드 백작가는 내 비원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그제야 잭슨 커터는 자크 누아레가 자신을 왜 제자로 들였는지 깨달았다.
부유한 가문을 꾀어낼 미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자크 누아레는 정말로 자신을 도구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이번 명령 만큼은 따를 수 없습니다.”
그 반발심 때문일까. 잭슨 커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제게는 소피아가 있습니다. 소피아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전 약혼자가 조금 잘나간다고 해서 곧바로 꼬리를 치는 그런 여자를 아직도 아낀단 말이냐?”
처음이었다.
자크 누아레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것은 말이다.
“소피아 러셀은 이미 너와의 의리를 지킬 생각이 없다. 그런 값싼 여자를 위해서 내 명령을 어기겠다는 것이냐?”
“그, 그건…….”
잭슨 커터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크 누아레는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내 제안을 거절하면 너는 영원히 데미안 학센을 이길 수 없게 된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안에서 하셨던 말씀이 진짜였습니까? 정말로 데미안 학센을 이길 방법이 있는 겁니까?”
그 물음에 자크 누아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더냐?”
“대체…… 무슨 수로 가능하다는 겁니까? 호, 혹시 데미안 학센을 쓰러트릴 비전이라도 알려주시려는…….”
자크 누아레가 안주머니에 무언가를 꺼냈다.
놋쇠로 만든 낡은 팔찌였다. 그 외에는 별다른 특징도, 특색도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잭슨 커터는 팔찌를 보자마자 불길함을 느꼈다.
“이 팔찌에는 적의 마력을 뒤흔드는 효과가 있다. 잘하면 마력폭주를 유도할 수도 있지.”
마력폭주.
체내의 마력이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서 난동을 피우는 현상을 말했다.
마력폭주가 발생하면 마력에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가 크게 망가졌다.
때문에 마력폭주가 발생한 기사들은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렸다.
“이런 낡은 팔찌에……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단 말입니까?”
“대신 무작정 쓸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너의 마력과 생명력을 일부 소모해야 한다.”
그 말에 잭슨 커터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가가 너무 과했던 것이다. 물론 데미안 학센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 싸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러다 문득 잭슨 커터는 떠올렸다.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효과를 불러온다. 이건 마치…….
“스승님, 이 팔찌는 설마 흑마…….”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자크 누아레가 섬뜩한 어조로 말했다. 잭슨 커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선택해라.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거부할 것이냐.”
잭슨 커터는 깊이 고민하다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자크 누아레가 잭슨 커터에게 팔찌를 던졌다.
잭슨 커터는 팔찌를 받아서 품에 넣었다.
“내일 그 팔찌를 착용하고 데미안 학센과 싸워라. 데미안 학센에게 마력폭주 현상이 일어나면…….”
자크 누아레가 단호한 어조로 덧붙였다.
“실수를 가장해서 놈을 머리를 터트려 죽여라.”
* * *
그날 밤.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한 가지 결심을 내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그녀는 언제나 아버지의 명령에 휘둘려왔다.
코퍼헤드 백작은 올리비아의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한 채 모든 일을 처리했다.
이번 마상시합도 그녀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서랍장에서 단검을 꺼냈다.
천막은 땅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입구가 아니면 천을 들출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단검을 이용해서 천막을 쭉 찢고 갈라진 틈으로 빠져나왔다.
올리비아는 천막을 지키는 병사의 시선을 피해서 급히 달려갔다.
바로 데미안 학센이 있는 천막이었다.
아벨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 천막에 있는지 자세히 들었기에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천막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형님께서 우승하시면 아버지께서 엄청 놀라실…… 영애님?”
수다를 떨고 있던 데미안 학센과 아벨 학센은 올리비아를 보자마자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리비아는 뛰어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고른 뒤, 두 사람에게 말했다.
“데미안 경,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