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52화
52화 계략 (2)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올리비아는 두 사람에 오늘 있었던 일들을 모조리 털어놨다.
“……형님.”
아벨이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백작과 미들클래스가 힘을 합쳐 데미안의 목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형님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다급해 보이는 아벨과 달리 데미안은 담담했다.
‘자크 누아레, 첫인상부터 별로더라니. 이딴 개짓거리를 벌일 줄이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크 누아레가 이렇게 초를 칠 줄은 몰랐다.
‘코퍼헤드 백작도 전생과 다를 게 전혀 없군. 가문에 이득이 된다고 해서 이렇게 쉽게 사람을 죽이려 들 줄이야.’
역시 좋은 사람처럼 보였던 것은 모두 연기에 불과했다.
실제 모습은 가문에 이득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잔인한 인간이었다.
전생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한다.’
솔직히 말해서 자크 누아레는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다.
상대하기 좀 까다롭기는 하겠지만 데미안이 질 리는 없었다.
‘자크 누아레를 죽였다가는 심하게 귀찮아질 텐데.’
현재 데미안은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로우클래스의 경지에 오른 천재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데미안이 미들클래스까지 쓰러트린다면?
검을 잡은 지 몇 달 만에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고 소문이 퍼지게 된다면?
온 세상이 데미안 학센을 얼마나 귀찮게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근데 무슨 수로 날 죽이겠다는 거지? 방법이 없을 텐데?’
기술을 가르쳐도 숙달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영약을 섭취해도 흡수하는데 며칠은 걸릴 것이다.
겨우 하루 만에 데미안 학센을 쓰러트릴 수단이 있다고 한다면…….
‘흑마법밖에 없지.’
다른 마법들과 달리 흑마법은 그런 쪽으로 특화가 되어 있었다.
남을 저주하고, 질병을 걸고, 불행을 불러오는 등.
누군가를 죽이거나, 몰락시키는 데에는 흑마법만 한 것이 없었다.
기사인 자크 누아레가 흑마법을 알 리는 없으니 아마 흑마법이 부여된 마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저쪽에서 흑마법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이쪽도 굳이 상대해 줄 필요가 없겠는데?’
이 세상에는 흑마법이라면 경기를 일으키고 지워 버리는 족속들이 있지 않던가?
‘자크 누아레가 백작가에 넘겨주기로 약속했다는 마나연공법도 궁금하군.’
현재 데미안은 자신만의 마나연공법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가 사용했다는 마나연공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연구가 훨씬 빨라질 터.
“우리는 도망치지 않는다.”
“예?”
데미안의 말에 아벨이 놀라서 소리쳤다.
“형님, 자크 누아레는 미들클래스입니다! 아무리 형님이라도…….”
“걱정 마라. 다 생각이 있으니까.”
데미안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벨은 영 불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난 잠깐 나갔다 오마. 너는 영애를 위로해 드리고 있어라.”
“예?”
“앞에서 사람을 죽이니 마니 그런 소리를 들었으니 얼마나 놀라셨겠어. 위로가 필요하실 거다.”
“저, 정말이십니까?”
아벨이 올리비아를 쳐다보며 물었다. 올리비아는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흑…… 너무 무서웠어요.”
그러다 데미안이 눈치를 주자 바로 우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여, 영애님.”
아벨은 어쩔 줄 몰라했다.
데미안은 두 사람을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옆 천막을 향해 말했다.
“빅터, 자고 있냐?”
“아닙니다요. 나가겠습니다요.”
빅터가 하품을 하며 천막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십니까요?”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야겠다.”
“예? 이 늦은 밤에요?”
“그래, 너밖에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데미안이 빅터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빅터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 * *
마상시합의 마지막 날이 밝아왔다.
평소보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좌석이 부족하여 맨 뒤에 나란히 서 있는 귀족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경기는 마상시합의 종목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는 단체전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오늘 경기의 규칙을 설명하겠소!”
코퍼헤드 백작가의 기사가 대기소에 있는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번 단체전은 이전과 달리 협력이 아닌, 개인전으로 진행될 것이오!”
기사의 말에 참가자들이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단체전이란 규칙을 깨고 각자 싸우는 개인전으로 변경되었다.
이런 경기는 자칫 잘못하면 경기가 지지부진해지기 쉬웠기에 참가자들은 물론 관중들까지 어떤 연유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대부분의 사람이 의도를 알아차렸다.
“가장 많은 경쟁자를 쓰러트린 이가 이번 시합의 우승자가 될 것이오!”
기사들은 눈동자를 굴리며 다른 기사들을 살펴봤다.
‘다들 너무 노골적이군.’
데미안은 기사들의 시선을 느끼며 생각했다.
모든 기사가 자신에게 적개심을 피우고 있었다.
몇몇 기사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데미안은 저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것 봐라? 날 잡으려고 서로 연합까지 했다 이거지?’
공정하지 못한 행위였으나 고발할 생각은 없었다.
몇 명에서 손을 잡는다고 해서 데미안을 어쩔 수 있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전원이 손을 잡는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 경기가 곧 시작되오. 다들 준비를 하길 바라오.”
기사들은 무기를 챙기고 말 위에 올랐다. 데미안도 빅터가 내민 창을 들고 말을 탔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데미안이 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이 콧김을 킁 내뱉었다.
“그럼…… 시작하겠소!”
대기소의 문이 열렸다. 기사들이 일제히 시합장으로 달려 나갔다.
기사들은 시합장 전체로 흩어졌다.
“와아아! 힘내라!”
“알론소 경! 이번에야말로 얼터 남작가의 검을 보여주십시오!”
“데미안 학센! 힘내요!”
관중들은 기사들을 향해서 열렬한 환호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관중들에게 보답할 여유가 없었다. 다들 바짝 긴장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럼 누가 나한테 달려들 생각이냐.’
데미안은 기사들의 시선과 살기를 살폈다.
그때,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기사가 바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응?’
데미안조차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시합을 시작하라!”
백작의 외침이 떨어지자마자 기사들이 일제히 데미안을 덮쳤다.
* * *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기사들을 보며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다 같이 동맹을 맺었을 줄은 몰랐는데.’
엄밀히 말해서 모든 기사가 입을 맞춘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 친분이 있던 기사들이 대여섯 명씩 모여서 동맹을 맺기도 입을 맞췄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동맹에서 노리는 목표가 죄다 데미안 학센이었다는 점이었다.
“기사란 작자들이 이렇게 구는 건 너무 치사하지 않냐?”
데미안이 기사들을 자극할 생각으로 말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네놈이 압도적인 점수로 마상시합에서 우승한다!”
“네놈이 우승하는 걸 손 놓고 구경만 했다고 조롱만 듣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하는 게 훨씬 낫다!”
데미안이 너무 크게 날뛴 탓에 다른 기사들은 활약다운 활약을 하지 못했다.
마상시합에 온 귀족들 중에는 기사들을 보고 목각인형이라고 놀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한 이유로 기사들은 안면을 몰수하고 데미안 학센을 공략하기로 협의한 것이다.
“이번 시합의 1등만큼은 네놈에게 넘겨줄 수 없다!”
“몰타 가문의 명예를 걸고 네놈을 방해하겠다!”
“세인트롤러 자작가의 이름에 맹세코 네놈을 쓰러트리겠다!”
기사들이 데미안을 포위하며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무기들이 쏟아졌다.
‘이런 짓을 벌이면서 가문 명을 외치다니. 다들 정신이 나간 건가?’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챘다.
‘뭐, 그래도 이 정도는 해 줘야 재미있지.’
고삐를 손에서 놓았지만 문제없었다. 데미안은 의념만으로 말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가자!’
말이 땅을 박찼다. 포위망이 가장 느슨한 곳으로 질주했다.
“데미안 학센이 온다!”
“땅으로 떨궈 버려라!”
기사들이 창을 앞세웠다. 갑옷을 입은 채 돌격하는 기사들의 모습은 섬뜩할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가볍게 차려입은 데미안과 달리 기사들은 갑옷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단창을 들고 있는 데미안과 달리 장창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대로 충돌하면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을지는 명확했다.
데미안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말에게 명령을 내려서 속도를 더욱 높였다.
이틀 동안 말을 타면서 말 신체와 ‘인마일체’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졌다.
덕분에 데미안은 또 다른 묘기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데미안이 말에게 마력을 주입했다.
스며든 마력이 말의 근육을 강화시켰다. 말이 땅을 밟을 때마다 땅바닥에 말발굽이 선명하게 찍혔다.
“어? 어어?”
“어어어?”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기사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마, 막…….”
굉음과 함께 기사들과 말이 통째로 날아갔다. 기사들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커, 커헉…… 대, 대체 저 말은…….”
“데, 데미안 학센을…… 마, 막아야…….”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다른 기사들은 시합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저, 저저…….”
“대, 대체 어떻게…….”
그때, 데미안을 태운 말이 방향을 틀었다. 뒤를 돌아본 뒤, 말발굽으로 땅을 벅벅 긁었다.
꼭 말이 아니라 투우 같은 모습이었다.
“저, 저저…….”
“서, 설마…….”
기사들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말이 다시 기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피, 피해라!”
“마, 맞서지 마라!”
기사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졌다. 하지만 기사들이 피하는 것보다 말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으아악!”
“끄아악!”
굉음과 함께 또 다시 세 명의 기사와 말이 날아갔다.
“또, 또 온다!”
데미안 학센이 말을 돌진시킬 때마다 기사들이 날아가고, 말에서 떨어졌다.
“포, 포위해! 거리를 주지 마! 그랬다가는 또 돌진한다!”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기사 한 명이 돌진을 막기 위해서 데미안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말이 몸을 숙이더니 머리로 말을 들이박았다. 기사는 말과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뒤, 뒤를 잡았다!”
데미안의 뒤에서 기사가 나타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말이 뒷발을 뻗었다. 기사는 흉갑을 얻어맞고 멀리 날아갔다.
“대, 대체 저게 뭐야…….”
일찌감치 말에서 떨어진 기사가 바닥에 엎어진 채 중얼거렸다.
“마, 말이 아니라 꼭 몬스터 같잖아.”
기사의 말대로 데미안이 타고 있는 말은 한 마리의 괴물처럼 날뛰었다.
속도와 힘도 대단했지만 짐말 특유의 거대한 체격 때문에 더욱 위압적이었다.
기사들은 데미안에게 무기를 휘두르기는커녕 말에게 치여서 날아갔다.
그로 인해 마상시합이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대부분의 기사가 탈락해 버렸다.
“우와아아! 데미안! 데미안!”
귀족들은 데미안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지금까지 많은 마상시합이 열렸지만 기마술만으로 이렇게 큰 활약을 하는 기사는 유일무이했기 때문에 관중은 더욱 환호했다.
데미안은 말을 멈추고 사람들의 환호성을 즐겼다.
“가끔은 이런 관심도 나쁘지 않군. 그렇지 않냐?”
데미안이 말의 머리를 토닥이며 물었다. 데미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말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모든 기사가 탈락한 것은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
그때, 남아 있던 기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마력이 담긴 외침은 증폭이 되어서 마상시합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관중석에 있던 귀족들은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소리를 지른 기사를 쳐다봤다.
“나는 몬스터 참살자 잭슨 커터라고 한다!”
소리친 기사는 장검으로 데미안 학센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미안은 잭슨 커터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드디어 덤비려는 거냐.”
데미안은 잭슨 커터를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는 사이 잭슨 커터는 계속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난 알고 있다! 네놈이 과거에 얼마나 개차반 같은 놈이었는지!”
난데없는 고발에 데미안은 의아함을 느꼈다.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른 기사를 힐난하다니 정신이 나간 건가?
“그런 놈이 대체 무슨 방법으로 실력을 쌓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강해졌다고 해서 기고만장해하는 모습이 꼴사납구나!”
잭슨 커터가 무기를 높이 쳐들었다.
“나, 몬스터 참살자 잭슨 커터가 네놈의 실체를 폭로해 주마!”
* * *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말을 타고 돌진하며 잭슨 커터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나는 데미안 학센을 쓰러트리고 명성을 얻는다!’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는 점이 수치스러웠지만 잭슨 커터는 애써 잊었다.
데미안 학센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자존심 따위는 얼마든지 내다 버릴 수 있었다.
‘날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잭슨 커터는 칼을 내질렀다. 칼끝이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노렸다.
칼끝이 닿기 직전, 데미안 학센이 고개를 돌렸다.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잭슨 커터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손목의 팔찌를 움켜잡았다.
“역시 흑마법이었군.”
그 말에 잭슨 커터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뭐, 뭔 소리…….”
데미안 학센이 손에 힘을 주었다. 팔찌가 으스러졌다. 동시에 검은 마력이 밖으로 방출되었다.
그 광경을 본 관중들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흐, 흑마력이다!”
관중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때, 관중석에서 후드를 쓴 괴한들이 우르르 일어났다.
괴한들은 관중석을 뛰어넘어서 마상시합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일제히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새하얀 정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옷을 본 관중들이 또다시 경악하며 소리쳤다.
“교단의 성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