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5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58화
58화 휴식 (1)
3일 후, 데미안은 학센 자작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데미안! 아벨!”
데미안이 왔다는 말을 들은 학센 자작과 부인은 한걸음에 뛰쳐나왔다.
“마상시합에서 흑마법사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려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둘 다 무사하구나!”
학센 자작은 양팔로 데미안과 아벨을 끌어안았다.
“데미안, 마상시합은 무사히 끝마친 거니? 어디 다친 곳은 없고?”
학센 부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데미안을 살폈다.
“무사하고 말고요. 멀쩡한 건 물론이고 덤으로 마상시합에서도 우승하고 왔습니다.”
수상식은 치르지 못했지만 코퍼헤드 백작에게 데미안을 공식적인 우승자로 선포하라는 요구를 하고 왔다.
어차피 성적으로 봐도 실질적인 우승자는 데미안이었고, 귀족을 비롯한 수많은 관중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뭐, 뭐? 우, 우승했다고? 그게 정말이냐?”
아버지가 놀라서 되물었다. 데미안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어? 너무 크게 놀라시는데요. 설마 제 실력은 못 믿으셨던 거예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으하핫, 장하다. 정말 장해!”
아버지는 데미안의 양쪽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기뻐했다.
“그런데 누님이 안 보이시네요.”
“루이즈라면 조금 더 쉬고 오겠다고 편지를 보내왔단다.”
데미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루이즈는 지금 정혼자를 만나기 위해서 영지를 떠났다.
데미안은 루이즈의 정혼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루이즈에 비하면 외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루이즈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확고했기에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아벨, 영애께 청혼한다는 건 어떻게 됐느냐?”
아버지의 물음에 아벨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서, 성공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 조만간 백작가를 찾아가야겠구나.”
“그게……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냐! 결혼 준비가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데!”
“맞아요. 우리 둘이 결혼할 때를 생각하면…… 하마터면 결혼식 날까지 준비를 다 못 끝낼 뻔했잖아요.”
두 부부는 과거를 떠올리며 웃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게 아니라…….”
“이제 인사를 드리러 나가도 될까요?”
별안간 마차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학센 자작과 부인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오, 올리비아…… 자, 잠깐…….”
아벨이 말릴 틈도 없이 마차의 문이 열렸다. 올리비아가 허리를 곧게 편 채 마차 계단을 내려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올리비아 코퍼헤드라고 합니다.”
올리비아는 치마의 양끝을 살짝 잡으며 인사했다.
그녀의 이름을 들은 두 부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 아벨…… 바, 방금 내가 뭐, 뭘 들은 것이냐……?”
“오, 올리비아 코퍼헤드? 백작가의 영애가 왜 이곳에 있는…….”
아벨은 올리비아에게 눈길을 보냈다.
사실대로 말해도 되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그게 말입니다…….”
아벨은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히 설명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부부의 입은 더더욱 크게 벌어졌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데미안과 소피아의 연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예.”
“소피아의 연인이 데미안한테 앙심을 품고 흑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예.”
“올리비아가 그 사실을 밀고해서 데미안은 미리 교단을 불렀다?”
“예.”
“교단에서 마상시합장를 습격하고, 백작가를 점령했다?”
“예.”
“데미안은 백작을 옹호해 주는 대가로 너와 올리비아의 결혼과 재산의 반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
“……예.”
학센 자작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데미안!”
아버지가 큰소리로 외쳤다. 데미안은 하품을 하다 말고 깜짝 놀라서 아버지를 쳐다봤다.
“왜 그러세요?”
“너, 너 이 녀석! 나랑 약속하지 않았더냐! 얌전히 갔다 오겠다고!”
“……아, 맞다.”
여태 잊었다는 듯한 데미안의 반응에 학센 자작은 뒷골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 저도 억울합니다. 전 진짜 얌전하게 있으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거는데 어떻게 합니까. 참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데미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학센 자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부 맞는 소리라서 더 화가 났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학센 자작가는 너무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느냐?”
교단이 마상시합을 망침으로 인해서 코퍼헤드 백작가는 명성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초대받은 귀족들이 교단에 시달린 탓에 인망까지 사라졌다.
이것들도 모자라서 재산의 반을 올리비아 코퍼헤드에게 넘겨야 할 상황이다.
앞으로 코퍼헤드 백작가는 대귀족이라 불리지 못할 것이다.
사실상 데미안에 의해서 대귀족 하나가 몰락해 버린 상황.
이제 서부 전역에 학센 자작가라는 이름이 널리 퍼지게 될 것이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그만큼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쉬웠다.
“앞으로 많은 이가 학센 자작가를 공격할 것이다. 갑자기 유명해진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우리의 명성을 뺏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적들이 넘쳐나게 될 게다.”
툭 튀어나온 돌부리를 과연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까?
눈에 거슬려서, 위험할 것 같아서, 나중에 넘어질지도 모르니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부수려 들 것이다.
학센 자작은 그 점이 못내 걱정스러웠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나대는 놈이 있으면 본보기로 박살을 내 버릴 거니까요. 그럼 다들 대충 눈치 까고 고개 숙일 겁니다.”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백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보…….”
학센 부인이 자작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학센 자작은 감격스럽다는 얼굴로 그 손을 맞잡았다.
역시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
“아벨이랑 올리비아가 결혼하게 되었고, 올리비아는 코퍼헤드 백작가의 반을 물려받게 되었으니…… 우리 학센 자작가도 엄청 커지겠네요?”
학센 부인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모임만 나가면 학센 자작가가 작다느니, 급이 맞지 않는다느니 우습게 보는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콧대를 확 꺾어 버릴 수 있겠어요!”
“부, 부인……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학센 자작가가 커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지를 고민해야죠. 달리 중요한 게 있나요?”
아내의 말에 학센 자작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내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다. 되돌릴 수는 없다.
학센 자작가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염려스러웠으나 그 이상으로 얻은 게 많았다.
“올리비아 양, 너무 오래 세워 둬서 미안해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어머니.”
“어머, 어머, 어머니래.”
학센 부인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아버님께서도 절 편하게 대해 주세요.”
“아, 아버님……!”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호칭에 학센 자작의 얼굴도 녹아내렸다.
“새아가! 어서 안으로 들어오거라!”
“좋아하는 음식 있니? 말만 하렴. 오늘 저녁에 준비해 놓을 테니까!”
부부는 올리비아를 데리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졸지에 잊혀지게 된 형제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우리도 들어가자.”
“……예.”
두 형제도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올리비아 코퍼헤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학센 자작가에 적응했다.
자작 부부에게 살갑게 구는 것으로 눈도장을 찍은 것은 물론이고, 영지의 부족한 일손을 도우면서 하인들과의 벽을 허물었다.
“풍차의 날개가 낡았더라고요. 이번 겨울에 보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일런스 가족의 부인이 임신했단 소식을 들었어요. 몸보신에 좋은 음식을 보내는 게 어떨까요?”
“겨울철이 되면 북쪽에서 유목민들이 양과 염소를 팔려고 옵니다. 그때 싸게 구입하면 나중에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어느새 올리비아는 학센 자작가의 일들을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영지를 돌아다니며 영지민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해 주거나, 영지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냈다.
“올리비아 덕분에 한결 편하구나.”
저녁 식사 시간, 학센 자작은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하인들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어요. 올리비아가 신경 써 줘서 감사하다고 하네요.”
학센 부부가 몇 번이고 칭찬할 정도로 올리비아의 능력은 특출났다.
‘역시 능력 있는 여자로군.’
데미안 역시 올리비아를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
마상시합 때부터 알아봤지만 행동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뛰어난 여자였다.
‘아벨이 좋은 반려를 얻었어.’
데미안은 장남이지만 학센 자작가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아벨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영지 경영에 큰 뜻이 없는 건 물론이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영지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었다.
아벨이 학센 자작가를 경영할 때가 되면 올리비아가 큰 힘이 되어 주리라.
데미안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데미안, 너도 슬슬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아버지의 말에 데미안은 사레가 걸리고 말았다.
“쿨럭, 쿨럭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못 할 소리라도 했느냐? 너도 슬슬 결혼할 나이가 아니더냐.”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계속 중매가 들어오고 있는데…… 한번 골라 보겠니?”
어머니까지 은근한 얼굴로 권유했다.
“제게 결혼은 너무 이른 것 같…….”
“그게 무슨 소리냐. 너무 늦은 혼인은 있어도, 너무 이른 혼인은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남자는 한곳에 정착을 해야지. 그래야 안정감이 있는 법이야.”
데미안이 거절의 뜻을 밝히자마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너도 어서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아벨도 결혼을 하는데 형님이 네가 혼자 있으면 남들 보기에…….”
“칠드런 남작가의 장녀가 그렇게 참하고 일도 잘한다더라. 내가 약속을 잡아놓을 테니 한번 만나 보기라도…….”
데미안은 두 사람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 * *
식사를 마친 뒤, 데미안은 숲으로 향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훈련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숲에 도착한 데미안은 영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
데미안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다는 생각은 말이다.
“결혼할 생각은 없다. 아니, 그전에.”
데미안은 금방 결론을 내렸다.
“……나 같은 살인마에게 그럴 자격은 없지.”
전생에 데미안은 데스나이트로서 많은 사람을 학살했다.
누군가의 자식을, 형제를, 남편을, 아내를, 부모를.
모두 시체로 만들었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다. 도르고의 지배하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나한테 이런 고민은 사치야.”
결혼 따위를 고민하기에는 데미안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도르고, 그 개새끼를 찢어 죽여야지.”
데미안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저절로 이가 갈렸다.
“이번에는 절대로 쉽게 죽이지 않겠다.”
도르고를 죽임으로서 복수를 완성시킨다. 전생에 저질렀던 죗값을 조금이라도 치른다.
데미안은 다시금 목표를 날카롭게 벼려 냈다.
목표를 세웠으니 이젠 노력할 차례였다. 데미안은 훈련을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벌성지광약을 꺼냈다.
벌성지광약은 움직이면서 마력을 쌓을 수 있는 동공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근육의 수준을 높여 주는 공능까지 가지고 있었다.
단점이 하나 있다면 흡수할 수 있는 마력량이 적다는 것이었다. 데미안은 이 단점을 패력축기공을 이용해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두 마나연공법을 합치면 제법 근사한 놈이 만들어질 거야.”
데미안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특별한 마나연공법을 완성시킬 필요가 있었다.
마나연공법이란 기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마나연공법을 갖추지 않고서는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없었다.
“맞다. 깜빡할 뻔했네.”
데미안은 아공간에서 정령의 심장도 꺼냈다.
정령의 심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마력을 주입해서 녹일 필요가 있었다.
데미안은 오늘부터 정령의 심장을 계속 몸에 붙이고 다니며 마력을 주입할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몸 좀 움직여 볼까.”
데미안이 천리검을 빼들었다. 벌성지광약을 운용하며 검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순식간에 훈련에 빠져들었다.
* * *
데미안의 훈련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다.
천리검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였다.
“도련님! 도련님!”
멀리서 빅터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데미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교, 교단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빅터의 물음에 데미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교단에서?”
“예, 예! 저번에 랜드워크 도시에서 저희를 도와주셨던 성기사님께서 직접 오셨습니다!”
청염의 제자 아그네스.
그녀가 왔다는 말에 데미안은 천리검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데미안은 빅터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의 앞에서는 아그네스가 서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데미안 님, 갑자기 찾아오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그네스가 입을 열었다. 몹시 음울하고 어두운 목소리였다.
“오늘은 힘든 부탁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이라뇨?”
“시체놀음의 던전이 파악되었습니다.”
그 말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부디 악적을 처단하는 데 힘을 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