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5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59화
59화 휴식 (2)
시체놀음 델란트.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도르고의 군단장으로서 인류 멸망에 일조한 그 흑마법사를.
시체놀음의 주특기는 플레시 골렘(Flesh golem)의 제작이었다.
플레시 골렘이란 생물의 신체를 이어 붙여서 만들어 낸 언데드를 말했다.
시체놀음은 우수한 육체를 가진 생물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 능력 덕분에 시체놀음이 만들어 낸 플레시 골렘은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발휘했다.
특히 시체놀음이 자랑하던 ‘명품’들은 하이클래스와도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도르고가 일으킨 멸망 전쟁의 말기 때, 시체놀음이 부리던 플레시 골렘은 수만 기가 넘었다.
플레시 골렘의 재료는 생물.
한 기의 플레시 골렘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십 종의 생물이 필요했다.
최소 수십만이 넘는 생물들이 시체놀음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었다.
도르고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죽여야 할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시체놀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도 시체놀음의 던전이 발견된 적이 있었지.’
데미안이 가문에서 쫓겨난 뒤, 거지로 방황할 때 일이다.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다가 시체놀음의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전생에서도 마찬가지로 교단에서 토벌대를 구성했었다.
‘결과는…… 교단의 전멸로 끝났지.’
미들클래스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토벌대는 던전에서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사태로 인해 시체놀음은 대종사급 흑마법사로 위험도가 격상되었다.
‘토벌대가 어떤 연유로 전멸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는 있었다.
딱 한 명, 던전에서 살아남은 성기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 성기사는 배신자가 있었다는 말을 남기고 숨이 끊어졌다. 부상이 너무 심해서 신성력으로도 회복시킬 수 없었다.
‘잠깐, 시기가 좀 빠른 거 같은데?’
과거의 기억을 더듬던 데미안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거지로 살던 시기는 괴로운 만큼 기억 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시체놀음의 던전이 발견되는 시기는 지금보다 더 뒤였다.
‘시체놀음은 원래 유란에 소속된 흑마법사였다. 내가 유란의 대장을 죽인 게 영향을 끼친 건가?’
데미안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꺼려지시는 모양이군요. 이해합니다. 흑마법사의 던전이니까요.”
데미안의 침묵을 거부의 의미로 알아들었는지. 아그네스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마법사는 자신이 구축한 던전에선 2~3위계가 더 올라간다고 여겨지죠. 흑마법사의 던전은 그보다 더 위험할 겁니다.”
던전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었다.
마법사가 구축한 던전은 일종의 요새라고 봐야 했다.
오랫동안 저장한 마력, 미리 준비된 고난도의 마법, 공들여 제작한 함정 등등.
던전 안에 있는 마법사는 무적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흑마법사의 던전은 그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이유는 마법사와 달리 흑마법사는 선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독, 저주, 몬스터 등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바로 흑마법사였다.
“거절한다 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특이하게 교단은 토벌대를 구성할 때는 어지간하면 다른 귀족들에게 협력을 강요하지 않았다.
선이란 스스로 행해야 한다는 경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귀족들의 불만을 조절하려는 실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교단은 흑마법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된다면 귀족들에게 온갖 간섭을 해 댔다.
그런 와중에 이런 위험한 일에도 강압적으로 행동한다면?
귀족들의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교단은 협력을 구하기만 할 뿐, 강요하지 않았다. 설사 협력을 거절하더라도 보복하지 않았다.
“결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아그네스가 데미안을 지나치려 했다.
데미안은 무심결에 아그네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이 잡히자 아그네스의 몸이 우뚝 멈췄다.
“아닙니다. 시체놀음의 의도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지 거절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데미안은 아그네스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재빨리 말했다.
“꺼려지기는커녕 오히려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진심이었다.
아그네스 덕분에 데미안은 도르고의 수족을 직접 잘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생에서 교단은 토벌대가 전멸한 것 때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 일이 구르고 굴러서 도르고와의 전쟁 때도 악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도르고의 계획 중 일부는 저지하고, 전쟁 대비까지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아그네스 님의 요청을 받아들이도록…….”
문득, 데미안은 아그네스의 얼굴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그네스 님?”
“저…… 소, 손을 좀…….”
아그네스가 데미안에게 붙잡힌 손을 꼼지락거렸다.
데미안이 손을 놓자 아그네스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요, 요청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그네스가 여전히 빨간 얼굴로 말했다.
“마을 어귀에 마차를 놓았습니다. 짐을 챙겨서 나오시면 모시겠습니다.”
아그네스는 그리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어쩐지 다급해 보였다.
데미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아그네스를 쳐다봤다.
“도련님…… 정말 토벌대에 참가하실 생각이십니까요?”
줄곧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빅터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어, 엄청 위험하지 않습니까요? 시, 시체놀음이라면 마을을 통째로 언데드 소굴로 만든 악독한 흑마법사잖습니까요!”
빅터는 걱정으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저, 저는 도련님께서 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빅터의 말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인마, 내가 다른 사람한테 걱정 받을 놈으로 보이냐?”
“도, 도련님의 실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요. 하지만 던전이잖습니까요…….”
시골 귀족 영지의 하인에 불과한 빅터였지만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도유망한 기사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항상 언급되는 이름이 바로 던전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자작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요.”
그 말에 데미안은 멈칫했다.
귀족 부모 중에는 이따끔씩 공명을 떨치라며 자식을 사지로 밀어 넣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으음…….”
데미안은 학센 자작을 설득할 방법을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빅터, 네 말이 맞다. 아버지께서 허락하실 리가 없지.”
“당연합니다요. 그러니 도련님께서도 포기하시고…….”
“그러니 몰래 가야겠다.”
“……예?”
빅터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정말 안타깝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버지께 불효를 저지르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어쩔 수 없구나.”
“저기…… 도련님, 불효인 걸 아시면 그냥 참으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요?”
“분명 아버지께서는 엄청 화를 내시겠지. 그건 네가 알아서 잘 해결해다오.”
“시, 싫습니다요! 자작님께서 화가 나시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아시잖습니까!”
“잘 아니까 이런 부탁을 하는 거지.”
데미안의 말에 빅터는 울컥했다.
데미안과 함께 있으면서 여태까지 이렇게 화가 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빅터, 네가 크게 착각하는 것 같아서 말해 두마.”
“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시려고…….”
“시체놀음 따위는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데미안이 확신으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빅터는 데미안이 사지로 걸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데미안은 순수한 검술 실력만으로도 던전을 돌파할 수 있다.
그런데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머릿속에는 고위 흑마법들이 모조리 입력되어 있었고, 일곱 개의 권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데미안은 데스나이트 시절, 시체놀음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봤다.
시체놀음이 어떤 흑마법을 사용하는지. 그의 플레시 골렘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 그 얼굴은 뭐냐?”
빅터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도련님, 사람이 기껏 걱정하고 있는데. 그런 허풍을 부리시면 저라도 화가 납니다요.”
“야, 인마 허풍 아니야.”
“됐습니다. 어쨌든 도련님께서는 절대로 못 가십니다. 제가 막을 겁…….”
데미안은 빅터의 등 뒤로 이동했다. 손날로 빅터의 목덜미를 쳤다.
빅터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아버지께 말씀 좀 잘해 주라.”
데미안은 빅터를 바닥에 곱게 눕혔다.
그리고 아그네스가 있다는 곳으로 달려갔다.
* * *
“데미안 님, 여기입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교단의 문양이 찍힌 마차가 보였다.
그 앞에 아그네스가 서 있었다.
아그네스에게 다가가던 데미안은 멈칫했다. 아그네스의 옆에 서 있는 거구의 여성 때문이었다.
2미터가 넘는 신장, 넓게 벌어진 어깨, 길쭉하고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는 팔다리, 솥뚜껑처럼 커다랗고 두꺼운 손.
권사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여성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대단한 게 아니었다. 여성이 품고 있는 기운도 상당했다.
최소 미들클래스 이상의 강자였다.
“오호라…… 이 남자가 네가 그렇게 죽고 못 살던 데미안 학센이로구나.”
“……사저,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는 그만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십니까.”
아그네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허라? 내가 언제 오해할 소리를 했다고 그러냐. 사실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네가 본단에 복귀해서 스승님들이랑 사형제들한테 데미안 학센을 그렇게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그네스가 발을 들어서 여성의 발등을 밟았다.
땅이 울릴 정도로 쎄게 밟았음에도 여성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에구구, 더 놀렸다가는 사매가 단단히 삐질 것 같네. 알겠어. 조용히 있을게.”
여성이 데미안에게 다가와 커다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2급 성기사 마르가타라고 해.”
2급 성기사.
마들클래스와 맞먹는다는 성기사의 계급이었다.
게다가 아그네스가 ‘사저’라고 부른 것을 보면 이 여인 역시 청염의 제자인 듯했다.
교단의 오대성인인 청염의 제자이자 2급 성기사라니.
데미안의 예상대로 엄청난 강자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르가타 경.”
데미안은 마르가타의 손을 맞잡았다. 굳은살이 잔뜩 박혀 있었다.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난 당신이 안 올 줄 알았어. 그도 그럴 게 시체놀음이 만든 던전이잖아?”
“아그네스 경의 부탁이 있는데. 거절할 수야 없죠. 무엇보다 저도 흑마법사라면 이가 갈리는 사람입니다.”
데미안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르가타는 감탄을 했다.
“아그네스, 네가 남자를 전혀 몰라서 걱정했는데. 제대로 고른 것 같구나.”
“……사저.”
“어이쿠, 쌍심지 켠 거 봐라. 무서워 죽겠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시고 데미안 경에게 그것을 주십시오.”
“쓰읍, 아까운데…… 약속은 약속이니 어쩔 수 없지.”
마르가타가 손짓했다. 그러자 병사 한 명이 길쭉한 상자를 들고 왔다.
“아그네스가 스승님께 강하게 주장해서 받아 낸 물건이야. 만약 당신이 토벌에 참가한다면 그만한 보답을 해야 한다면서 말이지.”
마르가타가 데미안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데미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자를 받았다. 생각보다 굉장히 무거웠다.
“이게 뭡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마르가타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성검(聖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