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화
6화. 훈련 (2)
회귀 전, 데미안 학센은 많은 사건을 일으켰다.
그중에서 단연 최악의 사건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어윈 라이언블룸의 얼굴을 때린 일이다.
이는 학센 자작가 전체가 책임져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으로 커져 버렸다.
이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누나인 루이즈 학센은 팔려 가듯이 이공자와 혼인을 해야 했다.
“데, 데미안…….”
아버지, 폴 학센이 데미안 학센에게 다가왔다. 어깨를 움켜잡으며 물었다.
“정말이냐? 정말 네가 이분의 얼굴을 때렸느냔 말이다!”
데미안 학센은 고개만 끄덕였다.
폴 학센의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
이공자 앞이 아니었더라면 데미안 학센을 후려칠 기세였다.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게냐? 대체 왜!”
“자작님, 너무 뭐라 하지 마십시오. 따지고 보면 제 잘못도 있으니까요.”
어윈 라이언블룸이 끼어들었다.
눈치가 없는 게 아니었다. 일부러 한 행위였다.
“제가 교제했던 여성을 설마 데미안 학센 공자가 마음에 두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걸 저는 또 눈치 없이 당사자 앞에서 떠들어댔으니…….”
그리 말하며 어윈 라이언블룸은 히죽 웃었다.
“꽤 매서운 주먹이었어요. 아직도 어금니가 흔들리는 거 같다니까요?”
데미안 학센은 어윈 라이언블룸을 고깝게 바라봤다.
라이언블룸 후작가는 유명한 기사명문가였다.
후작가의 혈통을 물려받은 이들은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공자 어윈 라이언블룸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공자 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대단한 기재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데미안 학센 따위에게 얻어맞을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어윈 라이언블룸은 일부러 얻어맞은 것이다.
학센 자작가를 옭아매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사교회에서 제게 주먹을 휘두르다니…… 이 일로 아버지께서 크게 노하셨습니다. 학센 자작가 따위가 라이언블룸을 우습게 보냐면서요.”
폴 학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라이너블룸 후작은 애플 왕국 최고의 기사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남자의 분노를 학센 자작가가 견뎌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작님, 저희 가문이 입은 모독을 어떻게 배상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그건…….”
폴 학센은 좀처럼 해답을 낼 수가 없었다.
학센 자작가처럼 영세한 가문에서 라이언블룸 후작가가 만족할 만한 보상을 내놓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문의 재산을 다 팔아도 모자랄 판이었다.
“역시 별 해결책이 없으신 모양이군요.”
어윈 라이언블룸이 이미 예상했다는 듯 조소를 지었다.
“그럼 자작님,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사실 저는 예전부터 루이즈 양을 흠모해 왔습니다.”
어윈 라이언블룸이 루이즈에게 시선을 옮겼다.
끈적끈적한 눈빛에 루이즈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몇 번이고 루이즈 양께 제 마음을 말씀드렸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고 말았지요.”
“그거랑 이번 일이랑 무슨 상관이지?”
“저와 루이즈 양이 혼인을 하는 겁니다.”
그 말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이번 일을 가족 문제로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받은 모독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을 테고,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수군거리지 않겠죠.”
“그럴 수는 없네.”
폴 학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윈 라이언블룸의 제안을 거절했다.
“루이즈에게는 이미 교제 중인 약혼자가 있네. 그러니…….”
“그럼 제가 당한 모독은 어떻게 책임지실 생각이시죠?”
어윈 라이언블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싸늘한 눈빛으로 폴 학센을 바라봤다.
“이번 일은 사과 한두 마디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학센 자작가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네…….”
“선택하십시오. 절 모독한 대가를 지불할지. 아니면 절 선택하실지 말입니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선언에 폴 학센은 고개를 숙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좋아요.”
별안간 뒤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루이즈 학센이 어윈 라이언블룸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 제안…… 받아들일게요.”
그녀의 말에 어윈 라이언블룸의 입가에 활짝 미소가 번졌다.
반대로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의 얼굴은 구겨졌다.
“루이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자, 잠깐만 기다리렴! 엄마랑 아빠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
“맞습니다! 왜 형님이 저지른 일을 누님께서 책임진단 말입니까!”
가족들이 루이즈 학센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이즈 학센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학센 자작가가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루이즈 양, 실로 현명하시군요.”
어윈 라이언블룸이 루이즈 학센에게 그윽한 시선을 보냈다. 버터를 튀긴 듯이 느끼했다.
“그럼 조만간 정식으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구체적인 논의는 그때 하기로 하죠.”
어윈 라이언블룸이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응? 데미안 공자,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어윈 라이언블룸이 히죽 웃으며 물었다.
“아니지. 이제 처남이라고 불러야 하나?”
* * *
데미안 학센은 어윈 라이언블룸의 개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려보냈다.
대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가족들을 살펴봤다.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새삼 자신의 업보가 깊다는 것을 실감했다.
옛날의 자신은 정말 쓰레기 같은 놈이었다.
‘이를 어떻게 한담.’
이대로 순순히 이공자에게 누님을 시집보낼 수는 없었다.
이공자는 부하들에게는 한없이 믿음직스러운 주군이었으나, 가정 내에서는 폭군이나 다름없었다.
누님과 자식들에게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자주 폭력을 휘둘렀다.
심지어 의처증까지 있어서 수시로 누님을 의심하고 손찌검을 했다.
‘그래서 누님의 몸에 멍 자국이 사라질 날이 없었지.’
그런 모진 꼴을 당하면서도 루이즈 학센은 단 한 번도 데미안 학센을 원망하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이 라이언블룸 성을 공격해서 자신을 살해하는 그 순간에도 말이다.
‘지금 내게는 어윈 라이언블룸의 억지를 막을 방법이 없다.’
데미안 학센은 영세한 자작가의 장남일 뿐이다.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둘째 공자를 막을 수 있는 권력이 없다.
‘짜증 나는데. 그냥 다 죽여 버리고 끝낼까?’
데미안 학센은 어윈 라이언블룸과 호위기사들을 가늠했다.
‘어윈 라이언블룸이 한 명에 호위기사가 세 명. 네 명 모두 준기사다.’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생, 견습기사, 준기사, 정식기사라는 단계를 거친다.
견습기사만 되어도 일반인 중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마력으로 신체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견습기사에서 바로 한 단계 위에 있는 준기사는 그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준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오러를 발현할 수 있어야 했다.
오러란 마력을 응집시켜서 만들어 내는 무형의 칼날이었다.
덧씌워진 날붙이는 바위도 물처럼 베어 내는 건 물론, 강철로 만들어진 방패도 종잇장처럼 찢었다.
포악하다는 몬스터도 오러 앞에서는 도축장에 들어온 소나 다름없었다.
기사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최강의 무기. 그것이 바로 오러였다.
‘싸우게 되면 네 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준기사부터는 괴물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맨몸으로 맹수를 죽일 수 있는 신체능력과 무엇이든 베어 낼 수 있는 오러.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와 최강의 무기를 동시에 갖춘 괴물이 바로 준기사였다.
만약 데미안이 싸우게 된다면 그런 괴물들을 네 명이나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넷 중에서도 어윈 라이언블룸은 특히 강하다.’
심지어 어윈 라이언블룸은 그냥 준기사가 아니었다. 준기사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정식기사가 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5분이면 되겠군.’
물론 상식적으로 그렇다는 소리다.
데미안 학센은 검에 관해서는 신적인 영역에 도달한 인물이었다.
준기사 따위로는 네 명이 아니라 백 명이 있어도 데미안 학센을 이길 수 없다.
‘근데 진짜로 쟤들을 다 죽여 버리면 라이언블룸 후작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게 뻔한데.’
죽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이고 난 후가 문제였다.
데미안 학센 혼자라면 몰라도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귀찮지만 좀 돌아가 주마.’
* * *
“이 비겁한 새끼야!”
대뜸 데미안 학센이 고함을 질렀다.
“너랑 나 사이의 일에 가족을 끌어들여? 그게 후작가의 소공자라는 놈이 할 짓이냐!”
데미안 학센이 씩씩거리며 연신 삿대질을 했다.
그 모습에 어윈 라이언블룸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러게 일찍 처남이 알아서 해결을 하지 그랬어? 처남이 능력이 없으니 루이즈가 책임을 지는 거잖아.”
“다, 닥치지 못해?”
데미안 학센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가 화를 낼수록 어윈 라이언블룸의 미소는 짙어졌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이미 모든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한 승자였다.
패자의 분노 따위는 즐겁기만 할 뿐이었다.
“나, 나랑 결투하자!”
“결투?”
“그래! 결투해서 내가 이기면 이번 일은 그냥 묻어 버리는 거야!”
“흠.”
어윈 라이언블룸은 썩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이기면?”
“어, 어?”
“내가 이기면 무엇을 줄 생각이지?”
“그, 그건…… 드, 들어서 뭐 하게! 당연히 내가 이길 텐데!”
“쯧쯧.”
어윈 라이언블룸은 혀를 찼다.
“나와 결투가 하고 싶으면 동등한 조건을 내걸어야지.”
어윈 라이언블룸은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을 지나치려 했다.
그때였다.
“어딜 도망치려고!”
데미안 학센이 주먹을 휘둘렀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머리를 틀어서 주먹을 피했다.
“어쭈, 피해?”
데미안 학센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자 호위기사들이 나섰다.
“나서지 마라.”
어윈 라이언블룸이 그런 호위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겨우 데미안 학센 따위를 막는 데 도움을 받아서야 체면이 서지 않았다.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군.”
어윈 라이언블룸은 검술뿐만 아니라 걱투술에도 조예가 있어, 데미안 학센의 엉성한 주먹질 따위는 바로 제압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제부터 가족이니 살살해 주마.”
데미안 학센이 다시 주먹을 뻗었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그 주먹을 낚아챘다. 동시에 팔을 꺾어서 제압하려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안면에 충격이 가해졌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컥!”
얼굴을 맞은 어윈 라이언블룸이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내 얼굴을 때렸어?”
어떻게 때린 거지? 라는 의문이 떠오른 것도 잠시, 순수한 분노가 차올랐다.
원래 그와 데미안 학센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저번에는 일부러 맞아 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안면 타격을 허용했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자존심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 때렸다! 어떻게 할래!”
데미안 학센이 다시 달려들었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제압하는 선에서 멈추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네.”
어윈 라이언블룸이 자세를 잡았다.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 두 손으로 주먹을 휘감았다.
이번에는 뼈를 부러트릴 각오로 손에 힘을 줬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 학센이 무릎으로 어윈 라이언블룸의 복부를 가격했다.
“커흑!”
불시에 아랫배를 얻어맞자 어윈 라이언블룸은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데미안 학센은 다시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컥!”
어윈 라이언블룸이 얼굴을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개자식아! 네가 감히 우리 누님을 건드려?”
앞으로 튀어나온 데미안 학센이 어윈 라이언블룸의 옆구리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온몸의 뼈가 찡하게 울렸다.
“자! 때렸다! 때렸는데 어떻게 할 건데!”
데미안 학센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연달아 어윈 라이언블룸의 몸 곳곳을 폭행했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반격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데미안 학센의 주먹은 예상치 못한 곳을 뚫고 들어왔다.
얼굴, 옆구리, 복부, 명치 등등. 신체 곳곳을 얻어맞았다.
결국 라이언 블룸은 반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서 몸을 웅크렸다.
“저, 저저.”
“아, 아니?”
너무 당황한 나머지 기사들은 말릴 생각조차 못 했다.
“이, 이 버러지가!”
그때였다.
계속 얻어맞던 어윈 라이언블룸이 발악하며 주먹을 뻗었다.
데미안 학센은 그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어윈 라이언블룸의 다리를 걷어찼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몸이 허공에 붕 뜨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떨어지면서 머리를 모서리에 부딪혔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눈동자가 허옇게 뒤집혔다.
“이, 이공자님!”
“괜찮으십니까?”
호위기사들이 당황해하며 어윈 라이언블룸을 마구 흔들었다.
그래도 어윈 라이언블룸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후.”
데미안 학센은 상쾌하다는 듯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 * *
데미안 학센은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어윈 라이언블룸을 흠씬 두들겨 패 버렸다. 격하게 움직이고도 숨이 거칠어지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사실이 데미안의 마음을 무척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훈련한 성과가 있었군.’
데미안 학센이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기절했던 어윈 라이언블룸이 정신을 차렸다.
까드득.
정신을 차리자마자 어윈 라이언블룸은 이를 갈며 일어났다.
“데미안 학센!”
짙은 살기를 내뿜어대며 어윈 라이언블룸이 고함을 내질렀다.
“이 버러지 새끼가! 주제 파악 못하고 나한테 손을 대?”
어윈 라이언블룸이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냈다.
그것을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드디어 받아들여 주시는군.”
데미안 학센이 얼굴에 붙은 장갑을 움켜잡았다.
“내가 이기면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묻지 마라.”
“좋아! 대신 내 조건도 받아 줘야겠어!”
“뭐지?”
“결투에서 한쪽이 죽어도 책임을 묻지 마라!”
그 말에 데미안 학센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후회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