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1화
61화 토벌대 (2)
데미안은 결투를 위해서 진지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일이 커졌는걸.”
마르가타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 혹시 말해서 먼저 말해 두는데.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나도 저 새끼들 하는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
마르가타가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녀의 등 뒤로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디오니시오의 모습이 보였다.
“하여간 재수 없는 놈들이야. 사사건건 시비나 걸고 말이야.”
“흑설이 저희 스승님에게 패배한 것 때문에 앙심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데미안, 기왕 이렇게 된 거 본때를 보여 주고 와. 아무도 널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어.”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런데 마르가타 경은 어째서 절 의심하지 않으신 겁니까?”
‘불사르는 자’에 원한이 없는 ‘눈부신 고통’의 사누스도 데미안을 의심했다.
반면 마르가타는 처음부터 계속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응? 그거야 당연히 아그네스가 널 믿고 있으니 나도 널 믿는 거지.”
마르가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그네스가 쑥맥이긴 해도 사람 하나는 잘 보거든.”
* * *
데미안은 결투를 위해서 공터로 나왔다.
주변에는 두 사람의 결투를 구경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있었다.
“준비는 다 끝났냐? 마음 준비 단단히 해라. 우리 종파를 욕한 대가는 무거우니까.”
디오니시오가 창을 움켜쥔 채 말했다.
데미안은 말없이 비웃음만 흘렸다. 디오니시오의 눈동자에 살기가 맺혔다.
“자~ 두 사람 다 준비는 끝났나요~?”
사누스가 두 사람 사이에 선 채 말했다.
두 종파의 갈등으로 벌어진 결투이니만큼 공정성을 위해서 제 3자인 사누스가 심판을 맡기로 했다.
“저희 ‘눈부신 고통’이 있으니 두 사람 다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싸우세요~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금방 붙여 드릴게요~.”
사누스는 웃은 얼굴로 살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럼 시작~.”
사누스가 높이 올린 손을 아래로 내리그으며 말했다.
시작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디오니시오가 신성력을 일으켜서 창을 뒤덮었다.
본래 신성력은 빛에 비유될 정도로 밝고 눈부셨다.
하지만 디오니시오가 발휘한 신성력은 정반대였다. 타고 남은 재처럼 회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있었다.
‘뒤섞인 눈보라’
냉기를 다루는 권능에 눈을 뜬 교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종파.
디오니시오가 신성력을 발휘한 순간부터 주변의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잿빛 서리가 땅 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소름 끼치는 냉기가 데미안의 전신을 압박했다. 마치 겨울날에 맨몸으로 내동댕이쳐진 듯했다.
‘권능을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모양이군.’
종파 ‘뒤섞인 얼음’의 주요 전술은 얼음 파편을 만들어 내어 적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눈속임일 뿐, ‘뒤섞인 눈보라’의 진짜 무기는 따로 있었다.
‘뒤섞인 눈보라’가 발산하는 냉기는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적들의 체온을 빼앗고,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오대성인 흑설의 경우에는 가까이 접근하는 적들을 냉기만으로 얼려서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디오니시오는 3급 성기사에 불과했기에 그 정도의 능력까진 보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동급의 기사였다면 냉기를 견뎌내는 것도 버거웠으리라.
하지만 데미안에게 이 정도 냉기는 별반 위협이 되지 않았다. 마력을 일으켜서 몰아내면 그만이었다.
‘더 쉬운 방법도 있지.’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성검을 꺼냈다.
성검을 뽑아 들자 눈부신 검신이 드러났다.
“성검? 성기사도 아닌 사람이 성검이라니?”
“대체 누가 성검을 건넸단 말입니까?”
지켜보고 있던 성기사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마르가타와 아그네스는 슬쩍 다른 곳을 쳐다봤다.
하지만 가말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마르가타! 저게 뭐냐! 어떻게 외부인이 성검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안 될 것도 없잖아? 성검이 무슨 대단한 보물도 아니고.”
“교단의 상징이 대단한 보물이 아니면 뭐라는 거냐!”
해방된 성검이 신성력을 발산했다.
신성력은 데미안의 몸을 침범 중인 냉기를 말끔하게 몰아냈다.
신성력의 능력 중 하나였다.
온갖 해로운 것들로부터 주인을 보호하는 것.
같은 신성력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과분한 물건을 들고 있구나!”
냉기가 봉쇄당하자 디오니시오는 이를 빠득 갈았다.
“널 쓰러트린 다음에 성검을 돌려받도록 하겠다!”
디오니시오가 창날에 신성력을 집중시켰다.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오러가 창날을 뒤덮었다.
잿빛 오러를 손에 쥔 채, 디오니시오가 돌진했다.
데미안은 응수하기 위해서 성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오러가 순식간에 성검을 뒤덮었다. 그 속도에 데미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대단한 검이야.’
모든 무기에는 마력전도율이라는 게 있었다.
싸구려 철을 사용한 무기일수록 마력전도율이 낮았다.
마력전도율이 낮으면 마력을 주입했을 때, 손실되는 마력량도 크고, 오러의 구현 속도도 느렸다.
이 성검의 경우에는 손실되는 마력량이 거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러의 발현 속도도 무척 빨랐다.
그만큼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는 뜻이었다.
“어디 한번 실력이나 보자!”
코앞에까지 다가온 디오니시오가 창을 연달아 내질렀다.
데미안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조리 막아 냈다.
연격이 허무하게 막히자 디오니시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잘난 척할 실력은 있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더 많은 연격을 쏟아 냈다.
무수한 찌르기가 급소를 노렸지만 데미안은 쉴새 없이 공격을 쳐 냈다.
겉으로만 보면 맹공을 퍼붓는 디오니시오가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결투를 관람하던 성기사들은 일찌감치 그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저 많은 공격을 막아 내면서 조금도 밀려나지 않다니…….”
“막고 있는 게 아니라 받아치고 있다는 뜻이지. 그리고 받아치려면…….”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하죠…….”
데미안이 보여 주는 묘기에 성기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디오니시오 경을 가지고 놀고 있군요.”
“유란의 흑마법사들을 어떻게 세 명이나 죽였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이해가 갑니다.”
“마르가타 경이 굳이 토벌대에 끌어들인 이유가 있었군요.”
“안타깝군요. 기량은 앞서는데. ‘뒤섞인 눈보라’를 몰라도 너무 몰라요.”
성기사들은 기대 이상이었던 데미안의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사실은 일찌감치 디오니시오의 승리를 점지하고 있었다.
“뒤섞인 눈보라의 냉기는 받아치면 받아칠수록 몸속에 쌓이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견딜 만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냉기가 폭발적으로 급증하죠.”
‘뒤섞인 눈보라’가 발산하는 냉기는 신성력으로 몰아낼 수 있다.
하지만 무기에 압축된 냉기는 그렇게 쉽게 몰아낼 수 없었다.
“이제 슬슬 한계에 도달했을 겁니다.”
하지만 성기사들의 생각과 달리 데미안의 움직임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디오니시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체력적인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의 모습에 성기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뒤섞인 눈보라의 성기사가 먼저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도 안 됩니다. 데미안 경은 냉기 때문에 계속 피해를 입고 있을 텐데…….”
성기사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들 눈뜬장님이나 다름없네.”
마르가타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
“무기가 부딪힐 때마다 오러를 방출해 내서 냉기를 날려 보내고 있잖아.”
마르가타의 말을 듣고도 성기사들은 이해하질 못했다.
저 설명대로 하면 냉기를 막을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저렇게 무수히 쏟아지는 연격을 막을 때마다 오러를 방출한다?
그런 묘기는 로우클래스가 아니라 미들클래스가 와도 불가능했다.
“마르가타 경,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근데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잖아. 내 말이 안 믿어지면 가말한테 물어봐.”
모두의 시선이 가말에게 향했다. 가말은 데미안 학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마르가타의 말이 맞다.”
성기사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 * *
“젠장!”
디오니시오가 욕을 내뱉었다.
“어째서 통하질 않는 거야!”
정작 디오니시오는 데미안에게 냉기가 먹히지 않는 이유를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봐.”
공방이 오고 가는 그때, 데미안이 디오니시오에게 말했다.
“이걸로 끝이냐?”
처음에 디오니시오는 데미안 학센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밑천이 있으면 다 꺼내 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믿을 거 아니야.”
이어진 말을 듣고 나서야 데미안 학센이 말을 건 의도를 깨달았다.
“너 같은 놈이 몇 명이 덤벼도 나한테는 안 된다는 걸 말이야.”
창을 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격노가 뇌를 때렸다.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보여 주마!”
디오니시오가 창으로 땅을 내려찍었다. 동시에 모든 신성력을 방출했다.
신성력이 지면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디오니시오는 신성력을 모조리 냉기로 바꿨다.
공터 전체에서 솟아난 얼음창은 데미안 학센을 꿰뚫으려 했다.
절기 – 가시밭.
피할 곳은 없다. 설사 피한다 해도 두 번째 공격이 남아 있었다.
얼음 창들이 모두 솟아나면 산산이 폭발하여 냉기와 파편을 흩뿌리게 되어 있었다.
디오니시오가 승리를 확신한 그때, 데미안 학센이 한 걸음을 내딛었다.
* * *
벌성지광약(伐性之狂藥)
이 마나연공법에는 마력을 쌓는 방법 외에 몇 가지 기술이 더 적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신체능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굉장한 게으름뱅이다.
본래 대부분의 운동능력이 잠들어 있고, 계속 몸을 움직여야 운동능력을 조금씩 이끌어 낼 수 있는 법이었다.
그러나 벌성지광약에서는 그런 귀찮은 과정을 건너뛰고 단숨에 운동능력을 완전히 끌어낼 수 있는 기술이 담겨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기술에 숙달되면 신체 능력을 증폭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지금 데미안처럼 말이다.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의 묘리대로 마력을 운용했다.
마력이 근육을 단숨에 활성화시켰다. 전신의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기분 좋은 고양감이 뇌 전체에 퍼졌다.
그 순간, 온 세상이 느리게 흘러갔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갔다.
데미안이 한 발을 들었다.
땅바닥에는 얼음창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창이 돋아나는 것보다 데미안이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빨랐으니까.
들었던 발을 내딛었다.
하체의 근육이 폭발했다. 전신이 가속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디오니시오의 코앞에 도달했다.
데미안이 검을 내리쳤다. 디오니시오는 데미안의 공격에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일직선으로 떨어진 검이 디오니시오의 어깨를 찍었다.
오러는 일찌감치 해제했다. 디오니시오의 어깨는 사슬갑옷이 보호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몸이 반토막 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충격으로 쇄골이 박살 났다. 몸이 아래로 구겨졌다. 무릎이 굽혀지며 땅에 닿았다.
“…….”
디오니시오는 두 눈만 깜빡였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승리다.”
데미안은 짧게 말한 뒤, 성검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가말을 쳐다봤다.
“이제 날 믿겠나?”
가말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날 믿겠냐고 물었다.”
데미안이 한 번 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제야 가말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믿겠다.”
“그럼 내가 토벌대에 참가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겠군.”
“하나만…… 하나만 물어보겠다.”
가말이 데미안 학센을 향해 물었다.
“우리 성기사들은 이단자들을 처단하고 신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토벌대에 참가했다. 그대는 어째서 토벌대에 참가하는 것이지?”
토벌대가 들어가야 하는 던전은 흑마법사의 던전이었다.
위험한 것을 넘어서 사지일지도 모르는 장소였다.
“쓸데없는 걸 묻는군.”
그 물음에 데미안이 당연하지 않냐는 듯이 말했다.
“유란의 간부 아기토는 우리 가문의 영지를 저주하고, 우리 가족을 죽이려 했다.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겨우 한 놈만 죽이는 걸로는 성이 차지 않아.”
데미안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다른 놈들에게 복수하러 가는 거다.”
그 대답에 가말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데미안 학센, 그대의 참가를 환영한다.”
그렇게 데미안 학센의 토벌대 참가가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