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2화
62화 토벌대 (3)
가말은 생각보다 순순히 데미안 학센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모든 ‘뒤섞인 눈보라’가 데미안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 일은 절대로 잊지 않겠어.”
디오니시오는 증오와 분노가 뒤섞인 말을 내뱉고 자리를 떠났다.
“졌으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것이지. 하여간 저쪽 종파는 속이 좁은 놈들밖에 없다니까.”
마르가타는 그런 디오니시오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데미안 경, 수고하셨습니다.”
아그네스가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지만 데미안은 예의상 물잔을 받았다.
“그나저나 실력이 진짜 대단하던걸? 디오니시오는 뒤섞인 눈보라에서 대폭 밀어주고 있는 놈인데. 그렇게 쉽게 이길 줄은 몰랐어.”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대단한 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데미안이 인정받은 게 기뻤는지. 아그네스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추악한 이단자를 심판하는 일만 남았네.”
마르가타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토벌대에 합류한 걸 축하해.”
* * *
합류 이후, 데미안이 가장 크게 놀란 것이 있다면 토벌대의 규모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었다.
정예 병사가 80명에 3급 성기사가 10명이나 되었다.
‘이만한 전력이 단순히 보좌하기 위한 용도라니.’
더 놀라운 것은 이 병력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번 토벌대의 핵심은 종파의 성기사들이었다.
시체놀음 정도 되는 고위 흑마법사를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은 그들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종파의 성기사 쪽 숫자가 적지만…… 몇 배로 강하군.’
뒤섞인 눈보라는 2급 성기사 한 명, 3급 성기사 네 명.
눈부신 고통은 2급 성기사 한 명과 3급 성기사 다섯 명을 파견 보냈다.
여기에 데미안과 아그네스, 마르가타까지 있었으니.
‘어지간한 대귀족들은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겠군.’
사람들이 평가하기를, 대륙에서 제국과 맞설 수 있는 세력을 꼽는다면 교단이 유일하다고 했다.
토벌대를 보고 있자면 그 평가가 마냥 뜬소문은 아닌 듯했다.
‘이만한 토벌대가 전멸을 당했단 말이지.’
토벌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들이 전멸을 당했다는 사실이 이해되질 않았다.
시체놀음이 위험한 흑마법사인 것은 맞았지만 2급 성기사 세 명을 동시에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세 명 중에 배신자가 나온 게 분명해.’
미들클래스는 미들클래스로만 막을 수 있다.
2급 성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2급 성기사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같은 2급 성기사밖에 없었다.
‘현재로서는 가말이 제일 의심스럽군.’
뒤섞인 눈보라는 불사르는 자와 마찰을 빚고 있었다.
가말도 마르가타를 보자마자 시비를 걸지 않았던가.
‘뒤섞인 눈보라 쪽을 주시해야겠어.’
* * *
교단에서는 토벌대를 준비하는 한편, 산맥을 수색하며 던전에 대해서 조사했다.
“수색대가 찾아봤는데. 던전으로 통하는 입구는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
식사 시간, 마르가타가 데미안과 아그네스가 있는 자리에서 조사 결과를 말했다.
“던전 입구는 산봉우리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산을 좀 올라가야 하지. 내가 가서 봤는데. 입구부터 굉장히 넓고 크더라.”
마르가타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그녀가 저렇게 표현할 정도니 정말 큰 모양이었다.
“던전 내부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몰라. 플레시 골렘이 계속 튀어나오고 있어서 수색대에서 내부를 정찰할 수 없다는 보고가 올라왔어.”
즉, 던전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직접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언제 던전에 진입합니까?”
그 물음에 마르가타가 송곳니를 드러낼 정도로 크게 웃었다.
“내일.”
* * *
점심 무렵.
교단의 토벌대는 던전의 입구로 모였다.
백 명의 정예 병사.
열 명의 성기사.
그리고 종파의 성기사들까지.
한자리에 모인 토벌대는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드디어 이날이 왔군요.”
데미안에 옆에 서 있던 아그네스가 말했다.
아그네스는 평소처럼 무감정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두 눈동자에 묘한 불길을 담고 있다.
데미안은 아그네스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으리라.
“저 안에 시체놀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그네스가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동굴 입구를 노려봤다.
문득 데미안은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뒤섞인 눈보라.
디오니시오가 데미안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단단히 원한을 품고 있는 것 같군.’
데미안은 입가를 삐죽 올렸다. 경험상 저렇게 구는 놈들은 항상 사고를 쳤었다.
“전진!”
병사들을 통솔하는 백인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병사들이 앞장서서 던전으로 향했다.
성기사들은 병사들의 뒤에 서서 언제든지 나설 수 있도록 준비했다.
-크르륵.
-크르르륵.
그때, 동굴 속에서 짐승들이 뛰어나왔다.
평범한 짐승이 아니었다. 시체놀음이 만든 언데드였다.
몸통은 말, 다리는 늑대, 머리는 호랑이.
각각의 신체 부위에는 실로 이어 붙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생김새였다.
“방패병 앞으로!”
십인대장의 말에 둥근 방패를 가진 병사들이 짐승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방패와 짐승들이 충돌했다.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자 뒤에 있던 병사들이 칼과 창으로 짐승들의 몸 곳곳을 베었다.
-켕!
-케엥!
짐승들은 너무나도 쉽게 숨통이 끊어졌다.
‘연계가 훌륭한걸.’
정예 병사들이라더니 과연 숙달된 솜씨였다.
만약 용병으로 전향한다면 모든 병사가 일급 용병을 상징하는 금패를 받을 수 있을 듯했다.
“다시 돌입!!”
백인대장이 소리쳤다. 병사들은 무기를 거두고 다시 던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구…… 누구 없어요?
-여기…… 사람 있어요! 도와주세요!
그때, 동굴 안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인대장이 손을 들어서 병사들을 멈춰 세웠다.
“정지!”
백인대장과 병사들은 긴장한 얼굴로 동굴 안쪽을 쳐다봤다.
동굴 내부에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걸어 나왔다.
가장 먼저 커다랗고 둥근 몸통이 보였다. 몸통은 짐승과 몬스터의 신체를 덕지덕지 이어 붙여서 만들어져 있었다.
다섯 개가 넘는 다리가 몸통을 지탱하고 있었고, 몸통의 양쪽에는 거대한 손이 튀어나와 있었다.
처음에 튀어나왔던 짐승은 마치 테스트용이었던 듯, 심혈을 기울여 제대로 만들었단 흔적이 역력했다.
시체놀음이 주력 병기로 삼았던 플레시 골렘(Flesh golem)이었다.
플레시 골렘을 본 순간, 병사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기괴한 생김새 때문이 아니었다.
-아아악! 아파! 아파!
-추워…… 괴로워…….
둥근 몸체에 붙어 있는 사람의 머리 때문이었다.
하나도 아니고 여덟 개나 되는 머리가 달려 있었다.
‘머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절규를 토해 냈다.
-아, 아파…… 온몸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어!
-엄마…… 엄마 어디 있어…… 엄마…….
머리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광경에 병사들은 물론 성기사들까지 할 말을 잃었다.
“저, 저건 대체…….”
“사람의 의식이 남아 있다고……?”
병사들과 성기사들은 교단의 검이 되어서 무수히 많은 언데드와 흑마법사들을 죽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식이 남아 있는 언데드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교단, 교단이다! 교단에서 왔어!
-도와줘요! 도와주세요!
토벌대를 발견한 머리들이 반색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말에도 병사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뭐 해! 도와달란 말이야!
-와 가만히 있어! 우리를 원래대로 되돌려 줘!
머리들이 분노를 토해 냈다. 육중한 팔을 휘둘러서 병사들을 공격하려 했다.
“이 얼간이들아!”
그때, 마르가타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정신 차리지 못해! 저건 언데드일 뿐이야! 성기사들은 뭐 하는 거야! 당장 병사들을 보호해!”
마르가타의 외침에 성기사들은 정신을 차렸다.
성기사들이 일제히 플레시 골렘을 향해 뛰어들었다. 무기를 휘둘러서 플레시 골렘을 베었다.
-아아아악! 아파! 아파! 너무 아파!
-그만, 그만하세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상처가 생길 때마다 몸통에 달린 머리가 울부짖었다. 성기사들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그만 건드리란 말이야!
-아파! 아파아!
그 틈을 노리고 플레시 골렘이 주먹을 휘둘렀다. 성기사 한 명이 주먹에 얻어맞고 날아갔다.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건들지 마! 건드리면 다 죽여 버릴 거야!
플레시 골렘의 몸통 곳곳에서 구멍이 열렸다.
구멍을 통해서 녹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성기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독이다! 놈이 독을 뿌리고 있어!”
독이 얼마나 지독하던지 바닥에 깔려 있던 잡초들이 순식간에 바스라졌다.
성기사들은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하며 독에 저항했다.
-죽어! 다 죽어 버려!
-죽어! 죽어! 죽어!
플레시 골렘이 증오를 토해 내며 성기사들을 공격했다.
독에 저항하느라 신성력을 소모한 성기사들은 플레시 골렘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열 명이 넘는 성기사가 플레시 골렘 한 마리에게 밀리는 판국이었다.
“이거 안 되겠네. 아그네스, 네가 나서야겠어.”
“알겠습니다. 데미안 경, 보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그네스가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 데미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데미안 경?”
어느새 데미안은 병사들을 지나쳐서 플레시 골렘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데미안 경!”
아그네스가 놀라서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데미안의 모든 감각은 플레시 골렘에게 향해 있었다.
-죽어! 죽어어!
-날 건드리지 마!
데미안은 흑마법사로서 높은 경지에 있다.
그래서 알아볼 수 있었다. 저 플레시 골렘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말이다.
흑마력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다.
죽음 혹은 고통 속에서만 생성되었다.
저 플레시 골렘에는 수많은 인간의 영혼이 종속되어 있었다.
영혼들이 고통을 받으면서 내뿜고 있는 흑마력이 플레시 골렘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기에 성기사들이 공격하면 할수록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통을 받는 만큼 더 많은 흑마력을 내뿜을 테니까.
-아파! 아파!
-엄마…… 어디 있어…… 엄마…….
다들 평범한 인간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시체놀음에게 붙잡혀서 원치 않게 개조당하고, 흑마법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기분을 느꼈으리라.
데스나이트로 개조당할 때, 데미안 역시 그랬으니까.
몸이 구속당했다는 공포.
시술이 가해질 때마다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자신의 몸이 다른 것으로 변하고 있다는 역겨움.
-온다! 또 오고 있어!
-너도 우리를 아프게 할 거지?
플레시 골렘이 데미안을 발견했다. 더욱 맹렬하게 독안개를 뿜어댔다.
-죽어! 너도 죽어!
-찢어 버릴 거야!
플레시 골렘의 몸에서 열 개의 뼈가 돋아났다. 폭음과 함께 뼈가 사출되었다.
데미안은 피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날아든 뼈가 데미안을 덮쳤다. 하지만 어느 것도 데미안을 꿰뚫지 못했다. 스쳐 지나가서 땅에 박힐 뿐이었다.
-어? 어어?
-뭐야! 뭐야!
플레시 골렘이 다시 뼈를 발사했다. 이번에도 뼈들은 데미안 학센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플레시 골렘이 데미안을 명중시키지 못한 게 아니었다.
데미안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모든 뼈 화살을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새 데미안은 플레시 골렘의 코앞에 도달했다.
-오지 마! 오지 마!
-날 아프게 하지 마!
플레시 골렘이 맹렬하게 독안개를 내뿜었다.
성검이 신성력을 일으켜서 데미안을 보호했다. 독안개는 데미안에게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서 플레시 골렘의 몸체를 살펴봤다.
흑마법사로서의 지식이 말해 줬다. 플레시 골렘이 지니고 있는 핵이 어디 있는지 말이다.
-죽어! 죽어어!
-터트려 버릴 거야!
플레시 골렘이 주먹을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플레시 골렘의 몸통에 성검을 찔러넣었다.
깊이 박힌 성검이 핵을 절단했다. 그 순간, 플레시 골렘이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플레시 골렘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두 팔이 축 늘어졌다.
-아…… 아아…… 아…….
-아아…… 아…….
다섯 개의 머리도 힘을 잃었다. 천천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어…… 엄…… 엄마…….
마지막 머리까지 완전히 눈을 감았다. 그제야 데미안은 성검을 뽑았다.
뒤늦게 아그네스가 달려왔다. 아그네스는 데미안의 얼굴을 보고 흠칫 몸을 떨었다.
“후우.”
데미안은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제야 얼굴 표정이 풀어졌다.
이래서 흑마법사 놈들이 싫었다.
만날 때마다 짜증 나는 기억이 떠올랐다.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 덤이었다.
“이거 안 되겠네.”
데미안이 섬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곱게 죽여서는 안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