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3화
63화 던전 (1)
“델란트, 이게 무슨 짓이냐? 제정신이 맞기는 한 것이냐!”
“일부러 위치를 노출시켜서 교단을 불러들이다니!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멍청한 짓이야!”
어둠이 짙게 깔린 공간.
두 명의 남성이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노려보는 방향에는 삐쩍 마른 미청년이 서 있었다.
미청년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길게 뻗은 커다란 거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델란트! 우리의 말을 듣고 있기는 한 것이냐!”
“당장 우리와 피신하자! 유란은 이제 우리 세 명뿐이야! 우리까지 죽으면 유란의 맥이 끊긴단 말이다!”
두 남성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미청년은 여전히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들리지 않아.”
그러다 문득 미청년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분의 거룩한 음성이 들리지 않아…….”
미청년은 두 손으로 거울을 어루만졌다. 거울은 무심히 미청년의 얼굴만 비출 뿐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답변을 안 하신 적은 처음이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어.”
그런 델란트를 보며 두 남성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울은 그만 들여다봐라!”
“교단이 코앞까지 들이닥쳤는데. 그딴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그 순간, 미청년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아름답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변해 있었다.
“그딴 것? 그딴 것이라고? 그분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를 두고 그딴 것?”
미청년의 몸에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양의 흑마력이 공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분께 더없는 은혜를 입은 주제에 그분을 모독해? 이제 확실해졌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실망하신 게 분명해!”
미청년이 분노를 토해 냈다. 공간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그분의 은혜를 잊기나 하고! 우리의 한심한 작태에 실망하신 거야! 그래서 연락을 끊으신 거고!”
미청년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두 남성은 겁에 질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유란의 흑마법사는 모두 동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두 사람도 나름대로 고위 흑마법사라는 경지에 있었다.
하지만 미청년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아니, 유란의 어떤 간부도 미청년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우두머리였던 남자조차.
“교단을 왜 끌어들였냐고? 그분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지! 교단을 일망타진하면 교단뿐만 아니라 애플 왕국까지 흔들리겠지! 그러면 그분께서 흡족해하실 테니까!”
상상만으로 행복하다는 듯 미청년의 얼굴에 환희에 찬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야!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분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거야! 성기사들의 우수한 시체로 플레시 골렘을 만드는 거야! 그분께서는 내 인형을 좋아하셨으니 분명히 흡족해하시겠지!”
미청년의 마력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미청년은 두 사람을 쳐다보더니 빙긋 웃었다.
“이제 보니 너희들의 육체도 꽤 쓸만해 보이네?”
두 남성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두 남성은 황급히 흑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천장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전신이 다른 생물의 것으로 기워져 있었다.
플레시 골렘은 두 흑마법사의 머리를 잡고 땅으로 내리찍었다.
얼굴이 뭉개지면서 두 흑마법사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카이트, 둘을 제봉실로 데려가. 당장 시술할 거니까.”
미청년이 플레시 골렘에게 명령했다.
인간 남성과 흡사하게 생긴 플레시 골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둘을 둘러메고 사라졌다.
“그분께서 만족해하실 정도로 훌륭한 시체를 찾아야 해…… 그분께서 만족해하실 만한 선물을 준비해야 해.”
미청년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박쥐의 날개가 달린 둥근 유리창이 날아왔다.
유리창에는 플레시 골렘과 전투 중인 교단의 모습이 비춰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소재들이 들어오고 있구나.”
미청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과연 내가 준비해 놓은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둥근 몸체에 사람 얼굴이 여러 개 달린 플레시 골렘이 교단을 공격했다.
교단의 성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안 되지 안 돼…… 평범한 놈들로는 안 돼. 종파의 성기사들이 나서야지.”
입구에 배치해놓은 플레시 골렘은 미청년이 제법 심혈을 기울여 만든 놈이었다.
일반 성기사들 따위가 어쩔 수 있는 작업물이 아니었다.
“자, 종파의 성기사를 보여 줘…… 소재로서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 달란 말이야!”
미청년은 코를 박을 기세로 유리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때였다.
한 남성이 앞으로 나섰다. 남성은 플레시 골렘의 공격을 모조리 피한 뒤, 몸통에 검을 박아넣었다.
플레시 골렘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잠시 후, 붕괴하기 시작했다.
“……어”
미청년은 연신 두 눈을 깜빡였다.
신성력이 아니라 마력을 사용한 것을 보면 평범한 기사가 분명했다.
평범한 기사가 플레시 골렘의 핵을 정확히 찾아서 꿰뚫은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감인가? 아니면 마력을 감지해 낸 건가?”
미청년은 단숨에 저 기사에게 매료되었다.
“대단해…… 종파의 성기사들이 가장 뛰어날 줄 알았는데…… 설마 저런 소재가 있을 줄이야……!”
소재의 우수함은 육체의 질로만 결정이 되지 않는다. 그 생물이 가지고 있는 재능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 기사는 지금까지 미청년이 봤던 소재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찾았다! 저것만 있으면 도르고 님께서 만족해하실 만한 인형을 만들 수 있겠어!”
미청년.
시체놀음 델란트가 양팔을 벌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 * *
토벌대는 던전 내부로 진입했다.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플레시 골렘들이 나타났다.
네 다리에 사람의 몸이 달린 플레시 골렘들이 사방에서 토벌대를 습격했다.
데미안은 플레시 골렘과 싸우기 위해 성검을 움켜쥐었다.
“데미안 학센, 넌 나서지 마라. 이번 전투는 우리 뒤섞인 눈보라에서 해결하겠다.”
가말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사누스가 물었다.
“어머나~ 가말, 저희 눈부신 고통이 도와드릴까요~? 강화를 걸어드릴게요~.”
“필요 없다. 눈부신 고통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강하다. 너희들은 다른 성기사들을 돕도록 해라.”
도움을 딱 잘라 거절한 뒤, 가말이 소리쳤다.
“뒤섞인 눈보라는 들어라. 종파의 명예를 걸고 단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마라.”
가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뒤섞인 눈보라의 성기사들이 신성력을 발휘했다.
소름 끼치는 냉기가 동굴 전체에 퍼졌다.
플레시 골렘들의 표면에 서리가 맺히더니 달려오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가자!”
디오니시오를 필두로 뒤섞인 눈보라의 성기사들이 플레시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성기사들이 창을 휘두를 때마다 플레시 골렘의 신체가 얼음덩어리처럼 깨졌다.
플레시 골렘들은 괴성을 지르며 반격했다.
하지만 냉기에 얼어붙은 몸으로는 성기사들을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몇 번을 봐도 무서운 힘이야.’
뒤섞인 눈보라의 냉기는 사물뿐만 아니라 마력까지 얼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흑마력을 원료로 움직이는 언데드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독이나 다름없었다.
‘권능 만큼은 나도 흉내를 낼 수가 없었지.’
데미안은 희대의 천재지만 만능은 아니었다.
종파가 사용하는 권능은 데미안조차 따라할 수가 없었다. 마력과는 아예 다른 힘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광경이죠?”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사누스가 다가와 있었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백금발의 머리.
성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성스러운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뒤섞인 눈보라는 여러 종파 중에서도 굉장히 강한 곳이죠~ 자존심이 좀 강한 게 흠이지만요~.”
사누스가 쿡쿡 웃음소리를 흘렸다.
“왜 당신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지 알아요~? 자존심이 상해서 그래요~ 입구에 튀어나온 플레시 골렘을 당신 혼자 쓰러트렸잖아요~.”
데미안으로서는 어이없는 이유였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자존심이 강한 게 아니라 옹졸한 것에 불과했다.
“……아아, 하지만 너무 쉽게 죽이네요. 더러운 이단자가 만든 피조물이니 내장을 끄집어 낸 다음 잘게 다져서 죽여야 하는데.”
사누스는 뒤섞인 눈보라가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데미안은 징그럽다는 얼굴로 사누스를 흘겨봤다.
‘광명(光明), 그 미친년의 제자답군. 이 여자도 제정신이 아니야.’
데미안은 오대성인 모두와 싸워 봤다.
오대성인 다섯 명 중에서 가장 강했던 사람이 청염이었으나, 가장 귀찮았던 인물은 광명(光明)이었다.
광명은 광신자 중의 광신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던지 다른 성기사들이 무신론자로 보일 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광명만 그랬던 건 아닌 것 같군. 눈부신 고통에 속한 놈들은 다 미친놈들이었어.’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 한 명을 죽이겠다고 눈부신 고통의 성기사 수십 명이 자폭을 한 적도 있었다.
“데미안 경을 의심했던 건 사과할게요~.”
“뭐, 괜찮습니다. 큰일을 앞두고 있으니 철저하게 확인해서 나쁠 건 없죠.”
데미안이 관심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사누스가 뒤섞인 눈보라의 편을 든 것은 괘씸했다. 그렇다고 원한을 품을 생각은 없었다.
“전 데미안 경처럼 싸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사누스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시선이었다. 데미안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성기사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데미안이 냉큼 대답했다.
“어째서 그러세요~? 성기사가 되면 신의 분노를 대행하는 대리인이 되는 거예요.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죠~.”
“신의 분노를 대행하기에 저는 아직 너무 부족합니다.”
“그런 불안감을 품고 계셨다니……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부족하다면 채우면 되니까요~ 마침 눈부신 고통에서 외부인들을 위한 6개월짜리 성경 공부 특강이 준비되어 있어요~.”
사누스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데미안이 피곤함을 느낄 때였다.
“그리고 성기사가 되면 마력의 양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말끔하게 해결될 거예요.”
그 한마디에 지루함이 날아갔다.
사누스의 말대로 데미안의 약점은 마력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마력 결정의 비약을 섭취하고, 매일 같이 패력축기공을 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한참 부족했다.
그걸 이렇게 정확하게 꿰뚫어볼 줄이야.
“제 말이 안 믿겨지시나요?”
데미안의 시선을 의심이라고 받아들였는지. 사누스가 설명을 시작했다.
“성기사들은 신앙심에 따라서 신성력을 부여받아요. 더러운 이단자를 처단할 때마다 신께서 신성력을 내려주시죠.”
성기사는 기사와는 다른 방법으로 신성력의 양을 늘렸다.
기도, 선행, 봉사 등등.
많은 방법이 있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이단자를 처단하는 일이었다.
이단자를 처단하여 신에게 공양하면 그만큼 신성력이 늘어났다.
하지만 데미안에게는 썩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겨우 마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단에 종속될 수는 없지.’
교단의 성기사가 되면 귀찮은 일들이 너무 많아졌다.
무엇보다 마력 부족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게 되어 있었다.
마나연공법을 완성시키고, 더 많은 영약을 섭취하면 되었다.
당장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정령의 심장만 흡수해도 엄청난 양의 마력을 얻을 수 있었다.
“어때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데미안 경만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세례를…….”
“사누스,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데미안을 뺏어가려고 해!”
그때, 마르가타가 고함을 내질렀다.
“마르가타, 데미안 경이 어디에 소속되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중요한 건 데미안 경의 솜씨가 이단자들을 찢어 죽이는데 사용되는 거 아니겠어~?”
“말 같지 않은 소리 하고 있어. 네가 그런 식으로 꼬셔서 데려간 성기사가 몇 명인데! 그래서 다른 종파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평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데!”
마르가타가 사누스의 등을 떠밀었다.
“잔말 말고 어서 너희 종파 쪽으로 돌아가.”
“데미안 경~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해요~.”
“당장 가라니까!”
마르가타는 아예 사누스를 번쩍 들어 올린 뒤, 눈부신 고통 쪽으로 향했다.
사누스가 사라지자 데미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 경.”
아그네스가 어두운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권유했을 때는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하시더니. 사누스 경은 왜 떨쳐 내지 못하신 겁니까.”
아그네스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데미안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항의였다. 사누스가 염치 불구하고 달라붙은 것뿐이지 데미안이 떨쳐 내지 못한 게 아니었다.
“데미안 경 만큼은 사누스 경에게 넘어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근데 성기사를 데려간다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권능을 각성한 성기사만 종파에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화제를 돌릴 겸, 데미안이 질문을 던졌다. 아그네스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답변했다.
“해당 종파에서 해석한 교리를 따른다는 명목으로 일반 성기사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종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죠. 대신, 종파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도 생깁니다.”
그래서 마르가타가 화를 낸 모양이었다. 사누스가 유능한 성기사들을 모두 빼갔으니 말이다.
“데미안 경, 사누스 경이 아름다운 분이긴 하지만 거기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자고로 신앙심이란…….”
아그네스가 근엄한 얼굴로 설교를 시작했다.
그때, 데미안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데미안이 성검을 뽑아 들었다. 성검을 크게 휘둘렀다.
방출된 오러가 천장과 벽, 바닥을 넓게 베었다. 갈라진 틈으로 시커먼 피가 터져 나왔다.
-키에엑!
-끼에엑!
괴성과 함께 벽에서 무언가가 우수수 튀어나왔다.
곤충처럼 두꺼운 갑각을 입고 있는 플레시 골렘들이었다.
“어, 어엇…… 저게 뭐야!”
“저, 적습입니다! 후방에 플레시 골렘들이 나타났습니다!”
병사들이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은신 능력을 가진 놈들이군.’
데미안은 플레시 골렘을 살펴봤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 주변 환경과 동화되는 능력을 가진 플레시 골렘인 듯했다.
‘그렇다고 전투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야.’
전신을 둘러싼 갑각은 제법 단단해 보였다. 상대하기 무척 까다로워 보였다.
데미안은 플레시 골렘을 처리하기 위해서 오러를 일으켰다.
“데미안 경께서는 쉬고 계십시오.”
그런 데미안을 아그네스가 막아섰다. 손에 너클을 키우며 말했다.
“저것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