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4화
64화 던전 (2)
청염(靑炎).
종파 ‘불사르는 자’ 소속이자 교단의 오대성인 중 한 명.
오대성인은 모두 괴물 같은 존재였다. 초인이라는 마스터클래스도 오대성인에 비하면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데미안은 오대성인과 모두 싸워서 승리했다.
그런 그에게 오대성인 중 누가 제일 강했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청염을 꼽을 것이다.
그 정도로 청염은 대단한 존재였다. 데미안조차 위험했던 상대로 기억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그네스는 청염의 일대제자였다.
일대제자란 직전제자를 뜻했다. 아그네스는 청염에게 직접 가르침을 얻고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였다.
‘궁금하군.’
아마 전생에 아그네스는 이번 토벌에서 사망했으리라.
청염의 일대제자임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이 아그네스라는 성기사를 모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래서 궁금했다.
아그네스는 대체 어떤 재능을 가진 원석일지 말이다.
“이 전투를 신께 바치겠나이다.”
아그네스의 갑옷을 타고 푸른 불꽃이 번지기 시작했다.
푸른 불꽃이 폭발했다. 아그네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플레시 골렘의 코앞에 도달했다.
연이은 폭발.
팔꿈치에서 시작된 폭발이 주먹을 밀어냈다. 가속한 주먹이 플레시 골렘의 명치를 강타했다.
쇳덩어리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플레시 골렘이 벽에 처박혔다.
아그네스가 다시 움직였다. 폭발과 함께 이번에는 다른 플레시 골렘의 뒤에 나타났다.
두 번의 연타가 플레시 골렘을 두드렸다. 플레시 골렘이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벌써 청염의 전투술을 완벽하게 체득했군.’
종파 ‘불사르는 자’의 성기사들은 삿된 것들을 불태우는 강력한 불길을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청염은 이 권능을 조금 다른 식으로 사용했다.
불사르는 자의 권능은 주인에게는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다. 물론 폭발도 마찬가지였다.
청염은 폭발력을 이용해서 가속하는 권법을 창안해 냈다.
‘직선적인 공격이 대부분이라 쉽게 읽힌다는 단점이 있지만…….’
청염의 권법은 그 단점을 압도할 만큼 압도적인 속도와 공격력을 발휘했다.
어느새 플레시 골렘들은 모조리 땅에 누워 버렸다. 아그네스는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데미안 경, 다 끝났…….”
그때 별안간 데미안이 아그네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그네스의 어깨를 감싸면서 몸을 돌렸다.
동시에 뒤쪽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아그네스를 덮치려던 플레시 골렘이 걷어차였다.
-키에엑!
플레시 골렘은 뒤로 쭉 밀려났다. 살기 가득한 눈동자로 데미안을 노려봤다.
-키에엑!
-끼에엑!
다른 플레시 골렘들도 다시 일어나서 괴성을 질러댔다.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을 뿐, 플레시 골렘들은 멀쩡했다.
단단한 갑각이 그들을 보호해 준 덕분이었다.
“스승님의 권능을 맞고도 멀쩡하다고……?”
아그네스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 살기가 떠올랐다.
“데미안 경, 다시 지켜봐 주십시오. 이번에야말로 저것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리겠습니다.”
아그네스의 전신에서 청염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신성력을 퍼부어서 플레시 골렘을 잿더미로 만들 생각인 듯했다.
‘재능은 있어 보이는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군.’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불사르는 자의 권능을 최대치로 발휘한다면 이깟 플레시 골렘들은 단숨에 태워 버릴 수 있으리라.
하지만 던전 공략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데. 벌써 힘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아그네스 경, 진정하십시오.”
아그네스의 재능이라면 교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데미안은 아그네스의 성장을 위해서 한 가지 조언을 내렸다.
“양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밀도가 중요합니다.”
데미안이 오러를 일으켰다. 성검에 오러가 맺혔다. 푸른색 아지랑이가 평소보다 훨씬 진하게 피어올랐다.
-키에엑!
플레시 골렘 한 마리가 데미안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걷어차인 놈이었다.
“신성력의 농도를 높이세요. 불이 아니라 용암을 연상하는 겁니다. 타오르는 게 아니라, 흐를 만큼 진하게 신성력을 운용하십시오.”
데미안이 성검을 휘둘렀다. 아그네스의 주먹도 견뎌냈던 갑각이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플레시 골렘은 그대로 절명했다.
“보셨습니까?”
데미안이 아그네스를 돌아봤다. 아그네스는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그네스 경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한 것을 명심하고 따라해 보십시오.”
데미안의 격려에 아그네스가 너클을 움켜잡았다. 푸른 불꽃이 너클로 모여들었다.
불길이 잦아들었다. 시뻘건 빛이 주먹에 맺혔다.
아그네스가 움직였다. 앞으로 돌진하며 플레시 골렘을 강타했다.
플레시 골렘의 갑각이 쿠키처럼 박살 났다. 그 안에 있던 본체는 으스러졌다가 터졌다.
데미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빨리 터득할 줄이야. 과연 청염이 제자로 들일 만큼 뛰어난 재능이었다.
어쩌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지도 몰랐다.
‘토벌대에 참가해서 다행이군.’
플레시 골렘을 몰아붙이는 아그네스를 보며 데미안은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 * *
그 뒤로도 토벌대는 몇 번의 전투를 더 치렀다.
내부로 계속 진입하다 보니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으응? 길이 다섯 갈래로 나뉘네?”
마르가타가 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벽에 다섯 개의 입구가 뚫려 있었다.
“이제부터 진짜 던전이 시작되는 모양이군.”
가말이 다섯 개의 입구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에서 잠시 쉬도록 하겠다. 병사들은 식사 준비를 시작해라. 마르가타, 사누스 둘은 날 따라와라. 저것에 대해서 논의해야겠다.”
가말은 그리 말한 뒤, 몸을 홱 돌렸다.
“쟤는 왜 갑자기 대장 행세를 하는 거야.”
마르가타가 못마땅한 얼굴로 가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긴 저놈은 옛날부터 나서길 좋아했지.”
“가말에 대해서 잘 아는 거 같네요~?
“잘 알기는 무슨. 맨날 저러니까 아는 거지.”
“마르가타~ 같이 가요~.”
마르가타는 가말이 향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누스도 뒤따라갔다.
2급 성기사들끼리 상의하는 동안 병사들은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병사들은 육포와 말린 빵 같은 음식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데미안 경은 여기 계세요.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데미안이 움직이기 전에 아그네스가 먼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두 사람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종파 뒤섞인 눈보라의 디오니시오가 손에 음식을 든 채 서 있었다.
“여기 있으니까 받아.”
디오니시오가 아그네스에게 음식을 내밀었다. 아그네스는 음식을 받으며 짧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누나니까 가져다 주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디오니시오는 몸을 돌렸다.
떠나기 전, 디오니시오는 매서운 눈빛으로 데미안을 한번 노려봤다.
아직 저번 날의 패배를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데미안 경, 받으세요.”
아그네스는 데미안에게 음식의 반을 나누어줬다. 데미안은 육포를 하나 씹으며 물었다.
“저 성기사와 꽤 친한 것 같습니다.”
“디오니시오 말씀이십니까? 저 아이가 아직 일반 성기사일 때, 몇 번 챙겨준 적이 있습니다.”
아그네스는 두 손으로 빵을 쥐고 오물오물 뜯어먹기 시작했다.
“절 따라서 불사르는 자에 들어오겠다고 맨날 떠들어댔는데. 뒤섞인 눈보라로 가게 되었죠.”
아그네스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상당히 친한 사이였던 모양이다.
데미안과 아그네스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식사에 열중했다.
빵을 먹는 내내 아그네스는 동굴의 안쪽을 바라봤다.
얼굴은 차분했지만 눈동자의 깊은 곳에는 묘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째서 시체놀음을 쫓는 겁니까?”
문득 데미안이 물었다.
성기사들은 모두 흑마법사를 증오했다. 흑마법사는 신에게 반하는 존재니까.
하지만 아그네스의 증오는 그런 게 아닌 듯했다. 좀 더 개인적인 이유인 것 같았다.
“……개인사를 그렇게 쉽게 물어보시다니. 데미안 경은 무심한 사람이로군요.”
“말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절 위해서 이곳까지 와 주셨으니 숨기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죠. ……중요한 가르침도 받았구요.”
아그네스는 수통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 어딘가 답답해 보였다.
“시체놀음이 어떻게 처음 세상에 알려졌는지 알고 계십니까?”
“큰 마을을 통째로 언데드 소굴로 만들어 버린 사건을 계기로 알려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마을은 제 고향입니다.”
놀라운 고백에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 마을에 생존자가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저희 오빠가 모처럼 고향에 돌아온 날이었죠.”
아그네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오빠는 성기사였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불사르는 자의 소속이셨죠. 가장 촉망받고 있는 성기사였다고 들었습니다.”
아그네스의 재능은 뛰어난 편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오빠 역시 대단한 성기사였으리라.
“저는 오빠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날도 오빠한테 교단에서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고 있었죠.”
아그네스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갑자기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빠는 밖으로 뛰쳐나갔죠.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빠를 따라갔다가…… 보게 됐습니다.”
마을 바깥에서부터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인간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것들이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아마 그때, 오빠는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 있는 커다란 상자에 절 집어넣었거든요.”
풀어졌던 아그네스의 표정이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제 품에 무언가를 쥐어 줬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유능한 성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본단에서 특별히 지급하는 은신용 성유물이었습니다.”
어린 아그네스는 상자 속에 웅크린 채 두려움에 떨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상자의 틈새로 미세하게 비치는 바깥 풍경뿐.
“밖에서 계속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앞집의 세실, 건너편에 살던 오벨 아저씨…… 다 아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였죠. 그러다 마지막으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음식을 들고 있는 아그네스의 손이 조금씩 떨려왔다.
“오빠의 생사도 제대로 모른 채 계속 상자에 갇혀 있었죠.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지만 나갈 수 없었습니다. 누가 문을 열 때까지 절대 나오지 말라던 오빠의 부탁이 잊혀지질 않았어요. 정신까지 혼미해지고, 온몸에 힘이 없어졌을 때…… 상자의 문이 열렸습니다.”
교단에서 파견한 토벌대가 도착한 것이다.
토벌대는 언데드들을 처리한 뒤, 마을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아그네스를 발견했다.
그 뒤로 아그네스는 교단의 보호를 받았다. 기력을 모두 회복한 다음에야 마을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을 들을 수 있었다.
시체놀음이라는 흑마법사가 저지른 일로 추정된다는 것.
그리고 마을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그네스뿐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아그네스가 데미안을 돌아봤다. 말라붙은 우물처럼 음울한 눈동자였다.
* * *
“식사는 맛있게 하고 있어?”
마르가타는 한참 뒤에 돌아왔다.
“가말이랑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논의하고 왔어. 입구가 다섯 개나 되니까. 토벌대를 나눠서 진입할지. 아니면 하나씩 확실하게 확인할지 말이야.”
마르가타는 육포를 한 움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마르가타 경은 어떤 의견이셨습니까?”
“나? 나는 나눠지자는 쪽이었지. 보니까 입구도 작고, 통로도 작은데 우르르 몰려가면 답답하기만 할걸.”
여기까지 오는 동안 플레시 골렘이 얼마나 강한지 봤음에도 마르가타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력을 나누자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 자신감 때문이리라.
종파의 2급 성기사는 그런 오만함을 부릴 자격이 되었다.
“사누스도 같은 의견이더라. 가말은 다 같이 진입하자는 쪽이었는데. 나랑 사누스 둘이서 나눠지자고 하는데. 자기가 뭐 어쩔 수 있겠어.”
“그럼 각자 따로 진입하는 쪽으로 확정이 된 겁니까?”
“그렇겠지? 부대를 나누게 되면 네 역할이 중요해질 거야. 우리를 빼면 네가 제일 강하니까 말이야.”
마르가타가 한쪽 눈썹을 찡긋했다.
“네가 와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네 덕분에 사망자도 없고, 전력도 계속 아끼고 있잖아.”
입구를 가로막았던 플레시 골렘은 보통이 아니었다. 데미안이 없었더라면 사망자가 발생했으리라.
갑각을 입고 있는 플레시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은신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마터면 부대가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앞으로도 계속 기대를…….”
데미안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데미안은 성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마르가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 직후였다. 다섯 개의 구멍에서 괴기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토벌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들었다. 병사들도, 성기사들도 긴장한 얼굴로 입구를 쳐다봤다.
다섯 개의 입구에서 플레시 골렘이 한 마리씩 걸어 나왔다.
원숭이처럼 길쭉한 팔이 네 개가 달려 있었다. 하반신은 뱀처럼 길쭉했다.
다섯 마리 모두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컸다. 그리고 숨쉬기 곤란할 정도로 농밀한 흑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네.”
마르가타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훑으며 중얼거렸다.
“아그네스, 데미안 너희 둘은 가만히 있어. 저건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 같아.”
아그네스가 허리춤에 걸어 두었던 쇳덩어리를 움켜잡았다.
그 모습을 본 데미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거 너클이었어?’
데미안은 으깰 때 사용하는 둔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용도는 주먹을 보호하는 너클이었다.
다른 2급 성기사들도 마르가타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가말은 처음으로 창을 꺼냈다. 사누스는 단두대처럼 커다란 도끼를 들었다.
“가말, 내가 먼저 공격할 테니까. 네가 보조를 맞춰라.”
“헛소리하지 마라. 네가 내 보조다.”
“여러분들~ 그만 싸우세요~.”
종파의 2급 성기사.
심지어 오대성인의 제자.
신성력을 끌어올리지 않았음에도 세 사람에게서는 형용하기 힘든 위압감이 풍겨져 왔다.
“아, 몰라. 너랑 안 싸워. 사누스랑 같이 싸울 거야.”
“어린애 같은 소리…….”
마르가타와 가말이 티격태격할 때였다.
발밑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토벌대가 서 있던 땅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