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5화
65화 던전 (3)
토벌대는 잔해와 뒤엉키며 아래로 떨어졌다.
“으아아악!”
병사들과 성기사들이 어린애처럼 울부짖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그들이라 해도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만한 넓이의 땅을 통째로 폭파시키다니. 준비를 단단히 했군.’
데미안조차 땅 위에 서 있으면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지면의 두께가 굉장히 두꺼웠다는 증거였다.
그만한 규모의 토지를 이렇게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깊다. 끝이 보이지 않아.’
마력으로 안력을 증폭시켜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튼튼하기로 유명한 성기사들조차 이곳에서 떨어지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 같았다.
‘산의 내부를 통째로 긁어낸 건가? 그래서 던전의 입구가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었군.’
던전이 산에 위치해 있던 이유도 이만한 깊이의 공동을 만들기 위함인 듯했다.
‘시체놀음이 괜히 토벌대를 끌어들인 게 아니었어.’
데미안의 실력이라면 잔해를 밟고 튀어 올라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흑마력 때문이었다.
데미안과 토벌대가 떨어지는 장소.
어둠이 층층이 쌓인 저곳에서 무시무시한 흑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단단한 땅이 가로막고 있어서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이 사라지자마자 코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체놀음, 거기에 있었구나.’
데미안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기대하던 사냥감을 드디어 발견했다.
“병사들과 성기사들은 들어라!”
그때, 가말의 목소리가 울렸다.
2급 성기사 정도면 데미안이 생각한 것처럼 잔해를 이용해서 함정을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가말은 토벌대와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가능한 많은 인원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마르가타와 사누스 역시 가말처럼 토벌대와 함께 아래로 낙하했다.
“본단에서 지급받은 성유물을 발동해라! 성유물을 사용하면 이 높이에서 떨어져도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거다!”
가능한 많은 인원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아래로 떨어지면 움직이지 말고 구조를 기다려라! 우리가 반드시 구하러 가겠다!”
가말은 사누스를 향해 소리쳤다.
“사누스! 기적을 사용해라! 이들을 모두 보호해야 한다!”
“예~ 알겠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사누스는 여전히 느긋해 보였다. 사누스가 두 손을 모으자, 밝은 빛이 토벌대를 둘러쌌다.
신성력이 신체를 둘러싸는 것이 느껴졌다. 충돌에서 보호해 주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아쉽게도 급박한 상황에서 대규모로 전개하다 보니 효과가 크지 않았다.
“마르가타! 아래에 떨어지면 바로 움직여라! 가능한 많은 인원을 구조해야 한다!”
“알겠어! 나만 믿고 있어!”
마르가타가 크게 소리친 직후, 토벌대가 지면과 충돌했다.
* * *
지면과 충돌하기 직전, 데미안은 허공에 몸을 회전시켰다.
두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무릎과 허리를 굽히며 충격을 흡수했다.
마치 깃털이 내려앉는 것처럼 조용하게 땅에 착지했다.
“어우, 뻐근해.”
그래도 충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데미안은 허리를 늘리며 투덜거렸다.
“으아아악!”
그때, 또 다른 누군가가 추락했다. 큰 소리와 함께 바닥에 구덩이가 파였다.
“큭, 크으…… 크아아…….”
구덩이에서 누군가가 기어 나왔다. 놀랍게도 뒤섞인 눈보라의 디오니시오였다.
“데, 데미안 학센?”
놀라기는 디오니시오도 마찬가지였다. 디오니시오는 떨떠름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빨리 치료하지 그러냐? 멀쩡하지 않을 텐데.”
“누가 멀쩡하지 않다는 거냐. 이 정도 충격은…… 크어어억!”
몸을 일으키다 말고 디오니시오가 비명을 내질렀다.
디오니시오는 땅에 누운 채 신성력을 일으켰다.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젠장.”
디오니시오는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보아하니 완벽하게 해결된 모양이었다.
‘이래서 성기사가 골치 아프단 말이지.’
성기사들은 신성력을 소모하여 자가치유가 가능했다.
전투 도중에는 사용하기 힘들고, 신성력의 소모가 크기는 했지만 엄청난 장점인 것만은 확실했다.
“하필 같이 떨어진 사람이 데미안 학센, 너일 줄이야.”
디오니시오가 데미안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불평이 많군. 누가 보면 싸우려고 온 게 아니라 놀러 온 줄 알겠어.”
“누, 누가 불평했다는 거냐! 하여간 마음에 안 드는 놈…….”
그 순간, 디오니시오의 눈빛이 바뀌었다.
데미안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쏘아진 창날이 데미안의 얼굴을 꿰뚫으려 했다.
데미안은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창날은 데미안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서 뒤를 찔렀다.
-키에에엑……!
박쥐처럼 생긴 플레시 골렘이 창에 꿰뚫린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방심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 우리는 지금 흑마법사의 던전에 있단 말이야.”
데미안은 의외라는 얼굴로 디오니시오를 쳐다봤다.
플레시 골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아차리고 있었다.
디오니시오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서 놔뒀는데. 설마 자신을 구할 줄은 몰랐다.
“내게 원한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 있지! 나중에 꼭 복수해 줄 거다! ……그렇다고 널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데미안은 의외의 심정으로 디오니시오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분노를 표출할 때는 대책 없는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네가 죽으면 아그네스 누님이 슬퍼하실 거 아니야.”
“뭐야, 아그네스한테 관심이 있는 거냐?”
“뭐, 뭔 헛소리야!”
디오니시오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 반응이 마치 동생인 아벨을 연상시켰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다른 사람들이랑 합류해야 할 거 아니야!”
디오니시오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걸음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멈췄다.
어둠 속에서 누더기를 걸친 남성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이라고?”
디오니시오가 당황한 얼굴로 남성을 쳐다봤다.
“저는 교단에서 파견을 나온 성기사입니다. 혹시 흑마법사한테서 도망치신 겁니까?”
디오니시오가 남성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그때, 데미안이 디오니시오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자세히 봐라. 저건 인간이 아니다.”
데미안이 남성을 가리켰다. 디오니시오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이내 디오니시오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피, 피부가 누더기처럼 기워져 있잖아?”
데미안은 처음부터 저 남성이 인간이 아니라 플레시 골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시체놀음의 본거지가 맞군. 벌써부터 명품이 나오는 걸 보니까 말이야.’
시체놀음에게는 한 가지 기이한 집착이 있었다.
그건 바로 공들여 제작한 플레시 골렘일수록 인간과 흡사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본인 딴에는 미학이라고 포장했지만 데미안이 봤을 때는 끔찍한 취향에 불과했다.
인간의 형상을 한 플레시 골렘.
시체놀음은 그것에게 ‘명품’이라는 가당찮은 이름을 붙였다.
-워어어!
남성의 입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전신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체격이었던 남성이 오우거를 능가하는 근육질로 변했다.
“젠장, 저것도 플레시 골렘이었다니.”
디오니시오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창을 들었다. 잿빛 냉기가 창을 덮었다.
“너 따위를 상대할 시간은 없다!”
디오니시오가 플레시 골렘을 향해 뛰어들었다. 창날로 가슴을 꿰뚫으려 했다.
그러나 창날이 피부에 닿는 순간, 냉기가 흩어졌다.
“……뭐?”
신성력이 부여되지 않은 창은 평범한 날붙이에 불과했다. 창날은 플레시 골렘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우워어어!
플레시 골렘이 손바닥을 휘둘러서 디오니시오를 후려쳤다. 디오니시오는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대…… 대체 어떻게…….”
디오니시오는 경악한 얼굴로 플레시 골렘을 쳐다봤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분명 창을 내질렀으나 신성력이 사라져 버렸다.
“데, 데미안 학센……! 도망쳐라……! 저 놈은…… 뭔가 위험하다……! 맞서서는 안 될…….”
디오니시오는 데미안 학센을 향해 소리쳤다. 자신은 부상 때문에 도망칠 수 없으니 데미안 학센만이라도 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본 순간, 디오니시오는 섬뜩함을 느꼈다.
웃음.
플레시 골렘을 바라보는 데미안 학센의 얼굴에는 괴기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마치 뒤에서 누군가가 얼굴 가죽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처럼 과장되고 선명한 미소였다.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데미안이 성검을 움켜잡았다. 성검의 날이 섬뜩하게 빛났다.
“역시 접점이 있었군.”
데미안의 살기에 자극이 되었는지. 플레시 골렘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데미안 학센도 피하지 않고 똑같이 돌진했다. 머리 위로 플레시 골렘의 주먹이 떨어졌다.
데미안은 피하지 않고 칼로 받아쳤다. 성검의 날과 주먹이 맞닿자, 주먹이 반으로 갈라졌다.
데미안 학센이 칼날의 각도를 살짝 틀었다. 플레시 골렘의 거대한 팔뚝이 세로로 썩뚝 잘려 나갔다.
-우워어?
주먹이 가벼워진 것이 이상했는지. 플레시 골렘이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그 사이, 데미안은 플레시 골렘을 다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허공에 선이 그어지며 무릎이 반으로 절단되었다.
-우워어어!
플레시 골렘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플레시 골렘은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중심을 잡으려 했다.
그런 플레시 골렘의 가슴 위에 데미안이 올라섰다. 데미안이 가슴을 밟자 플레시 골렘은 힘없이 뒤로 넘어졌다.
-워어어!
플레시 골렘이 데미안을 붙잡기 위해서 양팔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귀찮다는 듯 그 팔들을 잘라 냈다. 플레시 골렘의 두꺼운 팔이 저 멀리 날았다.
“시체놀음! 이 시기부터 알고 있었구나!”
데미안이 뜻 모를 소리를 토해 냈다. 크게 기꺼워하며 플레시 골렘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 자식한테 받았겠지! 어디에 넣어 놨냐! 여기냐? 아니면 이곳이냐!”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데미안의 몸이 붉게 물들었다.
그래도 데미안 학센의 얼굴에 떠오른 기이한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연이은 칼질로 플레시 골렘은 완전히 활동을 정지했다. 그래도 데미안 학센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 끔찍한 광경에 디오니시오는 온몸을 덜덜 떨었다.
“찾았다.”
데미안이 플레시 골렘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둥근 돌멩이에 기묘한 문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받아라.”
데미안은 디오니시오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교단에 가져가서 확인해 봐라. 신성력이 흐트러진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데미안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다.
이건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도르고가 교단과 싸우기 위해서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낸 마도구였다.
이 마도구 때문에 교단은 도르고와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전쟁 말기에는 대처법을 찾아냈지만 이미 승기가 기운 뒤였다.
이번에는 데미안이 한 발 먼저 발견하고 교단에 넘겼으니 더 빨리 대처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움직일 수 있겠나?”
데미안이 디오니시오를 향해 물었다.
“가, 갈 수 있습니다.”
“갑자기 웬 존댓말이지?”
“그,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디오니시오는 열심히 신성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육체를 치유했다.
“됐으면 움직이도록 하자.”
“네, 넵!”
데미안은 기이할 정도로 예의가 발라진 디오니시오를 데리고 이동했다.
* * *
한참을 걸었지만 다른 생존자는 보이지 않았다.
“끝이 보이질 않네요. 대체 얼마나 넓은 걸까요.”
디오니시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떨어질 때 보니까 산의 내부를 완전히 깎아서 만든 것 같더군. 아마 우리가 있던 던전보다 여기가 훨씬 넓을 거다.”
말을 하면서 데미안은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시체놀음은 우수한 플레시 골렘의 제작자일 뿐, 산을 이렇게 깎을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다른 조력자가 있는 건가?’
흙을 조작할 수 있는 흑마법사는 없다. 흑마법의 분야를 벗어난 일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의 조력자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긴, 도르고의 휘하에는 흑마법사만 있던 게 아니었지.’
도르고의 부대에는 인간을 증오해서 모인 이종족도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인간을 멸망시키기 위해서 도르고에게 협력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넓은 공동이 나타났다. 천장도 주변도 모두 넓었다.
“어머나~.”
이곳에 떨어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 다 살아 있었네요~?”
눈부신 고통의 사누스가 특유의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누스는 혼자가 아니었다. 주변에 눈부신 고통의 성기사들이 몇 명 더 서 있었다.
“이렇게 무사한 모습으로 보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사누스를 본 디오니시오의 눈동자가 확대되었다.
반가움 때문이 아니었다. 사누스가 움켜잡고 있는 누군가 때문이었다.
“커…… 커억…….”
사누스의 손에 목덜미가 붙잡힌 인물이 피를 토해 냈다.
그 모습에 디오니시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가말 사형!”
* * *
땅에 충돌했을 때, 아그네스는 전신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아그네스는 어떻게든 붙잡아뒀다.
이곳은 시체놀음의 던전이었다. 정신을 잃는 것은 곧 죽는 것과 같았다.
“아그네스! 정신 차려!”
시야에 불쑥 마르가타가 들어왔다. 다행히 마르가타와 같은 곳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마르가타는 아그네스를 부축했다. 버티는 게 고작이었던 아그네스와 달리 마르가타는 멀쩡해 보였다.
“빨리 신성력으로 몸부터 회복시켜!”
아그네스는 마르가타의 말대로 신성력으로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금이 간 뼈가 순식간에 붙고, 파열된 근육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그네스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마르가타는 말없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전신이 으스러져서 죽은 성기사와 병사가 보였다.
아그네스쯤 되니까 버텨 낸 것일 뿐, 다른 성기사와 병사들은 어림도 없는 높이였다.
“……그래도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찾으러 가자.”
마르가타의 말에 아그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소재들이 나타났네?”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그네스와 마르가타는 황급히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내가 있는 곳으로 바로 떨어지다니. 둘 다 운이 나쁘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쇠약해 보이는 미청년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마르가타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미청년이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시체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