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7화
67화 배신자 (2)
시체놀음.
그 이름이 들린 순간, 아그네스는 육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시체놀음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마르가타가 아그네스의 머리를 붙잡고 땅으로 찍어눌렀다.
“아그네스, 진정해.”
마르가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아그네스와 달리 마르가타는 냉철한 눈빛으로 시체놀음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는 시체놀음의 던전이야. 이성을 잃었다가는 그대로 먹잇감이 되고 말아.”
마르가타의 충고에 아그네스는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거기 어린 성기사는 나한테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괜찮다면 이유를 알려 주지 않겠어? 날 증오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거든.”
시체놀음이 아그네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악명 높은 흑마법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팔머 마을을 기억하고 있나.”
그에 반해 아그네스의 목소리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잔뜩 쉬어 있었다.
“팔머 마을?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내가 손수 치장을 해 준 마을이니까 말이야.”
한 마디 한 마디가 아그네스를 역린을 자극했다. 아그네스는 마르가타의 충고를 되새기며 간신히 참았다.
“난 그 마을의 생존자다.”
“생존자……? 모두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생존자가 남아 있었어……?”
시체놀음의 표정이 한순간 멍해졌다.
저 빌어먹을 놈에게 드디어 충격을 줬다는 생각에 아그네스는 응어리가 살짝 풀리는 것 같았다.
“이제 내가 왜 널 찾아왔는지 알겠나? 난 오늘 널 죽이고 오빠와 마을 사람들의 원한을…….”
“대단해…… 정말 대단해! 내 인형들에게서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서 성기사가 되어서 날 죽이러 오다니!”
대뜸 시체놀음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시체놀음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되다니! 이래서 인생이 즐거운 거지! 아아…… 생각해 보면 팔머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나한테 선물이었어. 다들 아주 좋은 소재가 되어 줬거든.”
소재.
그 말에 아그네스는 몸이 덜컥 굳는 것을 느꼈다.
“지금…… 무슨 소리를…….”
“아아, 몰랐구나. 모를 법도 해. 다들 언데드가 되어서 썩어 가고 있었을 테니까 티가 나지 않았겠지.”
시체놀음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사람을 결코 허투루 죽이지 않아. 가급적이면 소재로 활용하려고 하지. 팔머 마을의 사람들을 죽이고, 언데드로 부활시키기 전에 쓸 만한 신체 부위는 따로 떼어놨어.”
아그네스의 전신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시체놀음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너희 토벌대가 죽인 플레시 골렘에도 사용되었지. 나는 소재 하나도 낭비하지 않아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까?”
아그네스의 몸에서 청염이 치솟아 올랐다. 어두운 동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이제 닥쳐라.”
아그네스의 목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렸다.
“두 번 다시 개짓거리를 못 하도록 살점 하나까지 모두 불태워 주마.”
* * *
사람의 분노가 극도에 달했을 때, 오히려 차분해진다고 했던가.
격발된 분노는 아그네스의 이성을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혔다.
“아그네스, 내가 먼저 돌진할 테니 뒤를 부탁해.”
마르가타가 너클을 움켜쥐며 말했다. 아그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표는 최대한 빨리 시체놀음에 도달하는 거야. 여기는 놈의 던전이니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시간을 끌면 우리가 불리해질지도 몰라.”
마르가타의 파괴력은 2급 성기사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막강했다.
가까이 접근할 수만 있다면 시체놀음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럼 시작한다.”
마르가타가 푸른 불길를 폭발시키며 땅 위를 내달렸다.
거대한 근육질의 몸과 달리 마르가타의 달리는 모습은 표범처럼 가볍고 날쌨다.
“막아.”
천장에서 플레시 골렘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마르가타와 플레시 골렘들이 충돌했다. 곧이어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과 함께 가속화된 주먹이 플레시 골렘들을 산산조각 냈다. 모든 공격이 일격필살이나 다름없었다.
시체놀음은 그런 마르가타를 향해 감탄을 터트렸다.
“훌륭해! 이렇게 견고한 육체라니! 넌 좋은 소재가 될 거야!”
그때, 거미처럼 생긴 플레시 골렘들이 천장을 기어서 마르가타의 머리 위에 도달했다.
플레시 골렘들이 마르가타를 향해 가시를 쏘았다.
보라색으로 물든 가시가 등에 박히기 직전, 아그네스가 가시들을 모조리 쳐 냈다.
“역시 내 사매야!”
마르가타가 호쾌하게 소리쳤다.
아그네스가 뒤를 받쳐 주고 있으니 그녀는 정면만 집중하면 되었다.
마르가타의 주먹이 더욱 빨라졌다. 플레시 골렘들의 몸이 쉴 새 없이 박살 났다.
결국 시체놀음 혼자 남게 되었다.
“딱 대라! 한 방 크게 먹여 줄 테니까!”
마르가타가 시체놀음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마르가타의 앞을 막아섰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완전히 흡사했다. 전신에 가득한 봉제 자국이 아니었다면 플레시 골렘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비실비실한 놈으로 날 막겠다고?”
마르가타가 목표를 바꿔 플레시 골렘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이 플레시 골렘에게 닿는 순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마르가타의 주먹에 맺힌 푸른 불꽃이 소멸한 것이다.
“……어?”
신성력이 사라진 너클은 평범한 쇳덩어리에 불과했다. 너클은 플레시 골렘의 몸을 터트리지 못하고 막혔다.
마르가타는 다시 신성력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플레시 골렘이 마르가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컥!”
신체를 보호하고 있던 신성력이 허무하게 흩어졌다.
주먹이 갑옷을 뚫고 복부를 강타했다. 내장이 모조리 터졌다. 충격이 등 뒤까지 닿았다.
“사저!”
마르가타의 몸이 멀리 튕겨져 나갔다. 아그네스는 허공에 몸을 날려서 마르가타를 받아 냈다.
“쿨럭, 쿨럭…….”
마르가타는 검은 피를 토해 냈다. 내상이 치명상에 도달했다는 증거였다.
“사저! 정신 차리세요! 사저!”
아그네스가 다급히 마르가타의 몸에 신성력을 주입했다. 그래도 마르가타의 표정은 편안해지지 않았다.
“아아…… 역시 대단해…….”
갑자기 시체놀음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마치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양손을 모았다.
“이토록 대단한 능력을 품고 있는 기물이라니! 이런 것을 만들어 내신 그분은 대체 얼마나 위대하단 말인가!”
아그네스는 필사적으로 마르가타를 치료했다.
포션을 먹이고, 신성력을 퍼부었다. 그제야 마르가타의 표정이 조금 편해졌다.
“아그네스…… 도망쳐…….”
마르가타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이상해…… 시체놀음이…… 뭔가 이상한 짓을 했어…… 도망쳐서…… 본단에 알려야 해…….”
신성력은 흑마력에게 절대 우위에 있다.
그게 상식이고, 진리였다. 그것이 방금 전에 뒤집혔다.
“저놈은…… 내가 막을게…… 그사이에…… 사매는…… 도망쳐…….”
아그네스의 눈동자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원수를 눈앞에 두고 도망치라고? 그것도 사저를 버리고서?
“……아니요. 그럴 수 없어요.”
아그네스의 말에 마르가타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아그네스!”
“어차피 도망칠 수는 없어요.”
어느새 두 사람의 주변에 플레시 골렘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마르가타가 죽인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시체놀음이 보유한 플레시 골렘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사저, 저희 오빠에 대해서 말씀드린 적이 있죠.”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마르가타는 아그네스를 한시라도 빨리 대피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아그네스의 눈빛이 너무 결연했기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빠는 저와 마을을 지키다 죽었습니다. 도망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그러지 않았죠.”
아그네스가 성기사를 선택한 것은 복수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빠 때문이었다. 성기사로서 사람들을 위해서 죽은 오빠가 너무나도 고결했기 때문이었다.
“도망칠 수 없다면 차라리 싸우다 죽겠습니다. 저도 오빠처럼 신의 뜻을 실천하겠습니다.”
신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힘을 내리는 이유는 약자를 돕기 위해서라고.
너희들에게 힘을 선사한 이유는 이단자를 몰아내기 위함이라고.
너희들에게 힘을 허락한 이유는 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함이라고.
“아아…… 멋있어…… 이렇게 멋진 소재를 보게 되다니……!”
시체놀음은 감격한 얼굴로 아그네스를 바라봤다.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 주면 궁금해지잖아. 과연 그 용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말이야.”
플레시 골렘 사이에서 무언가가 걸어 나왔다. 인간과 똑 닮은 형태의 플레시 골렘이었다.
“해방해.”
인간형 플레시 골렘들이 변형하기 시작했다. 인간에서 괴물로 변했다.
그러자 소름 끼칠 정도로 강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아그네스와 마르가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말도 안 돼…….”
두 사람 중에서 마르가타의 충격이 더 컸다.
“저것들…… 전부 미들클래스 급이야…….”
교단의 가장 큰 실수.
그것은 시체놀음의 함정을 예상 못한 것도, 신성력을 무효화시키는 기이한 기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한 것도 아니었다.
시체놀음의 전력을 너무 낮게 잡은 것이야말로 교단의 가장 큰 불찰이었다.
“내가 자랑하는 ‘명품’들이야. 만드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지.”
시체놀음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예술품을 자랑하는 장인 같은 모습이었다.
“이걸 보고도 너희들은 나와 맞설 수 있을까?”
마르가타의 손에서 너클이 툭 떨어졌다. 짙은 절망감이 마르가타의 투지를 짓밟아 버렸다.
“아그네스…… 이건 안 돼…….”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라 불리던 마르가타조차 이런 상황에서는 연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
아그네스의 얼굴도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자신도 죽은 오빠처럼 사람들을 위해 신의 뜻을 실천하리라.
아그네스는 결심한 듯 몇 차례 심호흡해 보곤 신성력을 일으켰다.
플레시 골렘들이 내뿜는 흑마력 속에서 푸른 불꽃이 작게 타올랐다.
“아그네스…….”
마르가타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사매의 이름을 불렀다.
이내 깨달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과 달리 아그네스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순간, 아그네스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빛에 쐬인 플레시 골렘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세상에…….”
그 광경에 마르가타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성기사들이 경지를 높이는 방법은 기사들과 완전히 달랐다.
신성력의 원천은 신.
그렇기에 성기사들은 신앙을 증명함으로써 신에게 신성력을 하사받고 경지를 높였다.
신앙을 증명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기도, 고행, 이단자 사냥 등등.
그리고 신에게 큰 총애를 얻고 막대한 힘을 하사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을 일컬어 성흔(聖痕)이라 불렀다.
아그네스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녀를 포위하고 있던 플레시 골렘들이 폭발에 휩쓸려서 사라졌다.
“아그네스……!”
마르가타가 감격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권능을 발휘한 것만으로 열 마리가 넘는 플레시 골렘이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2급 성기사.
아니, 이제는 단순한 2급 성기사가 아니었다.
지금 아그네스는 2급의 끝자라, 1급 성기사를 딱 한 걸음 앞두고 있었다.
아그네스는 시체놀음을 향해 다가갔다. 결연한 눈동자 속에 살의가 떠올랐다.
“……대단해. 성흔을 입는 것을 또 보게 될 줄이야!”
시체놀음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아그네스는 시체놀음의 말을 무시했다. 지금 그녀는 시체놀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팔머 마을에서도 그랬지. 너처럼 3급 성기사에 불과했던 남자가 성흔을 입고 갑자기 강해졌어.”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말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하마터면 가지고 갔던 플레시 골렘들을 모두 잃을 뻔했다니까. 다행히 마을 주민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해서 제압할 수 있었지.”
마르가타는 멍한 얼굴로 시체놀음을 쳐다봤다. 두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성기사를 제압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내 인생 최고의 소재였거든! 내 예상대로 그 성기사를 베이스로 만들어 낸 플레시 골렘은 최고였어!”
시체놀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낯이 익단 말이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카이트, 이쪽으로 와 봐.”
마르가타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플레시 골렘이 시체놀음에게 다가왔다.
시체놀음은 플레시 골렘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기 시작했다.
천이 풀리면 풀릴수록 아그네스는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플레시 골렘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을 때, 아그네스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얼굴과 똑같았다.
조금도 나이를 먹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것처럼 생생했다.
“오빠? 그래서 낯이 익었구나. 이런 걸 보면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아그네스가 머리를 붙잡고 절규를 내뱉었다.
절규가 멈췄을 때, 아그네스의 얼굴은 분노와 울음으로 얼룩져 있었다.
“넌…… 반드시……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좋네.”
시체놀음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소재에, 깊게 숙성된 절망이라…… 널 사용하면 카이트보다 더 뛰어난 인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개소리 집어치워!”
아그네스가 분노를 토해 내며 시체놀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앞을 카이트가 가로막았다. 아그네스의 몸이 멈칫했다.
“오…….”
카이트가 아그네스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정강이가 닿자마자 아그네스를 보호하고 있던 신성력이 흩어졌다.
아그네스가 공처럼 튕겨져 나가서 벽에 처박혔다.
“쿨럭, 쿨럭…….”
아그네스는 바닥에 엎어진 채 피를 토해 냈다.
맨몸으로 플레시 골렘의 강격을 받아 낸 탓에 내부 장기가 완전히 터지고 말았다.
그녀의 주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어느새 카이트가 코앞에 와 있었다.
“오빠…….”
카이트가 아그네스의 얼굴을 움켜잡고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충격이 뇌를 뒤흔들었다. 아그네스는 신음조차 내뱉지 못했다.
“아그네스!”
마르가타가 아그네스를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다른 플레시 골렘들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저리 비키지 못해!”
마르가타가 신성력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간신히 회복되었던 상처가 다시 터졌다.
마르가타의 입에서 검은 피가 쏟아졌다. 마르가타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시체놀음은 아그네스에게 다가갔다. 아그네스는 카이트에게 붙잡힌 채 숨만 고르고 있었다.
“넌 정말 멋진 소재가 될 거야.”
시체놀음은 아그네스를 내려다보며 빙긋 웃었다.
“널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새로운 플레시 골렘을 만들까? 아니야,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곰곰이 생각하던 시체놀음이 경박하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지! 널 카이트랑 섞는 건 어떨까? 혈연이니까 거부반응도 없이 잘 섞일 거야. 정말 기가 막힌 생각이지 않아?”
아그네스는 말없이 시체놀음을 노려봤다. 이윽고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래, 울어라. 마음껏 울어라. 오늘 이후로는 울 수도 없을 테니 말이야.”
시체놀음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럼 가자. 어서 가자. 널 소재로 만들려면 준비할 것이 아주 많…….”
시체놀음의 귀가 움찔했다.
아주 멀리서 폭음이 들려 왔던 것이다.
“아직 살아 있는 성기사들이 있는 모양이지?”
시체놀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윽고 한 번 더 폭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조금 컸다.
“살아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네?”
시체놀음은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곧이어 또다시 폭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컸다.
“대체 뭔…….”
폭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터질 때마다 소리가 커졌고 가까워졌다.
쿵.
시체놀음이 있는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벽에서 먼지가 흘러내렸다.
쿵.
이번에는 동굴이 더 크게 흔들렸다. 바로 옆에서 터진 것처럼 폭음이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벽이 무너져 내렸다.
벽이 무너지면서 잔해가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 위로 한 사내가 내려앉았다.
“진짜 더럽게 깊네.”
사내는 흙투성이가 된 옷을 툭툭 털었다.
시체놀음은 사내가 누구인지 곧바로 알아봤다. 토벌대 중에서 가장 먼저 점찍어 놓은 소재였기에 몰라볼 수가 없었다.
“여기 있었구나.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데미안 학센.
그가 돌무더기 위에서 시체놀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