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8화
68화 배신자 (3)
데미안은 사누스의 가슴을 성검으로 꿰뚫었다. 그대로 성검을 땅바닥에 박아넣었다.
“커헉! 컥!”
사누스가 연신 피를 토해 냈다. 데미안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살 부리지 마. 신성력으로 상처를 치료해.”
데미안은 심장을 피해서 칼을 박아넣었다. 사누스에게 아직 물어볼 것이 많았기 때문에 바로 죽일 수는 없었다.
“사형!”
데미안이 사누스를 제압하자 디오니시오가 가말을 향해 달려갔다.
디오니시오는 가말의 입에 포션을 흘려 넣었다. 그리고 신성력을 일으켜서 가말을 치료했다.
“디…… 디오니시오…….”
다행히 가말은 금방 정신을 되찾았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말은 몸을 일으켰다.
아직 부상이 심해서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럼에도 가말은 두 다리를 움직여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디오니시오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군.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가말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누스.”
가말이 사누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누스는 가슴에 성검이 꽂힌 채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가슴에 검이 꽂힌 상태였기에 신성력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었다. 깊이 박힌 칼을 빼낼 수도 없었다.
지금 사누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신성력으로 상처를 치유하며 버티는 것뿐이었다.
“우리를 배신한 건 눈부신 고통 전체의 뜻이냐?”
“제 독단이에요. 저 혼자 이 일을 준비했어요.”
처음과 말이 달랐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그녀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쓸 생각인 모양이었다.
“시치미 떼도 소용없다. 널 본단으로 데려가면 심문관들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진실을 토해 내게 만들 거니까.”
“이미 진실을 말했는데 어떻게 다른 진실을 이야기하나요?”
사누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잊었어요? 우리 눈부신 고통은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아요.”
눈부신 고통.
데미안 학센조차 독종이라고 혀를 내두른 광인들의 종파였다.
사누스의 말대로 지금까지 눈부신 고통의 사람이 고문에 못 이겨 자백하거나 굴복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데려갈 거면 마음대로 하세요.”
가말은 데미안을 돌아보며 물었다.
“데미안 경, 이 자리에서 사누스를 죽여도 괜찮겠나?”
사누스를 제압한 사람은 데미안이었다. 사누스의 생사여탈권은 데미안이 쥐고 있었다.
“교단으로 데려가지 않을 생각인가?”
데미안의 물음에 가말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누스는 교단에 가서도 자신이 주범이라고 말할 게 뻔하다. 눈부신 고통에서도 혐의를 부인하겠지.”
눈부신 고통 정도 되는 종파라면 이번 사건을 사누스의 독단으로 위장하는 것쯤은 가능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사누스를 보호하려 할 거다. 노역을 통해서 죄를 갚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지. 그 다음에 기회를 봐서 사누스를 다시 종파로 받아들일 거다.”
“2급 성기사가 귀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한다고?”
“눈부신 고통이라면 할 거다. 그들에게 사누스는 신의 뜻을 실천했을 뿐인 고결한 성인일 테니 말이야.”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사누스를 이곳에서 죽이는 게 나았다.
그럼 최소한 눈부신 고통의 전력을 깎아 낼 수는 있으니 말이다.
“마음대로 해라.”
데미안의 허락이 떨어지자 가말이 창을 들어 올렸다.
“가말, 제 몫까지 이단자들을 죽여 주세요.”
사누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말은 말없이 창을 내리찍었다.
사누스는 단말마조차 지르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
창을 내리찍자마자 가말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디오니시오가 가말을 부축했다.
“가말 사형!”
“난 괜찮다. 조금만 쉬면 멀쩡해질 거다.”
데미안은 가말과 생각이 달랐다.
신성력은 만능이 아니었다. 부상의 정도가 심하면 신성력을 아무리 퍼부어도 완치를 시킬 수 없었다.
가말은 사누스에 의해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신성력으로 치유한다 해도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데미안 경,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나.”
가말이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데미안은 말해 보라는 듯 가말을 쳐다봤다.
“내가 몸을 치료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을 구해 주길 바라네.”
“그거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데미안은 토벌대의 전멸을 막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사누스를 막아 냄으로써 가말과 디오니시오를 지켜냈지만 아직 부족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려 내야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대는 정말 기사의 귀감이로군. 불사르는 자에서 계속 성기사로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어.”
가말이 감동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데미안은 성기사가 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자네는 기사가 아니라 성기사가 어울려.”
데미안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말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데미안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다음부터 피해 다녀야겠군.’
데미안은 주의해야 할 인물에 가말을 추가했다.
그때, 데미안의 기감에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데미안이 서 있는 곳보다 더 깊은 곳에서 막대한 흑마력이 방출되고 있었다.
이 던전에서 저렇게 막대한 흑마력을 내뿜을 수 있는 존재는 한 명밖에 없었다.
‘시체놀음.’
전생에 도르고의 심복이자 많은 인간을 수도 없이 죽인 학살자.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데미안이 시체놀음을 쫓는 이유는 단순했다.
시체놀음은 이미 도르고와 접촉했다. 어쩌면 도르고의 위치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 가정이 데미안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문제는 흑마력이 느껴지는 곳이 너무 멀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복잡한 장소에서 시체놀음이 있는 곳을 찾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 분명했다.
‘땅을 부숴서 일직선으로 뚫으면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내 마력량이 너무 부족하다.’
적은 마력량은 매번 데미안의 발목을 붙잡았다.
데미안이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품속에서 거대한 마력이 맥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데미안은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정령의 심장이 불덩어리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정순한 기운이라니…… 그건 대체 뭐지?”
가말이 놀랍다는 얼굴로 정령의 심장을 바라봤다.
줄곧 딱딱하게 굳어 있던 정령의 심장이 드디어 완전히 녹았다.
정령의 심장을 흡수함으로써 마력량이 늘어나면 시체놀음이 있는 곳까지 굴을 뚫을 수 있었다.
데미안은 정령의 심장을 삼켰다. 뜨거운 불덩이가 목구멍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예상했던 대로 정령의 힘은 대단했다.
마나는 불순물이 하나도 없이 깨끗했다. 그럼에도 넘쳐흐를 만큼 양이 많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정령의 힘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이었다.
‘신체가 화기(火氣)에 강해지고 있다.’
피부뿐만 아니라 근육과 내부 장기들이 변화했다. 이제 어지간한 불길은 데미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새로운 감각까지 생겨나고 있어.’
데미안의 시야가 감각에 무언가가 추가되었다. 바로 생명체의 열기를 보는 능력이었다.
아니, 본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감지해 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디오니시오와 가말은 물론이고, 벽 너머에 있는 생존자들의 열기까지 느껴졌다.
데미안은 기감을 확대시켰다. 그러자 감지할 수 있는 열기가 더욱 늘어났다.
‘만족스럽군.’
정순한 마력과 더불어 화기를 버텨 내는 신체, 열기를 느끼는 감각까지 얻었다.
‘……음?’
그때, 데미안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막대한 흑마력이 느껴졌던 바로 옆에서 두 개의 열기가 감지된 것이다.
두 사람이 내뿜고 있는 열기는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하마터면 불덩어리라고 착각할 뻔했다.
‘아그네스? 마르가타?’
데미안은 곧바로 그 두 사람의 정체를 꿰뚫어 봤다.
전투 중인지 두 사람이 내뿜는 열기는 시시각각 달라졌다.
이윽고 아그네스로 추정되는 불덩어리가 속수무책으로 얻어맞는 게 느껴졌다.
곧이어서 아그네스의 불길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위험하군.”
느닷없는 말에 디오니시오와 가말이 눈동자를 깜빡였다.
“위험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당장 저곳으로 가야 했다.
길을 찾으려 했다가는 제시간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길을 뚫어야 했다.
데미안의 시야에 사누스가 사용했던 대형 도끼가 들어왔다.
도끼를 들어 올려 마력을 흘려보냈다. 도끼날에 오러가 맺혔다.
단순히 오러를 퍼붓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데미안은 이 상황에서 딱 맞는 경지를 떠올렸다.
‘쇄파(碎波)’
충격을 몇 배로 증폭시킬 수 있는 권능.
이 권능에 도달했던 마스터 ‘성벽파괴자’는 쇄파에 오른 이후로 성벽들을 유리처럼 부수고 다녔다.
데미안이 지면을 향해 대형 도끼를 내리쳤다. 지면이 박살이 나는 것을 넘어서 가루로 변해 버렸다.
“으아악!”
디오니시오와 가말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데미안은 멈추지 않고 두 번째 공격을 때려 박았다.
쾅.
폭음과 함께 땅바닥이 다시 박살이 났다.
데미안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세 번째 공격을 때려 넣었다.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땅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렇게 몇 번을 휘둘렀을까.
쾅.
수 미터 깊이의 구멍이 한 번에 뚫리면서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더럽게 깊네.”
데미안은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땅을 뚫느라 흙투성이가 되었다.
고개를 들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아그네스와 마르가타, 그리고 병약해 보이는 미청년.
데미안이 기억하는 것보다 젊은 얼굴이었지만 금방 알아봤다.
“여기 있었구나.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시체놀음 델란트.
드디어 마주한 사냥감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미소를 지었다.
* * *
“오오…….”
데미안을 마주한 시체놀음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기대하던 소재가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 주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전생에 봤던 늙은 시체놀음은 항상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
젊은 시체놀음도 다를 게 전혀 없는 놈이었다.
“죽이지 말고, 신체를 훼손시켜서도 안 돼.”
시체놀음이 손을 들어 올렸다. 플레시 골렘들이 데미안을 쳐다봤다.
플레시 골렘들이 데미안을 향해 뛰어들었다.
데미안은 도끼를 손에서 놓았다. 대신 아공간을 열어서 천리검을 꺼냈다.
데미안은 검악가와 싸울 당시를 떠올렸다.
검악가는 마스터 중에서는 그리 강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다수를 상대할 때 있어서는 누구보다 무서운 마스터였다.
그때도 그랬다.
검악가가 손가락을 튕겼을 때, 수만이 넘는 언데드 군단이 조각조각 나뉘어서 사라졌다.
지금까지는 마력이 적어서 그 기술을 재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정령의 심장을 섭취함으로써 데미안의 마력량은 크게 증가했다.
지금이라면 그 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천리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천리검이 저절로 진동하며 낮은 검명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절기 – 맹음패산(猛音敗山)
손가락으로 검면을 튕겼다.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던 무리들이 한순간에 갈기갈기 찢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