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6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69화
69화 사냥 (1)
플레시 골렘들이 고기 조각이 되어서 우수수 떨어졌다. 피와 살점으로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시체놀음은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훌륭해.”
이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내 인형들을 단숨에 망가트리다니! 이렇게 엄청난 기술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인형들이 순식간에 망가진 것을 보고도 시체놀음은 조금도 당황해하지 않았다.
“이렇게 엄청난 재능이라니! 너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소재가 되어 줄 거야!”
소재.
데미안의 입가가 비틀었다. 참으로 거슬리는 단어였다.
도르고에 의해서 데스나이트로 개조당한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데미안 경이…… 어떻게 여길…….”
그때, 아그네스가 힘겹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도망…… 치십시오…… 저 남자는…… 너무 위험…….”
시체놀음이 무척 흥미롭다는 얼굴로 아그네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둘이 아주 친한 사이인 모양이지?”
시체놀음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카이트가 아그네스의 머리를 더 강하게 눌렀다. 아그네스가 신음을 흘렸다.
“데미안 경이라고 했나? 난 되도록 널 멀쩡한 상태로 손에 넣고 싶어. 그러니까 제안을 하도록 하지. 이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얌전히 투항하도록 해.”
“데미안 경…… 안 됩니다…… 빨리…… 도망…….”
시체놀음이 한 번 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카이트의 누르는 힘이 더 강해졌다. 아그네스의 신음소리도 커졌다.
“미리 말해 두는데. 인질은 한 명이 더 있어. 저쪽을 한번 보겠어?”
시체놀음이 옆을 가리켰다. 마르가타가 플레시 골렘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정말 쓰레기 같은 놈이로군.”
데미안은 재미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네놈이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 쓰레기라서.”
데미안이 고개를 들더니 위를 향해 소리쳤다.
“너희 둘은 마르가타를 구해라. 아그네스는 내가 맡도록 하겠다.”
데미안이 뚫어놨던 구멍에서 가말과 디오니시오가 내려와 기민하게 움직였다.
가말이 냉기로 이루어진 창을 던졌다. 냉기의 덩어리가 플레시 골렘들을 모조리 얼려 버렸다.
뒤를 이어서 디오니시오가 창을 던졌다. 날아든 창이 플레시 골렘들을 산산이 깨부쉈다.
남아 있던 플레시 골렘들이 디오니시오와 가말을 공격하려 했다.
그 순간, 몸이 자유로워진 마르가타가 푸른 불꽃을 일으켰다.
불꽃이 휩싸인 주먹이 플레시 골렘들을 터트렸다. 주먹을 휘두르자마자 마르가타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마르가타!”
가말이 마르가타를 부축했다. 상처가 덧났는지. 마르가타는 연신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내 소재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
시체놀음이 분노를 토해 내며 다른 플레시 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 순간, 데미안이 성검을 휘둘러서 오러를 방출했다.
검기가 시체놀음을 향해 날아갔다. 시체놀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카이트!”
아그네스를 억류하고 있던 카이트가 시체놀음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러가 카이트의 몸을 베었다. 하지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카이트! 소재를 확보해!”
카이트가 아그네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데미안은 시체놀음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한 듯, 이미 아그네스의 옆에 도착해 있었다.
“데, 데미안 경…….”
아그네스가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올려다봤다.
성흔으로 인해서 경지가 높아진 그녀조차 데미안의 움직임을 놓쳤을 정도로 빠르고 은밀했다.
“디오니시오, 아그네스 경을 부탁한다.”
데미안이 디오니시오를 향해 말했다. 디오니시오는 재빨리 달려와서 아그네스를 부축했다.
“시체놀음은 내가 막겠다. 나머지는 어서 이곳을 벗어나라.”
“데미안 경……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시체놀음은 위험한 상대입니다. 저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누님의 말이 맞습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아그네스와 디오니시오는 데미안의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데미안이 두 사람을 돌아봤다.
데미안의 두 눈에서 살의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가.”
짧은 한 마디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군말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도움을 거절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네. 설마 혼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데미안 혼자만 남자 시체놀음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네가 부순 것들은 내가 연습용으로 만든 인형일 뿐이야. 내가 진심을 다해서 만든 ‘명품’들은 달라.”
시체놀음이 손가락을 까딱했다. 그러자 뒤쪽에서 마네킹처럼 서 있던 플레시 골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어마어마한 흑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고깃덩어리를 붙잡고 명품이라 부르는 건 여전하군.”
데미안이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도르고의 명령으로 시체놀음과 함께 수많은 임무를 함께 했다.
그 때문에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 시체놀음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구역질 나오는 쓰레기인지 말이다.
시체놀음은 인간의 감정이 인형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다면서 전쟁 포로들에게 온갖 끔찍한 짓거리를 해댔다.
한 번은 모성애를 품은 시체를 얻고 싶다면서 어미가 보는 앞에서는 자식을 죽인 적도 있었다. 그 짓을 한 번도 아니고 수천 번을 반복했다.
“널 내 손으로 죽이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미처 억누르지 못한 웃음이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나도 너 같은 소재를 얻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시체놀음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시체놀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품’들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들클래스 수준의 인형들이 오로지 데미안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집중되었다.
가장 빨리 도달한 명품이 데미안을 공격했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똑같았다. 하지만 등 뒤에 대들보처럼 굵직한 팔이 네 개나 달려 있었다.
네 개의 팔이 고무처럼 수축하며 데미안을 붙잡으려 했다. 이무기처럼 커다란 뱀 네 마리가 데미안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데미안은 자신을 붙잡으려는 손들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했다. 그러다 한순간 성검을 뽑아서 위로 휘둘렀다.
일직선으로 뻗어나간 검기가 네 개의 손을 동시에 잘라냈다. 팔이 사라지자 시야가 훤해졌다.
명품이 대처하기도 전에 데미안이 달려들었다. 명품의 몸에 성검을 찔러넣었다.
성검의 신성력이 핵을 파괴했다. 인형은 그대로 활동을 정지했다.
뒤이어서 다른 명품들이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은 흐르는 물처럼 모든 공격을 피했다.
데미안은 공격을 피하면서도 명품들의 몸에 칼을 정확하게 찔러넣었다.
깊이 박힌 칼날이 핵을 파괴했다. 명품들의 기능이 곧바로 멈췄다.
“그만! 뒤로 물러나라!”
시체놀음이 다급하게 외쳤다. 달려들던 명품들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뒤늦은 판단이었다. 이미 반이 넘는 명품이 데미안의 검에 의해서 파괴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너, 어떻게, 내 인형, 인형들을.”
시체놀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시체놀음은 어린아이처럼 소리쳤다.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만든 명품들이 이렇게 쉽게 쓰러질 리 없어! 말해! 무슨 짓거리를 한 거야!”
시체놀음의 재능은 도르고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 재능으로 빚어낸 인형들 또한 대단한 성능을 발휘했다.
재능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하이클래스 수준의 인형을 계속 양산해 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체놀음이 만들어 낸 하이클래스급 인형들은 실제로 하이클래스와 싸워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신체의 출력, 내장된 흑마력의 양, 각종 기이한 기능들.
그런 것들만 보면 분명 하이클래스 급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바로 기술이었다.
시체놀음은 인형 제작의 전문가일 뿐,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하이클래스 수준의 기사라면 인형들의 움직임을 금방 간파할 수 있었다.
겉만 그럴싸한 가짜.
그게 시체놀음의 인형이었다.
데미안의 입장에선 시체놀음이 만든 인형들은 딱딱하게 움직이는 목각인형이나 다름없었다.
그딴 수준 낮은 공격 따위는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었다.
“용납할 수 없어…….”
아끼던 명품들이 썰려 나가는 걸 지켜보던 시체놀음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 같은 건 이제 필요 없어. 소재로 써 주지 않을 거야. 그냥 죽어 버려.”
시체놀음이 손을 들어 올렸다. 어두운 천장에서 두 체의 인형이 내려왔다.
놀랍게도 두 인형은 스스로 흑마법을 사용해서 하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아직 조정이 덜 끝났지만 어쩔 수 없지.”
두 인형이 양손을 벌렸다. 주변에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떠올랐다.
데미안은 마법진을 보고 흑마법사들의 수준을 알아봤다.
충격적이게도 저 두 인형은 고위 흑마법을 발현하고 있었다.
“카이트. 너도 나서야겠다.”
시체놀음을 지켰던 인형이 앞으로 나섰다.
비늘처럼 생긴 철판들이 카이트의 피부를 감싸기 시작했다.
어느새 카이트의 전신은 철판에 둘러싸였다. 곧이어 팔뚝과 종아리에서 각각 세 개의 칼날이 돋아났다.
카이트가 흑마력을 내뿜었다. 명품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카이트 한 명이 내뿜는 기운이 훨씬 강했다.
“멋있지? 카이트는 내가 만든 최고의 ‘걸작’이야. 원래 하이클래스를 상대하려고 준비한 거야.”
시체놀음의 얼굴에 여유가 되돌아왔다.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듯했다.
시체놀음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걸작이라 불리는 인형이 한 체.
고위 흑마법사로 만들어진 인형이 두 체.
그 외에 시체놀음이 자랑하는 명품이 다섯 채.
무시무시한 전력이었다. 전생에 괜히 토벌대가 전멸한 게 아니었다.
어쩌면 눈부신 고통의 배신이 없었더라도 전멸했을지도 몰랐다.
“장난감들로 애쓰는군.”
물론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데미안의 검술이라면 카이트든 뭐든 얼마든지 쓸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최대한 빨리 시체놀음을 제압하고 도르고에 대해서 묻고 싶었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그 해골바가지가 어디 있는지 알아낸 다음에 그 몸을 산산조각 내 버리고 싶었다.
복수에 대한 갈망이 데미안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이 손목에 착용하고 있던 팔찌를 벗었다.
팔찌에 담겨 있던 흑마력이 해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