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화
7화. 훈련 (3)
“이공자! 지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윈 라이언블룸의 발언에 폴 학센이 거세게 항의했다.
“목숨을 건 결투라고? 절대 용납할 수 없네! 내 아들의 목숨을 뭐로 아는 겐가!”
“내 아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요! 가만 놔두지 않을 테니까!”
“당장 나가세요! 더 이상 무례한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어요!”
폴 학센 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누님도 항의했다.
유일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은 동생인 아벨 학센뿐이었다.
“가서 막아.”
어윈 라이언블룸은 학센 일가를 설득하지도, 상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이공자님, 조금 진정하십시오.”
“맞습니다. 뭐 하러 이런 쓸데없는 일에 흥분을 하십니까.”
기사들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들이 봐도 상황이 영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자 이공자가 핏발 선 눈으로 기사들을 노려봤다.
“너희들부터 죽고 싶어?”
그 말에 기사들은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어윈 라이언블룸을 호위해 왔기에 알 수 있었다.
저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방해하지 못하게 막기나 해.”
기사들은 하는 수 없이 학센 일가를 막아섰다.
“당장 비키시게!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이공자님의 명령입니다.”
“비키라고 하지 않았나!”
폴 학센이 기사들을 밀치려 했다.
하지만 기사들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데미안 학센은 복잡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 못난 자식을 위해서 후작가의 이공자와 맞서다니.
존경심과 죄책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데미안! 안 된다! 하지 마라! 빌란 말이다!”
폴 학센이 다급하게 외쳤다.
이번 생에는 아버지의 말씀을 잘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왜 빌어야 한단 말인가.
지금 이 상황은 데미안 학센이 의도한 것인데.
“셋 셀 동안 무기 들어. 설마 거지같은 집안이라 쓸 만한 무기가 없는 건 아니겠지?”
데미안 학센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가족들에게 함부로 구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말도 함부로 내뱉고 있었다.
그냥 결투에서 이기는 걸로는 부족했다.
자존심을 완전히 박살 내 버리고 싶었다.
마땅한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주변을 살폈다.
그때, 테이블 위에 적당한 물건이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어윈 라이언블룸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미안 학센이 집어 든 것은 디저트를 집어 먹기 위한 포크였기 때문이다.
“무기를 들라면서?”
“결투에 쓸 무기를 들라고 말했을 텐데?
데미안 학센이 포크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네놈 따위는 이걸로 충분하다.”
“하…….”
어윈 라이언블룸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지독한 살의가 담인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넌 내가 반드시 죽여 버린다.”
* *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윈 라이언블룸이 땅을 박찼다.
데미안 학센의 머리를 향해 롱소드를 내리쳤다.
데미안 학센은 상체를 살짝 튼 것만으로 롱소드를 피했다.
“이걸 피해?”
어윈 라이언블룸이 놀랐다는 얼굴로 말했다.
“시궁쥐도 도망치는 재주는 있다, 이거냐? 어디 언제까지 피할 수 있는지 한번 볼까?”
어윈 라이언블룸이 연달아 칼을 휘둘렀다.
데미안 학센은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공격을 피했다.
‘자기 형이랑 버릇이 똑같군.’
전생에 데미안 학센은 혼자서 라이언블룸 후작가를 무너뜨렸다.
그때, 후작가의 대공자와 격돌했다.
당시에 대공자는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후작위를 물려받은 상태였다.
그만큼 대공자의 재능은 대단했다.
전투 도중 실시간으로 발전하는 게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그래 봤자 내가 이겼지만.’
약 7시간에 걸친 격전 끝에 데미안 학센은 대공자의 모든 기술과 경지를 습득했다.
그리고 약점을 파훼하여 대공자의 목을 베었다.
‘라이언블룸 가(家)의 검은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사자맹후검(獅子猛吼劍).
몰아치는 기세가 사자가 울부짖는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약점을 알고 있는 데미안 학센의 입장에서는 강아지가 짖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
칼이 번번이 허공만 가르자 어윈 라이언블룸의 표정이 달라졌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어떻게 네놈 따위가 내 검을 모두 피하고 있는 거냐.”
“다 실력이지.”
데미안 학센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말에 어윈 라이언블룸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개소리 집어치워!”
고함과 함께 어윈 라이어블룸이 마력을 일으켰다.
마력을 운용하자 어윈 라이언블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제 피하는 건 힘들겠군.’
요 며칠 동안 훈련에 매진한 덕분에 데미안 학센의 기초체력은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격하게 움직이고도 숨을 헐떡이지 않는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아직 데미안 학센의 육체는 너무나도 약했다.
마력을 운용하고 있는 어윈 라이언블룸의 움직임도 못 따라갈 정도로 말이다.
‘못 피하겠으면 흘려보내면 되지.’
어윈 라이언블룸이 롱소드를 내리쳤다.
롱소드의 날이 데미안 학센의 정수리를 노렸다.
데미안 학센은 포크로 롱소드를 막았다.
두 쇠붙이가 격돌하는 순간, 어윈 라이언블룸의 입가가 비틀렸다.
“병신 같은 새끼.”
겨우 디저트를 집어먹는 용도로 만들어진 포크 따위가 롱소드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포크는 형편없이 부러지고 데미안 학센의 손목은 잘려 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롱소드의 궤적이 틀어졌다.
정수리를 노렸던 칼날은 왼쪽으로 빗겨 나가 땅에 박혔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현상이었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표정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식이?”
어윈 라이언블룸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땅에 박힌 롱소드를 뽑아내며 아래에서 위로 사선을 그었다.
데미안 학센은 이번에도 역시 포크로 롱소드를 막았다.
두 쇠붙이가 부딪히는 순간, 또다시 칼의 궤적이 틀어졌다.
사선을 긋던 칼날이 갑자기 위로 치솟았다.
그 바람에 어윈 라이언블룸은 하마터면 칼을 놓칠 뻔했다.
“어엇?”
어윈 라이언블룸은 이를 악물고 다시 칼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데미안 학센이 무슨 짓을 하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날아오는 롱소드를 포크의 사이에 꽂았다.
그리고 각도를 살짝 틀어서 롱소드를 흘려보냈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롱소드와 포크를 번갈아 쳐다봤다.
“어, 어떻게…… 너 따위가 이런 기술을 쓸 수 있는 거야!”
데미안 학센이 싸웠던 적들 중에 ‘검성(劍聖)’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유검의 극에 달한 인물로 날아오는 화살뿐만 아니라 마법까지도 흘려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검성이 도달한 경지는 ‘만류통찰(萬流通察)’로 모든 공격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경지였다.
데미안 학센은 검성과 3일 동안 격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뒀다.
“천재라서.”
이런 사정을 굳이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데미안 학센은 짧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말이 어윈 라이언블룸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개소리 집어치우라고 했지!”
어윈 라이언블룸이 칼자루를 바로잡았다.
전신의 마력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이번에야말로 그 포크 채로 베어 주마!”
어윈 라이언블룸이 더욱 맹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데미안 학센은 아무렇지도 않게 공격들을 모두 흘려보냈다.
“저, 저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기사들은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데미안 학센이 검격을 받아 냈을 때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자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학센.
그가 범상치 않은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 여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요?”
“저, 저도 모르겠어요.”
놀랍기는 학센 일가도 마찬가지였다.
폴 학센을 비롯한 가족들은 멍한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지켜봤다.
“혼자서 술집의 경호원들을 전부 죽인 게 진짜였단 말인가?”
모두가 놀라고 있는 와중에 당사자인 데미안 학센은 스스로에게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약의 효과가 좋기는 좋군. 몇 개 더 뜯어내러 가야겠어.’
이렇게 오랫동안 움직였음에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일반적인 체력 훈련이었다면 체력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데미안 학센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건…… 이딴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연이은 헛손질 때문일까. 어윈 라이언블룸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라이언블룸의 이공자인 내가! 너 같은 버러지 한 명을! 어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서 데미안 학센이 가장 먼저 변화를 눈치 챘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롱소드에서 적갈색 연기가 일어났다. 그것을 본 기사들이 모두 기겁했다.
“이공자님! 오러를 꺼내시면 안 됩니다!”
오러(Aura).
오랜 시간 동안 수련한 전사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최강의 무기.
날붙이에 덧씌우면 철판을 물처럼 베어 내고, 망치에 맺히게 하면 바위를 박살 낼 수 있다.
인간처럼 힘없는 종족이 무수히 많은 아종족을 누르고 대륙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오러 덕분이었다.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는지 보자!”
오러가 맺힌 장검이 데미안 학센의 몸을 사선으로 베었다.
데미안 학센은 날아오는 칼날을 향해 포크를 가져다 댔다.
그 순간, 모두가 데미안 학센의 죽음을 예감했다.
포크가 잘려 나가고 그의 몸이 절단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
“어엇?”
“뭣?”
이변은 없었다. 검성의 경지 ‘만류통찰’은 오러가 실린 공격조차 흘려보냈다.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어윈 라이언블룸의 머릿속이 잠시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 바람에 롱소드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풀렸다.
그것을 눈치챈 데미안 학센은 포크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롱소드가 손에서 쑥 빠져나갔다가 형편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기가 사라지자 어윈 라이언블룸은 무방비한 상태에 놓였다.
데미안 학센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윈 라이언블룸이 피할 틈도 없이 포크로 목을 그었다.
어윈 라이언블룸의 목에 혈선이 그어졌다.
* * *
목이 베이는 순간, 어윈 라이언블룸은 자신의 주마등을 보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일들이 모두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주마등이 끝났음에도 그는 저승으로 끌려가지 않았다.
“……허, 허억!”
어윈 라이언블룸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피는 새어 나왔으나 상처는 깊지 않았다.
“내, 내가 사, 사사, 살아 있어?”
죽지는 않았지만 극심한 공포감 때문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 뭐 하는 거야! 다, 당장 나를 지켜! 지키란 말이야!”
“다가오지 마라.”
어느새 어윈 라이언블룸의 옆에는 데미안 학센이 서 있었다.
“이 결투는 한쪽이 죽을 때까지 진행된다.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그놈부터 죽이겠다.”
데미안 학센이 포크로 어윈 라이언블룸을 겨누며 말했다.
케이크나 잘라 먹을 때 쓰는 포크로 협박을 하다니.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으나 웃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윈 라이언블룸.”
데미안 학센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결투의 승자는 나다. 네놈은 약속했던 대로 저번 일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마라.”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어윈 라이언블룸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데미안 학센은 후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더 이상 네놈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당장 꺼져라.”
그리 말한 뒤, 데미안 학센은 포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 * *
어윈 라이어블룸은 도망치듯 학센 자작가를 떠났다.
“……데미안, 오늘만큼은 묻지 않을 수 없구나.”
어윈 라이언블룸이 떠나자마자 가족들은 데미안 학센을 붙잡고 물었다.
“대체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어떻게 검술을 배운 것이냐.”
술집의 경호원들을 혼자서 상대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괴상한 일로 취급했다.
하지만 오늘 일은 달랐다. 라이언블룸 후작가는 최고의 명문기사가문이었다.
그런 가문에서 기재라 불리는 어윈 라이언블룸을 어린애처럼 다루다니?
그것도 모자라서 오러가 맺힌 칼까지 흘려보내다니?
“음.”
가족들의 물음에 데미안 학센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회귀했다는 것을 가족들이 믿어 줄 리가 없었다.
문제는 그럴듯한 해명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데미안 학센은 파격적으로 강해졌으니 말이다.
결국 데미안 학센은 해명을 포기했다.
“그냥 저절로 깨우쳤습니다.”
그 말에 아버지가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치지 말 거라.”
“장난 아닙니다.”
“네가 무슨 하늘이 내린 천재라도 되는 줄 아느냐! 이런 검술을 갑자기 깨우치고!”
데미안 학센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어떻게 아셨나요. 그게 정답인데.”
“데미안!”
“그럼 저는 이만 훈련하러 가 보겠습니다.”
데미안 학센은 아버지의 추궁을 뿌리치고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