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1화
71화 뒷정리 (1)
영적인 공간.
수천 명의 망자가 시체놀음을 둘러쌌다.
-오지 마! 나한테 손대지 말란 말이야!
고위 흑마법사인 시체놀음의 영혼은 거대했다.
망자들은 시체놀음의 기세에 밀려서 좀처럼 접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을 뿐이었다. 기회를 잡은 망자들이 물밀듯이 몰려와서 시체놀음의 영혼을 둘러쌌다.
-그만! 안 돼! 하지 마!
망자들은 너무 미약하고 작았지만, 시체놀음의 영혼은 그들이 모두 달라붙어도 남을 만큼 넉넉했다.
수천 명의 망자가 동시에 시체놀음의 영혼을 잡아 뜯기 시작했다.
-아악! 끄아악!
영혼이 찢어지는 고통은 전신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보다 몇십 배는 더 괴로웠다.
망자가 한 명만 달라붙어도 그렇게 괴로운데. 수천 명이 동시에 시체놀음의 영혼을 찢고 있었다.
이미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제발…… 그만…… 이대로 소멸시켜 줘…… 고통을 멈춰 달란 말이야…….
시체놀음이 그들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그러나 그에게 깊은 원한이 있는 만큼 비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망자들은 시체놀음의 영혼을 쉽게 소멸시킬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계속 고통받게 할 생각이었다.
-끄아아악! 아아아악!
이곳은 영적인 공간.
시간의 개념이 현실과 많이 달랐다.
이곳에서 시체놀음은 억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통을 받았다.
* * *
데미안은 시체놀음이 망자들에 의해서 고통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시체놀음은 한참 동안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두 눈깔을 뒤집으며 숨이 멈췄다.
시체놀음의 죽음을 확인한 뒤에야 데미안은 흑마법을 해제했다. 땅에서 튀어나온 쇠사슬이 모조리 흩어졌다.
연흑에 묶여 있던 인형들도 풀려났다. 하지만 인형들은 시체처럼 가만히 있을 뿐,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명령을 내려야 할 시체놀음이 죽은 탓에 모든 기능이 정지한 것이다.
“플레시 골렘들의 처분은 교단에 맡겨야겠군.”
그럼 데미안은 교단에 전공을 세울 수 있고, 교단에서는 플레시 골렘을 연구할 수 있으니 서로 이득이었다.
다음으로 데미안은 동굴의 흑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데미안이 원래 보유하고 있었던 흑마력과 플레시 골렘이 파괴되면서 방출된 흑마력, 시체놀음의 흑마력이 모조리 팔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제 용량이 아슬아슬한걸.”
전투를 치르느라 상당한 양의 흑마력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양의 흑마력을 손에 넣었다.
무저갱처럼 끝이 없는 줄 알았던 팔찌의 용량이 대부분 차오를 정도였다.
“비슷한 유물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불가능한 바람이라는 것은 데미안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유물은 전생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렇게 희귀한 유물을 또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 데미안은 맞은편 벽에 뚫려 있는 구멍을 발견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끔 잘 다듬어진 동굴이었다.
호기심에 데미안은 동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지독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생물의 해부도가 곳곳에 널려 있고 각종 장기가 시약에 담겨 있었다. 한쪽에는 반쯤 만들어진 플레시 골렘들이 놓여 있었다.
“……시체놀음의 연구실이었군.”
혹시 쓸 만한 물건이 있을까 싶어서 연구실을 둘러봤다.
이런저런 물건이 많았으나 대부분 플레시 골렘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것들이었다. 데미안이 가져갈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음?”
문득 데미안은 벽에 붙어 있는 지도를 발견했다.
지도를 들여다보던 데미안은 어딘가 익숙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 유란의 비밀 창고가 있는 곳이었군.”
저번에 유란의 대장과 간부의 기억을 통해서 봤던 장소였다.
한번 들려야겠다고 계획을 세워 놨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데미안은 지도를 챙겼다.
데미안은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커다란 거울이 나타났다.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높고, 대단히 커다란 거울이었다.
거울을 본 순간, 데미안은 번개에 맞은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도르고가 부하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만든 마도구였으니 말이다.
“설마 이걸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이 마도구만 있으면 도르고의 얼굴을 보고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거울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이내 데미안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물들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군.”
데미안이 마도구를 조사해 본 결과, 시체놀음이 연락을 요청한 적은 많았으나 도르고 쪽에서 연락이 돌아온 적은 없었다.
“시체놀음은 도르고가 군단장으로 세울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놈이다. 그런데 도르고 쪽에서 연락을 끊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가설은 유란의 몰락으로 인해서 도르고가 위기를 느끼고 연락을 끊었을 가능성이었다.
데미안이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전생과 달리 유란이 너무 빨리 몰락해 버렸다.
이에 도르고가 유란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꼬리를 끊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건 아니야. 도르고가 그런 이유로 시체놀음을 포기할 리는 없어.”
시체놀음은 도르고의 정체를 발설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제약까지 걸었다.
도르고는 그렇게 충성스러운 장기말을 그냥 버릴 인간이 아니었다. 끝까지 써먹다가 고칠 수 없게 되어서야 버릴 인간이었다.
“아니면 무언가를 연구 중인 건가?”
도르고도 태생이 흑마법사인지라 연구할 거리가 생기면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고 연구실에 틀어박히는 경향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겠군.”
데미안은 아쉬움에 혀를 찼다.
도르고는 한번 연구실에 틀어박히면 최소 1년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거울에 매달려 봤자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뜻이었다.
데미안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연구실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또다시 묘한 것을 발견했다.
작은 체구의 인간이 족쇄에 묶인 채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중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
처음에 데미안은 그게 사람인 줄 알았다. 플레시 골렘들과 달리 신체에 재봉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위화감이 너무 강했다.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데미안은 이게 인간이 아니라 플레시 골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이하군.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플레시 골렘이라니.”
시체놀음이 만든 ‘명품’들은 인간과 형상이 비슷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금방 누구나 플레시 골렘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신체에 가득한 재봉선, 각기 다른 피부색, 어딘가 대칭이 맞지 않는 외모.
무엇보다 본색을 드러내면 괴물로 변이하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플레시 골렘은 데미안이 잠시 착각할 정도로 인간과 비슷했다.
플레시 골렘을 살피던 데미안은 바닥에 흑마력을 차단하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법진은 활성화와 비활성화가 가능하게끔 제작이 되어 있었다.
“이 오브를 사용하면 비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 같은데.”
데미안이 벽에 붙어 있는 오브를 움켜잡았다. 오브에 흑마력을 흘려보내자 마법진이 작동을 멈췄다.
마법진이 비활성화 됨과 동시에 플레시 골렘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그 즉시 플레시 골렘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손발에 채워진 단단한 족쇄 때문에 데미안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플레시 인형이 몸을 비틀 때마다 연구실 전체가 흔들렸다.
흑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괴력만으로 연구실을 뒤흔들고 있었다.
-#%@$#%@!
플레시 골렘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순수한 적의와 살의가 담긴 울음소리였다.
“특이하군. 자아를 각성한 플레시 골렘이라니.”
플레시 골렘이란 생물의 신체를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소재로 사용된 생물들의 사념이 섞일 수밖에 없다.
이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아주 드물게 뒤엉킨 사념 속에서 자아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 플레시 골렘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게다가 플레시 골렘이면서 흑마법사를 증오하고 있군.”
자아를 각성함으로써 플레시 골렘이 자각한 것은 증오라는 감정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플레시 골렘의 자아를 탄생시킨 것은 흑마법사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원한이 섞인 사념이니 말이다.
시체놀음이 이 인형을 묶어 둔 이유도 플레시 골렘이 지닌 증오심을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
플레시 골렘이 더욱 격하게 난동을 피웠다. 족쇄에 손목의 살갗이 찢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찢어진 살갗이 순식간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데미안 학센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플레시 골렘은 이미 죽은 시체를 연결한 언데드다. 언데드가 재생력을 갖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재생력 때문에 재봉선이 사라진 건가?”
가공할 만한 괴력은 물론이고 이런 재생력이라니. 섬뜩할 정도로 뛰어난 플레시 골렘이었다.
“결국 증오심을 지우지 못했나 보군.”
전생에 시체놀음은 이런 성능을 가진 플레시 골렘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아마 끝내 증오심을 지우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폐기처분했으리라.
-@##@%@#$!
플레시 골렘이 데미안을 물어뜯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아마 데미안 학센에게서 느껴지는 흑마법의 흔적 때문이리라.
흑마법을 사용하면 흑마력이 소모가 된다. 이때, 잔향이 영혼이나 몸에 묻게 된다.
실력이 부족한 흑마법사일수록 이 잔향이 짙게 남는다.
데미안 정도라면 잔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말끔하게 사라졌다.
플레시 골렘은 그 옅은 잔향을 감지하고 난동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난 흑마법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흑마법사가 아니다.”
그 말에 플레시 골렘이 멈칫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는 듯 플레시 골렘이 포효했다.
“흑마력을 얻기 위해서 무덤을 파헤친 적도, 사람의 영혼을 괴롭힌 적도 없다. 너라면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텐데?”
데미안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그를 증오하던 망자들의 원한이 따라붙을 것이다.
이 플레시 골렘은 흑마법사를 증오하는 사념에서 태어났으니 원한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
플레시 골렘이 조용해졌다. 데미안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나는 흑마법사를 증오하고 있다. 널 이렇게 만든 시체놀음도 내가 죽였다.”
그 말에도 플레시 골렘의 눈동자가 커졌다.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이 데미안을 노려봤다.
“못 믿겠으면 망자들에게 물어봐라. 너는 망자들의 사념에서 태어났으니 망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가능할 게 아니냐.”
플레시 골렘은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플레시 골렘의 눈동자가 커졌다.
“……캥?”
괴성은 어디로 가고 여우 같은 울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진짜로 죽였냐는 듯한 물음에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체놀음은 내가 죽였다. 정확히 말하면 망자들이 죽였지.”
플레시 골렘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증오할 상대가 사라졌으니 행동 이유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성불해라.”
데미안이 플레시 골렘의 핵을 부수기 위해서 성검을 빼들었다.
성검으로 플레시 골렘의 핵을 찌르려던 찰나였다. 플레시 골렘이 성검을 붙잡았다.
성검의 신성력이 플레시 골렘의 살갗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플레시 골렘은 손을 놓지 않았다.
“어째서 거부하는 거냐.”
데미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넌 언데드다.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 있어서는 안 돼.”
데미안의 물음에 플레시 골렘의 눈동자가 다시 사납게 변했다.
데미안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흑마법사를 향한 것이었다.
이 플레시 골렘이 증오하는 대상은 시체놀음만이 아니었다.
흑마법사 그 자체였다.
“이 세상에 남아서 흑마법사를 죽이고 싶다는 거냐?”
플레시 골렘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은 고민에 잠겼다.
이 정도 성능을 가진 플레시 골렘이라면 데미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전생에 도르고에 의해서 멋대로 개조를 당하고 이용을 당했다.
그런데 이 플레시 골렘을 사용한다면? 그건 도르고와 다를 게 없는 행동이었다.
“캥! 캐앵!”
플레시 골렘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마치 고민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도르곤의 경우 같은 강제적 주종 관계가 아닌, 서로의 목적을 위한 협력 또는 거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둘의 목적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으며 이 플레시 골렘도 자신의 원한을 풀기 전까진 진정한 죽음을 맞을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데미안은 오랜 고민 끝에 성검을 휘둘렀다. 플레시 골렘을 묶고 있던 족쇄들이 모조리 잘려 나갔다.
“서로 잘해 보자.”
데미안이 손을 내밀었다. 플레시 골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이 행동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묻는 듯했다.
데미안은 자신이 플레시 골렘의 사정을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이제 막 자아가 생겼으니 악수라는 행위를 모르는 게 당연했다.
데미안은 플레시 골렘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플레시 골렘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근데 널 어떻게 데려가지?”
지금 이 던전의 안팎으로 토벌대가 쫙 깔려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데미안이 언데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면?
“캥? 캥!”
플레시 골렘이 어디론가 향했다. 연구실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데미안에게 가져왔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여행용 트렁크였다.
굉장히 오래되었는지 가죽은 중후한 색을 띠고 있었다.
“이게 뭐지?”
플레시 골렘이 상자를 열었다. 상자의 내부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캥!”
플레시 골렘이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상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
데미안은 곧바로 트렁크를 이리저리 살폈다. 이내 트렁크에 걸려 있는 마법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언데드를 운반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아공간 마도구로군.”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아공간 반지와 달리 언데드만 보관할 수 있었다.
종류를 한정 지은 대신 용량이 굉장히 컸다. 플레시 골렘 수백 체 정도는 거뜬히 보관할 수 있을 듯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트렁크는 다른 아공간 속에 집어넣을 수도 있었다.
원래 아공간 마법은 서로 반발하기 때문에 아공간 속에 아공간을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트렁크는 언데드만 보관할 수 있는 대신, 그런 부분까지 개선시켰다.
“이 마도구 덕분에 플레시 골렘이 여태 교단에게 걸리지 않은 것이군.”
데미안은 다시 트렁크를 열었다. 어둠 속에서 플레시 골렘이 튀어나왔다.
“캥!”
플레시 골렘이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은 대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시체놀음이 상자를 사용하는 걸 보고 기억한 거냐? 똑똑하구나.”
“캥!”
플레시 골렘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데미안은 플레시 골렘의 목줄에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인(Nine)?”
그 이름을 말하자 플레시 골렘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플레시 골렘은 목줄을 잡아 뜯은 뒤, 바닥으로 던졌다. 그리고 몇 번이고 짓밟았다.
아마 시체놀음이 지은 이름이라 질색을 하는 모양이었다.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겠군.”
데미안의 말에 플레시 골렘이 기대감으로 부푼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은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미야?”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플레시 골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오늘부터 미야다. 함께 빌어먹을 흑마법사 놈을 모조리 쳐 죽이자.”
데미안의 말에 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