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2화
72화 뒷정리 (2)
미야를 얻은 이후, 데미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위장이었다.
흑마법을 사용해서 시체놀음을 제압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았다. 교단에서 보게 된다면 귀찮은 일이 많아질 게 분명했다.
데미안은 우선 플레시 골렘들을 한곳에 모았다.
흑마법으로 만든 창에 꿰뚫린 플레시 골렘들은 저주로 인해서 전신이 썩어 가고 있었다.
우선 플레시 골렘들을 모조리 소각한 뒤, 흑마법을 이용해서 동굴 곳곳에 폭발을 일으켰다.
교단에서 플레시 골렘의 숫자가 적다고 물어보면 시체놀음이 자폭을 시켰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다음으로 데미안은 오러를 송곳 형태로 흩뿌려서 동굴 곳곳에 구멍을 뚫었다.
시체놀음을 비롯한 플레시 골렘의 몸에는 연흑으로 인해서 꿰뚫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걸 감추기 위한 공작이었다.
교단에서 상처에 대해서 물으면 이 기술에 의한 상처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공작을 추가한 뒤, 밖으로 나왔다.
* * *
동굴 내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아그네스는 우선 마르가타를 치유했다.
안 그래도 복부의 상처가 심각한데 도주를 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부상이 더욱 커졌다.
복부의 피부와 근육이 완전히 뭉개진 것은 물론이고 내부의 장기들은 모조리 파괴되었다.
아그네스는 마르가타의 상처에 치유 포션을 뿌린 뒤, 자신의 신성력을 이용해서 상처를 치료했다.
성흔을 통해서 아그네스의 신성력은 양과 질이 모두 크게 상승했다. 덕분에 현재 마르가타 정도의 상처라도 치료가 가능했다.
“아그네스, 고마워.”
마르가타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말했다. 아그네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르가타! 괜찮은 거냐?”
가말이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마르가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말, 너 지금 얼굴 되게 웃기다.”
“사람이 기껏 걱정하고 있는데…… 실없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 괜찮은 모양이구나.”
가말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마르가타가 무사한 것을 보니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누님, 이것 좀 드세요.”
디오니시오가 아그네스에게 물과 식량을 건넸다. 아그네스는 감사를 표하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그러면서 계속 어딘가를 바라봤다. 바로 시체놀음이 있는 공동 쪽이었다.
“누님, 시체놀음이 신경 쓰이시는 겁니까?”
디오니시오의 물음에 아그네스는 고개를 저었다.
“시체놀음 말고 데미안 경을 걱정하고 있었어.”
데미안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디오니시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누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데미안 경이라면 무사할 겁니다. 아무리 시체놀음이라 해도 미들클래스의 기사를 상대하는 건 힘들 테니까요.”
디오니시오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마르가타 경도 회복했으니 빨리 데미안 경을 도우러 가죠!”
디오니시오가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에 옹호해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 혹시 제가 말실수했나요?”
디오니시오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가말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디오니시오, 데미안 경은…… 지금쯤 죽었을지도 모른다.”
“예? 하지만…….”
“네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 데미안 경은 미들클래스지. 어쩌면 하이클래스를 눈앞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말은 데미안 학센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봤다.
그 실력은 도무지 평범한 미들클래스라고 할 수 없었다.
미들클래스의 끝.
하이클래스라는 경지를 바로 앞에서 두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시체놀음은…… 그놈이 준비한 전력은 데미안 경 한 명이 어쩔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디오니시오가 시체놀음과 마주한 시간은 극히 짧았다. 그렇기에 시체놀음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2급 성기사인 가말은 달랐다.
시체놀음과 마주한 순간, 곧바로 깨달았다. 시체놀음과 플레시 골렘들이 품고 있는 거대한 흑마력을 말이다.
“시체놀음은…… 우리가 가담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럴 리가요…… 가말 사형이랑 마르가타 경은 2급 성기사잖아요. 아그네스 누님도 성흔을 얻었으니…….”
“우리 네 명은 모두 심한 부상을 입은데다 신성력도 크게 소모했다. 특히 마르가타는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야.”
신성력으로 치유할 수 있는 부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상이 심할수록 완벽하게 치유할 수 없었다. 겉으로 볼 때는 전부 아문 것 같아도 조금이라도 격하게 움직이면 다시 상처가 터졌다.
마르가타와 가말이 그랬다. 지금 두 사람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러니 본인이 남고 우리를 대피시킨 거겠지.”
가말이 주먹을 꽉 쥐었다. 분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젠장, 데미안 학센에게 구명을 받았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니.”
마르가타가 가말의 손을 꼭 쥐었다. 그래도 가말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나도 가말의 말에 찬성이야. 빨리 던전을 빠져나가서 시체놀음에 대한 걸 본단에 알려야 해. 이대로 시체놀음을 내버려 두면 나중에 큰 후환이 될 거야.”
마르가타가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이 벌어 준 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수는 없어.”
일행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때,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일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어둠을 노려봤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그 누군가를 본 순간, 아그네스가 놀라서 소리쳤다.
“……데미안 경?”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의 등장에 아그네스는 물론 나머지 세 명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오, 찾았다.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았네.”
데미안이 반색하며 다가오자 네 명은 뒤로 물러났다.
“……데미안 경이 맞으신 겁니까?”
혹시 시체놀음이 데미안을 죽인 다음에 그 시체로 자신들을 농락하는 게 아닐까.
데미안은 대답 대신, 성검을 빼들었다. 성검의 신성력이 데미안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 세상에 신성력을 흡수하고도 멀쩡한 언데드는 없었다. 시체놀음의 장난이 아니라 데미안 학센 본인이 맞다는 뜻이었다.
“데미안 경……!”
아그네스가 한걸음에 달려와서 데미안의 목을 끌어안았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아그네스를 쳐다봤다. 아그네스는 그것도 모르고 데미안을 꽉 끌어안았다.
“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시체놀음에게서 도망친 건가?”
“데미안 경! 믿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세 명도 놀라서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그제야 아그네스가 데미안에게서 떨어지며 물었다.
“시체놀음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아그네스의 물음에 데미안이 뒤쪽을 가리켰다.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죠.”
* * *
“…….”
시체놀음이 있던 공동에 도착한 일행들은 할 말을 잃었다.
시체놀음이 온몸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우, 우와아! 시, 시체놀음이 죽었어요! 데미안 경이 시체놀음을 죽였어요!”
디오니시오가 환호성을 지르며 마르가타와 가말을 쳐다봤다.
“말도 안 돼…….”
“이럴 수가…….”
마르가타와 가말은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시체놀음에게서 끝없는 절망을 느꼈었다. 자신들로서는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던 시체놀음이 초라한 시체가 되어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데미안? 대체 어떻게 시체놀음을 죽인 거야? 플레시 골렘만 해도 상대하기 버거웠을 텐데.”
“그래서 플레시 골렘들은 적당히 상대하고, 바로 시체놀음 본인을 노렸습니다.”
마르가타는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언데드를 다루는 흑마법사의 약점은 술사 본인이다. 그 사실을 마르가타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시체놀음은 플레시 골렘들에게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어 좀처럼 가까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법이었다.
“대단하네…… 진짜 대단해…….”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가 바로 눈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으니 말이다.
“…….”
아그네스는 이곳에 들어온 시점부터 지금까지 계속 시체놀음의 시체만 쳐다보고 있었다.
죽기 전에 무슨 광경을 봤는지 시체놀음의 얼굴에는 극심한 공포가 떠올라 있었다.
그렇게 증오하던 원수가 죽었다. 후련함과 동시에 직접 죽이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 외에 수많은 감정이 떠올랐다.
“시체놀음은 어떻게 죽었습니까?”
“죽기 싫다며 발악하다 숨이 멎었습니다. 추한 죽음이었죠.”
“이런 미치광이도 똑같이 죽음을 두려워하는군요.”
아그네스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오빠…… 아니, 시체놀음이 다루던 플레시 골렘은 어디에 있습니까?”
데미안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직 남아 있는 플레시 골렘들이 한곳에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아그네스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플레시 골렘의 사이에서 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아그네스는 못이 박힌 것처럼 우두커니 선 채 플레시 골렘을 바라봤다.
“아그네스…….”
마르가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그네스를 바라봤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그네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건 오빠가 아닙니다. 오빠는 예전에 죽었으니까요. 저건 오빠의 신체를 이용해 만들어진 언데드에 불과합니다.”
말과 달리 아그네스는 오빠의 얼굴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데미안, 저 플레시 골렘들을 어떻게 할 거야?”
마르가타가 데미안을 돌아보며 물었다.
데미안은 홀로 시체놀음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처분할 권리는 데미안에게 있었다.
“전부 교단에 맡길 생각입니다.”
데미안은 남은 플레시 골렘들에게서 크게 얻을 것도 없었다. 짐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도 하고, 교단이 얽힌 일이니 교단에 넘기는 것이 나았다.
오히려 고마워하는 교단에게서 어느 것이든 뜯어내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아그네스, 본단에서는 저 플레시 골렘들을 낱낱이 분석할 거야. 아마 근육 하나하나 해부하겠지.”
시체놀음 같은 재능을 가진 흑마법사는 흔치 않다.
이 플레시 골렘들을 분석하면 나중에 다른 플레시 골렘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되리라.
“아마 그 후엔 플레시 골렘들은 영원히 교단 내부에 박제가 될 거야.”
아그네스가 마르가타를 돌아봤다. 두 눈동자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밖에 없지. 플레시 골렘 하나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겠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마르가타가 일행을 돌아보며 물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네스, 네 마음대로 해.”
마르가타의 말에 아그네스는 양손으로 천천히 플레시 골렘을 끌어안았다.
아그네스의 몸에서 푸른 불길이 일어났다. 푸른 불길이 플레시 골렘을 태우기 시작했다.
플레시 골렘이 완전히 재가 되어 버릴 때까지 아그네스는 손을 풀지 않았다.
* * *
그 뒤로 일행은 던전을 돌아다니며 생존자들을 수습했다.
병사들은 반이 넘게 사망했고, 대단하다던 성기사 역시 많은 인원이 죽고 말았다.
‘그래도 전생에 비하면 훨씬 낫군.’
전생에서는 토벌대가 전멸했다. 시체놀음은 멀쩡히 살아서 거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토벌대가 반 이상 생존한데다 시체놀음도 죽었다.
‘가장 큰 수확은 아그네스를 살렸다는 거다.’
아그네스는 성흔을 얻었다.
성흔이랑 신이 총애하는 인재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성흔을 얻은 성기사는 모두 마스터 클래스에 도달했다.
‘나도 꽤 많은 걸 얻었지.’
우선 플레시 골렘 미야를 얻었고, 언데드를 보관할 수 있는 마도구까지 손에 넣었다.
토벌대를 수습한 뒤에는 교단에 전령을 보내서 상황을 알렸다.
교단도 토벌 결과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는지.
전령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사대를 파견했다.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산의 내부에 이런 함정을 팠다고?”
조사대는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경악을 했다.
산의 내부를 모두 파낸 뒤, 토벌대를 낙하시키는 함정이라니.
제정신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함정이 아니었다. 실행에 옮기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이게 그 플레시 골렘입니까? 놀라울 만큼 정교하군요.”
“시체놀음은 고위 흑마법사로 알고 있는데…… 고위 흑마법사 수준으로 이 정도로 정교한 플레시 골렘을 만드는 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이어서 조사대는 플레시 골렘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데미안 경이라고 하셨소?”
수도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나는 이번 일의 총책임을 맡게 된 보로메오라고 하오.”
“반갑습니다. 데미안 학센입니다.”
데미안은 보로메오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소. 보고서에 의하면 플레시 골렘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도착해 보니 숫자가 부족한 듯하오만.”
“몇 마리는 시체놀음이 본인이 자폭을 시켰습니다. 저기 보이는 구덩이들이 그 흔적입니다.”
데미안이 깊게 파인 구덩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사대원들이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또다시 감탄했다.
“세상에…… 보통 규모가 아닙니다.”
“난전 중에서 이만한 규모의 폭발을 피하다니.”
보로메오가 헛기침을 했다. 조사대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보고서를 보니 본래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던데…… 이건 왜 그런 것이오?”
“대단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제가 미들클래스인 게 알려지면 사람들이 귀찮게 굴 것 같아서요.”
데미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말에 보로메오는 데미안 학센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검을 수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로우클래스에 올랐다.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데미안 학센을 천재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런 와중에 사실 로우클래스가 아니라 미들클래스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힐 게 분명했다.
“마지막 질문이오. 시체놀음을 혼자 죽였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는데. 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게요?”
“플레시 골렘들을 적당히 상대하다가 빈틈을 노려서 시체놀음 본인을 죽였습니다.”
“본인을 죽였다?”
데미안이 성검을 빼들어 휘둘렀다. 그러자 오러가 송곳처럼 흩뿌려지며 벽에 수십 개의 구멍을 뚫었다.
“이렇게요.”
보로메오는 물론이고 조사대까지 할 말을 잃고 벽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지만 기술의 속도, 범위, 그리고 위력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체놀음의 몸에 난 상처와 똑같구려. 이제 의문이 풀리는 듯하오.”
보로메오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내쉬었다.
“데미안 경, 토벌대를 도와서 시체놀음을 처단하고, 본단의 소중한 인재들을 도와준 점. 너무나도 감사드리오.”
특히 이번 토벌대에 참가했던 3급 성기사 아그네스는 성흔을 입었다.
성흔을 입은 성기사는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으니, 교단으로서는 하마터면 예비 마스터 클래스를 잃을 뻔했다.
“본단은 그대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빚을 지고 말았소. 이에 합당한 보답을 할 것을 약속하오.”
데미안이 기대했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보로메오는 단순히 보답을 약속한 수준을 넘어서 더 큰 호의를 베풀었다.
“혹시 따로 원하는 바가 있으면 말해 보도록 하시오. 최대한 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소.”
보로메오의 말에 데미안은 잠시 고민을 했다.
사실 데미안이 줄곧 생각했던 보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과연 교단에서 이를 받아 줄지가 의문이었다.
“교단의 비고에서 들어가서 직접 물건을 고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데미안의 부탁에 보로메오의 눈동자 확 커졌다.
비고.
교단이 설립된 이후로 지금까지 전 대륙에서 수집된 보물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그 중요성과 상징성 때문에 교단의 1급 성기사도 함부로 이용할 수 없었다.
“비고…… 비고라…… 참으로 어려운 부탁을 하는구려.”
보로메오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고민에 잠겼다.
“성황께서는 이번 일에 대한 모든 논공행상을 내게 일임하셨소. 그러니 이 자리에서 대답해 드릴 수 있겠구려.”
보로메오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겠소. 가까운 시일 내에 본단을 방문해 주길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