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3화
73화 보물찾기 (1)
조사대까지 도착했으니 더 이상 데미안 학센이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데미안은 아그네스에게 가문으로 돌아갈 의사를 밝혔다.
“벌써 떠나시려는 겁니까.”
아그네스가 섭섭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승전을 기념하는 연회가 준비 중입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같이 계셔 주시면…….”
“아버지께 허락도 받지 않고 나온 거라서요. 최대한 빨리 돌아가 봐야 합니다.”
데미안의 말에 아그네스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교단을 방문할 때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데미안 경을 직접 안내하고 싶습니다.”
데미안은 이번에 세운 전공 덕분에 교단의 비고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그네스는 본인이 직접 데미안을 안내하고 싶은 듯했다.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 주셔야 합니다.”
아그네스가 데미안의 손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엄청난 압박감에 데미안은 몇 번이고 알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경!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으로 데미안은 디오니시오와 마주했다. 디오니시오는 두 눈동자를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데미안 경께서 얼마나 대단한 분이었는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언제는 원한을 잊지 않겠다면서.”
“그, 그때는……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디오니시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열심히 해라. 너도 자질이 있으니까.”
데미안이 디오니시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 말에 디오니시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저, 정말입니까?”
“정말이지.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거든.”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디오니시오의 재능은 꽤 뛰어난 편에 속했다. 1급 성기사까지는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재능이었다.
디오니시오뿐만 아니었다. 마르가타와 가말 두 사람도 보기 힘든 인재들이었다.
괜히 전생에 교단이 휘청거렸던 주된 이유가 토벌대 전멸에 있던 게 아니었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데미안의 격려에 힘을 얻었는지. 디오니시오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야야, 언제까지 이야기할 거야. 이만 좀 나와 봐.”
그때, 마르가타가 디오니시오를 뒤로 밀어냈다. 디오니시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밀려 나왔다.
“데미안, 정말 고마웠어. 네가 아니었으면 난 죽었을 거야.”
“더 나빴을 거다. 데미안 경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두 시체놀음에게 개조당하고 있을 테니까.”
마르가타의 말에 가말이 끼어들었다. 마르가타는 그런 가말을 조용히 흘겨봤다.
“하여간 말투하고는…… 근데 맞는 말이긴 하네. 시체놀음이라면 분명히 그랬을 거야.”
마르가타가 쓴웃음을 지으며 동의했다.
“하마터면 플레시 골렘이 되어서 본단의 형제들을 우리 손으로 죽일 뻔했어. 그걸 막아 줘서 정말 고마워.”
마르가타가 데미안의 손을 꼭 붙잡았다.
“나중에 초대장을 보낼 테니까 꼭 참석해 줘.”
“초대장이요?”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마르가타가 가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가말이 나한테 청혼했거든. 곧 청첩장을 보낼지도 몰라.”
데미안조차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가, 가말 경이 처, 청혼을 했다고요?”
“사, 사형? 정말이십니까?”
아그네스와 디오니시오조차 처음 듣는 이야기였는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아, 너희 둘도 몰랐구나? 우리 원래 사귀고 있었어. 원래 결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이 쫌생이가 갑자기 청혼을 하지 뭐니.”
“마, 마르가타. 너무 자세하게 말하지 마라.”
가말이 새빨간 얼굴로 마르가타를 말렸다. 하지만 말린다고 멈출 마르가타가 아니었다.
“이번에 내가 죽을 뻔했잖아? 그거 때문에 깨달았대.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다나 뭐라나. 꺄하하핫!”
마르가타가 폭소를 터트렸다. 가말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벌겋게 물들었다.
“하여튼 그렇게 됐으니까 나중에 꼭 와 줬으면 좋겠어.”
마르가타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 * *
데미안은 토벌대를 떠나서 영지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빨리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영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불안감이 커져 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버지께서 화가 안 풀리셨을 것 같은데.”
아버지의 고집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화가 나셨을 확률이 컸다.
데미안은 저택 입구로 당당히 들어갈 생각을 버렸다. 기척을 죽이고 뒷마당 쪽으로 몰래 이동했다.
“으샷! 흐샷!”
마침 뒷마당에서 장착을 패고 있는 빅터가 보였다. 데미안은 빅터의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인마, 잘 있었냐?”
“흐어어업! 치, 침입자……가 아니라 도련님?”
빅터는 놀란 얼굴로 데미안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어,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요? 흑마법사한테 저주는 안 받으셨구요? 아, 아니지 이게 아니지! 그날 저만 버리고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요!”
데미안을 보자마자 빅터는 크게 화를 냈다.
“영주님께서 저한테 얼마나 화를 내셨는지 아십니까요!”
“그렇게 화가 많이 나셨어?”
“왜 도련님을 막지 않았냐면서 절 쫓아내려고 하셨습니다요!”
데미안의 예상대로 아버지께서는 화가 단단히 나신 게 분명했다.
“지금은 화가 풀리셨고?”
“그러실 리가 있습니까요! 도련님이 돌아오면 작살을 내놓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계십니다!”
“흐으으음.”
데미안은 턱을 매만졌다. 아무래도 데미안 혼자서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힘들 것 같았다.
제3자의 손을 빌리는 게 상책이었다. 예를 들면 어머니나 누님에게 도움을…….
“참고로 마님이랑 루이즈 님께서도 똑같이 화가 나셨습니다요. 상의 한마디 없이 위험한 곳으로 가셨다면서요.”
여차하면 어머니랑 누님에게 의지할 생각이었는데. 그마저도 막히고 말았다.
“안 되겠네. 화가 풀리실 쯤에 다시 돌아와야겠어.”
“또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요?”
빅터가 깜짝 놀라며 데미안을 붙잡았다.
“또 도련님을 놓쳤다가는 진짜로 쫓겨날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못 가십니다요!”
생계가 걸리면 사람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
빅터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절대로 이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 하냐. 나는 할 일이 있는데.”
“할 일이라굽쇼?”
데미안이 시체놀음의 연구소에서 얻은 지도를 팔랑거리며 말했다.
“보물찾기.”
그 말에 빅터가 인상을 썼다.
“이상한 말로 어물쩡 넘어가실 생각하지 마십시오! 어쨌거나 도련님께서는 절대 못 가십니다요!”
“그래, 그래 알겠어. 알겠으니 이거나 받아라.”
데미안이 아공간을 열어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빅터는 영문도 모른 채 주머니를 받았다.
“이게 뭡니까요?”
“직접 확인해 봐.”
빅터가 주머니를 열자 환하게 빛나는 금화가 빅터를 반겨줬다.
“허, 허업! 도련님! 이, 이건 대체…….”
“깽값.”
“예?”
“아버지께는 잘 좀 말씀드려 주라.”
데미안이 빅터에게 잡힌 손을 확 빼냈다. 그리고 냉큼 자리를 벗어났다.
“도련님! 도련님!”
빅터가 애타게 소리쳤지만 데미안은 그대로 사라졌다.
* * *
데미안이 저택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였다.
-데미안! 이 망할 놈의 자식아! 당장 튀어오지 못하겠느냐!
저택 쪽에서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이도 많으실 텐데 아직 정정하시네.”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 드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걸 보니 쓸데없는 걱정인 듯했다.
“당분간은 얼씬도 하지 말아야겠다.”
데미안이 유란의 은닉처를 털고 돌아올 때쯤이면 토벌대에 대한 일이 널리 퍼질 것이다.
물론 사실 그대로 알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교단의 명성이 땅에 떨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이 사실 미들클래스의 강자였으며, 시체놀음 처리에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는 걸 만인이 알게 되리라.
그 소식을 들으면 아버지께서도 데미안이 무모한 짓을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 화가 누그러질 게 분명했다.
“……누그러지겠지?”
데미안은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 낸 뒤, 랜드워크 도시로 향했다.
유란의 은닉처는 롱귀스트 산맥에 있었다. 그곳은 굉장히 먼 곳이어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데미안은 튼튼한 말 한 마리와 모포, 부싯돌, 식량 같은 여행물품을 구비했다.
“하필 롱귀스트 산맥에 있을 게 뭐람.”
말 위에서 데미안은 짧게 불평했다.
롱귀스트 산맥은 위험한 생물이 서식하지는 않았지만, 지형이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범죄자와 도적이 몰려드는 장소이기도 했다.
“도착하면 우선 길잡이부터 구해야겠어.”
롱귀스트 산맥은 지형이 워낙 복잡한 탓에 길잡이가 없으면 조난을 당하기 쉬웠다.
은닉처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길잡이의 존재가 필수였다.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하네.”
그 복잡한 곳을 뒤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그렇지만 유란의 은닉처는 한번 들려 볼 가치가 있었다.
유란은 꽤 유명한 흑마법사 집단이었다. 세력이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서 언제나 의뢰가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은닉처에 많은 재산과 보물들을 모아놨을 것이다.
게다가 유란은 도르고에게 직접적으로 명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도르고의 뒤를 쫓을 실마리를 얻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데미안은 롱귀스트 산맥에 도착했다.
데미안은 우선 산맥 아래에 위치한 올든 마을로 향했다.
롱귀스트 산맥을 넘으려는 여행자들은 모두 올든 마을에 모여서 동료를 구했다.
‘참, 정체를 숨겨야지.’
지금 데미안은 너무나도 유명해져 있었다. 조만간 던전에 있었던 소문이 퍼지면 더 유명해질 터였다.
데미안 같은 유명인이 롱귀스트 산맥을 뒤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귀찮은 날파리들이 꼬일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흑마법사의 은닉처를 찾고 있는 중이니 정체를 숨기는 편이 나았다.
데미안은 검은 천을 꺼내서 얼굴 아래쪽을 가렸다.
성검과 천리검도 모두 아공간에 집어넣고, 대신 평범한 철검을 꺼냈다.
그렇게 위장을 마친 뒤, 올든 마을에 있는 용병 고용소로 향했다.
술집을 개조해 만들어진 용병 고용소는 규모과 꽤 컸다. 내부로 들어가자 술과 음식을 즐기는 용병들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이 들어오자마자 용병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롱귀스트 산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길잡이를 찾고 있다.”
데미안이 프론트 바에서 서서 유리잔을 닦고 있는 남성에게 말했다.
은퇴한 용병인지 한쪽 귀가 없고, 얼굴에 상처가 가득했다.
남성은 데미안을 흘겨보더니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산맥을 넘을 생각이라면 용병 말고 상인들을 찾아가는 게 현명할 거요.”
“산맥을 넘으려는 게 아니라 안에서 뭘 좀 찾아야 해서.”
“저 위험한 곳을 뒤지고 다니겠다고? 제정신이 아니군.”
롱귀스트 산맥은 범죄자와 도적 떼가 들끓는 마경이었다.
상인들이 산맥을 넘기 위해서 오르는 산길 정도가 비교적 안전한 장소였다. 그 외에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런 의뢰를 받을 길잡이는 없을 거요.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은…….”
데미안이 품속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내서 뒤집었다. 금화가 테이블 위에 수북하게 쌓였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대신 실력 있는 길잡이가 왔으면 좋겠군.”
데미안이 금화를 보였음에도 선뜻 나서는 용병이 없었다.
롱귀스트 산맥이 위험한 것도 있지만 실력 있는 길잡이가 적은 것도 이유였다.
“아무도 없는 건가?”
데미안이 금화를 도로 집어넣으려던 찰나였다.
“롱귀스트 산맥을 돌아다닐 길잡이를 찾는다고 하셨소?”
그때, 누군가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데미안은 별생각 없이 용병을 쳐다보다가 너무 놀라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버렸다.
청년과 중년 사이의 나이.
평균에 살짝 못 미치는 작은 키.
용병치고는 통통한 체형.
후안 다비드.
전생에 데미안을 고용했던 용병대장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