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4화
74화 보물찾기 (2)
후안 다비드에 대해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은인.
전생에 가문에서 쫓겨나고 거지가 되어서 떠돌아다니던 시절.
데미안은 우연히 주운 녹슨 단검으로 열 명이 넘는 불량배를 쓰러트림으로써 처음으로 재능을 자각했다.
데미안은 거지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서 용병대 고용소로 갔다. 당시엔 칼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하면 용병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미안 같은 거지를 받아 줄 용병대는 어디에도 없었다. 데미안이 실력을 확인해 보라고 매달려도 무시할 뿐이었다.
-젊은 친구, 어디 실력 한번 봅세.
유일하게 데미안을 홀대하지 않은 사람이 후안 다비드였다.
-…허, 보기와는 다르게 칼을 쓰는 솜씨가 귀신같구먼.
-이 정도 실력이면 어디 가서 죽지는 않겠어. 우리 용병단에 입단한 걸 축하하네.
실력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후안 다비드는 데미안을 고용했다.
-우선 그 뗏국물부터 씻어내야겠군.
후안 다비드는 사비를 털어서 데미안을 씻기고, 새 옷까지 사 입혔다.
그렇게 데미안은 후안 다비드의 용병대에 합류했다.
그 이후로는 즐거운 기억밖에 없었다.
같이 훈련을 받으면서 다른 대원들과 친해졌고.
위기의 순간, 크게 활약함으로써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능력을 인정받고 후안 다비드로부터 검술과 마나연공법을 배웠다.
기사의 습격으로 용병단이 전멸하려는 것을 막아 냄으로써 모두에게 신뢰를 얻었다.
데미안에게 용병대는 또 다른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도르고를 만나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시기에 후안이 롱귀스트 산맥에 있었던가?’
데미안이라고 해서 후안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합류하기 이전에 후안과 용병대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보쇼.”
데미안이 말이 없는 게 이상했는지. 후안 다비드가 코앞에서 손바닥을 마구 흔들었다.
“나만 보고 못미덥다고 생각하지 마십쇼. 내 밑에 있는 단원들은 다 실력이 뛰어나니 말이오.”
후안 다비드의 이런 말버릇도 전생과 똑같았다. 그는 언제나 자신보다는 단원들을 추켜세웠다.
“……단원들을 보고 결정하고 싶은데.”
“따라오시오. 마침 다들 여기 모여 있소.”
후안 다비드가 데미안을 고용소의 구석으로 데려갔다.
두 개의 테이블에 다섯 명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이 자식들아, 당장 일어나지 못하겠냐. 우리 고용주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다.”
후안의 말에 다섯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행동만 보면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지만 다들 눈빛이 맑고, 신체가 잘 단련되어 있었다.
“왼쪽부터 브레드, 볼트, 피쉬, 레그, 밥이오.”
후안 다비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데미안은 다섯 명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1년이 넘도록 동고동락한 동료들인데 말이다.
“실력은 내가 보장하겠소. ……저기 밥은 아직 초짜긴 한데. 덩치는 크니까 쓸 만할 거요.”
밥은 일행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컸다. 그런 주제에 눈동자가 굉장히 커서 순진해 보였다.
전생에 데미안을 형님이라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던 놈이었다.
“마음에 드는군. 고용하도록 하겠다.”
“후회하지 않을 거요. 고용비는…….”
“한 명당 금화 한 닢을 내겠다.”
데미안의 말에 후안 다비드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자, 잠깐…… 혹시 시세를 모르는 거요? 우리는 동패 용병에 불과하오. 한 명당 은화 한 닢도 과분하오!”
데미안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았다.
고용주가 어리숙하면 이용해 먹을 것이지. 이렇게 곧이곧대로 말하고 있다.
전생에도 후안은 용병 주제에 자기 밥그릇도 챙겨 먹지 못하는 미련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다른 용병들은 물론이고 단원들에게도 종종 욕을 먹었다.
정작 단원들은 후안의 이런 어리숙한 성격 때문에 같이 하는 것이었지만.
“용병들의 몸값이 얼마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의뢰비를 높인 거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무리 그래도 한 명당 한 닢은…….”
“길잡이 노릇을 제대로 해내면 금화 두 닢을 내도록 하지.”
데미안이 이렇게 의뢰비를 후하게 쳐 주는 이유는 과거의 인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인물인지 알고 있다는 이유도 포함되었다.
어차피 지금 데미안의 아공간에는 공작에게 받은 사례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정도 지출로는 줄어드는 게 티가 나지도 않는다.
“길 안내는 걱정하지 마쇼. 자신 있으니까.”
후안 다비드가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전생에서도 후안은 겁쟁이일 망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게 좋을 것 같소. 며칠 뒤에 산맥에 오를 예정인지.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다닐 생각인지 말해 주면…….”
“이거야 원, 잠깐 자리를 비운 동안 괘씸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
그때, 한 무리의 용병들이 데미안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총 여덟 명으로 모두에게서 피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그만큼 사람을 많이 죽여 봤다는 뜻이었다.
“이봐, 저딴 머저리들을 고용했다가는 산맥에서 객사할지도 몰라. 그냥 우리를 고용하는 게 어때?”
탁한 금발의 사내가 데미안의 앞에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핀!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은. 금화 한 닢을 제안하신 고객님한테 더 나은 인력을 소개시켜 드리고 있잖냐.”
그리핀이라 불린 사내가 뻔뻔한 태도로 말했다.
“롱귀스트 산맥을 안내해 줄 사람을 찾는다면서? 그럼 우리 용병단이 제격이지. 우리는 롱귀스트 산맥의 지리는 물론이고, 거기에 있는 놈들이랑도 친하거든.”
그리핀이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저것들 말고 우리를 고용하도록 해. 그 편이 댁한테도 이로울 거야.”
“이 자식이!”
후안이 그리핀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리핀의 단원들이 무기에 손을 얹었다. 후안의 단원들도 물러서지 않고 무기를 들었다.
두 용병단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후안, 주제넘게 굴지 마. 이러다 뒤지는 수가 있다?”
그리핀이 깔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후안은 그리핀을 밀치며 소리쳤다.
“당장 밖으로 나와라! 이번 기회에 손을 봐주마!”
후안 다비드의 외침에 그리핀이 이죽였다.
“좋지. 이번 기회에 서열 정리 한번 들어갈까?”
두 용병단이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치고 박고 싸우는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
소란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밖에 조용해지자 데미안이 밖으로 나갔다.
“으, 으윽…….”
“크으윽…….”
후안과 단원들이 바닥에 누운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약골 새끼들이 어딜 개기는 거야.”
그리핀이 바닥에 침을 퉤 뱉으며 말했다.
그리핀과 그의 단원들은 모두 멀쩡했다. 맞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군.’
오합지졸들이나 다름없는 실력에 데미안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후안의 용병대는 그리 잘 싸우는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후안이 기사 훈련생 출신이라서 여러 가지 훈련을 시킨 덕분에 개개인의 신체능력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다들 태생적으로 싸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어떤 의뢰를 맡아도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서 그리핀의 용병대는 죄다 싸움꾼들만 모여 있었다.
성격도 거친데다 폭력을 휘두르는데 거침이 없었다.
“봤지? 이놈들이 얼마나 약한지 말이야.”
그리핀이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댁은 운이 좋은 거야. 이 버러지들이랑 계약하기 전에 우리를 만났으니 말이야. 그럼 계약서부터 작성하러 갈까? 우리는 고급 인력이니까 금화 한 닢보다 조금 더 쳐 줘야…….”
“필요 없다. 난 너희들이랑 계약할 생각이 없으니까.”
데미안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그리핀이 인상을 팍 썼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우리가 이겼잖아. 안 보여?”
“난 이긴 쪽과 계약하겠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너희들이 멋대로 싸웠을 뿐이지.”
애초에 데미안은 무력이 부족해서 용병을 고용하는 게 아니었다.
롱귀스트 산맥을 안내해 줄 길잡이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 양반이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데…….”
그리핀이 건들건들거리며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내가 지금 부탁을 하는 것 같아? 잠자코 우리 용병대랑 계약을 맺으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재미없을 줄…….”
그리핀의 말이 뚝 멎었다. 목 밑에 들어온 칼날 때문이었다.
어느새 데미안이 칼을 뽑은 채 그리핀의 목에 바짝 붙여 놓고 있었다.
“이 자식이 미쳤나!”
“대장한테 무슨 짓이야!”
그리핀의 대원들이 욕설을 내질렀다. 그리핀이 손을 들자 대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이제 보니 나름 한 가닥 하시는 분이었네? 근데 이깟 검술 실력을 믿고 나대는 거라면 후회하게 될…….”
데미안이 오러를 일으켰다. 철검의 표면에 오러가 덧씌워졌다.
그리핀의 살갗에 오러가 살짝 닿았다. 목덜미가 쩍 갈라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오, 오오, 오러?”
줄곧 여유롭던 그리핀의 태도가 무너져 내렸다.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제 분위기 파악이 좀 되나?”
데미안 정도 되는 위치라면 이 자리에서 용병들을 모두 죽여도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데미안은 귀족인데다 미들클래스라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데미안은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데미안은 후안과 대원들을 만난 덕분에 무척 기분이 좋았다.
“운이 좋은 놈들이군. 살려 줄 테니까 당장 꺼져라.”
그리 말하며 데미안이 칼을 거둬들였다. 그리핀과 용병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그들이 떠난 뒤, 데미안은 후안을 향해 말했다.
“계약서나 작성하러 가지. 조건은 동일하다. 한 명당 골드 한 닢.”
“어, 어째서 우리를 선택한 거요.”
후안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쪽이 더 믿음직스러워 보여서.”
데미안은 지금 흑마법사의 은닉처를 찾아가고 있었다. 입이 무거운 사람을 고용하는 게 당연했다.
전생에 같이 일해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후안이 얼마나 입이 무거운 사람인지 말이다.
설사 후안을 몰랐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그리핀이라는 사내가 이끄는 용병단은 살기가 너무 짙었다. 전혀 신뢰가 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용병이란 기본적으로 사납고, 거친 족속들이다. 도적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의뢰인을 협박해 돈을 더 뜯어내는 용병단도 많았으니까.
“허……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시구려. 저 자식들한테 딸려 있는 안 좋은 소문들이 어마어마하거든.”
후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고용인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려. 성함이 어떻게 되오?”
데미안은 잠시 고민했다.
본명을 댈 수 없으니 적당한 가명이 필요했다.
“빅터라고 한다.”
후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빅터, 앞으로 잘 부탁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