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5화
75화 보물찾기 (3)
그날 밤, 데미안은 올드 마을에서 가장 좋은 여관방을 빌렸다.
길잡이까지 영입했으니 은닉처를 찾을 준비는 끝났다. 데미안은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정리했다.
‘대체 어떤 물건들을 감춰 놨을까.’
데미안이 찾고 있는 은닉처는 유란의 흑마법사들이 자신들이 얻은 보물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만든 장소였다.
많은 재화는 물론이고 각종 희귀한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을 게 분명했다.
‘나한테 가장 필요한 물건은 마나연공법이랑 비약인데.’
흑마법사의 은닉처이니 마나연공법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비약, 혹은 비약을 만들 재료 정도는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듯했다.
‘그나저나…… 용병대는 어떻게 한담.’
그보다 지금 데미안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것은 후안과 용병대였다.
‘다들 약해도 너무 약하단 말이지.’
전생에도 느꼈던 사실이지만 후안을 포함한 여섯 명은 용병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싸움에 재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성정이 독하지 못했다.
그나마 후안이 기사 훈련생 시절에 배웠던 훈련법을 적용한 덕분에 지금까지 용병으로서 근근이 먹고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용병대와 함께할 수 없다.’
전생과 달리 지금 데미안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용병대가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함께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분명히 언젠가 사단이 날 텐데.’
전생에 데미안의 활약으로 용병단이 위기를 벗어난 경우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세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좀 고생하는 수밖에.’
실력이 없는 게 걱정된다면 키워 주면 될 일이다.
다행히 데미안의 머릿속에는 수십 명이 넘는 마스터들의 기술과 경지가 저장되어 있었다.
‘너무 어려운 건 안 돼. 그럼 제대로 익히지 못할 거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너무 어려워서 동작 하나도 제대로 익히지 못할 테니까.
‘어쩔 수 없지. 새로 만들어 내는 수밖에.’
둔재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무기술이 필요했다.
데미안은 밖으로 나가서 잉크와 종이를 사 가지고 왔다.
탁자 앞에 앉아서 일행들에게 전해줄 무기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졌다.
* * *
대원들을 위한 무기술을 고민하는 동안 날이 밝았다.
데미안은 짐을 챙긴 뒤, 용병대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오, 일찍 오셨구려.”
후안이 반가운 얼굴로 데미안을 맞이했다.
하루 사이에 후안의 용병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우선 어제보다 튼실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무기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의뢰비를 넉넉히 준 덕분에 모처럼 장비들을 새로 맞췄수.”
데미안의 시선을 깨달았는지 후안이 말했다.
모처럼 거금이 들어왔는데 낭비하는 게 아니라 장비를 맞춘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다수의 용병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거금이 생기면 술과 도박 등으로 탕진하고는 했다.
과연 싸우는 것 빼고는 다 잘하는 남자다웠다.
“우리만 단단히 믿으쇼. 롱귀스트 산맥은 훤히 꿰고 있거든! 알고 있는 도적들도 많으니까. 쓸데없는 싸움도 피할 수 있을 거요!”
그렇게 산행이 시작되었다.
“여기는 갑자기 지반이 낮아지니 조심해야 해야 할 거요.”
“저 꽃은 독초니까 만지지 마시오. 스치기만 해도 중독이 된다오.”
“이크, 독사로군. 빙 돌아서 갑시다.”
호언장담한대로 후안의 길잡이 실력은 대단했다.
후안의 지시에만 따르면 위험을 모두 피할 수 있었다.
“저게 댁이 말한 여인처럼 생긴 바위요.”
후안이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절벽 끝에 이상하게 생긴 바위 하나가 위태롭게 걸쳐져 있었다.
데미안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는 저 바위를 시작으로 복잡한 길이 그려져 있었다.
“저 바위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싶은데.”
“계곡 쪽이로군. 저쪽은 길이 한층 더 험난하오.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거요.”
후안이 몸을 돌리려 했다.
그때, 데미안이 후안에게 말했다.
“잠깐.”
“왜 그러시우?”
“매복이다.”
“매복? 그럴 리가 없수. 도적들은 더 깊이 들어가야…….”
데미안이 돌멩이를 주워서 숲속으로 던졌다. 딱딱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악!”
남자 한 명이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젠장! 들켰다!”
“다 튀어나와!”
그 즉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에서 튀어나왔다.
허름한 옷과 달리 다들 흉흉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매복을 알아차리다니! 보통 놈이 아니야!”
“그래 봤자 별거 있겠어? 배떼기 쑤시면 아무것도 못 하지.”
도적들이 데미안 일행을 향해 흉흉한 말들을 쏟아냈다.
“비켜. 이 숨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병신들아.”
도적들을 헤치며 대머리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상당한 실력자로군.’
놀랍게도 사내는 평범한 도적이 아니었다. 전신에서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고슴도치! 이게 무슨 짓이오! 통행료라면 매번 내고 있잖소!”
사내를 본 후안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고슴도치라 불린 사내가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대꾸했다.
“뭐, 미안하게 됐어.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거기 계신 분이 돈이 많다고 들어서 말이야.”
고슴도치의 말에 후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이야기를 대체 어디서 들은 거요.”
“어디서 듣기는. 저절로 들려오더만. 후안, 네가 인당 금화 한 닢짜리 대형 의뢰를 잡았다고 말이야.”
고슴도치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 정도 재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통행료를 받는 것보다 직접 털어먹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소문을 제대로 듣지 못한 모양이구려! 여기 계신 의뢰인은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기사요!”
“크하하핫 오러? 오러 좋지. 좋고 말고.”
고슴도치가 등에 매달고 있던 도끼를 집어 들었다. 주홍색 오러가 도끼를 뒤덮었다.
“잊었나 본데. 나도 기사 출신이야. 재수가 없어서 이딴 촌구석에 처박혀 있을 뿐이지.”
괜히 사람들이 롱귀스트 산맥을 꺼리는 게 아니었다.
롱귀스트 산맥에 몰려드는 범죄자나 도적 중에는 기사 출신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었다.
“어이, 거기 있는 친구. 미리 말해 두는데. 난 로우클래스야.”
고슴도치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자신의 경지가 퍽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뭐 어쩌라는 건가 싶었다.
“크하핫,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지? 내가 또 너 같은 놈들을 잘 알고 있지. 이제 막 기사가 됐는데.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롱귀스트 산맥에 찾아온 거 아니야.”
고슴도치가 데미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다 내 손에 뒤진 놈들이 벌써 다섯 명이야! 이제 너까지 여섯 명이 되겠군. 크하핫!”
고슴도치가 후안의 용병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전부 죽여라! 인질은 필요 없다!”
도적들이 무기를 들고 일제히 달려들었다.
“뒤로 물러나쇼!”
후안은 데미안을 커다란 나무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나무를 등진 채 방진을 구성했다.
후안, 볼트, 레그가 방패를 들고 주변을 막았다. 그 뒤에서 브레드, 피쉬, 밥이 단창을 들고 대기했다.
“덤벼라! 이 의리도 없는 개자식들아!”
“머리를 날려 주마!”
후안과 볼트, 레그가 방패와 한손검을 쾅쾅 때리며 도적들을 위협했다.
방패가 앞을 가로막자 도적들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그 순간, 뒤에 있던 애플, 피쉬, 밥이 단창으로 도적들을 찔렀다.
“악! 으악! 진짜 찔렀어!”
“이 개자식들이! 진짜 뒤지고 싶냐!”
용병대의 방진이 워낙 견고한 탓에 도적들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개개인의 실력은 별 볼 일 없지만 집단전에는 또 다르단 말이지.’
그리핀의 용병대에게 볼품없이 당하기는 했지만 사실 후안의 용병대 정도면 대단히 뛰어난 편에 속했다.
후안이 대원들을 닦달해서 훈련에 매진한 덕분에 체력과 끈기는 쓸 만했던 것이다. 맨날 놀고먹기만 하는 도적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 외에는 처참해서 봐줄 수가 없지만.’
데미안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동작이 그야말로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동작을 조금만 바꾸면 더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을 텐데.
찌르는 부위를 달리하면 단숨에 죽일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도 고용주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칭찬할 수밖에 없군.’
용병대는 데미안의 실력을 봤음에도 도움을 청하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만 도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의뢰비를 받았으니 그만큼 돈값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정말 좋은 용병대를 만났단 말이지.’
만약 후안이 아니라 다른 용병대였으면 데미안을 받아 줬다 하더라도 화살받이로 쓰고 버렸을 것이다.
“젠장! 빨리 놈들을 죽이지 않고 뭐 하는 거야!”
고슴도치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댔다.
“이딴 식으로 굴면 내 손에 뒤질 줄 알아라!”
고슴도치가 살기를 흩뿌렸다. 그러자 도적들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공포는 두려움을 몰아냈다. 도적들이 더욱 거세게 돌진했다.
“으, 으아악!”
“대, 대장한테 혼날 바에는 여기서 뒤지는 게 나아!”
도적들이 목숨을 내버리며 돌진했다. 단창으로 미처 막아 내지 못한 도적들이 방패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 저리 꺼지지 못해!”
후안이 방패 너머로 칼질을 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방패를 들고 있는데다 좌우에 동료들이 있어서 칼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었다.
후안 뿐만 아니라 볼트와 레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후안, 볼트, 레그. 위로 공격해 봤자 제대로 휘두를 수 없으니 비효율적이다. 칼을 아래로 내려서 허벅지를 찔러라.”
그때, 뒤에서 데미안이 말했다. 후안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이대로 있으면 방진이 뚫린다. 당장 내 말대로 해!”
데미안의 서슬 퍼런 고함소리에 후안과 볼트, 피쉬는 깜짝 놀라서 그 말대로 했다.
가까이 다가온 도적들의 허벅지를 칼로 쑤셨다. 허벅이제 칼이 박히자 도적들이 비명을 질러댓다.
“끄아악! 이 개새끼들이!”
“내 다리! 다리!”
허벅지는 사람이 움직이는 데 있어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큰 동맥과 정맥이 지나가는 곳이었다.
허벅지를 찔리게 되면 운동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이 좋으면 동정맥까지 끊을 수 있었다.
“애플, 피쉬, 밥. 너희 세 명은 힘이 부족해서 창을 정면으로 찔러 봤자 사람을 죽일 수 없다. 아래쪽으로 비스듬하게 내려찍어라.”
데미안이 나머지 세 명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세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데미안의 말대로 했다.
“컥! 꺼억!”
창이 도적들의 신체에 제대로 틀어박혔다. 도적들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죽었다.
“후안! 방패를 쓰는 요령이 부족하다! 적이 달려오는 게 보이면 방패로 후려쳐라! 가만히 있지 마!”
“브레드!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 죽고 싶지 않으면 손을 멈추지 마라!”
“레그! 창을 잡는 위치가 그게 뭐냐! 좀 더 짧게 잡아라!”
“밥! 그 큰 덩치는 뒀다가 어디다 쓰려는 거냐! 멀리 내다보고 위험한 놈이 있는지 찾으란 말이다!”
데미안이 지시를 내리자마자 전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후안의 용병대가 도적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 명이 넘는 도적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남아 있는 도적들은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두려움에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포위할 뿐이었다.
“이 쓰레기들 같으니! 내가 정리하겠다. 저리 비켜!”
고슴도치가 도적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섰다. 도적들이 좌우로 벌어지며 길이 생겼다.
“거기 허여멀건 놈! 너도 기사라면서! 앞으로 나와라! 진짜끼리 한번 붙어 보자!”
고슴도치가 마력을 일으켰다. 엄청난 기운에 후안과 대원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데미안도 앞으로 나왔다. 고슴도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기는 어디에 있지?”
“너 같은 놈은 이걸로 충분하지.”
데미안이 중지를 삐죽 세웠다. 고슴도치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이 애송이가! 그 손가락부터 모두 꺾어 주…….”
별안간 고슴도치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데미안이 접근하지 않았는데도 고슴도치는 그 자리에 선 채 온몸을 잘게 떨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슴도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그재그로 혈선이 그어졌다. 고슴도치의 몸이 조각조각 나뉘며 무너져 내렸다.
쏟아진 피가 바닥을 적셨다. 피비린내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고슴도치가 서 있던 자리.
정확히는 고슴도치의 뒤쪽이었던 그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노숙자처럼 머리는 산발이었으며 행색은 꾀죄죄했다.
“안녕?”
여자가 배시시 웃었다. 피를 바른 것처럼 새빨간 입술이 귀까지 찢어졌다.
‘……저 여자가 여기 왜 있는 거야?’
데미안은 여자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미치광이.
도르고가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했으나 불발되어 결국 데미안의 손에 죽은 살인마.
살망귀(殺望鬼).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