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6화
76화 그녀 (1)
살망귀(殺望鬼)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는 마스터였다.
출신, 과거, 이름, 그 어느 것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살망귀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데미안이 한창 용병으로 활동할 당시였다.
이웃 왕국의 도시에서 흉흉하고도 잔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이 하나둘 살해당하더니 급기야 기사들까지 습격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의 시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시체의 곳곳에서 수많은 자상이 발견된 것이다.
자상의 깊이도, 형태도, 크기도 모두 달랐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이라도 쳐놓은 것 같았다.
피해가 늘어나자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몇몇 기사들이 살인마를 잡기 위해 힘을 합쳤다.
기사들은 함정을 파서 살인마를 유인한 뒤, 습격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오히려 기사들이 역습을 당해 살인마가 모든 기사를 죽이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웃 왕국의 기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살인마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기사가 동원되었다.
이때부터 살인마는 살망귀(殺望鬼)라는 이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기사들은 오랜 시간 동안 추적한 끝에 살망귀를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기사가 힘을 합쳐 살망귀를 공격했다. 그중에는 하이클래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살망귀를 공격한 모든 기사는 불귀의 객이 되었다. 하이클래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그 뒤로도 살망귀는 잡히지 않았다. 대륙을 떠돌며 사람을 죽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살망귀는 마스터 클래스로 추정된다는 소문과 함께 대륙공적에 이름을 올렸다.
‘얼굴이 똑같다.’
데미안이 살망귀와 만난 것은 데스나이트로 변이한 이후였다.
그때, 살망귀는 마스터 클래스였음에도 거지나 다름없는 행색을 하고 있었다.
‘눈빛은 지금이 더 낫군.’
미래의 살망귀는 지금보다 눈빛이 훨씬 칙칙하고, 썩은 늪처럼 질척거렸다.
그에 비해서 지금 살망귀의 눈빛은…… 너무 맑고 깨끗해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인사했는데 안 받아 줄 거야?”
살망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주변에 서 있던 도적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이 미친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도적들이 살망귀를 공격하려 했다. 그 직전, 살망귀가 양손으로 쌍검을 뽑아 들었다.
쌍검은 두 자루 모두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다. 사람을 죽이기는커녕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살망귀가 휘두르자 마치 명검이라도 되는 것마냥 몇 번이고 도적들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참격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치 도적들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 어어…….”
“커…… 커억…….”
도적들의 신체 곳곳에 혈선이 그어지더니 토막토막 나뉘어 버렸다.
‘이 시기부터 벌써 기틀이 잡혀 있었군.’
데미안은 살망귀의 검술을 보고 감탄했다. 살망귀는 이미 자신만의 검술을 정립해 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미들클래스를 내다보고 있다.’
살망귀는 벌써 로우클래스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미하엘 라이언블룸만큼은 아니지만 흔치 않은 재능이었다.
“베는 각도를 바꿔 봤는데 손맛이 별로네.”
살망귀가 바닥에 쭈그려서 시체를 내려다봤다. 잘린 단면을 손가락 끝으로 쿡쿡 찔러 보고 있었다
“좀 더 부드럽고 시원시원하게 잘려야 하는데. 각도를 좀 더 좁히는 게 낫나?”
전생에 데미안이 만났던 살망귀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 사람을 죽인 뒤,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할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저걸 어떻게 한담.’
살망귀가 앞으로 벌일 일들을 생각하면 당장 죽여야 옳았다. 그녀에게 살해당할 기사의 숫자가 세 자리는 넘어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살망귀의 재능이 아까웠다. 이만한 천재는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르고라는 위험한 존재가 있는데. 그만한 전력이 사라지게 놔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쪽에 도움이 되게 만드는 방향이 훨씬 더 좋았다.
‘게다가 아직 사고를 치기 전이란 말이지.’
살망귀가 저지른 연쇄살인 사건은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몇 년 뒤에 벌어질 일이었다.
지금의 살망귀는 살망귀라 부를 수조차 없었다. 살망귀라는 칭호는 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다.
단지 데미안은 전생의 기억 때문에 살망귀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한번 갱생시켜 볼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살망귀는 반골 기질이 강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도르고 역시 살망귀의 능력을 높이 사,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도르고, 살인에 심취한 살망귀.
두 사람에게는 아주 많은 공통점이 있었으니까.
-뭐? 인간을 멸망시키겠다고? 그럼 난 누굴 죽이라는 소리야!
하지만 협상은 그 자리에서 파토가 났다. 살망귀는 누구 밑에 들어가서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를 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도르고는 실패했지만, 방법이 하나 있긴 해.’
데미안이 전생에 싸웠던 마스터 중에 ‘인격교정자’라는 인물이 있었다.
아마 데미안이 알고 있는 마스터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인물일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범죄자를 갱생시키다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으니 말이다.
인격교정자가 범죄자를 갱생시키는 방법은 지극히 단순했다.
처음에는 한 시간 동안 범죄자를 두들겨 팼다.
그래도 범죄자가 반성하지 않으면 때리는 시간을 두 배씩 늘렸다.
1시간에서 2시간, 2시간에서 4시간, 4시간에서 8시간.
소문에 따르면 512시간 동안 두들겨 팬 적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인격교정자만의 독특한 경지도 있어서 갱생시키지 못한 자가 없다고 했었다.
인격교정자의 기술을 사용하면 살망귀도 갱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데미안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이제 알겠다! 어떤 각도로 베어야 할지 감을 잡았어!”
살망귀가 신나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글벙글 웃으며 데미안 쪽을 쳐다봤다.
“있잖아? 내가 방금 엄청 재미있는 걸 생각해 냈거든? 다들 도와줄래?”
살망귀가 녹슨 쌍검을 축 늘어트린 채 다가왔다. 용병대가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그냥 몸만 대주면 돼. 하나도 안 아프다? 금방 끝난다? 그러니까 전혀 무서워할 필요……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살망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미안이 두꺼운 나뭇가지 하나를 자르더니 단검으로 다듬기 시작한 것이다.
적당한 굵기의 몽둥이가 만들어졌다. 데미안은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이름이 뭐냐?”
아직 살망귀라는 칭호가 생기기 전인데 계속 살망귀라 부를 수는 없었다. 데미안의 물음에 살망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나? 베로니카 산체라고 하는데.”
“좋다. 베로니카 산체. 이제부터 내가 널 갱생시켜 주마.”
“갱생? 내가 왜?”
“왜긴 왜겠냐. 네가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그렇지.”
“잘못? 난 잘못한 적 없는데?”
“아니, 잘못했다.”
데미안은 과거에 봤던 인격교정자를 떠올렸다.
인격교정자는 결코 상대를 설득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옳고, 쟤는 틀렸으니까. 너무 당연한데 뭐 하러 설득하겠는가.
“이제부터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해 주마.”
* * *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베로니카 산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너부터 죽여 줄게!”
녹슨 쌍검이 데미안을 노리고 쏟아졌다. 폐품이나 다름없는 검이었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방금 전에 봤다시피 살망귀는 저 망가진 검을 가지고도 사람의 몸을 썩둑썩둑 썰어댔으니까.
‘저 괴상한 보법은 이 시기부터 만들어졌었군.’
베로니카 산체의 보법은 굉장히 기이했다.
두 팔을 축 늘어트린 채, 전신을 흔들거리며 다가왔다. 마치 허공에 머리만 고정된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겉보기에는 우스꽝스러웠으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베로니카 산체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그 방법만 고민한 미치광이다.
즉, 저 보법은 사람을 죽이기 최적화된 움직이라는 소리였다.
실제로 미래의 살망귀에게 살해당한 대다수의 기사들은 저 보법에 현혹되어 죽음을 맞았다.
흔들거리던 베로니카 산체가 단숨에 데미안에게 접근해 양손의 쌍검을 휘둘렀다.
베로니카 산체의 쌍검술은 절도도 없고, 규칙도 없었다. 얼핏 보면 초심자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참격의 예리함과 묵직함은 보통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몽둥이로 살망귀의 공격을 쳐 냈다. 허공에서 몇 번이고 불똥이 튀었다.
“어라? 잘 막네?”
베로니카 산체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이내,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나한테 이상한 소리를 할 자격이 있었구나!”
베로니카 산체가 몸을 흔들거리며 위치를 마구 옮겼다. 그러면서 계속 쌍검을 휘둘렀다.
정면에 참격이 들이닥친다 싶으면 어느새 뒤에 와 있었다.
그렇다고 뒤를 돌아보면 이미 왼쪽으로 이동한 뒤였다.
‘사람의 시선이 닿는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군.’
지금 베로니카 산체는 사람의 시선 바깥에서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사람을 극한까지 연구한 베로니카 산체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다른 미들클래스였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데미안 학센이었다.
경험도, 기량도 베로니카 산체보다 훨씬 우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데미안은 미래의 살망귀와 직접 싸워 본 적이 있었다.
‘뒤쪽.’
데미안이 한발 먼저 몸을 돌려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쌍검을 쳐 냈다.
“……어?”
베로니카 산체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보법을 밟으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왼쪽.’
데미안이 이번에도 한발 먼저 움직였다.
왼쪽에서 떨어지던 쌍검을 막아 냈다. 베로니카 산체의 표정이 놀라움에서 경악으로 변했다.
“너, 너! 어, 어떻게!”
베로니카 산체가 크게 동요하며 소리쳤다. 동요는 곧 빈틈으로 이어졌다.
데미안 정도의 실력자 앞에서 빈틈을 드러내는 것은 죽여 달라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데미안이 몽둥이로 베로니카 산체의 머리를 내리쳤다.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베로니카 산체가 바닥에 엎어졌다.
“악! 아악! 으아아악! 내 머리! 내 머리이이!”
베로니카 산체가 머리를 움켜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런 베로니카 산체를 향해 데미안이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엄살 부리지 마라. 멀쩡하니까.”
데미안의 말에 베로니카 산체는 머리를 이리저리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부, 분명 터진 줄 알았는데……?”
인격교정자에게 몇 시간씩 폭행을 당하고도 범죄자들은 생명이 위태롭기는커녕 멍 자국 하나 생기지 않았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인격교장자가 얻은 경지 ‘엄살’(奄摋) 덕분이었다.
아무리 세게 때려도 상처가 나지 않는 경지.
부상의 걱정 없이 안전하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경지.
이 괴랄한 경지는 인격교정자가 범죄자들에게 ‘연민’을 느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 복창해라.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쁘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베로니카 산체가 다시 쌍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데미안에게 모든 움직임이 읽혔기에 소용없었다.
데미안은 베로니카 산체의 공격을 피하며 머리를 내리쳤다. 이번에도 끔찍한 소리와 함께 베로니카 산체가 바닥에 엎어졌다.
“또, 또 때렸어!”
“복창해라.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쁘다.”
“누가 그딴 개소리를 따라할 줄 알아!”
베로니카 산체가 다시 쌍검을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베로니카 산체의 머리를 후려쳤다.
“꽥!”
괴상한 소리와 함께 베로니카 산체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살망귀는 머리를 매만지며 울먹였다.
“왜…… 왜 머리만 때리는 거야! 내가 개새끼인 줄 알아!”
“개새끼 맞지. 사람 죽여대는 개새끼.”
“나 개새끼 아니야!”
데미안이 몽둥이를 들어 올리자 베로니카 산체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가렸다.
“복창해라.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쁘다.”
“사, 사람을 주, 죽이는 건…… 나쁘긴 뭐가 나빠!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베로니카 산체가 땅바닥의 모래를 한 움큼 잡은 뒤, 흩뿌렸다. 그런 뒤 쌍검을…….
“끄엑!”
흩뿌려진 모래를 뚫고 데미안이 베로니카 산체의 머리를 후려쳤다.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도 따라하지 않으면 한 시간 동안 머리만 때리겠다.”
데미안은 최후의 경고를 날렸다. 베로니카 산체의 몸이 움찔 떨렸다.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쁘다.”
“……사, 사람을 죽이는 건 나, 나쁘다.”
결국 베로니카 산체는 데미안을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베로니카 산체의 모습에 데미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인격교정자, 그 미치광이의 방법이 통하긴 통하는군.’
괜히 인격교정자가 갱생 전문가로 이름이 높은 게 아니었다.
“한 번 더 복창해라.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쁘다.”
“사,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쁘다.”
“좋은 자세로군. 그럼 이번에는 다른 잘못을 고치도록 하자.”
“다, 다른 잘못이라니……”
“복창해라. 난 약하다.”
데미안의 말에 베로니카 산체의 눈동자에 다시 반항심이 어렸다.
“난 약하지 않아!”
“약하지 않기는. 나한테 이렇게 얻어맞고 있으면서.”
“그, 그건…… 그건…… 네, 네가 이상한 거지! 내가 죽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베로니카 산체의 항변에 데미안이 조소를 지었다.
“사람만 죽일 줄 아는 주제에 입만 살았군.”
“그게 뭐 어때서!”
“몬스터는 어떻게 상대하는 줄 알고 있나? 흑마법사들이 부린다는 언데드는? 엘프들이 소환한다는 정령은?”
데미안의 말에 베로니카 산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걔들은 관심 없어!”
“그거야 네 취향이고…… 내가 묻고 있잖냐. 걔들이랑 싸우면 이길 수 있냐고.”
“당연히 이길 수 있지!”
“아니, 넌 이길 수 없다.”
전생에 베로니카 산체와 직접 싸워 봤기에 데미안은 잘 알고 있었다.
베로니카 산체는 살인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인간 외에 다른 것들과 싸울 때는 실력이 급감했다.
데스나이트 시절의 데미안과 싸울 때, 그 문제점이 두드러졌다. 사람의 살을 물살처럼 가르던 베로니카 산체의 경지가 데미안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우거는 체력이 강해서 칼로 몇 번 벤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바위 정령의 단단한 외피는 어지간한 오러로는 벨 수 없다. 유령 전사는 오러로 베어도 금방 복원되지.”
마스터 클래스가 사용하는 오러블레이드라면 모를까 오러는 무적이 아니었다.
“그, 그건…….”
“알아들었으면 복창해라. 난 사람밖에 상대할 줄 몰라서 약하다.”
베로니카 산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동자에 다시 반항심이 어렸다.
“역시 만만치 않군.”
데미안이 몽둥이를 매만졌다. 그 모습에 베로니카 산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 나는 약하다! 사람을 죽이는 것밖에 몰라서 약하다!”
몽둥이를 내리치려던 데미안이 손을 멈췄다.
무척 흡족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잘못을 인정하는구나. 아주 좋은 태도야.”
“그, 그래 다 인정할게. 그러니까 이제 가도 되지?”
베로니카 산체가 슬금슬금 데미안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그런 베로니카 산체에게 데미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갱생이 됐는지 확실하지 않으니 당분간 나랑 동행해야겠다.”
데미안의 말에 베로니카 산체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음? 아직 반항심이 엿보이는데?”
데미안의 말에 베로니카 산체가 다시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