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7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78화
78화 은닉처 (1)
-켕!
여우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미야가 스켈레톤들에게 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
길고 얇은 손가락을 가진 연약한 몸.
겉모습만 보면 미야는 어린 소녀 혹은 소년에 불과해 보일 터였다.
하지만 그 얇은 다섯 손가락이 스켈레톤의 몸통을 후려치자마자 뼈가 부러지더니 산산이 흩어졌다.
미야는 지체없이 다른 스켈레톤들을 공격했다. 몇 번 손을 휘두르자 수십 개가 넘는 스켈레톤들이 어느새 뼈무더기로 변했다.
-켕! 켕!
미야가 후련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켕?
뼈무더기는 다시 모여들더니 스켈레톤으로 조합되었다. 멀쩡해진 스켈레톤들이 바닥에 떨어진 무기들을 쥐었다.
‘저게 스켈레톤의 골치 아픈 점이지.’
사령술 중에서도 스켈레톤은 상당히 난도가 있는 쪽에 속했다. 좀비와 달리 영혼을 묶어 놔야 하기 때문이다.
영혼을 묶어 놓기만 한다면 스켈레톤은 반영구적으로 작동했다. 파괴되거나 망가져도 스스로 수복했다.
‘역겨운 흑마법사 새끼들.’
데미안의 눈에는 뼈에 묶인 채 흑마력을 공급하고 있는 영혼들이 보였다. 정말 구역질 나는 광경이었다.
-켕!
미야가 다시 스켈레톤을 향해 돌진했다. 스켈레톤들도 방패를 앞세우며 응수했다.
이번에는 손가락이 아니라 주먹을 내리쳤다. 앙증맞은 주먹이 스켈레톤들의 머리에 떨어졌다.
시원시원한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의 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박살이 난 뼈가 바닥에 흩어졌다.
‘감이 좋군. 본능적으로 스켈레톤을 상대할 방법을 깨달았어.’
스켈레톤을 상대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뼈를 작은 조각으로 부수는 일이었다. 잘게 부수면 부술수록 수복되는 힘이 약해진다.
-켕!
미야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켈레톤을 부쉈다. 박살이 난 뼈가 바닥에 마구 흩뿌려졌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스켈레톤은 많았다. 저들을 상대하다 보면 부서졌던 스켈레톤들이 다시 멀쩡하게 돌아오길 반복했다.
싸워도 싸워도 끝이 보이질 않는 무간지옥.
유란이 괜히 은닉처에 스켈레톤을 비치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는 끝이 없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
데미안이 속으로 생각했을 때였다. 문득, 미야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플레시 골렘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미야가 벽을 박차고 단숨에 플레시 골렘에게 도달했다. 플레시 골렘이 도망칠 틈도 없이 몸통을 걷어차차 산산이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스켈레톤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흑마법이 해제되며 스켈레톤들은 다시 뼈로 돌아갔다.
-켕!
미야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내려왔다. 사냥에 성공한 여우 같은 모습이었다.
“훌륭했다.”
데미안이 칭찬하자 미야가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묵직한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문 앞을 지키던 플레시 골렘들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온 것이다.
첫 번째 경비병인 스켈레톤들이 뚫렸으니 플레시 골렘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플레시 골렘을 보자마자 미야의 얼굴이 다시 사납게 변했다.
“혼자 상대할 수 있겠나.”
데미안의 물음에 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몸을 낮춘 뒤, 열 손가락을 땅에 박아넣었다.
두 손과 두 발로 동시에 몸을 밀었다.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플레시 골렘의 코앞에 도착한 미야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무릎으로 플레시 골렘의 얼굴을 찍었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안면이 완전히 함몰되며 플레시 골렘의 몸이 휘청거렸다.
땅에 내려앉은 미야가 플레시 골렘의 한쪽 팔을 양손으로 휘감았다.
미야의 몸이 회전하더니 플레시 골렘의 팔이 비틀리며 뜯겨져 나갔다.
‘보통 출력이 아니야.’
미야가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출력에 비해서 신체가 너무 약하다.’
미야가 공격을 할 때마다 팔다리의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이 파열되는 게 그대로 보였다.
미야에게 재생능력이 있다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출력에 비해 신체 내구도가 약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팔을 뜯어낸 미야가 다음 공격을 이어 나가려던 찰나였다. 옆에 있던 플레시 골렘이 미야의 몸을 발로 걷어찼다.
미야는 그대로 날아가서 벽에 처박혔다.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켕!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에 방심하고 말았다. 그 대가는 컸다. 미야는 플레시 골렘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피할 생각을 못 하고 피만 토해 내고 있었다.
‘도와줘야 하나?’
데미안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플레시 골렘이 흘린 피가 미야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야의 피부가 피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피를 흡수할수록 미야의 신체가 빠르게 재생됐다.
“……저게 뭐지?”
데미안조차 너무 놀라서 육성으로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미야가 한쪽 팔을 옆으로 뻗자, 갑자기 팔이 거대하게 변했다. 마치 트롤의 팔과 비슷했다.
“……신체 변형?”
미야가 다시 움직이더니 트롤의 손으로 자신을 공격한 플레시 골렘을 후려쳤다. 한 방에 플레시 골렘의 몸이 산산조각났다.
-워어어!
바닥에 쓰러져 있던 플레시 골렘이 저항하려 했다. 미야는 곧바로 그 플레시 골렘의 머리까지 으스러트렸다.
-켕!
미야가 후련하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거대하게 변했던 팔은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미야는 데미안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데미안은 미야의 몸을 살피며 물었다.
“어디까지 변형이 가능한 거지?”
데미안의 물음에 미야가 양쪽 팔을 변형시켰다.
“더 변형하는 건?”
미야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가 한계인 모양이었다.
“피를 흡수함으로써 회복 속도를 높이고, 해당 생물로 변할 수 있는 건가?”
미야가 상대했던 플레시 골렘은 트롤 두 마리를 합쳐서 만들어졌다.
미야가 흡수한 것은 트롤의 피였다. 그래서 팔을 트롤의 것으로 변형시킬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어마어마하군.”
데미안의 생각이 맞다면 보통 능력이 아니었다.
만약 전생에 시체놀음이 미야를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인류의 재앙이 하나 더 늘어났으리라.
“수고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데미안은 미야와 함께 은닉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가자 갈림길이 나왔다.
“재물, 약초, 식물독, 생물독…….”
다수의 흑마법사가 사용하는 창고답게 종류가 여러 가지였다.
데미안은 우선 재물 창고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20평 정도 되는 공간에 금화와 보석들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양이 좀…… 애매한데.”
아쉽게도 창고에 있는 물건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금화 주머니 다섯 개에 보석 한 주머니가 고작이었다.
“누가 이미 털어간…… 이게 뭐야?”
데미안은 벽에 걸려 있는 칠판을 발견했다.
1월 10일 – 아기토 : 50골드 가져감.
2월 28일 – 머스탱 퓨리 : 150골드랑 사파이어 10개 가져감.
4월 25일 – 레베카 : 금화 80골드랑 황금 조각상 5개 놓고 감.
8월 10일 – 제임스 : 70골드랑 다이아몬드 4개 가져감.
유란의 멤버들이 재물들을 가져간 내역들이 쭉 적혀 있었다.
그런데 맨 밑에 그리 달갑지 않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11월 1일 – 시체놀음 : 걸작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니까 내가 다 가져간다.
┗아기토 : 야 이 자식아! 그걸 네가 다 가져가면 어떻게 해!
┗머스탱 퓨리 : 좋은 말로 할 때 돌려놔라!
┗레베카 : 시체놀음! 저주받고 싶어요?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찼다. 왜 이렇게 창고가 텅텅 비었나 했더니 시체놀음 때문이었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자식이야.”
데미안은 투덜거리며 남은 재물이라도 아공간에 넣었다.
다음으로 데미안이 들린 곳은 약초 창고였다. 하지만 이곳에도 재료는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11월 1일 – 시체놀음 : 걸작을 만드는데 재료가 부족하니 내가 다 가져간다.
┗아기토 : 이 빌어먹을 자식이 미쳤나!
┗머스탱 퓨리 : 네가 가져간 약초들이 모두 얼마짜린 줄 알아!
┗레베카 : 당신 내가 진짜 죽여 버릴%$#$%^$%.
“…….”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칠판을 쳐다봤다.
“그래도 다른 곳에는 좀 남아 있겠지.”
데미안은 다른 창고들도 전부 들러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체놀음이 창고에 있던 것들을 모두 가져간 것이다.
“아니 이 자식은 뭐 한다고 이것들을 다 가져간 거야.”
데미안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마지막 ‘보물 창고’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남아 있는 물건을 별로 없었다.
12월 1일 – 시체놀음 : 가져간 것들을 다 써도 부족하다. 나인을 만드는데 돈이 필요하니까 전부 내가 가져간다.
┗아기토 : @#$@#%@$@#.
┗머스탱 퓨리 : %^&$%^#$#.
┗레베카 : @#%#%#%#.
시체놀음이 남긴 글을 읽던 데미안은 미야를 돌아봤다. 미야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나인…… 분명 네 옛날 이름이었지.”
어쩐지 성능이 과하게 좋다 싶더라니 이유가 있었다.
유란에서 여태 모아놓은 재물들을 모두 사용해서 만들어졌으니 이만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래도 이 재생능력과 피를 흡수하는 능력은 말이 안 되는데.’
데미안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켕! 켕!
미야가 데미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창고 구석에 아직 남아 있는 상자가 하나 있었다.
시체놀음이 가져가지 않은 것을 보면 가치가 없는 물건일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어떤 물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상자에 다가갔다.
주의) 그분께서 찾던 물건임. 약속의 그날까지 잘 보관해 놓을 것.
“……그분?”
유란에서 말하는 그분이란 도르고밖에 없었다.
도르고가 원한 물건이라니. 대체 무엇인가 싶어서 상자를 열었다.
“…….”
그리고 안에 담겨 있는 물건을 보자마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흑요석을 깎아 만든 것처럼 울퉁불퉁한 손잡이.
가시넝쿨이 얽힌 것처럼 생긴 크로스가드.
부서진 탓에 아주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칼날.
“에레보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이 사용했던 마검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