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8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80화
80화 불청객 (1)
올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는 길은 굉장히 멀었다.
그전에 에레보스를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도중에 도시의 대장간에 들러 창대로 적합한 장비가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무거워도 좋으니까 최대한 단단했으면 좋겠군.”
에레보스는 가만히 놔둬도 주변 사물을 침식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지금은 손잡이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침식력이 약하지만 복원될수록 점점 강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전생에 복원율이 70%였을 때는 에레보스를 꺼내기만 해도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부서질 정도였다.
“무겁고 단단한 거라…… 이건 어떻수?”
대장장이가 안쪽에서 길쭉한 장대를 가져왔다.
“도시 근처에 있는 영주가 깃대로 쓰려고 주문한 물건이요. 완성시키고 나서 보니까 너무 무겁다면서 안 가져가지 뭐요. 썩을.”
데미안은 시험 삼아서 장대를 들어봤다.
한 손으로는 어림도 없고 두 손으로 잡아야 할 정도로 무거웠다.
시험 삼아 장대를 양손으로 잡고 힘을 줬다. 아무리 힘을 줘도 전혀 휘어지지 않았다.
“대단하지 않수? 강철을 몇 달 동안 두드려서 꽉꽉 압축시켜 놓은 물건이우.”
심하게 무거운데다 잘 휘어지지도 않는다. 창대로 쓰기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물건이었다. 애초에 깃대로 쓰려던 것이기 때문.
그래도 데미안은 이 장대가 마음에 쏙 들었다.
무거운 것이 훈련에 사용하기도 좋고, 강철을 압축시켜 놨으니 에레보스의 침식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걸로 하도록 하지.”
데미안은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장대와 더불어 강철로 만든 철사도 몇 뭉치 구입했다.
도시 밖으로 나온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꺼냈다.
문신으로 저장되어 있던 에레보스는 데미안의 의사에 따라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데미안은 장대 끝에 에레보스의 손잡이를 대고 철사로 칭칭 동여맸다.
벌성지광약과 마력까지 끌어올려서 온 힘을 다해 감았다. 그러자 에레보스와 장대는 꼭 한 몸인 것처럼 고정되었다.
“보기에는 별로지만 나름 쓸 만하겠는데.”
에레보스는 대검이었다. 그만큼 굉장히 컸다. 손잡이 끝에 조금 남아 있는 날도 무척 넓고 두터웠다.
덕분에 창이 아니라 꼭 날이 부러진 블레이드처럼 보였다.
데미안은 창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아주 조금만 넣었을 뿐인데 부러진 칼날뿐만 아니라 창대 전체에 오러가 덧씌워졌다.
‘역시 근본은 어딜 가지 않네.’
에레보스는 무수히 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마력 증폭이었다.
적은 양의 마력을 주입해도 몇 배로 늘어났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도르고도 밝혀내지 못했다.
마력의 증폭량은 에레보스가 복원될수록 증가했다.
전생에는 에레보스로 하늘에 닿을 정도로 길고 거대한 오러블레이드를 만들어 내어 대군을 일시에 반토막 낸 적도 있었다.
‘하나 더 확인할 게 남아 있지.’
다음으로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땅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창을 중심으로 직경 1m 이내에 있는 식물들이 검게 물들었다.
검게 변한 식물들은 이윽고 가루가 되어서 바스라졌다. 잡초는 물론이고 우뚝 솟은 고목까지 예외는 없었다.
이것이 에레보스의 주요 권능 중 하나인 ‘흑색 붕괴’였다.
흑색 붕괴는 주변을 잠식한 다음에 구조를 망가트리는 권능이었다.
지금은 범위도 적고, 위력도 약하지만 복원률이 높아질수록 흑색 붕괴 역시 강해졌다.
전생에는 흑색 붕괴 때문에 아무도 데미안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생명체는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가루가 되어서 흩어졌었고, 원거리에서 가해지는 마법 폭격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마스터클래스만이 흑색 붕괴에 저항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침식에 저항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마력을 소모해야 했다.
“역시 너무 위험하단 말이지.”
데미안은 그리 중얼거리며 에레보스를 다시 검은 연기로 바꾼 뒤, 흡수했다.
특이하게도 에레보스뿐만 아니라 창대까지 검은 연기로 변했다. 이 역시 에레보스의 자잘한 권능 중 하나였다.
“이제 집까지 일직선이다.”
데미안은 학센 자작가가 있는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 * *
집으로 가까워질 때쯤, 데미안은 다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께서 화가 풀리셨나 모르겠네.”
롱귀스트 산맥을 오고 가느라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만한 시간이라면 데미안이 미들클래스에 올랐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으리라.
아버지도 그 소식을 들었으니 분노가 누그러들지 않았을까.
그런 기대감을 품는 동안 데미안은 학센 자작가의 저택에 도착했다.
그런데 저택에 발을 들인 순간, 위화감이 들었다. 데미안을 환영하기는커녕 저택 내부엔 아무도 보이지 것이다.
하인들도, 가족들도 보이지 않았다. 데미안은 감각을 넓게 퍼트렸다.
2층에 있는 응접실에서 다수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시선을 집중시키자 벽 너머로 사람들의 열기가 보였다.
데미안은 응접실로 이동해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그제야 굳어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가족들은 모두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문제는 그 뒤에 후드를 입은 남성들이 무기를 든 채 서 있었다는 점이었다.
“데, 데미안…….”
아버지가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이 대답하려던 찰나였다.
“오 왔는가.”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사내는 데미안의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괴한 두 명이 다가와 의자를 두 개 놓았다.
사내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남성 중 한 명이 사내의 뒤에 섰다. 마치 경호원처럼 보였다.
“이렇게 얼굴을 보게 되어서 반갑군. 일단 와서 앉게.”
의자에 앉아 있던 사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굉장히 중후했다.
데미안은 순순히 사내의 맞은편에 앉았다. 문을 등지고 있는 자리였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데미안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그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내는 씩 웃었다.
“조급해 하지 않는군. 자신감 때문인가? 아니면 속내를 숨기기 위한 연기인가?”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 나한테 무슨 볼일이냐.”
데미안의 말에 사내 옆에 있던 남성이 발끈해서 앞으로 나섰다. 사내가 손을 들어서 남성을 막았다.
“성격 한번 급하군. 아니면 나와 대화하기 싫은 것인가?”
“둘 다. 그러니까 용건이나 말해라.”
“하하핫,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사내가 짧은 웃음을 터트린 뒤, 데미안에게 말했다.
“데미안 학센, 나는 소문을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진상?”
“소문에 의하면 네가 교단을 도와서 흑마법사를 토벌했고…… 이미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던데.”
사내가 꼬았던 발을 바꾸며 말을 이어 나갔다.
“솔직히 말해서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말이야. 내가 알기로 너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별 볼 일 없는 망나니에 불과했거든. 그랬던 인간이 반년도 되지 않아서 미들클래스에 오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일리가 있는 의심이었다.
검을 배우고 1년 이내에 로우클래스에 오르기만 해도 희대의 천재라고 불렸다.
그런데 데미안 학센은 1년은커녕 반년이 될까 말까 한 시간 만에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닐 텐데.”
“아, 그렇긴 하지. 역사를 통틀어 보면 한두 사례 정도? 달리 말하자면 자네의 성장 속도는 그 정도 급이라는 뜻이야. 그러니 믿기 힘들지.”
사내가 탁자에 놓여 있던 찻잔을 들어 올렸다.
“지금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믿지 못하고 있어. 나도 그중 한 사람이지. 그래서 확인하러 온 거야.”
남성이 두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가족들의 뒤에 서 있던 남성들이 무기로 땅바닥을 찍었다. 그 거친 소리에 가족들이 몸을 흠칫 떨었다.
“미리 말해 두는데 거부할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찼다. 슬슬 불쾌감이 극도에 다다르고 있었다.
“별 거지 같은 것들이 나대는군.”
그 말에 사내의 옆에 경호원처럼 서 있던 남성이 다시 발끈했다.
“말조심해라. 이 분은 너 따위가 함부로 말할 수 분이 아니다.”
“그렇게 귀하신 분이 왜 이런 엿 같은 짓을 벌이실까.”
남성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터져 나온 기파가 데미안의 얼굴과 몸에 부딪혔다.
‘미들클래스로군.’
젊은 나이로 보이는데 벌써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보통 재능이 아니었다.
“일단 그 빳빳한 목을 숙이는 방법을 알려 주마!”
남성이 앞으로 튀어 나가며 칼자루를 잡았다. 데미안은 앉아 있는 그대로 남성의 칼자루를 발로 밟았다.
그 바람에 남성은 칼을 뽑지 못했다. 반면 데미안은 칼자루를 밟으며 의자 뒤로 몸을 날렸다.
‘여기서 싸우면 주위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데미안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발 늦게 남성도 밖으로 뛰쳐 나왔다.
남성이 데미안을 뒤쫓으며 칼을 휘둘렀다. 오러가 덧씌워진 칼날이 매서운 속도로 데미안을 베려 했다.
데미안은 롱귀스트 산맥에서 사용했던 철검으로 공격을 막아 냈다.
‘이 자식이 남의 집에서 행패야.’
피하는 건 쉬웠지만 그랬다가는 아직은 가족들이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데미안은 적당히 받아 주는 선에서 공격을 막아 내면서 저택 밖으로 남성을 유인했다.
“언제까지 도망만 칠 생각이냐!”
남성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치며 마력을 더욱 끌어냈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미들클래스가 전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마력만으로 주변의 사물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데미안은 표정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가 돌았나.”
미들클래스가 진짜 힘을 발휘할 때 인근 지역이 쑥대밭으로 되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저 남성이 전력을 발휘하면 저택은 물론이고 밭이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
안 그래도 가족들에게 미안한 짓을 저지른 상황인데. 집까지 망가뜨릴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벌성지광약의 첫 번째 효능이 발휘되었다.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전신의 근육과 모든 감각이 활성화되었다.
감각이 극대화되었다. 온 세상이 느리게 흘러갔다. 남성의 이마에서 떨어져 나온 땀방울들이 허공에 맴돌았다.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횡베기를 칼로 받아쳤다.
검성의 경지인 ‘만류통찰(萬流通察)’이 발휘되었다. 칼날의 궤적이 비틀렸다. 지면과 수평으로 휘둘러지던 칼날이 갑자기 위로 치솟아 올랐다.
칼날이 남성의 손아귀에서 쑥 빠져나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
뒤늦게 남성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은 지체하지 않고 남성의 복부를 걷어찼다.
“커헉!”
섬뜩한 소리와 함께 남성의 몸이 앞으로 굽어지며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남성은 몇 번이고 바닥을 굴렀다. 배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할 뿐,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데미안이 땅을 박찼다. 망설임 없이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휘둘러진 칼날이 남성의 목에 닿으려던 찰나였다.
“어허.”
그 직전, 누군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다섯 손가락이 데미안의 철검을 움켜잡아서 멈췄다.
데미안은 칼날을 잡은 사람을 쳐다봤다. 응접실에 있던 중년의 사내였다.
“하마터면 초상 치를 뻔했네.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심한 건 그쪽이지.”
데미안이 검을 거둬들이며 대꾸했다.
“하이클래스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딴 장난질이나 치고 말이야.”
“으음? 벌써 눈치를 챘어? 이러면 재미없는데.”
사내가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얼굴 전체에 수염이 가득한 미중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싸움이 끝나면 멋있게 자기소개를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꼬였는걸.”
“가족들을 위협한 것도 가짜라는 걸 알고 있다.”
“그것까지 알아봤다고? 이러면 진짜 재미없는데.”
사내가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하도록 하지.”
사실 말하지 않아도 데미안은 이미 알고 있었다.
데미안에게 전생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애플 왕국의 국민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리암 블루그린이라고 하네.”
애플 왕국에 단 세 명밖에 없다는 하이클래스.
오롯이 국왕에게만 충성을 바치는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