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8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83화
83화 왕세자 (2)
“넌 왕세자다! 언젠가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할 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방탕하게 살 생각이냐!”
“방탕이라고요? 아들이 잠깐 머리 식히러 나가는 걸 그렇게 고깝게 보는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을 겁니다!”
“술을 마시고 여자를 끼고 노는 것이 어떻게 머리를 식히는 행위냐! 단순히 네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뿐이다!”
두 사람의 실랑이가 이어질수록 데미안은 끔찍한 불쾌감을 느꼈다.
왕세자의 태도와 말투가 과거의 자신을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나도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오늘부터 왕세자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해라!”
“늙은이들 데려다 놓고 책이나 읽게 시키는 게 교육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습니다!”
“지금 그게 아버지 앞에서 할 소리냐!”
“이딴 고리타분한 방법 말고, 나한테는 나만의 방식이 있어요!”
왕세자 올리버 애플은 그렇게 소리친 뒤, 문을 닫고 사라졌다.
올리버 애플이 사라지자 국왕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데미안 경, 자네에게 몹쓸 모습을 보이고 말았구먼.”
데미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은 침묵이 정답일 때가 있는 법이었다.
“보다시피 왕세자의 품행이 좋지 못하다네. 원래 저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군.”
국왕이 착잡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은 왕세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달라는 것일세.”
역시나 국왕은 데미안에게 망나니 아들을 부탁하기 위해 부른 것이었다.
그동안 데미안의 위명이 국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단 증거였다.
“자네의 과거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네. 그 생활을 청산하고 이렇게 훌륭하게 변모하였다고 들었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왕세자를 바꿔 줄 수는 없겠는가?”
국왕이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데미안은 피곤함을 느꼈다.
‘아, 귀찮게 됐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딱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부탁이었다.
왕세자의 행동은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무척 기분이 나빴다.
왕세자를 갱생시키는 동안 저 꼴을 계속 지켜봐야 할 텐데 그 스트레스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데미안의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자 국왕이 황급히 말했다.
“물론 맨입으로 부탁하는 건 아닐세. 왕세자를 바르게 인도해 주기만 한다면 백작위 말고도 따로 보답하도록 하겠네.”
국왕이 책상의 서랍을 열더니 그 안에 무언가를 꺼내 놓았다.
마치 돌을 깎아서 만든 것처럼 생긴 약병이 두 개나 있었다.
“알렉토의 로열젤리일세.”
쿨럭.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기침을 했다. 몇 번이고 기침을 했음에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전하! 그 물건은 너무 과합니다!”
놀란 것은 리암 블루그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황한듯 소리쳤다.
리암 블루그린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마스터클래스조차 탐을 내는 물건이니까 말이다.
알렉토는 곤충형 몬스터로 생김새는 집채만 한 말벌과 비슷했다.
한 마리만 해도 어지간한 대형 몬스터보다 위험한데, 한번 사냥을 나가면 수십 마리씩 몰려다녔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래 알렉토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몬스터였다.
극히 희귀한 몬스터였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렉토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평생에 한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 알렉토가 유명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어떤 모험가가 우연찮게 알렉토의 벌집에 빠졌다가 그 안에 담겨 있던 로열젤리를 먹게 된 것이다.
본래 로열젤리란 여왕벌을 탄생시킬 때 사용되는 물건이다. 그걸 인간이 먹게 되니 굉장히 특이한 효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독에 대한 면역. 그리고 재생 능력이었다.
로열젤리를 먹은 모험가는 이후, 어떤 독충에 물려도 멀쩡했으며, 심지어 신체의 일부분이 손실되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재생했다고 한다.
물론 국왕이 내민 양으로는 그만한 효능을 보기는 힘들 터였다. 모험가는 로열젤리를 배가 터질 때까지 마셨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데미안은 로열젤리에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벌성지광약이랑 궁합이 잘 맞겠는데.’
벌성지광약은 굉장히 유용한 마나연공법이지만 신체에 큰 부담이 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필요할 때만 잠깐 운용했었다.
하지만 로열젤리를 섭취하게 되면 그러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아니, 부담을 더는 정도가 아니었다. 벌성지광약의 공능을 지금과 다른 수준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전하! 재고해 주십시오!”
“왕세자를 바꿀 수 있다면 더 한 것도 아깝지 않네.”
리암 블루그린은 안타깝다는 얼굴로 국왕을 바라봤다.
“데미안 경, 본인의 억지를 받아 준다면 한 병을 먼저 지급하도록 하겠네. 왕세자가 달라진다면 나머지 한 병도 지급하도록 하지.”
마스터도 탐을 내는 물건이 눈앞에 있는데 놓치는 것은 얼간이 같은 행동이었다.
데미안은 냉큼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부족한 몸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전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국왕의 얼굴이 환해졌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국왕은 데미안을 손수 일으켜 세우며 감사를 표했다.
* * *
국왕은 데미안을 붙잡고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잠시 후, 간신히 국왕에게 해방된 데미안은 서재 밖으로 나왔다.
주머니에는 국왕에게 받은 로열젤리 한 병이 담겨 있었다.
“데미안 경.”
그때, 리암 블루그린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숙소로 가서 짐을 풀 생각인가?”
“아니요. 먼저 왕세자 저하를 뵙고 제대로 인사를 드릴 생각입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리암 블루그린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자네는 진심으로 왕세자 저하를 바꿔 놓을 생각이었군.”
“다른 분도 아니고 국왕 전하께 드린 약속이니 당연히 지켜야죠.”
데미안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리암 블루그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그렇다면 내가 안내하도록 하지. 겸사겸사 가는 길에 대화 좀 나눕세.”
데미안은 아직 왕성의 구조에 대해서 잘 몰랐다. 잠자코 리암 블루그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했던 말은 잊어 주게. 결코 로열젤리가 아까워서 놀란 것이 아니니 말이야.”
가는 길에 리암 블루그린이 말했다. 국왕이 로열젤리를 내놓았을 때, 한번 말렸던 것을 아직까지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미 잊었습니다. 그리고 저라도 리암 경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워낙 대단한 물건이지 않습니까.”
데미안의 대답에 리암 블루그린은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었겠군. 하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전하께서 왕세자 저하에 관한 일로 그런 물건을 내놓으셨기 때문이라네.”
문득, 리암 블루그린이 그렇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왕세자 저하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믿으시는 것 같지만…… 내 생각은 다르거든.”
데미안은 말없이 리암 블루그린을 바라봤다.
“자네 이전에 많은 사람이 노력을 해 봤다네. 설득도 해 보고, 겁박도 해 보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 하지만 그분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으셨다네.”
리암 블루그린의 두 눈동자에 짙은 피로감이 떠올랐다.
아마 왕세자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사람 중에는 리암 블루그린도 포함되어 있을 듯했다.
“저는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자네는 달렸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자네를 보고 왕세자 저하에게 희망을 가지란 말인가? 난 그럴 수 없네.”
리암 블루그린이 냉담하게 말했다. 이미 왕세자에 대한 희망을 모두 버린 것 같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는…… 왕세자 저하께서 왕가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속임하는 것뿐이었지.”
생각해 보면 이상하기는 했다. 일국의 왕세자가 저런 망나니라면 소문이 금방 퍼질 법도 한데. 데미안은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이런 연유로 데미안이 왕세자에 대한 소문을 전혀 듣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저곳이 왕세자 저하께서 머무르는 저택이라네.”
리암 블루그린이 걸음을 멈추고 커다란 건물을 가리켰다.
“저 안에 계실지 모르겠네. 툭하면 궁 밖으로 나가시는 분이라 말이야.”
“그때는 제가 따로 찾아보겠습니다.”
“자네에게 충고 하나만 더 해 주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네.”
리암 블루그린은 데미안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린 뒤, 자리를 떠났다.
마치 왕세자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여기에 그놈이 있단 말이지.”
데미안은 저택을 올려다봤다. 왕세자가 머무는 곳답게 굉장히 크고 넓었다.
데미안은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만요. 누구신데 함부로 들어오시는 거죠?”
안으로 들어가자 시종 한 명이 데미안을 막아섰다.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왕세자 저하의 검술지도를 맡게 된 데미안 학센이다.”
“예? 예?”
“저하를 뵈러 왔으니 잠깐 나와 주겠나?”
데미안은 시종을 피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시종은 당황해서 데미안의 뒤로 따라붙었다.
“자, 잠깐만요. 그래도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왕세자 저하께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알겠네. 그대는 그 명령 그대로 수행하면 돼.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게.”
“저, 저기요? 지금 그쪽이 들어가고 계신데…….”
데미안의 걸음을 일반인이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종은 순식간에 사라진 데미안 학센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시종을 뿌리친 데미안은 최상층으로 걸어갔다. 왕세자의 기운이 그쪽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노크도 하지 않고 지체 없이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야! 내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문을 열자마자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코를 찌르는 고약한 술 냄새는 덤이었다.
왕세자 올리버 애플이 술병을 손에 든 채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사이에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 있었다.
“너……?”
데미안의 얼굴을 확인한 왕세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너 아까 그놈이지? 리암 경이 데려온 그놈?”
“예, 맞습니다.”
데미안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데미안 학센이라고 합니다. 당분간 왕세자 저하의 검술지도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데미안의 이름을 듣자 올리버 애플의 눈동자에 잠깐 흥미가 떠올랐다.
“데미안 학센? 원래 망나니였다던?”
“예, 맞습니다.”
“아버지께서 누굴 불렀나 했더니…… 하! 설마 당신을 줄은 몰랐네.”
왕세자는 키득키득 웃으며 술을 병째로 들이켰다.
“안 그래도 어떤 인간일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거참 영광이야? 어엉?”
“저도 왕세자 저하를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어디서 개소리야!”
대뜸 왕세자가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집어던졌다. 데미안은 고개만 젖혀서 술병을 피했다.
“네가 리암 경을 따라오는 바람에 내가 얼마나 귀찮게 됐는 줄 알아!”
왕세자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데미안은 왕세자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보냈다.
“학센 자작가? 어디 처박혀 있는지 알지도 못하겠네! 그딴 시골 촌구석에 있다 보니까 수도가 궁금했나 보지? 그러니까 리암 경이 좀 꼬득였다고 졸졸 쫓아온 거 아니야!”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왕세자가 날뛰었다.
“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려! 당장 그만두고 내려가겠다고! 그러지 않으면 내가! 이 내가! 네가 여기에 온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 잠깐만 뭘 꺼내고 있는 거야?”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 커다란 몽둥이를 천천히 꺼내고 있었다.
왕세자의 물음에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