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8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84화
84화 왕세자 (3)
왕세자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술에 취한 탓에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내 경고를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절대로 허튼소리 안 해!”
왕세자의 술주정을 들으며 데미안은 단검으로 몽둥이를 깎기 시작했다.
“난 누가 나한테 참견하는 건 딱 질색이야! 그러니까 댁도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
무식하게 두껍기만 했던 몽둥이가 순식간에 육각형의 방망이로 변모했다.
“누가 아버지의 그 곰팡이 냄새 나는 사고방식에 어울려줄 줄 알고? 난 그럴 생각 절대 없어!”
다음으로 데미안은 손잡이를 다듬었다. 손에 쥐기 편하도록 적당히 홈을 팠다.
“한 번 더 말하겠는데! 내일까지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다 됐다.”
데미안은 완성된 육모방망이를 가볍게 휘둘러 봤다. 무게감도 좋고, 소리도 상쾌했다. 자신이 깎았지만 정말 완벽했다.
“너 이 새끼…… 감히 내 말을 잘라? 죽고 싶어? 어!”
올리버 애플이 버럭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데미안은 그런 올리버를 지긋이 바라보다 말했다.
“저도 망나니였기에 저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올리버 애플이 움찔했다. 사납기만 하던 눈동자가 살짝 풀렸다.
“어…… 정말?”
“그럼요. 저하의 심정을 아주 잘 알고,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죠.”
데미안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온 세상이 날 억압하는 것 같고, 누가 날 지적하는 게 너무 싫고.”
“마, 맞아! 어, 어떻게 알았…… 그래, 너도 나랑 똑같았지?”
“술을 마실 때만 자유로운 것 같고, 해방이 되는 것 같고, 갈증이 해결되는 것 같고.”
“정확해! 진짜 정확해! 내가 바로 그랬어!”
“압니다. 다 알고 있죠.”
왕국 내에선 올리버 애플을 진정으로 이해해 준 사람은 없었다. 오직 차기 국왕으로 실수가 없게끔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올리버 애플의 마음은 한없이 닫혀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데미안이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 준다고 생각했는지, 올리버 애플의 얼굴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젠장! 난 너 같은 사람을 줄곧 기다려 왔어!”
올리버 애플이 감동받은 얼굴로 데미안을 끌어안으려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데미안이 육모방망이로 자신의 손바닥을 팡팡 때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왜 자꾸 그러고 있는 거야?”
“저하, 우리 같은 족속은 말입니다. 절대로 스스로 달라질 수 없습니다.”
“어, 어?”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야 있겠죠. 하지만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 경험상 말씀드리자면…… 우리 같은 것들이 바뀌려면 충격 요법이 한번 가해져야 해요. 아주 쎄게 말입니다.”
“왜, 왜 다가오는 거야! 그, 그 방망이는 대체 왜 들고 있는 거고!”
“제가 그 충격 요법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입과 달리 두 눈동자는 굉장히 싸늘했다.
“일단 가볍게 한 시간만 맞아 봅시다.”
* * *
“이, 이 미친 새끼를 봤나!”
술이 깼는지 왕세자의 발음이 또렷해졌다. 왕세자는 데미안에게 연신 삿대질을 했다.
“감히 왕세자인 날 때리겠다고? 이딴 짓을 하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너는 물론이고 네 가족까지 다 뒤지는 거야!”
“저하, 괜찮으니까 제가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닐까요?”
데미안의 한 마디에 왕세자의 얼굴이 멍해졌다.
“서, 설마…… 아버지께서…… 허락을 하셨다는 소리야……?”
“그건 아닙니다.”
“그럼 괜찮을 수가 없잖아! 당장 꺼지지 못해!”
데미안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왕세자가 괴성을 질러댔다.
“밖에 아무도 없어? 당장 들어와서 이놈을 막으란 말이야!”
“저하께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시종에게 명령을 내렸다던데 잊으셨습니까?”
“맞다!”
도움의 손길도 막히자 왕세자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데미안의 눈치를 슬쩍슬쩍 살피더니 문 쪽을 향해 냅다 달렸다.
“어이쿠, 뭐가 걸리네.”
그 즉시, 데미안은 왕세자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왕세자는 땅바닥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끄아아악! 진짜 때렸어! 왕세자인 날 때렸어!”
“다 저하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서 개소리를……!”
데미안이 방망이를 왕세자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왕세자의 얼굴에 창백하게 변했다.
“저하,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을 복창하시기 바랍니다.”
인격교정자의 첫 번째 수칙은 일단 죄인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시키라는 것이었다.
“제게 반말을 사용하셔서는 안 됩니다. 교사이니만큼 존댓말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뭔 소리야! 난 왕세자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데미안이 망설임 없이 방망이로 왕세자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내 머리! 내 머리이!”
올리버 애플은 머리를 붙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전하, 반말은 안 됩니다. 말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미친놈이…… 누가 그딴 짓을…….”
데미안은 이번에는 두 대를 연속으로 때렸다. 올리버 애플은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전하, 다음은 네 대입니다.”
데미안의 말에 올리버 애플이 몸을 움찔 떨었다.
“아, 앞으로는 마, 말조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잘못된 점을 하나 고치신 것 같아서 무척 흡족하군요.”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 애플은 미친놈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복창하시기 바랍니다. 아버지께는 항상 공손하게 굴자.”
“뭐? 그 꼰대한테 공손하게 굴라고?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올리버 애플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후, 역시 쉽지 않군요. 하지만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저하만큼이나 골치 아픈 사람을 갱생시킨 경험이 있으니까요.”
데미안이 방망이로 손바닥을 탁탁 때렸다. 올리버 애플의 얼굴이 서서히 새하얗게 질렸다.
“그럼 비 오는 날에 먼지가 나도록 한번 맞아 봅시다.”
* * *
이튿날 점심, 국왕은 리암 경과 함께 왕세자의 저택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데미안이 연락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보여 드릴 것이 있으니 꼭 내일 이 시간에 방문해 달라고 말이다.
“리암 경, 데미안 경이 보여 주려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저도 예상이 되질 않는군요. 하루 만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하며 왕세자의 저택으로 들어섰다.
이내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백성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실제 생활상을 알 필요가 있다. 주식은 무엇인지. 생업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서 어려움은 무엇인지…….”
왕세자 올리버 애플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던 것이다.
국왕은 북받쳐 오르는 기쁨에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데미안 경…… 다 읽었습니다만…….”
“그럼 토마스 어플의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258개의 수칙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어, 어제부터 제가 공부한 서적만 50권이 넘어갑니다만…….”
“교사의 말에는 반드시 복종하라고 부탁을 드렸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시 교육이 들어가야 할 것 같군요.”
“아, 아닙니다! 읽겠습니다! 당장 읽겠습니다!”
심지어 검술교사역을 맡게 된 데미안 학센에게 존댓말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어떤 노학자를 데려와도 험한 말을 하던 모습과 대조되었다.
“데미안 경!”
국왕은 결국 참지 못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데미안과 올리버 애플의 시선이 국왕에게 집중되었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떻게 왕세자가 이렇게 달라졌단 말인가!”
국왕의 물음에 데미안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같은 과거를 공유하는 사이인 만큼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행히 저하께서 잘 이해해 주시더군요.”
올리버 애플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지만 국왕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눈동자에 맺히는 눈물을 닦아 내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데미안 경은 나의…… 아니 이 나라의 은인일세!”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데미안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국왕은 데미안의 손을 잡아끌었다.
“잠깐, 시간 좀 내어 줄 수 있는가? 보상 건에 대해서 상의할 것이 있네!”
“얼마든지요.”
데미안은 국왕과 함께 방을 나갔다. 그렇게 방에는 올리버 애플과 리암 블루그린만이 남겨졌다.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를 꾸미시는 겁니까.”
둘만 남겨지자 리암 블루그린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저번에도 비슷한 짓을 하셨죠. 바뀐 척, 달라진 척, 그러다가 결국 원하는 것을 얻고 전하를 배신하지 않았습니까.”
마치 벌레라도 보는 것처럼 경멸스럽다는 얼굴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리, 리암 경! 나 좀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별안간 올리버 애플이 리암 블루그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가,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 저놈! 데미안 학센이 나, 날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마, 막 모, 몽둥이로 여기저기…… 밤새도록 때렸단 말입니다!”
그 말에 리암 블루그린의 입이 쩍 벌어졌다.
하지만 공황에 빠져 있는 올리버와 달리 리암 블루그린은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데미안 경이 몽둥이로 저하를 밤새 때렸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당장 잡아들여서 역적으로 처형을 해야 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멀쩡하신 것 같습니다.”
“……예?”
리암 블루그린이 올리버 애플의 몸을 쓱 훑어봤다.
“저하처럼 단련되지 않은 분은 한 대만 맞아도 큰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멍이 든 것도 아니고, 어디가 부은 것도 아니고, 팔다리 멀쩡하게 잘 움직이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니…… 그게…… 그건…….”
올리버 애플이 아무 말도 못 하자 리암 블루그린이 경멸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저하, 아무리 데미안 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셔도 그런 모함을 하시다뇨. 또 이렇게 색다른 방법으로 저하께 실망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리암 경!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정말…….”
리암 블루그린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방을 나갔다.
홀로 남겨진 올리버 애플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 * *
“자네에게 약속했던 나머지 한 병이라네!”
아래층의 응접실에 도착하자마자 국왕은 데미안에게 돌로 된 약병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자네는 모를 걸세! 평생 이토록 행복한 적은 처음이야!”
국왕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날 줄 몰랐다. 마치 아버지를 보는 듯해서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려 버렸다.
“그래서 말인데…… 왕가의 비고를 뒤져보면 아마 한 병이 더 나올 걸세. 그러니까…….”
“전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아직 왕세자 저하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국왕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도 비슷한 과거를 가지고 있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많은 유혹에 시달리게 되겠죠.”
“과연…… 그럴 수밖에 없겠군.”
“그러니 저하께서 유혹을 완전히 떨쳐 내시기 전까지는 제가 옆에서 잘 두들…… 아니,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데미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국왕은 더더욱 감격스러워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지.’
올리버 애플을 억지로 공부시키면서 데미안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리버 애플의 천재성이 진짜였다는 점이었다. 올리버 애플은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 할지라도 금방 이해하고 외웠다.
‘재능은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전생에는 준비 없이 왕위에 올라서 국가를 어렵게 만들었지.’
어차피 데미안은 왕국의 습격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계속 머물러야 했다.
그렇다면 머무는 동안 올리버 애플을 확실하게 바꿔놓을 생각이었다.
성군이니 명군이니 할 정도로 키워 낼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 구실은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겸사겸사 로열젤리도 한 병 더 받고.’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었다.
딱 한 명만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