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8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85화
85화 은밀한 외출 (1)
애플 왕국의 왕세자.
올리버 애플은 요즘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다.
이유?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바로 데미안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저하, 공부하실 시간입니다.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와서 자신을 깨우는 것은 기본이요.
-저하, 앉아만 있으면 몸이 굳는 법입니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신체단련까지 주기적으로 시키질 않나.
-저하, 술은 안 됩니다. 한 방울 한 방울이 독약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자신에게 금주를 선언하질 않나.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건 그것이었다.
-저하, 그동안 맞질 않아서 근성이 해이해지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10대만 맞으면서 근성을 다잡도록 하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자신을 불러내 매질을 한다는 것이었다.
매질을 당할 때마다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때리는 것인지 매질의 흔적이 조금도 남지 않았다. 증거가 없으니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씨발! 더 이상은 못 참아!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어허,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스승에 대한 예의를 지켜 달라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닥쳐!
한번 반항했다가 그대로 하루 종일 얻어터진 적도 있었다.
-저하, 다음에도 또 이러시면 두 배입니다.
단언컨데 살면서 그렇게 소름 끼치는 경고는 처음이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올리버 애플은 데미안에 대한 반항심을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 빌어먹을 자식.”
오늘 저녁도 올리버 애플은 술에 입조차 대지 못한 채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이 반항의 대가라면서 내일까지 열 권을 더 외워 오라고 시켰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예법에 대한 서적을 말이다!
“대체 이딴 걸 왜 읽으라고 시키는 거야.”
올리버 애플은 투덜거리면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다.
올리버 애플이 집중한다면 열 권을 외우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무지하게 귀찮고, 외워 봤자 당최 써먹을 곳이 없을 거라 생각할 뿐.
사실 데미안 학센이 시킨 일을 내팽개쳤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게 제일 크긴 했다.
그때, 톡톡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올리버 애플이 시선을 돌렸다. 창문 밖에 까마귀 한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까마귀의 발목에는 작은 원통이 묶여 있었다. 그것을 본 올리버 애플의 얼굴이 환해졌다.
“드디어 왔구나!”
올리버 애플은 바로 창문을 열었다. 원통의 뚜껑을 열자 종이 한 장이 돌돌 말려 있는 게 보였다.
올리버 애플은 까마귀에게 모이를 주고, 자신은 종이를 펼쳐서 읽었다.
“오늘 저녁 10시라 이거지?”
올리버 애플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나갈 준비를 해야지.”
올리버 애플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옷을 갈아입었다. 그 위에는 로브를 걸쳐서 정체를 알아볼 수 없게끔 했다.
“이 정도면 아무리 그놈이라도 절대 알아볼 수 없을 거야. 내가 간다!”
* * *
“오늘따라 달이 밝네.”
데미안은 건물의 지붕 위에서 달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달까지 유난히 밝았다. 밤하늘을 구경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이걸 먹기에도 좋은 날씨고.”
데미안은 국왕에게 받아온 약병 세 개를 꺼내 놓았다.
돌을 깎아서 만든 것처럼 생긴 이 특이한 약병 안에는 알렉토라 불리는 거대 말벌의 로열젤리가 담겨 있었다.
“이걸 먹으면 재생력이 대폭 상승한단 말이지.”
알렉토의 로열젤리를 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효과는 재생력의 상승이었다.
알렉토의 로열젤리를 처음 먹은 사람은 신체 일부분이 절단되어도 며칠 뒤면 도마뱀 꼬리처럼 다시 원상복구 되었다고 한다.
다만, 그 사람의 경우에는 로열젤리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고 한다. 겨우 세 병만으로는 그런 효능을 기대하기는 힘들 듯했다.
“그래도 충분히 대단한 물건이지.”
데미안은 약병의 뚜껑을 열어 로열젤리를 마셨다.
점성질의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맛은 쓰고 떫었다.
또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지만 데미안은 꾹 참고 나머지 두 개도 마셨다.
세 병.
양으로 따지자면 물잔 하나 정도의 양이 데미안의 위에 담겼다.
‘쉽게 흡수되지는 않는군.’
지금까지 먹어 왔던 영약들은 먹기만 해도 곧바로 흡수가 되었다.
하지만 알렉토의 로열젤리는 달랐다. 자신들끼리 응어리가 진 채 흡수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럼 억지로 흡수해야지.’
데미안은 마력을 운용했다. 위에 머물러 있던 로열젤리를 억지로 쪼개고, 으스러트렸다. 조각조각 흩어진 그것들을 남김없이 흡수했다.
‘이거 놀라운데.’
로열젤리를 흡수하자마자 근섬유 변화가 일어났다. 더욱 질기고, 조밀하게 변했다. 육체의 즉각적인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었다.
데미안은 약병을 움켜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 돌로 만들어진 약병이 순식간에 으스러지더니 가루로 변했다.
“이거 마음에 드는데.”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근력으로 돌을 으스러트린 것이다.
용력을 타고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묘기였다. 그런 힘을 로열젤리를 통해 얻은 것이다.
하지만 이건 사소한 변화에 불과했다.
데미안은 단검을 꺼내서 손가락 끝을 살짝 베어 보았다.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피가 멎고, 상처가 말끔하게 매워졌다.
“진짜 마음에 드는걸.”
과연 알렉토의 로열젤리는 소문만큼이나 대단했다.
아직 시험해 볼 것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데미안은 두 눈을 감고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감각이 예리해졌다. 귓가에 들리는 바람 소리가 점점 약해졌다. 바람에 날아가는 나뭇잎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벌성지광약에는 일시적으로 육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신체능력과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공능이 있었다.
데미안도 애용할 정도로 뛰어난 공능이지만 문제는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데미안도 필요할 때만 잠깐 사용하는 선에서 끝냈다.
하지만 로열젤리를 섭취한 지금은 달랐다.
벌성지광약의 공능을 사용했음에도 신체가 버텨 내고 있었다. 강화된 육체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조금 더 운용해도 될 것 같은데.’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의 공능을 더욱 강화시켰다. 체온이 더욱 치솟으며 감각이 날카로워졌다.
느리게 흘러가던 세상이 완전히 정지했다. 바람 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바람에 휘날리던 나뭇잎들이 완전히 정지했다.
“쿨럭.”
그 순간, 데미안이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벌성지광약을 극한까지 운용한 대가로 내상을 입은 것이다.
“퉷, 자주 사용할 건 아니군.”
데미안이 입에 남아 있는 피까지 모두 뱉어냈을 때였다. 전신에서 수증기 같은 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로열젤리를 섭취함으로써 강화된 생명력이 내상을 치유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만족스러운걸.”
데미안이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응?”
데미안이 앉아 있는 건물에서 누군가가 몰래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왕세자잖아?”
로브로 몸을 가리긴 했지만 데미안의 눈썰미를 피할 수는 없었다.
“또 내 명령을 어겨? 매가 부족했나?”
데미안은 옆에 놓아두었던 방망이를 움켜잡았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근데 이 밤에 어딜 가는 거지?”
호기심을 느낀 데미안은 몰래 올리버 애플의 뒤를 밟았다.
* * *
올리버 애플은 미리 매수한 병사들을 통해서 몰래 왕성 밖으로 나왔다.
“흐음, 이 자유의 냄새.”
수도의 거리를 걸으며 올리버 애플은 해방감을 한껏 만끽했다.
“그래, 이게 인생이지. 미치광이한테 붙잡혀서 얻어맞는 거 말고.”
올리버 애플은 대로변을 걷다가 점점 더 으슥한 곳으로 빠졌다.
그렇게 뒷골목을 헤매던 올리버 애플이 멈춘 곳은 덩치 큰 남성 둘이 지키고 있는 어느 술집이었다.
“뭐냐?”
가드 중 한 명이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말에 올리버 애플이 혀를 찼다.
“이 멍청이들은 아직도 내 얼굴을 기억 못 하네.”
“엇, 설마 저하이십니까?”
“그래, 나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보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드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 올리버 애플은 희희낙락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문과 달리 내부는 굉장히 넓었다. 넓을 뿐만 아니라 고풍스럽게 생겨서 카페로 보일 정도였다.
“저하, 오셨군요.”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올리버 애플을 맞이했다.
붉은 드레스는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여인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 바람에 여인의 몸매가 모두 드러나 눈 둘 곳을 찾기 힘들었다.
“카르멘! 왜 이렇게 오랜만에 부른 거야! 내가 이 모임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물건들이 잘 모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도 예쁜 아이들로만 모아놨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카르멘라 불린 여인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올리버 애플은 은근한 목소리로 여인에게 말했다.
“난 다른 애들보다 카르멘, 네가 옆에 앉아 줬으면 좋겠는데.”
“어머, 절 선택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내 부탁을 들어주는 거야?”
“저는 오늘 할 일이 좀 많아서요. 그래도 저보다 훨씬 예쁜 아이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맨날 말만 그렇게 하지. 다 너보다 못하잖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안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귀빈실이 나타났다.
귀빈실 안에는 이미 다른 남성들이 옆에 여자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저하! 오셨습니까!”
올리버 애플이 안으로 들어오자 남성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에이, 뭘 일어나는 거야. 앉아. 어서 앉아.”
올리버 애플은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러면서 중앙에 앉았다.
“저하! 못 뵌 사이에 훤칠해지신 것 같습니다!”
“어허, 이 사람 좀 보게. 저하께서는 언제나 그러시지. 뭘 새롭다는 듯이 말하나.”
“하하핫, 듣고 보니 그렇군. 저하,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남성들은 앞다투어 올리버 애플에게 아부를 떨었다. 그의 입가에 저절로 만족스런 미소가 그려졌다.
“다들 뭔 쓸데없는 소리를…… 자, 어서 마시자. 마셔.”
올리버 애플이 술병을 들었다. 남성들도 똑같이 술병을 들었다.
“우리 ‘진짜 사나이’ 모임의 규칙은 뭐다?”
“술은 병째로 마셔야 진짜다!”
그리 말하며 올리버 애플은 남성들과 같이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크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그동안 데미안 학센에게 시달리느라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런 올리버 애플에게 지금 마시는 술은 그야말로 꿀과 같은…….
-너 이 자식! 대체 뭐야! 어딜 들어가는…… 크악!
-자, 잠깐! 그거는 안 돼! 막아! 누가 저놈을 막으란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일행은 술을 마시다 말고 문 쪽을 쳐다봤다.
“대체 뭐야? 술맛 떨어지게.”
올리버 애플이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남성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하, 제가 가서 처리하고 올까요?”
“어허, 무슨 소리야. 제임스 경이 나서기에는 너무 아깝지.”
모임 ‘진짜 사나이’는 올리버 애플이 주축이 되어서 만들어진 귀족 모임이었다.
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은 다양했다. 왕세자인 올리버 애플부터 왕성에서 일하는 관료의 자식, 그리고 기사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제임스 존은 무려 미들클래스의 기사였다.
미들클래스의 기사를 술집 소란을 잠재우는 데 사용한다?
그야말로 소 잡는 칼로 모기를 때려잡으려는…….
쾅.
술집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올리버 애플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하, 여기 계셨습니까.”
데미안 학센이 생긋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분명히 술을 독처럼 생각하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결국 이렇게 사고를 치고 마셨군요.”
데미안 학센은 안타깝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되겠군요. 오늘 밤에는 두 시간입니다.”
올리버 애플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그것도 잠시, 전신이 마구 떨려오기 시작했다.
“자, 가시죠.”
데미안 학센이 올리버 애플을 향해 걸어왔다. 올리버 애플의 떨림이 더욱 커졌다.
그런 데미안 학센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진짜 사나이’의 유일한 미들클래스.
제임스 존이었다.
“내가 있는데 감히 어디서 저하께 손을 데려는 것이냐.”
제임스 존이 험악한 얼굴로 데미안을 노려봤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대치하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올리버 애플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괴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괴물뿐이다.
마찬가지로 미들클래스를 막을 수 있는 건 미들클래스 뿐.
“제임스 경!”
왕세자는 지체 없이 소리쳤다.
“저놈은 극악무도한 작자야! 당장 족쳐 버려! 경비대에 넘겨도 좋아!”
왕세자의 말에 데미안 학센이 더더욱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오오.”